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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맹 변하는데 北에 치우쳐…국가대전략 세워야 할 중대 상황"

[창간기획-동굴의 우상서 벗어나라]

<상>우선순위 놓친 외교

“남북 잘되면 韓이 판세 주도…오판”

비핵화보다 한미동맹변화 더 급하고

한일갈등보다 중러도발 대응 더 중요

“낙관적 희망주의 버리고 현실 봐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4일(현지시간) 주요7개국(G7) 정상회의가 열린 프랑스 비아리츠에서 만나 이야기를 하고 있다. /사진 출처=일본 총리실 트위터




지난 24일 새벽 북한 함경남도 선덕에서 발사체 두 발이 연이어 불을 뿜으며 하늘로 치솟아 올랐다. 놀란 가슴을 쓸어내려야 할 만큼 급박한 상황은 아니었다. 이달 들어서만 벌써 네 번이나 북한이 유사 시험을 단행했던 터라 우리 군은 북한의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날 군 당국과 청와대의 대응 셈법은 앞선 시험 발사 때보다 복잡했다. 한국이 22일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를 전격 결정한 영향 때문이다.

협정 정식 종료가 11월 말인 만큼 이날은 북한의 인접국인 한국과 일본, 그리고 미국 군사 당국이 평소처럼 관련 정보를 공유했다. 하지만 협정 유효 기간 만료 이후에는 상황 대응 방식이 달라져야 한다. 가뜩이나 북한이 최근 들어 남북대화 거부를 선언하고, 미국을 향해서까지 대화의 판을 엎을 수 있다고 위협하는 상황에서 안보공조 체계까지 흔들리게 된 것이다.

한국이 직면한 난제는 현재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한미일 3각 협력을 기반으로 한 전통적 안보체계 변화 가능성뿐만이 아니다. 일본의 노골적 경제보복, 미국의 방위비 분담금, 파병, 무역 불균형 시정 요구, 잊을 만하면 수면 위로 올라오는 중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관련 압박, 러시아의 뻔뻔한 영공 침해 등 힘든 과제가 켜켜이 쌓여 있다. 어느 하나 쉬운 일이 없다.

이처럼 어렵고 복잡한 외교·안보 환경에 한국이 놓이게 된 이유는 뭘까. 일차적인 이유는 물론 외부에 있다. 상호 호혜와 동맹의 가치, 자유무역주의를 중시하던 기존 세계 질서에 주요 강대국들이 앞장서 반기를 들고 있는 탓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자국 이기주의’는 예상보다 강력하고, 미중 무역갈등은 전쟁 수준으로 확대되면서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을 증폭시키고 있다. ‘중국몽’, 즉 중화 민족의 부흥을 꿈꾸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맞대응도 만만치 않다. 이런 혼란을 틈타 일본의 아베 신조 총리는 전쟁 가능한 국가로의 회귀를 시도하고 있다. 그 꿈을 이루기 위한 첫 번째 목표가 이웃 한국이다. 한국과의 갈등을 증폭시켜 평화헌법 수정의 명분을 쌓으려 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가 처한 어려움을 외부 탓으로만 모두 돌릴 수는 없는 법이다. 바깥세상의 꿈틀거림에 우리 정부가 과연 제때 제대로 대응을 했는지에 대해 결코 높은 점수를 줄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반응이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북한에 대한 과잉 몰입 문제를 지적했다. 북한과 관계 개선만 이뤄내면 다른 외교 관계는 부차적으로 자연스레 해결된다는 관점에서 외교·안보 정책을 펼쳐왔다는 것이다. 박원곤 한동대 국제관계학과 교수는 “남북관계가 해빙되면 동북아 관계도 다 잘 풀리고, 한반도가 동북아의 중심이 돼 한반도 평화와 번영의 주도권을 쥘 수 있다는 생각에 집착한 게 패착”이라며 “모든 상황을 북한에 맞춰 풀려고 하다 보니 주변국에 소홀했고, 무엇보다 변화하는 국제 정세를 제때 제대로 읽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이에 더해 우리 정부는 외교적 우선순위를 놓치고 있다”며 “한미동맹 자체가 변화되고 있는데 그 큰 변화에 대한 대비가 없다는 것이고, 중국과 러시아가 치고 들어오는데 그 상황에 대해서는 일본과 싸우는 것 이상으로 대응해야 하는데 그 또한 우선순위를 잘못 판단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 이후 계속해서 기존 동맹관계에 대한 불만을 보이다 급기야 최근 들어서는 노골적으로 한미연합훈련과 방위비 분담금 등에 대해 거친 발언도 서슴지 않고 있는데도 비핵화 대화와 경협 재개에만 집착하고 있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단편적 노력은 이뤄지고 있겠지만 지금 외교·안보 라인으로는 역부족”이라며 “대통령을 중심으로 대한민국 석학이 다 모여 원점 토론이라도 해 국가 대전략을 세워야 하는 중대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도 한미동맹이 약화되고 있는 상황을 우려했다. 김 교수는 “물론 트럼프 대통령 탓이 크다. 트럼프 대통령의 ‘아메리칸 퍼스트’가 한미관계의 최대 리스크인데 여기에 대한 대비와 준비를 제대로 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김 교수는 북한 정권의 속성에 대해서도 냉정하게 바라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는 남북관계보다 본인 권력, 본인 목숨이 더 중요하다”며 “권력 안정화가 우선순위인 북한에 한국이 뭔가를 계속해주지 않는 한 한국의 중재자 역할은 필요가 없다. 상황을 바라보는 남북의 관점이 다르다는 걸 인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낙관적 희망주의를 버려야 할 때”라고 말했다. 신 센터장은 “북한이 선의를 가지고 비핵화를 결단하고, 미국은 한국이 남북관계를 우선시해도 잘 이해해주고, 중국은 평화체제에서 자신들을 빼더라도 한국을 이해해줄 것이라는 건 모두 우리의 희망 사항일 뿐”이라며 “현실은 결코 그렇지 않다”고 강조했다. 또 신 센터장은 “북한은 제 길을 가고 있고, 미국은 한국 입장에 대한 배려 없이 압박하고 있고, 중국도 마찬가지”라며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우선순위를 어디다 둬야 할지 따져봐야 한다. 대외 전략을 현실주의에 입각해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영현·박우인기자 yhchu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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