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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점] 과거 여론조사 대부분 오발탄...선거 2~3개월 전 상황이 승패 좌우

[총선 D-5개월 여론조사 믿을만 한가]
2015년 11월엔 새누리당 압승 예고됐지만 실제 결과는 패배
최근 민주당 지지율 40% 전후로 크게 앞서도 승리 장담 못해
소용돌이 한국정치...21대 총선 야권통합·선거법 등 변수많아
"감동주는 쇄신·비전으로 중도층 마음 잡는 쪽이 승리할 것"

  • 김광덕 논설위원
  • 2019-11-18 00:05:10
  • 기획·연재
[관점] 과거 여론조사 대부분 오발탄...선거 2~3개월 전 상황이 승패 좌우

“내년 4월 총선에서 여야 어느 쪽이 승리할까?” 요즘 정치 문제가 화제에 올랐을 때 가장 많이 듣게 되는 질문이다. 이에 대해 “지금은 총선 결과를 예측하는 게 어렵다”고 대답하곤 한다. 내년 1월 하순 설 연휴가 끝난 뒤에야 승부 윤곽이 드러날 것이라고 덧붙인다. 왜냐하면 우리 선거사를 복기해보면 총선을 5~6개월 앞두고 예측한 것은 대부분 빗나갔기 때문이다. 오히려 선거 직전 2~3개월 사이에 벌어진 일들이 결정적으로 승패를 좌우했다.

[관점] 과거 여론조사 대부분 오발탄...선거 2~3개월 전 상황이 승패 좌우
20대 총선 사전투표 첫날인 2016년 4월8일 서울 용산구 서울역에 마련된 남영동 사전투표소에서 시민들이 기표소를 나오고 있다. 내년 4월15일에 실시되는 21대 총선의 향방은 야권 통합과 선거법 개정 등 변수가 많아 선거 2~3개월 전에야 윤곽이 잡힐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경제DB

◇한국 선거는 ‘소용돌이’… 5개월 전 예측 거의 빗나가

지난 2004년 4월 17대 총선에서 신생 여당인 열린우리당이 총 299석 중 과반 의석인 152석을 차지했다. 총선 2~3개월 전에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이변이었다. 노무현 대통령 세력이 창당한 열린우리당은 당초 100여석을 얻을 것으로 전망됐다. 그러나 그해 3월 국회가 노 대통령 탄핵을 의결한 뒤로 민심의 역풍이 불어 열린우리당은 민주당 계열 정당 사상 최대 의석을 얻어냈다. 2012년 19대 총선에서 박근혜 비대위원장이 이끄는 새누리당이 152석의 과반 의석을 확보해 민주통합당(127석)을 큰 차이로 누른 것도 예상 밖의 결과였다. 2016년 20대 총선을 앞두고 여당인 새누리당이 절반을 훨씬 넘는 의석을 얻을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투표함을 열어보니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123석을 차지해 새누리당을 한 석 차이로 따돌리고 제1당으로 올라섰다.

총선 결과 예측이 어려운 것은 ‘정치는 생물’이기 때문이다. 주한 미국대사관에서 근무했던 그레고리 헨더슨은 한국 정치를 ‘소용돌이 정치’라고 표현하기까지 했다. 선거일이 다가올수록 판세 변화 속도가 빨라지기 때문에 선거 앞 5개월의 소용돌이는 평소 5년의 물결 변화와 비슷한 비중을 갖는다. 특히 내년 총선에서는 대결구도를 비롯한 여러 변수가 작용하므로 선거 판세는 상당히 유동적이다. 다만 요즘은 ‘선거 운동장’이 여야 중 어느 쪽으로 유리하게 기울어지는지 조정되는 시점이다.

