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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하 10도에도 달리는 ‘꽃마차’…동물복지서 소외된 말

시·청각 예민해 조명과 노랫소리에 취약
경주마 출신 말들 추운 겨울날씨에 약해
우마차로 분류돼 합법 운행 가능한 실정
일반적 반려동물 아니라 법 보호 못받아

영하 10도에도 달리는 ‘꽃마차’…동물복지서 소외된 말
지난 8일 강원도 속초 대포항에 꽃마차를 끄는 말이 눈 가림막을 한 채로 서 있다. /속초=이희조기자

“10분에 50,000원이에요. 3명이 기본 탑승 인원이고 한 명 추가될 때마다 10,000원씩 올라갑니다.”

지난 8일 강원도 속초 대포항에서는 조명과 스피커가 달린 일명 ‘꽃마차’를 끄는 말이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옆을 보지 못하게 하는 눈 가림막과 안장이 채워진 상태였다. 이날은 최저기온이 영하 10도까지 떨어진 추운 날이었지만 꽃마차 운행은 계속됐다. 꽃마차는 여름 휴가철 해수욕장에서만 발견된다는 기존 인식과 달리 겨울에도 쉬지 않고 운행되고 있었다.

마차에 부착된 안내문에는 ‘정원 12인승’이라는 문구가 강조돼 있었다. 이는 말이 한 번에 최대 12명분의 무게를 감당하며 달려야 한다는 뜻으로, 몸무게가 60㎏인 사람 12명이 탄다고 가정하면 말은 720㎏에 더해 마차 무게까지 1,000㎏ 안팎의 무게를 끄는 셈이 된다. 이날 대포항을 찾은 강모(56)씨는 “영하의 날씨에도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무거운 마차를 끌어야 하는 말이 불쌍하다”고 말했다.

일 년 내내 해수욕장이나 항구에서 운행되는 꽃마차가 명백한 동물 학대라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동물권단체 하이(HAI)에 따르면 말은 시각과 청각이 예민해 꽃마차에 설치된 화려한 조명과 음악 소리만으로도 많은 스트레스를 받는다. 또 꽃마차 운행에 이용되는 말은 보통 경주용이나 승마용으로 뛰다가 퇴역한 말로, 부상과 퇴행성 관절염 등 질병에 노출돼 있다. 관절 상태가 좋지 않음에도 하루 종일 승객을 태우고 달려야 하는 것이다. 운행 중 배설을 할 수 있다는 이유로 물과 먹이를 제공받지 못하는 것도 다반사다.

꽃마차를 끄는 말은 대부분 겨울 추위에 약하다. 털이 짧고 키가 큰 ‘온혈종’은 국내에서 주로 경주마로 이용되는데, 기후가 온난한 초원지대에서 자라 추위를 잘 탄다. 이 말들이 퇴역 후 꽃마차에 이용된다는 것을 고려하면 겨울철 꽃마차 운행은 학대 행위라는 지적이 나온다.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는 “말에게 가하는 신체적 억압을 기본으로 하면서 운영되는 꽃마차는 말에 대한 학대”라고 설명했다.

영하 10도에도 달리는 ‘꽃마차’…동물복지서 소외된 말
지난 8일 강원도 속초 대포항에 꽃마차를 끄는 말이 눈 가림막을 한 채로 서 있다. /속초=이희조기자

문제는 말의 건강을 위협하는 꽃마차가 합법이라는 점이다. 꽃마차는 도로교통법상 ‘우마차’에 속해 고속도로를 제외한 모든 차도에서 운행 가능하다. 이 때문에 잠재 고객이 몰리는 유명 관광지에서는 꽃마차가 성행한다. 대구 달성공원, 제주 함덕해수욕장, 강원도 낙산해수욕장과 속초해수욕장, 경기도 시흥 오이도 등이 대표적인 꽃마차 운행지로 꼽히는 이유다. 이에 하이는 마차의 도로 통행을 금지하도록 하는 도로교통법 개정을 위한 서명을 진행 중이지만 실제 입법으로 이어질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말이 복지 사각지대에 있다는 사실도 꽃마차 운행을 막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다. 현행 동물보호법은 개, 고양이 등 일반적인 반려동물 위주로 시행되고 있다. 말과 같은 ‘비인기 동물’은 법의 보호를 받기 힘든 구조다. 이형주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대표는 “말은 우리 생활에 들어와 있는 개나 고양이 같은 동물이 아니기 때문에 ‘관리 사각지대’에 처해 있다”며 “말 산업 특성에 맞는, 법적 강제성을 지닌 복지 기준이 마련돼 있지 않다”고 말했다.

지난해 9월에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말 마차를 금지해달라’는 청원이 올라오기도 했지만 참여 인원은 20명에 그쳤다. 이 대표는 “말의 은퇴 후 관리 시스템 개선을 위해서는 말에 대한 입법자나 대중의 관심이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관심이 부족한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희조기자 lov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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