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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KLPGA 전관왕 최혜진 "타고났냐고요? 생애 첫 대회서 104타 친 걸요"

<생애 첫 대회-초등학교 5학년 >
3학년때 취미로 처음 골프채 잡아
6학년 되자 언더파, 박세리배 우승
중2때 대표 상비군…실력 확 늘어

  • 양준호 기자
  • 2019-11-17 16:18:01
  • 스포츠
올 KLPGA 전관왕 최혜진 '타고났냐고요? 생애 첫 대회서 104타 친 걸요'
인터뷰 중 질문에 답하는 최혜진. /권욱기자

올 KLPGA 전관왕 최혜진 '타고났냐고요? 생애 첫 대회서 104타 친 걸요'
최혜진이 지난 3일자 서울경제신문에 실린 SK네트웍스·서울경제 레이디스 클래식 우승 사진을 가리키며 환하게 웃고 있다. /권욱기자

104타. 초등학교 5학년 때 최혜진(20·롯데)이 난생처음 나간 대회에서 적은 스코어다. 골프 실력을 타고난 것 아니냐는 물음에 최혜진은 생애 첫 대회의 기억을 들려줬다. 초등학교 3학년에 골프를 처음 시작했을 때만 해도 골프는 그저 취미였다. 골프 대회가 있는 줄도, 골프 선수가 있다는 것조차 몰랐다. 잘 치는 다른 또래 친구들이 70대 타수를 적을 때 100타를 넘겼던 그의 스코어는 그러나 바로 다음 대회에 90대로 들어갔다. 5학년을 마치기 전에는 70대로 진입하더니 6학년이 되자 언더파를 쳤다. 박세리배 대회에서 우승해 박세리에게 직접 상을 받기도 했다. 최혜진의 어머니 공나영씨는 “골프를 본격적으로 시키려니 좋아하던 태권도를 계속 하겠다고 울던 아이였다. 첫 대회에서 충격을 받은 뒤로는 독하게 몰입하는 게 눈에 보였다”고 했다. 최혜진은 “중2 때 국가대표 상비군, 중3 때 국가대표가 됐다. 대표 생활하면서 골프가 부쩍 늘었다”고 돌아봤다.

오랜만에 되찾은 여유를 즐기고 있는 최혜진이 최근 서울 종로구 서울경제 본사를 방문해 어린 시절의 추억과 다가올 새 시즌의 포부를 풀어놨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2년 차인 2019시즌에 상금왕·대상(MVP)·최소타수상·다승왕까지 전관왕의 대기록을 세운 최혜진은 “(신인상과 대상을 탔던) 1년 차가 85점이었다면 이번 시즌은 스스로 90점을 주고 싶다. 만약 4승으로 마쳤다면 90점은 못 주고 87점 정도를 줬을 것 같다”며 웃어 보였다.

전반기에 4승을 몰아친 뒤 넉 달을 우승 없이 보냈던 최혜진은 마지막에서 두 번째 대회인 지난 3일 SK네트웍스·서울경제 레이디스 클래식에서 5승째를 달성했다. 2위와 3타 차의 넉넉한 스코어는 물론 샷과 멘털에서 모두 올 시즌 최고 만족도의 대회였다고 한다. 축하 물세례 때는 어느 때보다 많은 동료들이 달려들어 제 일처럼 축하해줬다. 주변에 늘 동료가 많은 것 같다는 얘기에 최혜진은 “낯가리는 스타일이 아니라서 서슴없이 다가가는 편이다. 아마추어 때부터 KLPGA 투어 대회에 자주 나간 덕에 언니들이랑 일찍 얼굴을 익히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4승 뒤 넉 달 간은 꽤 힘든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그는 “어떤 대회에서는 꾸역꾸역 막아내 상위권에 오르기도 했지만, 또 어떤 대회에서는 그게 안 돼서 등수가 떨어지기도 했다”면서 “우승을 못 해서라기보다 들쑥날쑥한 흐름이 계속돼서 힘들었다”고 당시의 고충을 털어놨다. 최혜진은 “(2승을 올렸던) 지난 시즌도 후반기에 우승이 없었다 보니 올해는 꼭 하고 싶은 마음이 커지면서 더 힘들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후반기 부진 돌파구는 서경 대회