[관점] 과거 여론조사 대부분 오발탄...선거 2~3개월 전 상황이 승패 좌우

◇20대 총선 D-5개월(2015년 11월) 여론조사 결과

총선 전 여론조사와 개표 결과의 함수관계를 풀어보기 위해 20대 총선을 5개월 앞둔 4년 전 시점의 여론조사 결과를 되짚어봤다. 한국갤럽이 2015년 11월10~12일 전국 성인 1,01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3.1% 포인트) 결과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은 40%였다. 정당 지지율에서는 여당인 새누리당 39%, 제1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 22%, 정의당 4%였다. 당시 새누리당은 영남권뿐 아니라 수도권에서도 강세를 보였다. 서울의 경우 새누리당이 41%였으나 새정치민주연합은 18%에 그쳤다. 리얼미터가 2015년 11월9~13일 전국 성인 2,61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2.0%포인트) 결과 박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은 45.6%였다. 정당 지지율에서는 새누리당 40.8%, 새정치민주연합 27%, 정의당 5.2%였다.

그러나 2016년 4월13일 실시된 20대 총선 개표 결과는 5개월 전 여론조사와 비교하면 완전히 딴판이었다. 새정치민주연합의 후신으로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지역구 110석, 비례대표 13석 등 총 123석을 얻어 제1당이 됐다. 반면 여당인 새누리당은 지역구 105석, 비례대표 17석 등 122석에 그쳐 참패했다. 이어 안철수 대표가 새로 창당한 국민의당이 38석, 정의당은 6석을 얻었다.

당시 선거구도를 보면 야권 분열로 더불어민주당이 오히려 불리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진보 성향의 정의당이 독자적으로 출마하는데다 호남을 주요 기반으로 하는 새 야당인 국민의당까지 출범했기 때문이다. 위기에 빠진 새정치민주연합은 더불어민주당으로 당명을 바꿔야 했다. 그러나 여권 내부의 계파 대립이 격화하면서 다수의 중도층이 새누리당에 등을 돌렸다. 박 대통령과 친박계 핵심들이 ‘진박(眞朴)’ 위주의 공천을 밀어붙인데다 김무성 대표가 이에 반발해 ‘옥새 파동’을 일으키면서 여권 사상 유례없는 내홍이 불거졌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김종인 비대위원장 주도로 현역 의원 대폭 물갈이 공천을 하면서 이미지 변신에 성공했다.

[관점] 과거 여론조사 대부분 오발탄...선거 2~3개월 전 상황이 승패 좌우

◇21대 총선 D-5개월(2019년 11월) 여론조사 결과

21대 총선을 5개월 앞둔 요즘의 여야 지지율 추세를 들여다보게 된다. 한국갤럽이 11월12~14일 전국 성인 1,0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3.1%포인트) 결과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은 46%를 기록했다. 정당 지지도는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40%,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 21%로 나타났다. 일주일 전과 비교하면 더불어민주당은 1%포인트, 자유한국당은 2%포인트 각각 하락했다. 정의당은 10%, 바른미래당은 5%, 민주평화당·우리공화당은 각 1% 등으로 조사됐다.

리얼미터가 tbs의 의뢰로 11월11~13일 전국 성인 1,50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2.5%포인트) 결과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은 47.3%를 기록했다. 정당 지지도에서는 더불어민주당이 지난주보다 1.6%포인트 오른 39.4%, 자유한국당은 3.9%포인트 내린 29.7%를 각각 나타냈다. 정의당은 6.3%, 바른미래당은 5.9%였다. 여론조사의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총선 D-5개월 시점의 두 여론조사를 비교하면 4년 전 제1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과 현재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의 지지율이 상당히 비슷하다. 한국갤럽 조사에서 4년 전 새정치민주연합이 22%였는데 현재 자유한국당은 21%로 집계됐다. 리얼미터 조사에서는 새정치민주연합이 27%, 자유한국당은 29.7%로 나왔다. 4년 전 여당인 새누리당과 현재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지지율도 큰 차이가 없다. 한국갤럽 조사에서 4년 전 새누리당이 39%였고 현재 더불어민주당은 40%로 나왔다. 리얼미터 조사에서는 새누리당이 40.8%, 더불어민주당은 39.4%였다.

