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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피격을 기회로"…중동 입지 넓히려는 러

美무기 '드론' 못막은 틈 노려

사우디에 러 미사일 구매 제안

트럼프 '이란 배후설' 힘 싣자

"예단땐 충돌 격화" 신중론 펴

국제유가 고공행진 한풀 꺾여

피격 사흘만에 장중 하락 반전

블라디미르 푸틴(오른쪽) 러시아 대통령과 하산 로하니(왼쪽) 이란 대통령,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터키 앙카라에서 시리아 내전 종식을 위한 정상회담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앙카라=AFP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최근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발생한 석유시설 피격과 관련해 사우디에 러시아제 첨단 방공미사일을 구매할 것을 제안하는 등 이번 사우디 피격 사태를 틈타 중동에서 입지를 넓혀 미국을 견제하려는 의도를 내비치고 있다. 러시아는 미국이 사우디 사태의 배후로 이란을 거듭 지목하는 데 대해서도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며 미국과 팽팽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다음달 푸틴 대통령의 사우디 방문이 예정된 가운데 지난 2017년 사우디의 살만 빈 압둘아지즈 국왕의 첫 러시아 방문 이후 이 지역에서 갈수록 목소리를 키우고 있는 러시아의 개입이 이번 사태에 또 다른 변수가 될지 주목된다.

16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터키 수도 앙카라에서 시리아 사태 논의를 위한 러시아·터키·이란 3국 정상회의를 가진 뒤 기자회견에서 최근 무인기(드론) 공격을 당한 사우디에 어떤 지원을 할 것인지에 대한 질문을 받고 러시아제 첨단 방공미사일을 구매할 것을 제안했다. 그는 이란과 터키가 각각 방공미사일 S-300과 S-400을 구매한 사실을 들며 “사우디 정치 지도자들도 현명한 국가적 결정을 내리는 것으로 충분할 것”이라며 “러시아 무기들은 사우디의 모든 기반시설을 보호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란은 2007년 러시아제 S-300 미사일 구매계약을 체결했으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 등으로 10년이 지난 2016년에서야 인도받았다. 터키는 2017년에 러시아제 S-400 미사일 도입계약을 체결한 뒤 올 7월부터 인도 작업에 들어갔다.

푸틴 대통령이 이번 석유시설 피격을 빌미로 미국의 동맹국인 사우디에 무기 판매를 제안하고 나선 것은 사우디를 포함한 중동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약화하고 러시아의 입지를 넓히려는 목적이 있다고 미 정치매체 폴리티코 등은 분석했다. 현재 사우디는 미국산 무기의 최대 구매국 중 한 곳으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5월 의회 승인을 받지 않고 사우디 등에 80억달러(약 9조4,000억원) 규모의 무기를 판매하기 위한 긴급면제조항 발동 결정을 의회에 통보해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물론 미국과의 관계를 고려하면 사우디가 실제 푸틴 대통령의 제안에 응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하지만 이를 충분히 인지하면서도 푸틴 대통령이 이 같은 제안을 한 것은 실제 무기 판매를 위해서라기보다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견제 메시지가 강하다는 것이 외신들의 분석이다. 아울러 이는 드론 공격을 방어하지 못한 미국산 무기보다 러시아 무기가 더 낫다는 해석도 가능하게 한다.



러시아는 사우디 공격의 배후로 지목된 이란과의 관계에서도 미국과 대립되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미국이 공격 주체로 이란을 비난하는 데 대해 성급한 결론을 경계하며 미국과 공방을 벌였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누구와도 전쟁은 원하지 않는다”며 전날 시사한 군사행동 가능성에서는 한발 물러났지만 사우디 공격 배후에 이란이 있을 가능성에 대해 “지금 시점에서는 확실히 그렇게 보인다”며 이란 배후설에 힘을 실었다. 유엔 안보리에서도 켈리 크래프트 유엔 주재 미국대사는 “책임이 이란에 있다는 것을 나타내고 있다”며 이란의 연루 가능성을 강하게 제기했다.

반면 바실리 네벤쟈 유엔 주재 러시아대사는 “이런 유사한 사건이 걸프 지역에서 더 큰 충돌을 촉발할 수도 있다는 우려를 하고 있다”며 미국의 성급한 결론을 경계하는 태도를 보였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한편 14일 사우디의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의 주요 석유시설 피격으로 사우디의 원유 생산이 큰 차질을 빚으면서 이날 11년 만에 최대 폭으로 치솟은 국제유가는 17일 다소 진정세로 돌아섰다. 16일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10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 거래일보다 14.7% 오른 배럴당 62.90달러에 장을 마감했지만 17일 새벽에는 0.84% 하락한 62달러대에 거래됐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의 11월물 브렌트유도 전날보다 0.39% 하락한 68.75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전희윤기자 heeyou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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