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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통해 세상읽기] 심광체반

신정근 성균관대 유학대학장

마음 넓어지면 태도 부드러워져

버럭 정치인·위압적 직장 갑질처럼

언어·비언어 표현 거칠면 소통 안돼

한걸음 물러나 대화 방식 관찰을

신정근 성균관대 유학동양학 교수




사람은 말로 자신의 의사를 나타낸다. 언어적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말 이외에도 손짓·몸짓·표정·태도도 사람의 의사를 전달할 수 있다. 비언어적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 생활에서 비언어적 표현이 적지 않고 여러 분야에서 쉽게 감지할 수 있다. 친한 사이일수록 언어적 표현보다 비언어적 표현으로 친밀도를 나타내려고 한다. 사람이 어디 아플 경우 당사자가 아프다고 말하지 않더라도 주위 사람은 표정과 몸짓으로 아픈 사실을 감지할 수 있다. 범죄 혐의를 받는 사람이 당당하게 의혹을 부인한다고 하더라도 어딘가 불안한 모습을 드러내기도 한다. 사실을 감추려고 해도 완전히 숨길 수는 없기 때문이다.



최근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 총선기획단을 발족하면서 내년 4월에 치를 총선 준비에 열을 올리고 있다. 우리나라 선거에서 인물과 지역 구도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 이 때문에 정당은 기성 정치인을 참신한 인물로 물갈이해 지역 구도의 우위를 확실하게 다지려고 한다. 이 과정에서 불출마를 선언하는 사람의 표정은 힘이 넘치고 당의 지도부에 요구하는 사항이 많다. 반면 물갈이 대상에 오르내리는 인물은 뚜렷하게 입장을 밝히지 않으면서 상황의 추이를 유심히 관찰한다. 인터뷰 요청이 들어오면 답변이 애매하고 말꼬리를 흐리기가 쉽다. 여기서도 비언어적 표현이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대학’을 보면 비언어적 표현과 연관되는 흥미로운 구절을 만난다. “경제적 부(富)는 집을 빛나게 꾸미고 사람 사이에 인정받는 덕망은 몸을 빛나게 해 마음이 넓어지면 몸이 펴진다(부윤옥·富潤屋, 덕윤신·德潤身, 심광체반·心廣體반).” 부와 덕망은 사람의 각각 다른 곳을 빛나게 만든다. 부는 사람이 사는 집을 화려하게 꾸밀 수 있고 덕망은 사람의 몸을 돋보이게 만든다. 아울러 마음에 부끄러움이 없으면 마음이 드넓어지게 되고 몸도 절로 편안하게 쭉 뻗을 수가 있다.



우리는 흔히 “나쁜 짓 하고서는 두 다리 뻗고 잠을 자지 못한다”고 말한다. 부당한 일을 하고서 대외적으로 아무리 잘못이 없다고 하더라도 악몽에 시달리거나 마음 한쪽에 걱정거리가 쌓여 잠을 자도 편안히 잘 수 없는 것이다. 반면에 윤동주 시인이 노래했듯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다’면 심광체반의 비언어적 표현이 나올 수가 있다.

요즘 우리의 삶에서 언어적 표현과 비언어적 표현이 모두 거칠다는 공통점을 보인다. 중고등 학생은 학교에서 비속어와 욕설을 쓰지 않고서는 대화를 나눌 수가 없다. 실제 하는 말의 의미가 그대로 쓰이지 않지만 사용하는 어휘는 거칠기가 그지없다. 정치인의 비언어적 표현은 버럭·호통·분노를 연상시킬 정도로 점잖지 않다. 회사에서 갑질은 욕설·호통 등 언어적으로 표현된다. 이렇게 언어적 표현과 비언어적 표현이 모두 거칠고 위압적 특성을 지니고 있는 탓에 의사를 수평적으로 교환하고 대화를 대등하고 자연스럽게 나누기가 쉽지 않다.

이렇게 언어적 표현과 비언어적 표현이 거칠고 위압적 특성을 지니다 보니 사람의 마음 씀씀이는 좁쌀처럼 작고 좁으며 몸도 애태우며 수척하게 된다. 심광체반과 반대로 심협체초(心狹體憔)라고 할 수 있다. 무슨 일만 생겨도 깜짝깜짝 놀라고 몸은 쫙 펴지 못하고 웅크리고 마음은 걱정으로 가득 차 있다. 심협체초는 별일이 아닌데도 버럭 화를 내고 상대의 사소한 말도 그냥 넘어가지 못하고 공격적으로 대응하게 된다. 작게는 신경증의 반응을 보이고 크게는 히스테리를 부리게 된다.

사람은 끊임없이 언어적 표현과 비언어적 표현을 뒤섞어 주위 사람들에게 신호를 보낸다. 또 나 아닌 다른 사람의 신호를 수신한다. 이러한 송신과 수신이 심광체반으로 이어질 때랑 심협체초로 이어질 때 판이하다. 심광체반은 송신과 수신이 자연스럽고 부드럽게 이어져 삶의 만족도를 높이지만 심협체초는 송신과 수신이 자주 끊어지고 신경질적 반응을 주고받으며 불만족을 낳는다. 우리는 자신이 어떤 방식으로 자신의 언어적·비언어적 표현을 송신하고 또 상대의 표현을 수신하는지 한걸음 뒤로 물러나서 관찰해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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