템포 연습기기·멘털메모 덕

5승·전관왕 달성 가능

올시즌 점수는 90점



올 KLPGA 전관왕 최혜진 '타고났냐고요? 생애 첫 대회서 104타 친 걸요'
진지한 표정으로 질문에 답하는 최혜진. /권욱기자

돌파구를 찾은 것은 서울경제 대회를 앞둔 시점에서다. “BMW 부산 대회를 마치고 김해 집에 머물다가 우연히 어릴 때 쓰던 템포 연습기기를 찾은 거예요. 메트로놈처럼 ‘똑딱똑딱’ 소리가 나는 작은 기기인데 진동 기능도 있거든요. 주머니에 넣고 리듬에 신경 쓰면서 샷 연습을 했더니 효과가 있더라고요. 프로암 때도 주머니의 진동에 집중하면서 67타를 쳤는데 그 감각을 본 대회까지 끌고 간 거죠.” 1~4라운드 동안 샷에 불안감이 전혀 없었다는 최혜진은 올 시즌 세 번째로 나흘 내내 언더파를 적었다.

대회 전 멘털 코치와 영상통화를 통해 집중에 도움이 될 문구를 야디지북에 적어놓고 경기 중에 수시로 꺼내본 것도 큰 도움이 됐다. 어떤 문구인지 가르쳐달라는 요청에 최혜진은 비밀이라며 샐쭉 웃어 보였지만, 올 시즌 들은 최고의 응원이 뭐냐는 물음에 대한 답에서 멘털 메모의 내용을 대충 짐작할 수 있었다. 그는 “계속 잘 해나가다가 어느 순간 주춤하면 크게 못 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자책하곤 했다. 그때 주변에서 ‘지금까지 정말 잘 해왔으니까 지금부터 못 하더라도 못 하는 게 아니다’ 라는 말을 들었다”며 “잘했던 것을 인정해주는 사람들이 많다는 생각에 위로가 됐다”고 했다. 그 힘으로 최혜진은 잠깐 내줬던 상금 1위를 탈환하고, 최종전에서 역대 일곱 번째 전관왕 타이틀까지 차지했다.

시즌이 끝나면서 심적 여유를 찾았지만, 미뤘던 학교 수업을 듣느라 최혜진은 시즌 뒤에 오히려 더 바쁘게 지내고 있다. 주 5일을 꼼짝없이 수업에 매달리는 나날이다. 스포츠와 영양학·생리학을 접목한 수업이 특히 흥미롭다는 그는 “올 시즌 제 기록을 통계 프로그램에 넣어서 체계화된 지수로 받아보는 미디어 데이터 분석 수업도 재밌다”고 했다. 틈틈이 ‘코인 노래방’을 찾아 남자 가수의 발라드 곡을 부르는 게 거의 유일한 취미라는 최혜진은 “언젠가 가까운 곳이라도 친구들끼리 여행을 가는 게 목표”라고 한다.

최혜진은 지난 2018시즌을 마치며 “2년 차의 이정은 언니처럼 전관왕 하는 게 새 시즌 목표”라고 밝힌 뒤 올 시즌 진짜로 전관왕을 해냈다. 3년 차 공약은 뭘까. 최혜진은 두 가지를 얘기했다. “올해보다 더 성장한 한 해를 만드는 것, 한결같이 치는 선수로 확실히 기억되는 것이요.” 2021년 미국 진출 계획을 밝힌 최혜진은 “곧 떠날 전지훈련에서는 그린 주변에서의 다양한 칩샷 등 어느 때보다 많은 시험과 시도를 해볼 것”이라고 당차게 말했다.
/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

올 KLPGA 전관왕 최혜진 '타고났냐고요? 생애 첫 대회서 104타 친 걸요'
‘손 하트’를 만들어 보이는 최혜진. /권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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