여론조사 전문가인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은 “4년 전과 요즘의 여론조사 결과를 비교하면 당시와 현재의 여당과 제1야당의 지지율이 놀라울 정도로 비슷하다”면서 “이번 총선에서는 여러 변수가 있으므로 선거 직전 1~2개월 동안의 움직임이 판세에 결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분석했다. 배 소장은 “중도층의 마음을 잡는 쪽이 결국 승리한다”면서 “어느 정당이 더 진정성 있게 변화하고 유권자들에게 감동을 주는 미래 비전을 제시하느냐가 승부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 4월 총선의 8대 변수

내년 총선 승부 예측이 더 어려운 것은 어느 때보다 많은 변수가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등장할 선거 변수로 △야권 통합 여부 △연동형 비례대표 선거제 통과 여부 △박근혜 전 대통령 석방 여부 △남북관계 △공천 물갈이를 비롯한 여야의 인적 쇄신 △조국 사태의 후속 파장 △문재인 정부의 경제 성적표 △연령대별 투표율 등 크게 8가지를 들었다.

우선 보수 통합과 연대 성사 여부는 대결구도를 결정하기 때문에 최대 변수라고 할 수 있다.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우리공화당, 보수 시민단체 등이 하나로 뭉치는 ‘보수 빅텐트’가 성사된다면 보수 야당이 유리한 고지에서 선거를 치르게 된다.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의 유승민 의원계만이라도 통합한다면 야당은 보수 표 분산을 어느 정도 막을 수 있다. 그러나 야당 통합이 불발되고 이른바 ‘보수 빈 텐트’가 돼버리면 야권은 위기를 맞게 된다.

다당제와 친화성이 있는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도입되면 ‘반문(反文) 연대’를 위한 야권 통합 자체가 어렵게 되므로 자유한국당은 어려운 구도에서 선거를 치러야 한다. 선거제도가 이렇게 개편되면 정의당이 더불어민주당과의 선거 공조를 통해 의석을 크게 늘릴 가능성이 높다. 만일 박 전 대통령이 연말이나 내년 초쯤 사면 또는 형집행정지로 석방된다면 주요 변수로 떠오르게 된다. 박 전 대통령이 석방 후 ‘탄핵 책임론’을 제기하지 않고 ‘반문 세력’ 총결집을 외칠 경우에는 야당에 상당한 도움이 된다. 반면 박 전 대통령이 자유한국당과 거리를 두고 우리공화당 등 친박 세력 결집을 호소할 경우에는 보수 분열을 부채질하게 된다.

총선 직전에 북한 김정은 정권이 비핵화 합의를 비롯한 남북관계를 급진전시킬 수 있는 카드를 내놓을 경우 더불어민주당이 유리한 상황을 맞을 수 있다. 반면 북한이 추가 핵실험 혹은 미사일 발사를 감행하거나 남측을 겨냥한 각종 도발을 시도할 경우에는 더불어민주당이 장애물을 만나게 된다. 공천 과정에서 현역 의원을 대폭 물갈이하면서 과감한 인적 쇄신을 하는 정당은 유권자들의 마음에 다가갈 수 있다.

4년 전 총선에서 막판 이변이 생겼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제 시작인 셈이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높은 지지율을 보인다고 안심해서는 안 된다. 낮은 지지율을 보인다고 해서 실망할 필요도 없다. 정치평론가인 김병민 행정학 박사는 “4년 전 총선에서 당초 높은 지지율을 보였던 새누리당이 극심한 계파 갈등과 쇄신 실패로 패배했고 더불어민주당은 공천 물갈이를 통해 승리했다는 점을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박사는 “이번에 조국 사태를 거쳤는데도 민주당이 86세대 퇴진 등 인적 혁신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어려운 상황을 맞게 된다”면서 “자유한국당이 문재인 정권 견제 역할을 제대로 하려면 과감한 쇄신과 보수 통합을 이뤄내야 한다”고 말했다. 늘 민심은 뭉치는 세력, 미래를 향해 변화하는 정당, 낮은 자세로 뛰는 후보들의 손을 들어줬다. 반면 분열하는 세력, 과거로 회귀하는 정당, 오만한 후보들에게는 등을 돌렸다. 이제 남은 5개월의 움직임이 차기 대선으로 가는 길목인 내년 4월 총선의 승패를 결정한다. /김광덕 논설위원 kd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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