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인터뷰] "망치 드는데 남녀 있나" 여성 집수리 기사 등장

"우리 사회엔 여성 집수리 기사가 필요하다"

여성을 위해 만든 여성전용 집수리 서비스…

라이커스 안형선 대표 수리기사 인터뷰

여성 전용 집수리 서비스 ‘라이커스’의 안형선(왼쪽) 대표 수리기사와 이소연 브랜드 총괄 디렉터. / 강신우 기자




#“여성들로 꾸려진 팀이니까 남자보다 섬세하고 꼼꼼하게 작업하지 않겠느냐고요? 그건 저희 강점이 전혀 아니에요. 혼자 사는 여성들도 불안해하지 않고 편안하게 집 수리기사를 부를 수 있는 서비스로 만들어가려 합니다.”

쉽게 볼 수 없었던 ‘여성 수리기사’만으로 구성된 집수리 서비스가 등장했다. 지난달 사전체험 모집을 시작하자 입소문이 나 신청자가 몰렸다. 형광등·수도꼭지 교체부터 가구 조립, 커튼 설치, 싱크대·욕실 배관 수리까지 여성 수리기사를 처음 대면한 체험자들은 저마다 “편안했다”, “속이 시원했다”는 반응이다.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에 선정돼 최근 서비스를 연 여성 전용 집수리 서비스 ‘라이커스(LIKE-US)’의 안형선 대표 수리기사와 이소연 브랜드 총괄 디렉터를 서울경제가 만나고 왔다.

여성 집수리기사가 필요한 이유
Q. ‘라이커스’의 시작이 궁금하다. 이 서비스를 어떻게 만들게 됐나.

-안형선 대표 수리기사 : 여성이 어떤 분야에 어울릴까 평소에 생각을 많이 해본다. 그런 취지에서 여성들만으로 구성된 물류 대행 업체를 1년간 운영해보기도 했다. 조금 더 대중적인 활동을 해보고 싶어 집 수리 서비스를 기획하게 됐다.

-이소연 브랜드 총괄 디렉터 : 대표가 ‘여성 집수리 크루’를 만들면 멋있지 않겠느냐고 평소 자주 아이디어를 던졌다. 처음에는 아무 계획도 없는 상태라 막막했다. 그러다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에 덜컥 붙게 됐다. 지금 생각해봐도 대표가 피칭(설명)을 너무 잘했다. 지원금을 받게 되면서 그때부터 계획을 세웠다.

Q. 당시 피칭 때 어떤 점을 강조했나?

-안 : 직업에 대한 성 역할과 고정관념을 개선하겠다는 사회적 기업의 목표가 있는데 이에 가장 부합하는 사례가 아닌가 싶다. 집 수리기사는 남자들만의 직업이라는 고정관념도 바꾸고, 여성도 충분히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다는 점이 장점으로 다가간 것 같다.

Q. 우리 사회에 여성 수리기사가 필요한 이유를 꼽자면.

-저희 둘 다 자취 생활을 오래 했다. 같이 공감하는 부분이 있었다. 집수리를 부르면 무조건 남자 수리기사가 온다는 점이다. 그동안 여성 대상 범죄가 많이 발생했지 않나. 여성이 혼자 사는 가구도 늘고 있고. 또 하나는 주거도 하나의 경영인데 여성이 주도적으로 해나갈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진=라이커스


Q. ‘라이커스’는 기존 수리 서비스와 어떤 점에서 다른가?

-자취 생활할 때 세면대 배수 홀이 고장 난 적이 있다. 알고 보면 되게 간단한 문제인데 수리 비용이 많이 나왔다. 방문 손잡이가 고장 났을 때도 있고, 보일러가 고장 났을 때도 있다. 그런데 똑같은 현상을 놓고 비용 편차가 너무 크다. 이 비용이 어디에서 오는 건지 잘 알 수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숙련도 부족함 때문인지, 사람이 많이 필요해서인지 설명이 부족하다. 그래서 저희는 견적을 사전에 한 번 보여드릴 때 세목을 나눠서 충분히 설명을 해드린다. 그러면 고객들이 편안함을 느낌과 동시에 수리비용 구조를 깨닫게 되는 것도 있다.

Q. 칠판에 업무 단계 적어놓은 걸 보니 10단계가 넘는다.

-이 : 고객이 예약하면 해피콜을 통해 수리 내용을 확인한다. 수리할 집을 방문해 입구에서 대면하는 과정에서부터 현상 점검, 수리 안내 및 동의, 수리 진행, 완료 설명 및 AS 등 품질보증 안내, 서비스 만족도 평가까지 서비스 흐름 각 단계를 체크해 서비스 개선에 반영하려고 한다.

