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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休] 떠나도 다시 찾네…소 닮은 '철새들의 둥지' 우포늪

■ 경남 창녕 우포늪
250만㎡ 국내 최대 자연 내륙 습지
여름엔 산새·겨울엔 물새 보금자리
청둥오리·왜가리 텃새로 눌러 앉고
'멸종위기' 따오기는 부활의 날갯짓
12월초 시베리아 철새 군무도 장관

[休] 떠나도 다시 찾네…소 닮은 '철새들의 둥지' 우포늪
창녕 우포늪에 철새가 오려면 아직 두 달은 더 기다려야 한다. 하지만 밤과 낮의 기온 차가 큰 계절 특성상 새벽 물안개는 기대해볼 만하다.

창녕에 도착하기 전부터 마음은 우포늪으로 향했다. 창녕군의 아이콘이 돼버린 우포늪을 찾아 짙게 깔린 물안개 뒤로 퍼져가는 여명을 보고 싶었다. 그렇게 야무진 꿈을 안고 새벽공기를 가르며 우포늪에 도착했다. 카메라를 둘러메고 차 밖으로 나서니 아직 어둠이 가시지 않은 늪 주변에 사람이라고는 기자 혼자뿐이다.

사람들은 ‘늪’이라고 하면 진흙밭이나 펄을 상상하는데 아마도 이유는 어릴 적 봤던 외화 ‘타잔’에서 가끔 그런 늪을 봤기 때문인 것 같다.

하지만 늪의 정의는 ‘수심 3m 이하의 물이 고여 있는 땅’이니 내륙의 웬만한 호수는 수심이 깊지 않다면 늪에 해당하는 셈이다.

‘타잔’에 나오던 아프리카 밀림 속의 늪과는 달리 내 기억 속의 우포늪은 물안개 퍼지는 아름다운 풍광이어서 아침 해가 떠오르기 전 전망대에 도착할 욕심으로 부지런히 발걸음을 옮겼다. 전망대에 도착하니 동쪽 산 너머로 여명이 붉게 물들며 해가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런데 우포늪은 탁 트인 시계에 공기까지 명징해 물안개가 올라올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게다가 아직은 가을이라 철새의 군무는 구경할 수 없었다. 그저 먼 시베리아에서 날아왔다가 텃새로 주저앉은 청둥오리 몇 마리가 헤엄을 치고 있을 뿐이었다.

사진을 몇 컷 찍고 전망대를 내려와 ‘생명길’ 동쪽으로 발길을 돌렸다. 둘레가 8.4㎞에 달하는 우포늪 생명길은 천천히 걸으면 세 시간쯤 걸리는데 떠오르는 해를 보면서 이슬 먹은 새벽길을 걷는 기분은 상쾌했다.

[休] 떠나도 다시 찾네…소 닮은 '철새들의 둥지' 우포늪
우포늪 주변에 방사선 모양으로 뻗으면서 성장한 버드나무. 사방으로 퍼진 모습이 이채롭다.

늪을 돌고 나서 전화로 통화한 이현휴 해설사에게 “새들이 다 어디로 사라졌느냐”고 물었더니 그는 “여름 철새는 우포늪에 와서 알을 부화해 어린 새끼를 키우기 때문에 사람의 눈에 잘 안 띄는 반면 겨울 철새들은 시베리아에서 부화한 새끼들이 어느 정도 성장한 후에 함께 날아오기 때문에 굳이 숨을 필요가 없어 사람 눈에 잘 띈다”고 말했다. 현재 계절은 겨울보다 여름에 가까우니 철새들이 눈에 안 띄는 것은 당연했다. 그는 “여름에 오는 철새들은 꾀꼬리·파랑새 같은 산새가 많고 겨울에는 쇠물닭·물꿩 같은 물새들이 많다”고 했다.

새벽 우포늪에서 기자를 맞아 준 새는 청둥오리·흰뺨검둥오리·중대백로·황로·왜가리 등이었는데 이들은 모두 시베리아에서 날아와 이곳에 눌러앉아 텃새가 된 족속들이다.

하지만 우포늪에서는 뭐니뭐니해도 따오기를 빼놓을 수 없다. 지난 5월22일, 부화에 성공한 40마리를 방사했는데 이 중 4마리가 폐사하고 36마리가 늪에서 서식하고 있다.

“외국의 경우 방사한 따오기의 생존율은 40~50% 정도인데 우포늪 따오기의 적응 여부는 올겨울을 지나봐야 알 수 있다”는 것이 이 해설사의 설명이다.

우포늪의 새 구경은 11월 말~12월이 제철인데 그중에서도 12월 초가 피크다. 이때쯤이면 시베리아에서 날아온 철새들이 군무를 추는 모습이 무시로 펼쳐진다. 12월부터 2월까지 우포늪에서 어로작업을 금지하는 것도 그들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서다.

우포늪은 철새들의 댄스를 위한 무대공간일 뿐 아니라 250만5,000㎡에 이르는 국내 최대 규모의 자연 내륙습지다. 우포늪을 만든 수원(水源)은 토평천으로 이 하천은 경상남도 창녕군 고암면 감리 열왕산(해발 662.5m)에서 발원한다. 토평천은 창녕군 유어면 대대리에서 우포로 유입돼 ‘S’자로 동남진을 반복한 후 창녕군 유어면 구미리에서 낙동강과 합류한다. 이렇게 형성된 늪의 규모는 가로 2.5㎞, 세로 1.6㎞다.

그런데 사람들은 이방면 옥천리와 유어면 세진리 사이에 제방을 쌓아 이 늪을 우포와 목포로 구분해 놓았다. 이제는 맏형격인 우포(127만8,000㎡)와 사지포(36만5,000㎡), 목포(53만㎡), 쪽지벌(14만㎡)과 복원습지 산밖벌(19만2,000㎡)로 나눠져 있다.

[休] 떠나도 다시 찾네…소 닮은 '철새들의 둥지' 우포늪
우포라는 이름은 늪의 지형이 소와 닮았다고 해 붙은 이름이다. 늪의 뒤편에 위치한 산이 우항산(牛項山)인데 이 부근의 지세가 소의 형상을 하고 있으며 우항산은 소의 목 부위에 해당하는 곳에 위치해 우포늪이라고 부르게 됐다.

우포라는 이름은 늪의 지형이 소와 닮았다고 해 붙은 이름이다. 늪의 뒤편에 위치한 산이 우항산(牛項山)인데 이 부근의 지세가 소의 형상을 하고 있으며 우항산은 소의 목 부위에 해당하는 곳에 위치해 우포늪이라고 부르게 됐다.

우포라는 이름이 기록에 남아 있는 것 중 제일 오래된 것은 도호 노주학의 문집 ‘화왕산유람기’다. 1810년께 집필된 책에는 “복숭아꽃이 만발하고 봄옷이 당지어진 이 같은 좋은 때에 어찌 바람을 쐬고 돌아오지 아니하리오? 우포 소맥산(小麥山)을 지나 아래로 탄원(지금의 탐하) 안산에 다다라 꿩 6마리를 잡아 퇴천 주막에 들어가니 약속한 친구들이 이미 와 있었다”라는 구절이 적혀 있다.

그때나 지금이나 우포는 새들이 둥지를 틀기 적합한 습지였음을 알 수 있는 구절이다. 이제 한두 달만 지나면 이 넓은 습지는 비상을 준비하는 겨울 철새들로 뒤덮일 것이다.
/글·사진(창녕)=우현석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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