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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문특파원의 차이나페이지] <38> 경직된 체제·인프라 부족...외국 관광객 '외면' 내국인은 '해외로'

■확대되는 中 관광산업 ‘적자’

까다로운 비자발급 등 규제 심화

서비스 뒤떨어졌는데 물가는 올라

부서 통합으로 관광 정책도 후퇴

밖으로 나가는 중국인 매년 10%↑

中 찾는 외국인은 10년째 제자리

韓 등 주변 국가에는 새로운 기회

지난 26일 중국 베이징 허성후이 쇼핑몰에서 ‘동계스키관광페스티벌’의 부대행사로 진행된 가수 개리 공연에 중국인들이 환호하고 있다. 중국에서 한국 문화 콘텐츠의 경쟁력이 여전함을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왔다. /최수문기자






지난 26일 중국 베이징 차오양구 허성후이 쇼핑몰에서는 한국관광공사 베이징지사가 주최한 ‘동계스키관광페스티벌’이 열렸다. 한국의 겨울관광을 홍보하기 위해서였다. 페인터스히어로·비보이 등의 공연과 함께 가수 개리의 무대가 펼쳐졌다. 이날 쇼핑몰에 모인 1,000여명의 중국인들은 개리의 공연에 큰 환호를 보냈다. 한재혁 주중한국문화원장은 축사에서 “평창올림픽의 성공이 오는 2022년 베이징동계올림픽 성공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많이 와서 한국의 인프라와 노하우를 배우고 즐기기 바란다”고 말했다.

중국이 내수경기 부양에 안간힘을 쏟고 있지만 정부 관광정책은 오히려 후퇴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해 중국 국무원의 여유국(관광국)과 문화부를 합쳐 출범한 문화여유부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크다. 문화여유부 출범이 관광진흥보다는 정부 개혁 차원에서 진행됐다는 것이다. 문화여유부 출범과 함께 부처 내 업무조정이 진행되면서 관광 부문의 역할이 줄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국 관광업계의 한 관계자는 “통합 부서 관광 담당이 문화부 영도자들의 눈치를 보면서 적극 행정이 오히려 어려워졌다”고 했다.

오랜 역사와 풍부한 문화유산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갖춰놓지 못한 여행 인프라 때문에 중국 관광지에 대해 현지 중국인은 물론 외국인들의 불만도 점점 커지고 있다. 한국관광공사가 현지에서 개최한 페스티벌에 중국인들이 몰려드는 것은 관광객들의 시선을 끌어모을 수 있는, 잘 갖춰진 관광 인프라와 이벤트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글로벌 관광시장에서 중국에 대한 선호도가 줄어드는 가운데 중국은 점점 유커(중국인 관광객) 송출지로 전락하고 있다. 중국 본토는 풍부한 문화유산과 자연풍경을 가졌지만 경직된 사회주의 체제와 허술한 인프라로 외국인 관광객이 외면하게 된 것이다. 대신 자국이 불편한 유커들의 해외여행은 급속히 늘어나고 있다. 외국인보다 유커들의 씀씀이가 훨씬 커 관광적자는 이미 만성화됐다. 관광객 숫자도 지난해 처음 역전된 후 점차 확대되고 있다. 이는 중국 정부 정책 실패의 영향이 크다. 반면 한국 등 인근 국가에는 새로운 기회가 된 셈이다.

29일 중국 문화여유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여행 등의 목적으로 중국에 입국한 외국인은 7,269만명으로 전년동기 대비 5.0% 늘어나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출국한 중국인은 8,129만명으로 14.0%나 급증했다. 이른바 ‘개혁 개방’ 이후 중국을 찾는 외국인들이 늘어나면서 한동안 중국 관광붐이 일었지만 2010년대 들어 정체기에 접어들었다. 대신 외국으로 나가는 중국인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2010년 방중 외국인은 1억3,376만명, 해외여행 중국인은 5,739만명으로 방중 외국인이 두 배 이상 많았다. 하지만 격차가 점점 줄더니 2018년에는 방중 외국인 1억4,120만명에 해외여행 중국인은 1억4,972만명을 기록해 개혁 개방 이후 처음으로 역전됐다. 올해는 그 격차가 더 벌어진 것이다.



중국을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이 늘지 않는 것은 중국 내부 요인 탓이 크다. 사회주의라는 경직된 체제의 영향이 시진핑 집권 이후 강도를 더한 상황이다. 까다로운 비자 발급 요건에 중국 내 활동도 규제가 심하다. 여행자 통계가 엄격해 여권을 휴대하지 않으면 호텔 투숙은 물론 기차나 버스도 탈 수 없다. 자금성 같은 국제적인 관광지나 박물관도 일일이 여권을 대조해가며 예약을 해야 한다. 비자 등 신용카드 사용이 어려운 점도 큰 약점이다.

물가는 이미 선진국 수준으로 올랐지만 서비스는 바닥인 점도 외국 여행객들을 당황하게 한다. 4년째 ‘화장실혁명’을 진행 중이지만 여전히 수준 낮은 화장실도 문제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이 화장실 등 관광 인프라를 많이 개선했지만 갈 길은 멀기만 하다”고 평가했다. 10월1~7일의 이른바 ‘국경절’ 황금 주간에 중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135만명으로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1.5%가 줄어들었는데 하반기에는 마이너스 성장 가능성이 작지 않다.

중국인들이 해외로 나가는 이유는 외국인이 중국을 찾지 않는 이유와 비슷하다. 항상 붐비는데 서비스는 부족한 중국보다 같은 값이면 해외여행이 훨씬 ‘가성비’가 좋다는 생각에서다. 해외로 나가는 중국인은 매년 10% 이상씩 급증하면서 글로벌 관광시장을 키우는 데 일조하고 있다.

