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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증성 장질환 ‘유전자형 맞춤치료’로 면역력 지킨다

연세대 천재희·김원호 교수팀

3개 유전자 변이 여부 검사해

면역조절제 사용여부·용량 조절

백혈구감소증 등 부작용 발생률

34%→15%로 낮추는 효과 확인

궤양성 대장염, 크론병 등 염증성 장(腸)질환자의 유전자형에 따라 면역조절제 사용 여부와 용량을 달리하면, 면역 기능을 수행하는 백혈구 등 혈액세포를 만드는 골수의 활성이 크게 떨어지는 부작용 발생률을 절반 이하로 낮출 수 있음을 국내 연구진이 최초로 밝혀냈다.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천재희·김원호 교수팀(제1저자 장지영·박수정)이 2016년 1월~2018년 9월 염증성 장질환으로 서울 5개 대학병원에서 진료받은 20~80세 환자를 유전자형 검사군(72명)과 비검사군(92명)으로 나눠 1년 동안 퓨린계 면역조절제 사용에 따른 부작용 발생 빈도를 비교분석한 결과다.

염증성 장질환에 대한 핵심 치료법은 ‘티오퓨린’ 등 퓨린계 면역조절제를 꾸준히 투여하는 것. 하지만 백혈구·헤모글로빈·혈소판 등 혈액세포를 만드는 골수의 활성을 크게 떨어뜨려, 백혈구감소증 등 부작용(백혈구 3,000개/1㎕ 미만, 헤모글로빈 10g/1㎗ 또는 혈소판 10만개/1㎕ 미만)으로 감염·사망 위험을 높일 수 있다. 이 때문에 환자는 혈액검사 등을 위해 자주 외래진료를 받아야 해 불편하고 불안감을 갖게 된다.





심한 설사와 복통으로 고생하다 5년 전 크론병 진단을 받은 L(30·여)씨는 겨울만 되면 독감에 걸릴까 걱정이다. 면역조절제 복용으로 면역력이 떨어져 독감에 걸리기 쉬운데다 한 번 감염되면 크론병 치료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백혈구감소증은 대개 티오퓨린 치료 첫 달에 심각하게 발생하며 치료 중 언제든, 경고 증상이나 징후 없이 발생할 수 있다. 발생률은 우리나라 염증성 장질환자의 30~40%로 백인(5%)·일본인(21%)보다 훨씬 높다.

천 교수팀은 염증성 장질환자의 티오퓨린 대사 조절과 관련된 3개 유전자(NUDT15, FTO 및 TPMT)의 유전자형에 따라 티오퓨린 투여 여부와 투여량을 달리해, 골수의 활성이 크게 떨어지는 부작용 발생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비교분석했다. 3개 유전자의 유전자형은 차세대염기서열분석(NGS)을 통해 확인했다.

분석 결과 치료 첫 3개월 동안 골수 활성의 큰 감소, 백혈구감소증이 나타난 환자 비율은 각각 검사군의 8%로 비검사군(26%, 24%)의 3분의1 이하였다. 전체 추적기간 동안 유전자형 검사군에서 백혈구감소증 등 부작용으로 약물 투여를 중단하거나 용량을 줄인 환자의 비율은 15%로 비검사군(34%)의 절반을 밑돌았다. 티오퓨린 투여 환자 100명당 30~40명에서 백혈구감소증 등 부작용이 생기는데, 이들 중 유전자형 검사를 하면 부작용 발생 환자 비율을 34%(10~14명)에서 15%(5~6명)으로 줄일 수 있다는 얘기다.

천 교수는 “3개 유전자 중 하나라도 완전 돌연변이가 있으면 티오퓨린을 쓰지 않고 불완전 변이가 있으면 티오퓨린의 용량을 절반으로 유지하는 게 적절한 치료방법”이라며 “그래도 부작용 있는 환자 100명 중 5~6명은 티오퓨린 투여를 중단하거나 더 줄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티오퓨린 투여를 중단할 경우 메토트렉세이트 성분의 제제나 생물학적 제제를 쓴다.

추적관찰기간 혈액검사 등을 위한 외래방문 횟수도 검사군이 평균 7.8회로 비검사군(9.0회)보다 적었다. NUDT15 유전자 돌연변이가 있는 염증성 장질환자는 돌연변이가 없는 환자에 비해 약물치료 중 골수의 활성이 크게 감소하는 부작용 발생 위험이 3.6배나 높았다. 반면 FTO 돌연변이는 유의한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유전자 변이 검사는 염증성 장질환자의 골수 활성이 크게 떨어질 위험을 67%(위험도 0.37) 낮추는 효과가 있었다.



천 교수는 “염증성 장질환은 식습관·운동 등 생활습관을 잘 관리하고 꾸준한 치료로 증상 안정기를 오래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며 “흡연·음주는 질환을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끊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임상 위장병·간장학(Clinical Gastroenterology and Hepatology)’에 발표됐다. /임웅재기자 jaelim@sedaily.com



■ 염증성 장질환이란?

정상적 장내 세균에 대한 과도한 면역반응 등으로

만성적 대·소장 염증·궤양·설사·복통·혈변 동반

염증성 장질환은 대장·소장 등에 만성적인 염증과 궤양, 잦은 설사와 복통·혈변을 동반한다. 정상적인 장내 세균에 대한 과도한 면역반응 등이 원인이며 대장암 위험도 높인다. 궤양성 대장염은 염증이 장벽이나 장 표층에 넓게 퍼진다. 크론병(국소성 장염)은 염증이 산발적으로 나타나지만 깊숙이 침투하기 때문에 쥐어짜듯 아픈 복통이 특징이다. 오래 앓으면 장이 좁아지거나 구멍이 나는 합병증이 생길 수 있다.

두 질환의 건강보험 진료인원은 2014년 약 4만9,600명에서 지난해 약 6만6,300명으로 34% 증가했다. 궤양성 대장염은 50대(22%), 크론병은 20대(30%) 진료인원이 가장 많다. 심한 경우 설사 때문에 궤양성 대장염 환자는 30분~1시간에 한 번, 크론병 환자는 하루 5~10회 화장실에 간다. 환자의 76%가 다니던 직장이나 학교를 그만뒀다는 설문조사 결과(2016년 대한장연구학회)도 있다. 궤양성 대장염이 심하면 대장 전체를 잘라내야 한다. 크론병을 10년 정도 앓다 보면 절반가량이 장 부분절제수술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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