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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아침에]후반전에는 현실을 똑바로 보라

임석훈 논설위원

준비·감당능력 없이 소주성 실험

2년여 동안 소득 양극화만 심화

경제현상 급변 시대 失機했다가

국민 힘들게하는 愚 범하지 말길





9월20일 통계청 국가통계위원회가 경기 정점에 대한 공식 판단을 발표했다. 애초 6월 논의에서 결정하려다가 석연찮은 이유로 늦춰진 뒤끝이다. 당시 경기 하강기에 경기를 더 냉각시키는 정책을 폈다는 비판을 피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일었다. 아니나 다를까 통계청은 2017년 9월을 경기 기준순환일(정점)이라는 결론을 내놓았다. 2013년 3월을 저점으로 54개월(4년6개월)간 경기가 상승하다가 이후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고 본 것이다.

현재 한국 경제는 경기 순환 주기상 제11 순환기에 있다. 경기 정점에 대한 판단은 이후 경기가 수축 국면으로 접어들었음을 공식 선언하는 의미로 제11 순환기의 수축기는 제6 순환기(29개월)·제8 순환기(28개월)에 이어 지속기간이 역대 세 번째로 길다. 내년 초까지 하강 국면이 계속되면 최장 기록을 세운다.

경기가 정점으로 치닫던 2017년 7월 홍장표 경제수석은 청와대 페이스북 동영상 ‘친절한 청와대-최저임금 대책 편’에 출연해 이렇게 말했다. “가계가 잘사는 나라를 만들어가는 것이 우리의 꿈이다. 이번 조치(일자리 안정기금 등 최저임금 대책)는 정부가 재정자금을 투입해 가계소득을 늘리고 이를 바탕으로 내수를 증진해 결과적으로 소득분배와 성장으로 이어지는 소득주도 성장의 첫 출발점이다. 꾸준히 지켜봐달라.” 그로부터 2년여가 지난 지금 소득주도 성장은 그로기 상태다.

소비와 투자가 살아나기는커녕 소득 양극화가 심화하고 일자리는 줄고 있다. 급기야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반발까지 불러왔다. 시간이 갈수록 나아지기는커녕 사정이 나빠지고 있다. 이달 5일 통계청이 발표한 ‘비임금근로 및 비경제활동인구 조사 결과’를 보면 구직마저 포기한 인구가 사상 최대다. 8월 기준 일할 능력이 있어도 일자리가 없는 등의 이유로 ‘그냥 쉰다’는 사람이 217만3,000명에 달했다. 전년 동월 대비 34만9,000명이나 늘었다. ‘쉬었음’ 인구가 200만명을 넘은 것은 8월 기준 관련 통계집계 이후 처음이다.



직원 없이 혼자 일하는 자영업자도 1년 만에 9만7,000명 증가한 412만7,000명이었다.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가 직원을 해고하고 혼자 영업을 하거나 리스크를 덜기 위해 고용원 없는 창업이 늘고 있다”는 게 통계청의 설명이다. 그만큼 모두가 힘들어졌다는 얘기다. 올해 우리 경제는 2% 성장도 버겁다. 경기가 꺾이는 시점에 실물경제에 부담을 주고 검증이 되지 않은 경제이론을 과도하게 밀어붙였으니 어쩌면 당연한 결과다. ‘꿈’에만 집착하다 보니 시장현실을 안이하게 생각한 것이다.

현 정부의 경제정책 난맥상은 이미 예견됐는지도 모른다. 경제가 정상적으로 굴러가는 상태에서도 성공을 장담하기 힘든데 경제구조가 취약해지는 상황에서 ‘실험’을 했으니 말이다. 실험이라도 대내외 경제환경이 순탄했다면 부작용도 흡수되면서 시간이 지나면 제 궤도에 진입했을지 모른다. ‘6개월 후면 안정화될 것’이라던 청와대·정부의 기대처럼 말이다. 경제가 수용할 준비와 감당 능력이 안 돼 있는데, 그것도 경기가 가라앉는 상황에 속도전을 벌이듯 무리한 정책을 몰아세웠으니 탈이 날 수밖에 없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자서전 ‘운명이다’에서 “돌아보면 진보 인사들의 이상은 높았지만 정책은 참 무능했다”고 아쉬워했다. 참여정부에서 교훈을 얻었을 법한데 문재인 정부도 비슷한 길을 걷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이상만 앞세워 내 편에게서 듣고 싶은 소리만 들으면 시장의 역습을 피하기 어렵다. 더욱이 지금 세상은 인공지능(AI)·플랫폼 경제 등 기존의 경제학 잣대로는 설명하기 힘들 정도로 빠르게 변하고 있다. 정책을 만들 때 고민해야 할 변수가 많아졌다. 이전 통계수치나 어설픈 이상론으로는 급변하는 경제현상을 따라잡을 수 없는 시대다. 국민을 힘들게 하는 실험은 임기 전반전 정도면 충분하다. 후반전에는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더 이상 방황하지 말고 현실을 똑바로 보라. /sh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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