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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필의 3분 월스트리트] 껍데기 RCEP 홍보하는 정부 비웃는 美

RCEP 인구 많지만 시장개방 낮아

경제 치명타 한일 FTA 설명 안 돼

미국 인도태평양 전략과 충돌해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은 우리나라 최초이자 세계 최대의 메가 자유무역협정(FTA)로써 세계인구 절반 전세계 국내총생산(GDP)의 1/3을 차지하는 거대 경제블록을 형성하여 안정적인 역내 교역·투자 기반 확보 효과가 기대된다’

지난 4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내놓은 RCEP에 대한 설명입니다. 엄청난 경제효과가 있는 것 같아서 이것 하나면 미중 무역전쟁도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도 다 이겨낼 수 있을 듯합니다. 정말 그럴까요? RCEP이 만병통치약이라도 되는 걸까요?

지난 4일 태국 방콕 임팩트 포럼에서 열린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에서 각국 정상들이 기념촬영을 위해 나란히 서 있다. /방콕=연합뉴스




시장개방도 낮아…효과 상대적으로 작아

RCEP는 직관적으로 보면 이해가 쉽습니다. 청와대와 정부가 내세우는 15개국 세계인구 절반의 메가 FTA라는 말을 뒤집어보죠. 15개국이 참여하면 얼마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엇갈리겠습니까? 선진국인 일본부터 한국, 중국, 아세안 등은 모두 산업화 정도가 제각각이고 강점이 있는 분야가 다릅니다. 그래서 높은 수준의 시장개방이 처음부터 불가능합니다. 일본과 한국, 여기에 상대적으로 제조업이 강한 중국이 있는데 높은 수준의 관세 철폐는 시작할 때부터 안 되는 일입니다.

구체적인 양허수준을 봐야 하지만 RCEP의 낮은 시장개방도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에 의해 수년간 지적돼 온 부분입니다. RCEP가 처음 논의될 때부터 RCEP에 큰 기대를 거는 관료들은 없었습니다. 중국이 주도하니까 중국과 하나 더 경제적으로 얽힐 수 있으니까 발을 담갔던 것입니다. 가위바위보를 15명(인도 포함 시 16명)이서 한다고 생각해봅시다. 어떤 결론이 나올지.

시장 개방 관련해서는 정반대의 문제도 있습니다. 거꾸로 RCEP의 시장 개방도가 높다면 우리 입장에서는 당장 일본이 문제입니다. 통상관료들이 죽어도 피하려고 하는 게 한일 FTA입니다. 일본의 보복조치에서도 드러났듯 우리나라는 일본에 소재와 부품에 대한 의존도가 높습니다. 한일 간 FTA는 이를 더 강화할 것입니다. 그런데 일본까지 들어온 RCEP에서 높은 수준의 시장개방이 이뤄진 것이라면 정부는 되레 국민들에게 이를 해명해야 합니다. 사실상 한일 FTA 효과를 낼 수 있으니까요. 윌리엄 로스 상무장관이 RCEP를 두고 “RCEP는 별 것 아니다. 아주 낮은 수준의 조약”이라고 한 것도 낮은 시장 개방도를 두고 한 말입니다. 미국도 마음이 편치는 않겠지만 단순하게 중국 주도라서 미국이 깎아내린다고만 생각하면 곤란합니다. 월스트리트와 미국 매체는 RCEP에 별다른 관심조차 두지 않고 있습니다.

이는 수치로도 비교가 가능합니다. 한미 FTA가 추진될 때 10년간 GDP가 6%가량, 한중 FTA는 2.28%라고 했습니다. RCEP는 1.76%입니다. FTA가 GDP에 주는 영향에 대한 수치를 믿지 않습니다만 RCEP는 이 정도 수준인 것입니다. 사람이 많다고, 전세계 인구의 절반이라고 감탄할 게 아닙니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5일 서울 종로구 한국무역보험공사에서 ‘RCEP/신남방 FTA 산·관·학 간담회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RCEP는 정치 FTA…기체결 FTA 많아 중복에 중복

산업부가 내놓은 자료를 보면 RCEP에는 아세안 10개국과 중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 등이 협정문 타결을 선언했다고 나옵니다. 이제부터 비교해보죠. 현재 우리나라는 아세안, 중국, 호주, 뉴질랜드와 개별 FTA를 맺고 있습니다. 무슨 말인가요. 여럿이서 함께 모여 하는 것도 있지만 둘이 따로 만나 시장개방을 하기로 한 협정이 있다는 겁니다. RCEP가 없어서 대부분은 기존 FTA로 서로 시장을 개방한 나라들입니다.



