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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정택의 세상보기] 나랏빚 쌓는 공무원 증원

정석인하학원 이사장

노동력 주는데 공무원만 늘리면

나랏빚 증가하고 민간동력 약화

국회가 '정부 팽창' 견제 나서야





정부에서 내년 공무원 채용 시험 일정을 발표했다. 국회에 제출한 예산안에 의하면 내년에 국가공무원 정원이 1만9,000명 늘어나며 지방직 공무원 1만5,000명을 합치면 전체 공무원 증원이 3만4,000명으로 1991년 이후 최대다. 한 인터넷 언론은 ‘공무원 채용 인원이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최대 규모를 자랑할 것으로 예측된다’고 표현했다. 하지만 공무원 증원은 자랑할 일이 아니라 나라의 빚을 늘리며 민간 경제를 파탄으로 이끄는 조치다.

내년 예산의 국가공무원 인건비는 1조9,000억원이 증가하며 지방공무원도 그에 상응해 늘어날 것이다. 전체 예산과 비교해 크지 않다고 여길 수 있지만, 통합재정수지 적자가 20조원, 관리재정수지 적자가 50조원인 상황에 비춰보면 인건비 증가로 인한 적자 압박이 만만치 않다. 현직 공무원의 봉급에 추가해 은퇴한 공무원의 연금 적자 보전을 위해 올해 1조6,000억원, 2023년 이후에는 3조원 이상의 세금이 사용된다.

지난 한 해 동안 재무제표상 국가부채가 127조원 늘었다. 그중 94조원이 공무원과 군인연금의 충당부채다. 현 정부가 임기 동안 17만4,000명의 공무원을 늘리면 앞으로 30년간 무려 328조원의 인건비가 추가 소요될 것으로 국회 예산정책처가 추산한다.

정부는 공무원 증원뿐만 아니라 사회서비스 및 공기업 인력 증원으로 공공 부문 전체에서 80만명의 고용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비용은 차치하고라도 경제 전체의 인력 수급을 왜곡하는 큰 문제를 일으킨다. 1991년 3만여명의 공무원을 늘렸을 때는 생산가능인구가 매년 수십만명씩 늘어 그중 일부를 공공 부문에서 써도 괜찮았지만, 2017년 이후에는 생산가능인구가 정점을 찍고 감소되는 상황이다. 한정된 인력 풀에서 80만명을 공공 부문에 빼 쓴다는 건 민간의 동력을 죽이는 길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한국 경제 보고서도 노동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공공 부문 일자리를 늘리는 계획은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주고, 항구적 재정압박을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의 공무원 시험 준비생이 40만명이 넘는다고 한다. 공무원을 지망하는 주된 이유는 신분 보장과 연금 등 직업의 안정성 때문이다. 한창 일할 나이의 많은 사람들이 학원과 고시촌에서 오랜 시간을 시험 준비에 매달리는 모습은 국가적 자원의 낭비를 보여준다.



정부는 비판 의견을 의식해 공무원 증원이 집배원·소방·경찰 등 국민 생활과 직결되는 분야 중심으로 이뤄진다고 강조한다. 국민과 직접 접촉하는 특수 분야 공무원들이 업무 과중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게 사실이지만 젊은 층의 절대 수가 줄어드는 나라의 형편상 인원 증가로만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제약이 있다.

드론으로 소포를 배달하는 기술이 개발되고 자율자동차와 인공지능이 각 분야에서 활용되는 4차 산업혁명의 시대다. 가능한 한 시설과 장비의 개선을 통해 애로를 해결하도록 노력하고, 처우 개선과 복지 확대를 통해 사기를 높이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정부는 공무원 정원을 늘리는 근거로 한국의 공무원 비율이 OECD 평균과 비교해 낮다는 점을 든다. 그러나 덴마크와 같이 공무원 비율이 높은 북유럽 국가들은 100년이 넘는 복지국가의 전통을 지니고 있고 담당 공무원들의 경험과 전문성이 국제적으로도 인정받고 있다. 그리스·아르헨티나와 같은 나라가 방만한 정부와 공무원의 해이로 위기를 맞았다는 교훈을 잊어서는 안 된다.

정부의 팽창을 견제할 수 있는 곳은 국회다. 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짐 로저스는 “공무원이 꿈인 나라는 활력을 잃는다”고 말했다. 나랏빚이 더 쌓이고 경제가 파탄 나기 전에 예산 권한을 가진 국회가 정부의 공무원 증원 계획을 막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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