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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엠넷이 놓친 공정성과 다양성

김현진 문화레저부기자





지난해 한 밴드의 멤버가 새 앨범이 나왔다며 기자에게 직접 이메일을 보내왔다. 꽤 유명한 히트곡이 있는 록밴드였던 만큼 반가운 마음이 컸다. 한편으로는 왜 그 밴드가 히트곡 후에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을까, 멤버가 직접 이메일을 보내 신곡을 홍보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하는 씁쓸함도 찾아왔다. 밴드의 신곡이 대중들에게 반향을 일으키기 바랐지만 결국 신곡은 빛을 발하지 못했다.

최근 만난 한 록밴드의 멤버 역시 국내에서 인디음악을 하는 뮤지션들이 겪는 어려움을 토로했다. 음악을 포기하지 못해 생계 수단으로 겸업을 불사하는 이들이 부지기수라는 것이다. 기회만 오면 충분히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준비된 인디뮤지션들은 많다. 하지만 대중들에게 알려질 기회조차 얻지 못해 결국은 ‘실용음악학원 원장’이 꿈이 된 젊은 뮤지션들이 많아진 것이 현실이다.



그런 면에서 최근 투표 조작 의혹을 받고 있는 엠넷의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 사태는 아이돌을 꿈꾸는 연습생들뿐만 아니라 다른 음악 장르의 뮤지션들에게도 큰 박탈감을 안기고 있다. 프로듀스 시리즈는 시즌 4까지 이어오면서 오직 ‘돈’이 되는 아이돌에만 집중했을 뿐, 순수한 음악 열정을 가진 록음악 등 다양한 장르의 뮤지션을 발굴하고 소개하는 노력은 부족했다. 그간 주목받지 못했던 중소 연예기획사의 연습생들을 조명한다는 것이 당초 취지였지만 결국 아이돌 가수가 되려는 연습생으로 그 풀은 한정됐다. 미디어 그룹과 연예기획사는 자본에 따라 음악과 아이돌을 움직였고, 대중은 그 자본의 마케팅에 따라 움직였다.

사태가 사태인 만큼 오디션 프로그램 자체가 뭇매를 맞고 있지만 그 시작과 의도가 나빴던 것은 아니다. 질타를 받고 있는 엠넷 오디션 프로그램의 시작은 ‘전 국민 오디션’이라는 모토 하에 음악에 대한 순수한 열정을 가진 이들을 재조명한다는 것이었다. 재능은 있지만 기회를 잡지 못했던 이들에게 기회를 줬고, 시청자들도 참가자들의 음악에 대한 열정과 진심에 감동 받았다. 이번 프로듀스 사태를 계기로 엠넷이 순수한 열정을 가진 다양한 장르의 뮤지션들을 ‘공정하게’ 발굴한다는 초심으로 돌아가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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