물론 여럿이 만나 새로 맺은 협정에서 좀 달라진 게 있습니다. 정부는 한-아세안 FTA에는 없던 전자상거래 분야를 새로 만들고 지식재산권 챕터를 도입했다고 밝혔습니다. 좋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가 FTA를 맺을 때 가장 우선 시 하는 게 자동차를 비롯한 제조업 분야입니다. 상대방 국가의 자동차 시장을 추가 개방하고 관세를 대폭 낮춘다면 우리나라에 엄청난 이득입니다. 그런데 이런 부분에 대한 설명은 없습니다.

추가로 세부적인 부분을 더 살펴봐야 합니다. 한미 FTA 재협상 때 우리가 내준 픽업트럭 시장개방 연기처럼 나중에 부담이 될 게 있는지를 말입니다. FTA는 디테일이 중요합니다.

중요한 것은 정부가 자랑하는 것이 중소기업의 아세안 진출 확대라는 점입니다. 중소기업도 계속 발전해 나가야 합니다. 하지만 이것만을 두고 RCEP의 효과를 강조하기에는 부족해 보입니다. 통관 원활화 같은 것은 부수적인 부분입니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인도가 빠졌다는 점입니다. 인도는 중국 제품이 자국 시장을 파고 들 것이라는 우려 때문에 막판에 협정에서 빠졌습니다. 경제적인 부분이지만 정치적 고려도 컸다고 봅니다. 중국이 주도하는 무역협의체에 굳이 끌려 들어갈 이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한 인도 현지 언론은 “모디 총리의 결정은 정치적인 것이 배경”이라며 “미국과 영국이 고립주의로 가고 있는 것을 감안했다”고 분석하기도 했습니다.

RCEP의 효과라면 결국 앞서 언급했듯 중국 주도의 질서에 동참하는 것입니다. 일대일로 정책에 우리가 호응해주듯 중국이 시도하는 경제블록화에 동참한다는 정도입니다. 그래서 RCEP는 정치 FTA입니다. 원래 FTA라는 게 정치적인 요소를 담고 있습니다. 한미FTA와 한중FTA가 대표적이죠.

RCEP는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은 물론 CPTPP와도 충돌한다. 사진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AP연합뉴스


美 인도태평양 전략과 충돌하는 RCEP

껍데기 RCEP에 도취돼 있으면 곤란합니다. 특히 RCEP는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과 충돌합니다. 미국은 이 지역에서 중국과 러시아, 북한을 견제하고 자국의 이익을 극대화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향후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과도 부딪힐 수도 있습니다.

RCEP의 타결 의의를 부정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RCEP의 의미를 정확히 알아야 합니다. 미국과의 동맹을 기반으로 중국과의 관계설정을 해나가야 하는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RCEP도 중요한 협정 가운데 하나입니다. 그러나 지금처럼 RCEP를 부풀리면 자칫 잘못된 신호가 국민들에게 갈 수 있습니다. 중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게(THAAD·사드) 보복 때 한중 FTA는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했습니다. RCEP도 그렇습니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정부가 거론한 RCEP의 지적재산권 조항도 실제 적용은 다른 문제입니다. 중국에서 우리나라의 지적재산권 침해가 계속되는 것처럼 말입니다.

하나 더. RCEP이 구체적으로 거론되기 시작한 것은 2012년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대통령이 되기 한참 전, 지금의 보호무역주의가 나오기 전부터 추진된 협정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통상압박과 방위비 분담 요구를 RCEP로 대체할 수 있는 것도 그러기 위해 만들어진 협상도 아닙니다. RCEP 체결 전후의 우리나라 통상부처의 대응을 보면 걱정이 앞섭니다.
/뉴욕=김영필특파원 susop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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