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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WTO 제소가 日보복 근본대책 될 수 있나

정부가 11일 일본을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했다. 일본의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소재 3개 품목에 대한 수출규제에 맞서 두 달여 만에 WTO 제소라는 카드를 꺼낸 것이다. 정부는 근거로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 제1조 최혜국 대우와 제11조 수량제한의 일반적 폐지 위반, 제10조 무역규칙의 공표와 시행 규정 위반을 제시했다.

일본이 WTO 자유무역 원칙을 저버렸다는 게 우리 정부의 인식이다.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일본의 수출제한은 우리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과 관련한 정치적인 동기로 이뤄진 것”이라며 “우리를 직접 겨냥한 차별적 조치인 만큼 모든 역량을 총결집해 대응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일본을 WTO에 전격 제소함에 따라 양국 간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지게 됐다. 문제는 WTO를 통한 분쟁해결이 시일도 오래 걸리고 판정이 나오기도 어려워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WTO 제소는 분쟁해결의 첫 단계로 양자협의 절차를 밟는다. 양자협의에 실패하면 패널 설치 요청 등 본격적인 분쟁해결 절차가 진행된다. 패널 심리 등 관련 절차까지 통상 15개월이 걸린다. 이를 통해서도 해결되지 않으면 최종심까지 3년 이상 장기화할 수 있다. 한일 수산물 분쟁은 상소로 이어져 약 4년이 걸렸다.

전문가들도 이 부분을 가장 우려한다. 정부가 WTO 제소에 매달리는 사이 일본의 수출규제가 심해지면서 우리 기업의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WTO 상소기구의 기능이 마비돼 자칫 이번 제소건이 영구미제로 남을 수도 있다는 점이다. WTO 분쟁해결기구는 상소위원 7명 가운데 임의로 선출한 3명이 2심을 진행한다. 그런데 상소위원의 임기만료 등으로 올해 말이면 1명만 남는다. 게다가 미국은 WTO 중심의 다자무역주의보다 양자협상을 중시하기 때문에 후임 상소위원 임명에 소극적이어서 자칫 WTO가 식물기구로 전락할 가능성도 있다.



일본의 수출규제에서 시작된 한일갈등은 양국 기업뿐 아니라 글로벌 공급사슬에도 상당한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WTO 제소와 별개로 사태의 조기 해결을 위한 전방위 노력이 필요한 이유다. 사태가 장기화할수록 국익에는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가장 좋은 해결책은 외교로 풀어가는 것이다. 자존심만 앞세운 강대강 방식은 결국 경제에 피해만 초래할 뿐이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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