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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들려요, 그래서 운전할 때 더 잘 보죠”

청각장애 택시기사 이대호·신연옥씨

택시 기사직은 차별 없는 일자리

수입도 노무직 청각장애인의 두배

음성·문자 전환 태블릿PC 활용

탑승자와 소통...승객 응원이 큰 힘

장애인도 할 수 있다는 것 알리고파

자격시험 때 수화서비스 제공됐으면...

청각장애 택시기사 이대호(왼쪽)씨와 신연옥씨가 19일 서울 가양동 신신기업 차고지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제공=SK텔레콤




청각장애 택시기사 신연옥씨가 19일 서울 가양동 신신기업에 주차된 택시에 오르고 있다. /사진제공=SK텔레콤


청각장애 택시기사 이대호씨가 19일 서울 가양동 신신기업에 주차된 택시에 오르고 있다. /사진제공=SK텔레콤


“들리지 않는 대신 눈치가 빠르고 시야가 넓어 운전할 때 앞뒤·옆을 더 잘 살핍니다.”

왼쪽 가슴에 이름이 박힌, 잘 다려진 운전복을 입은 신연옥씨는 자신만만한 표정이었다. 수화와 함께하는 발음은 속삭이듯 불분명했지만 귀에는 오히려 그 소리가 더 또렷이 들리는 듯했다.

19일 서울 가양동 신신기업 2층 사무실에서 만난 청각장애 서울시 1호 택시기사 이대호씨, 청각장애 여성 1호 택시기사 신씨와의 인터뷰는 이처럼 조용했지만 왁자지껄하게 이뤄졌다.

이씨는 오랜 기간 공장에 다녔다. 일을 열심히 했지만 돌아온 건 차별뿐이었다. 의사소통이 안 되는 그가 번번이 승진자 명단에서 빠지면서 이제는 후배보다 뒤처졌다. 그는 “택시 운전은 최소한 차별이 없다”며 “지금은 주변 기사들이 놀랄 정도로 괜찮은 수입을 올린다”며 뿌듯해했다. 그는 개인택시를 갖고, 전국 청각장애인을 대표할 만한 모범 사례가 되는 게 목표다.



신씨는 자녀들의 만류를 뿌리치며 이 자리에 섰다. 장애인이자 여성으로서 택시 운전을 하는 게 어렵지 않겠냐는 주변의 우려가 컸지만 그는 “나 같은 사람도 일할 수 있다는 것을 세상에 알려주고 싶었다”고 말한다. 되레 “수화를 못 하는 청인(비장애인)이나 나나 장애는 똑같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들이 모는 택시 뒷좌석에는 문자 혹은 음성-문자 전환 기능이 내장된 태블릿PC가 탑재돼 있어 기사와 탑승자 간 소통을 돕는다. 간혹 취객이나 기기 사용이 어려운 어르신이 탈 경우 응대에 어려움을 겪기도 하지만 많은 승객의 응원에 기사들은 힘을 얻는다. 이씨는 “태블릿에 나오는 수화 영상을 보고 금세 배운 손님들이 내릴 때 ‘감사합니다(왼손 위에 오른손을 세워 톡톡 침)’라는 수화를 하면 기분이 좋아진다”고 전했다.

노무직 청각장애인의 월평균 수입은 120만원이지만 택시를 모는 청각장애인들은 두 배 이상 많은 255만원을 번다.

사회적기업 코액터스는 서울과 경기·대구 등지에서 청각장애인을 위한 ‘고요한택시’ 서비스를 운영하며 이들에게 일자리와 자존감을 안겼다. 여기에 SK텔레콤이 ‘깜빡이 알림’과 ‘메시지 전달 솔루션’ 등을 탑재한 청각장애 전용 ‘티맵택시’를 만들었다.

청각장애인 기사는 신신기업 6명을 포함해 전국 18명이 활동한다. 택시 운전대를 잡고 싶어하는 장애인이 많지만 대개 자격검정을 통과하지 못해 포기한다. 심상홍 신신기업 대표는 “운전면허처럼 택시 자격검정도 청각장애인을 위한 수화 서비스가 제공되면 좋을 것 같다”며 “지원만 한다면 더 많은 장애인을 뽑고 싶다”고 말했다.
/임진혁기자 libera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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