Q. 고객들이 어떤 수리까지 의뢰할 수 있나.

-안: 저를 포함해 총 4분의 여성 수리기사가 한 팀으로 활동한다. 가장 많이 겪는 부분인 욕실과 세면대 배관 공사가 주력이다. 그 외에도 가구 조립 및 설치, 전등 수리와 교체, 콘센트와 스위치 공사, 커튼 설치 등이 가능하다. 막힌 변기는 수리가 어렵다. 지하 배관과 연결된 부분이라 어떤 변수가 있을지 모른다. 보일러 공사 역시 공사가 크기도 하고 전문 수리 영역이어서 현재는 어렵다.

집수리하는데 남녀 따로 있나
Q. 집수리엔 자격증이 필요 없는 건지?

-집 수리는 누구나 배우면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다. 여성이라서, 힘이 남성보다 없어서 못 하는 게 아니라 배우지 않았기 때문에 못하는 거다. 힘 대신 요령이 필요한 일이고, 숙련된 기술이 필요한 영역이다. 기술을 더 배우기 위해 실내건축기사 자격증 취득을 위해 기능사 시험부터 차근차근 준비하고 있다.

Q. 집수리 기술을 따로 배울 수 있는 곳이 있나?



-안 : 사실 배울 수 있는 곳은 많다. 그러나 강사는 100% 남성, 배우는 사람도 대부분 남성이다. 어떤 분위기일지 상상이 되지 않나. ‘여자가 이런 걸 왜 배워’ 같은. 이를 대체해서 저희가 ‘고쳐볼Lab’ 이라는 워크샵을 세 차례 진행했다. 쉽게 접해볼 수 없었던 공구 다루는 법부터 타일 작업까지 실습 위주로 진행해서 반응이 좋았다.

-이: 20대부터 40대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참여하셨다. 수리에 관심이 많았어도 오히려 못하게 하는 분들도 많은데, 직접 많이 실습해볼 수 있어서, 어디 가서 “나 수리 좀 해봤다”고 말할 수 있는 자신감을 얻었다고 좋아하시는 분들이 많았다.

Q. 주로 어떤 공구들을 사용하나.

-안: 드릴, 사이즈별 비트, 드라이버, 망치, 몽키스패너, 실리콘 테이프, 마스킹 테잎, 절연 테잎, 포트스잇(콘크리트 타공시)…너무 많아서 일일이 설명하기 힘들다. 목공용인지, 철제인지, 콘크리트인지에 따라서도 다 다른 공구가 필요하다.

Q. 선호하는 공구가 있나?

-안 : 저는 섬세하게 작업할 수 있는 드라이버가 좋다.

-이 : 저는 나사를 강력하게 박을 수 있는 전동드릴을 선호한다.

물류대행, 집수리, 그 다음은?


부엌 싱크대 배관을 수리 중인 안형선 라이커스 대표 수리기사 /사진=라이커스




Q.
현장에서 느끼는 한계도 있을 것 같다.

-현상이 같아도 원인이 다를 수 있고, 현상과 원인이 같아도 솔루션이 다를 수도 있는 게 이쪽 일이다. 아직은 경험 부족으로 모든 일을 다 해결할 수 없는 건 한계다. 고객 분들이 일부러 시간도 내 주셨고 저희도 발품 팔아서 갔는데 원하는 걸 해결해주지 못해서 아쉬울 때가 있다. 이것은 경험을 빨리 쌓아나가야 풀리는 문제다.

Q. 그동안 여성 수리기사는 정말 보기 힘들었다. 왜 그럴까.

-업계에서 활동하는 여성 선배들 계시면 모셔오려고 하는데. 잘 없다. 도배나 타일, 도장 일은 20, 30년 이상 해오신 여성 분들이 계시지만 전반적인 집수리 경력을 지닌 여성 분은 도무지 찾을 수가 없었다.

최근에 타일 기능사를 알아보려고 어떤 여성 분께 연락을 드렸는데 구직이 너무 안 된다고 한탄하셨다. 인력 시장에서는 괜히 남성을 선호하는 분위기가 여전하다는 거다. 타일 하나라도 더 들겠지, 와 같은 막연한 고정관념이다.

Q. 라이커스의 최종 목표는 무엇인가.

-집수리라는 영역의 성 역할과 고정관념을 개선하는 것이 목표다. 어떻게 보면 저희의 경쟁 상대가 늘어나는 것이기도 한데, 소비자 입장에서는 더 좋아지는 것이니 괜찮다.

한편으로는 여성이 잘 보이지 않았던 영역에서 여성으로 구성된 또 다른 서비스를 만들어보고 싶다. 예를 들면 게임제작 같은 일이다. 게임 개발 주도를 여성이 하면서 재미난 게임 하나 만들면 좋겠다. 현재도 팀원 전체가 여성으로 구성된 물류대행업체(비저블로)도 운영 중인데, 여성들이 사무직 뿐만 아니라 현장에도 있을 수 있다는 걸 보여주려 한다.

/강신우기자 seen@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