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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십자각] 재벌 오너로서의 책임감

이현호 사회부 차장





“다 제 책임입니다. 변명의 여지가 없습니다.”(A그룹 부회장) “아버지가 결정권을 갖고 있어 거역 못하고 이행했을 뿐입니다.” (B그룹 회장)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 사건으로 법정에 선 A그룹 부회장과 B그룹 회장의 최후 진술이다. 한쪽은 자신의 책임을 통감한다고 사죄한 반면 다른 한쪽은 자신의 책임이 전혀 없다고 떠넘기는 뉘앙스다.

상반된 발언처럼 법원의 판결도 갈렸다. 모든 걸 책임지겠다는 A그룹 부회장은 상고심에서 대법원이 뇌물액을 추가로 인정해야 한다는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내 2심 재판을 다시 받게 됐다. 하지만 B그룹 회장은 상고심에서 대법원이 국정농단 연루와 경영비리 혐의에 대해 징역형 집행유예가 확정돼 경영에 복귀했다.

파기항소심 재판이 시작되면서 부담을 느낀 A그룹 부회장은 지난달 말 사내 등기이사직을 내려놓았다. 회사와 직원들에게 부담을 주기 싫다며 연임을 포기한 것이다. 오히려 그룹 총수답게 글로벌 위기를 타파하기 위한 경영 행보는 더욱 활발히 펼치는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이며 연일 언론에 오르내리고 있다. 반면 B그룹 회장은 서둘러 경영에 참여했다. 이전에 그룹 총수들은 유죄가 확정되면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고자 경영에서 물러났던 것과 상반된 행보다. 법정 구속될 당시 내놓은 일본계열사 대표이사직에도 대법원의 확정판결이 나오지도 않은 올 2월 재취임했다.



재벌 오너가 지녀야 할 덕목인 책임감에 대해서는 시장에서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 올해 3월 한국 재벌 역사상 초유의 사건이 있었다. 고(故)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대한항공 사내이사 연임이 주주총회에서 부결됐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전격 퇴진했다. 조 회장의 경우는 국민연금 등 주주들이 배임·횡령 연루에 대한 기업가치 훼손의 책임을 물은 것이다. 박 회장은 회계 문제로 금융시장 신뢰 상실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주목해야 할 것은 시장의 반응이다. 박 회장의 경우 발표 직후 12%까지 올라갔다. 그러나 대한항공의 경우 연임 부결 다음 날 주가가 하락했다. 고 조 회장이 연임되지 않아도 실질적 영향력이 여전하다는 부정적 이유에서다.

탈법 행위를 한 그룹 총수에 대한 처벌 수위가 낮아지면 항상 재벌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재판부는 엄격하게 처분한다지만 어려운 경제상황과 대기업이 우리 경제에 기여한 공로를 고려해야 한다는 명분을 내세운다. 물론 대기업이 경제성장을 위해 노력한 부분들은 충분히 인정해야 한다. 다만 재벌들도 시대변화에 발맞춰 변화된 모습을 보여야 하고 잘못된 행동에 대해서는 공정하게 처벌 받는 오너로서의 책임감을 보여야 한다.

윈스턴 처칠은 ‘위대함의 대가는 책임감’이라고 했다. 그룹 총수로서 많은 권한을 누리지만 부도덕한 행위에 대해서는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참된 재벌 오너로 평가받을 수 있을 것이다. hhle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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