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종목 시세보기

서울경제

HOME  >  오피니언  >  사외칼럼

[시로여는수요일] 아배 생각

  • 2019-08-27 17:34:20
  • 사외칼럼
- 안상학

뻔질나게 돌아다니며

외박을 밥 먹듯 하던 젊은 날

어쩌다 집에 가면

씻어도 씻어도 가시지 않는 아배 발고랑내 나는 밥상머리에 앉아

저녁을 먹는 중에도 아배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

- 니, 오늘 외박하냐?

- 아뇨, 올은 집에서 잘 건데요.

- 그케, 니가 집에서 자는 게 외박 아이라?

집을 자주 비우던 내가

어느 노을 좋은 저녁에 또 집을 나서자

퇴근길에 마주친 아배는

자전거를 한 발로 받쳐 선 채 짐짓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 야야, 어디 가노?

- 예… 바람 좀 쐬려고요.

- 왜, 집에는 바람이 안 불다?

그런 아배도 오래전에 집을 나서 저기 가신 뒤로는 감감무소식이다.

[시로여는수요일] 아배 생각

가만, 밥상머리에서 발고랑내를 풀풀 풍기지만,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툭 던지는 질문은 예사롭지 않다. 혈기왕성한 아들이 대꾸도 못하고 잠자코 아욱국에 밥 말아 먹는 모습이 눈에 선하지 않은가. 콧바람 든 아들 앞에 자전거를 한 발로 받쳐 세우고 툭 던지는 질문도 고수의 풍모가 엿보이지 않는가. 실망감을 포장한 당위의 불호령 한 마디 없이 두 마디 문답법으로 ‘나 자신을 알자!’ 돌아보게 하니, 저이는 동양의 소크라테스가 아닌가. 저기 가신 뒤로 감감무소식인데도 거듭 가르침을 생각토록 하니 아배의 모습으로 온 참스승이 아닌가. <시인 반칠환>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XC
이 기사를 공유하세요.

이메일 보내기

보내는 사람

수신 메일 주소

※ 여러명에게 보낼 경우 ‘,’로 구분하세요

메일 제목

전송 취소

메일이 정상적으로 발송되었습니다
이용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