중국 당국도 해외 관광객 유치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고 있다. 다른 관광선진국과 비교해 중국의 해외 홍보는 거의 없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거꾸로 미중 무역전쟁에서 보듯 ‘불공정 국가’라는 이미지가 덧씌워지면서 오히려 배척당하고 있는 셈이다.



관광업계에서는 과거 중국 관광을 총괄했던 여유국(관광국)이 지난해 조직개편으로 문화부에 통합된 것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본다. 중국에서 ‘국’은 한국의 청장급이지만 여유국은 그 활동 때문에 ‘부’급(장관급)으로 대우받았다. 하지만 통합 문화여유부로 바뀌면서 수장인 국장은 문화여유부 부부장(차관)으로 승진했다. 진짜 차관이 된 것이다.

조직개편 결과 문화여유부 수장의 업계 통제는 오히려 강해진 분위기다. 경직된 상명하복의 중국 관료사회에서 관광정책을 결정하고 예산을 집행하는 데 부장(장관) 지시를 일일이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중국 문화부는 한국 등 선진국들과 달리 규제부처에 가깝다. 관광활동이 위축된 것이다.

중국인들이 자유롭게 해외로 나가고 또 외국인들이 쉽게 중국을 여행하게 된 지는 오래되지 않았다. 1949년 중국의 공산화, 즉 중화인민공화국 ‘신중국’ 수립 이후에는 관광교류가 사실상 중단됐다. 이것이 풀린 것은 중국이 1978년 개혁 개방을 하면서다. 물론 하루아침에 여행 자유화가 된 것은 아니고 점진적으로 진행됐다.

개혁 개방을 선언하고 6년이 지난 1984년 중국 정부는 홍콩과 마카오 친지 방문 목적으로 중국인의 해외여행을 처음 개방했다. 다시 1990년 싱가포르·말레이시아 등의 친지 방문을 허용하면서 중화권 외 국가도 개방했다. 이후 중국은 당국이 통제 가능한 ‘외국여행목적지(ADS)’ 국가를 하나씩 승인하는 방식으로 개방의 폭을 넓혔다. 1992년 필리핀을 ADS에 추가한 후 1998년 한국, 1999년 호주, 2000년에는 일본·베트남 등이 이름을 올렸다. 2002년 이후 개방이 대폭 확대됐고 현재는 대부분의 국가를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다. 미국은 2008년에 대만과 함께 ADS 명단에 편입됐다.

여행가능지역이 늘어나면서 당연히 중국인의 해외여행도 빠르게 증가했다. 1993년 374만명이었던 해외여행자는 2,000년 1,047만명을 넘어섰고, 2005년에는 3,103만명으로 급증했다. 증가속도는 더 빨라져 2010년 5,739만명을 기록했고 2014년에는 1억728만명으로 처음으로 1억명을 돌파했다. 지난해는 1억4,972만명이 출국했다.

지난 26일 중국 베이징 허성후이 쇼핑몰에서 개최된 ‘동계스키관광페스티벌’의 한국방문위원회 부스에서 베이징 시민들이 ‘코리아그랜드세일’에 대해 문의하고 있다. /최수문기자


외국인관광객 등 중국 입국자는 개혁 개방 초기에 출국자보다 훨씬 많았지만 점차 격차가 줄어 지난해 결국 역전됐다. 개혁 개방 첫해인 1978년 181만명이었던 입국자는 2000년 8,344만명을 기록했다. 중국이 새로운 ‘세계의 공장’이 되면서 사업기회를 찾아 방문한 사람이 늘었고 관광객도 덩달아 증가했다. 이후 중국 방문자는 2004년 1억904만명으로 처음으로 1억명을 돌파했고 2007년 1억3,187만명으로 1억3,000만명 선도 넘어섰다. 하지만 중국 관광이 식상해지면서 이후 방문자들은 정체되기 시작했다. 2013년과 2014년에는 오히려 1억2,000만명대로 떨어졌다. 지난해는 다소 늘어 1억4,120만명을 기록했다.

중국인들의 해외여행은 당분간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국내 관광 인프라 개선이 지지부진해지면서 ‘중산층’으로 올라선 중국인들이 관광소비를 해외에서 찾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가까운 한국 시장이 유망한 이유다. 아웃바운드 업무를 주로 하는 중국 관광업체의 한 관계자는 “(중국) 기업들이 직원 사기진작 차원에서 인센티브 관광을 보내야 하는데 가격 대비 기대효과 측면에서 한국만 한 곳이 없다”며 “최근 정세가 풀리면 한국 단체관광도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에 대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보복도 중국 당국이 관광산업에 무신경하기 때문에 계속된다는 지적이 많다. 홍콩이나 대만·일본, 특히 한국으로 가는 관광객을 막을 경우 거꾸로 중국 관광에 대한 이미지도 손상되는데 유커를 무기화하려는 중국 당국이 이를 전혀 개의치 않는다는 것이다. 산업보다는 정치적 입장을 앞세우는 중국 공산당의 태도 때문이다.

내년 한국 관광시장은 사드 보복 이후 전환기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내년 1월16일부터 2월 말까지 한국에서 대대적으로 진행되는 ‘코리아그랜드세일’ 등을 활용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이번 관광공사 주최 동계스키관광페스티벌에는 한국방문위원회가 코리아그랜드세일을 브리핑해 중국 관광업계의 호응을 얻었다. 현지 여행업계에서는 기존 쇼핑 위주의 관행에서 탈피해 역사·문화와 관광, 휴양을 결합한 한국적 관광 패러다임을 만들어야 유커들의 마음을 다시 사로잡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chs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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