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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북정치] "애국페이 왜 강요하나요?" 예비군 훈련비 왜 쥐꼬리일까

국방부, 기재부 그리고 국회에서도 우선 순위 밀려

"대형 사업, 지역구 사업에 뒷전"

미국은 하루에 16만원, 독일 20만원

국회 예결위 심사 앞두고 있어

野 압박하는 당청, 나경원 "예비군 훈련비는 증액할 것"

2019년 예비군훈련이 시작된 지난 3월4일 경기도 남양주시 육군 56사단 금곡 과학화예비군훈련장에서 마스크를 착용한 예비군들이 시가지 전투 훈련을 준비하고 있는 모습이다./연합뉴스




2020년도 예산안 심사를 앞두고 여권에서 예비군 훈련비를 인상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습니다. 현재 동원 예비군이 받는 2박 3일 훈련비는 3만 2,000원입니다. 병장 봉급과 타국 사례 등과 비교했을 때 터무니없이 적은 금액이라는 이유로 청년들 사이에서는 ‘애국페이’라는 자조적 신조어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인데요. 이에 국방부와 병무청은 내년도 예비군 훈련비를 올해의 2배 수준인 7만 2,500원으로 올려 예산 편성을 했습니다. 하지만 기획재정부는 재원 부족 등을 이유로 해당 예산을 3만 6,000원으로 삭감해 국회에 제출했고, 이는 국회 국방위원회 예산 심사 과정에서 극적으로 다시 증액돼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심사를 앞두고 있습니다.

최근 5년간 예비군 훈련비 단가는 2016년 7,000원, 2017년 1만 원, 2019년 1만 6,000원입니다. 5년간 평균 인상률은 49%로 수치로 볼 때는 큰 폭으로 인상된 것 같지만, 국가별 예비군 훈련 보상비 현황과 비교했을 때는 현저히 낮다는 주장이 나옵니다. 민주당의 최재성 의원실로부터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하루에 16만 원의 훈련비를 받고, 이스라엘과 독일도 각각 17만 원, 20만 원을 받습니다. 국가별로 사회적 여건이 다르다는 점에서 직접 비교하는 게 적절치 않을 수 있지만 금액 차이가 상당한 게 사실이라는 입장입니다. 이에 국방부는 2022년까지 2017년도 최저임금의 50% 수준까지 맞추겠다는 목표로 매년 증액을 요청 중입니다. 예비군은 사회인의 신분을 함께 가지고 있음을 고려해 최소한 병장 봉급 이상의 진전된 보상 기준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병역법에 따르면 동원 훈련에 참여하는 예비군의 복무와 처우는 현역에 준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국방부는 2020년도 예산을 짤 때 예비군 훈련비를 현역 병장 월급 수준인 7만 2,900원으로 편성했습니다. 산출 근거는 6,470원 (2017년도 최저임금)×0.4% (병장 봉급 기준: 2017년도 최저임금의 40%)× 28시간 (훈련시간) 입니다.

더불어민주당 전국 대학생위원회와 청년위원회가 7일 국회 정론관에서 동원예비군 훈련비 인상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국회 관계자들은 예비군 훈련비 인상 문제가 국방부 내부는 물론이고 정부 그리고 국회 예결위에서도 우선 순위 경쟁에서 밀리고 있다는 구조적 문제를 지적했습니다. 한 국방위 관계자는 “국방 예산에서 예비 전력 예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최근 5년간 고작 0.3% 수준”이라며 “국방부 내부에서도 예비 전력 문제보다는 신무기 도입 등 굵직한 사업과 그 예산에 관심이 집중돼있는 게 사실”이라고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실제로 한국국방연구원(KIDA)이 지난달 발간한 ‘합의형성 관점에서 본 예비군훈련정책’이라는 제목의 ‘국방논단’ 등에 따르면, 국방예산에서 예비전력 예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5년 1,275억 원(국방예산 대비 0.34%), 2016년 1,231억 원(0.32%), 2017년 1,371억 원(0.34%), 2018년 1,325억 원(0.31%), 2019년 1,703억 원(0.36%) 등입니다.

국방부가 큰 마음 먹고 예산을 편성해 제출해도 기획재정부와 국회 예결위 문턱을 넘기가 쉽지 않은 실정입니다. 또 다른 한 관계자는 “국방부에서 예산안이 올라가도 최종 예산안에서는 싹둑 잘려나가기 일쑤”라면서 “국회 예결위에 올라가도 의원들은 지역구 예산을 조금이라도 더 끼워 넣는 데 관심이 크다 보니 뒷전으로 밀릴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최재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에서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의 국방부 국정감사에서 정경두 국방부 장관에게 질의하고 있다./연합뉴스


2020년도 예비군 훈련비는 국회 예결위 심사에서 최종 결정됩니다. 당과 청와대는 예산 심사를 앞두고 예비군 훈련비 인상 필요성을 두고 물밑 논의를 진행해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예비군 훈련비 인상은 당정청이 함께 하는 청년미래연석회의에서 중점 논의돼온 문제로 우리가 증액해 통과시켜야 할 중점 예산 중 하나”라면서 “여당이 중점 예산이라고 강조하면 야당이 쟁점화해 반대하는 경우가 많지만, 예비군 훈련비 문제는 야당도 쉽게 반대할 수 없는 지점이라 생각했다”고 부연했습니다. 실제로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10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예비군 동원 훈련비와 중식비 예산도 정부 안보다 각각 151억 원, 33억 원 증액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최재성 민주당 의원은 올해 예산 정국에서 예비군 훈련비 인상 문제를 가장 먼저 수면 위로 꺼낸 인물입니다. 그는 지난 4일 예비군 훈련비 인상 필요성을 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공식 제기했습니다. 뒤이어 전국 청년·대학생위원회는 지난 7일 예비군 훈련비 인상을 촉구하는 기자 회견을 개최했습니다. 위원회는 성명서를 통해 “분초를 쪼개 생활하는 청년들에게 생업을 중단하고 2박 3일 입영 훈련에 참여하는 보상비로 3만 2,000원은 비현실적”이라며 “최저임금 기준으로 올리는 것이 마땅하지만, 현재 최저임금의 40%인 병장 월급 기준을 고려해 7만 2,500원으로 책정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헌법에 명시된 군역의 의무를 다하는 20대 청년에게 합당한 보상이 따라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여선웅 청와대 청년소통정책관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예전엔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 중에 불합리한 것이 많았다. 예비군 동원훈련비도 마찬가지”라며 “우리는 교통비 주는 것에 만족했으나 이제는 그러지 말고 정당하게 요구하자”고 인상 필요성을 주장했습니다. 그는 지역 간담회에서 한 청년으로부터 ‘제대를 했는데 왜 애국페이를 강요하나’란 질문에 별다른 설명을 하지 못했던 일화를 소개하면서 “제대 4년 차까지의 젊은 남성들은 2박 3일 생업을 접고 다시 군대에 들어가는데, 그 기회비용이 하루 일당도 안 되는 3만 2,000원이라니 (너무 적다)”고 지적했습니다. 여 정책관은 “국회에서 내년도 예산안 심사가 한창인데 지역구 사업이 아니라서 그런지 매번 예결위와 기재부 문턱을 넘지 못했다. 올해만큼은 동원훈련 보상비가 현실화되기를 바란다”고 희망했습니다.
/하정연기자 ellenah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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