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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만큼 재밌다…더 유쾌해진 '18禁 창극'

■ 국립극장 레퍼토리시즌 개막작 '변강쇠 점 찍고 옹녀'

판소리 '변강쇠타령' 각색…농도 짙은 은유에 폭소

6년째 함께 연기한 이소연·최호성 찰떡호흡 돋보여

"본질은 사랑…'그래도 좋네' 노래할땐 심금 울리죠"

국립창극단 창극 ‘변강쇠 점 찍고 옹녀’에서 초연부터 함께 한 옹녀 역의 이소연(위)과 변강쇠 역의 최호성/사진제공=국립극장




16일 오전 서울 중구에 위치한 국립극장 국립창극단 연습실. 청석골 외나무다리에서 만난 옹녀와 변강쇠는 오도 가도 못하는 처지에 놓인다. 힘이 바짝 들어간 변강쇠가 “달리 대책이 없지 않소. 차분해질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라고 하자 옹녀는 “수리수리 마하 수리 사바하”하고 염불을 외우며 변강쇠의 힘을 빼려고 한다. 최고의 정력가들이 만났는데 염불로 야릇한 상황이 해결될 리 없다. 곧 지리산 자락이 흔들리자 장승들은 외적이 침입한 줄 알고 긴장하기 시작한다.

국립창극단의 ‘변강쇠 점 찍고 옹녀’는 오는 30일 공연을 앞둔 ‘2019-2020 국립극장 레퍼토리시즌’의 개막작으로 판소리 ‘변강쇠타령’을 유쾌하게 각색한 작품이다. 18세 이상 관람에도 2014년 초연부터 매해 평균 90%의 객석 점유율을 기록했다. 초연 때부터 6년째 호흡을 맞춰오고 있는 옹녀 역의 이소연(35)과 변강쇠 역의 최호성(32)을 만났다.

창극 ‘변강쇠 점 찍고 옹녀’에서 옹녀와 변강쇠가 외나무다리에서 마주한 채 움직이지 못하고 있다/사진제공=국립극장


최호성은 “6년 차를 맞이하니 정말 변 서방이 된 것 같다”며 “실수가 생기더라도 눈만 보면 서로 알 수 있어 부부의 느낌이 산다”고 설명했다. 대사를 잊은 기색이라도 보이면 누구라도 창이나 아니리(사설)를 즉흥적으로 쳐줄 만큼 서로 통한다고 한다. 그가 “어려운 점이라곤 옹녀가 날씬해 무릎을 벨 때 아픈 것밖에 없다”고 농담을 던지자 이소연은 “목침이라고 생각해. 고기를 사주던가”라고 받아치며 19금 대사를 주고받는다.

18세 이상 관람을 전면에 걸어둔 만큼 대사엔 농도 짙은 은유가 넘친다. 하이라이트는 서로의 성기를 묘사한 타령인 ‘기물가(己物歌)’다. 변강쇠의 “소나기를 맞았던가 언덕 깊게 패여 있고”나 옹녀의 “고뿔에 걸렸는가 마알간 콧물 찔끔하니 거 무슨 일인고”는 아는 만큼 이해할 수 있다. 이소연은 “별것 아닌 문장에도 어떤 분들은 속뜻을 이해하고 웃는다”며 “나이에 따라 각자의 지식과 경험에 맞는 재미를 얻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국립창극단 ‘변강쇠 점 찍고 옹녀’ 공연 모습/사진제공=국립극장


두 배우는 이번 창극이 성인극을 표방하지만 본질은 사랑이라고 입을 모은다. 특히 ‘그래도 좋네’란 옹녀의 노래를 가장 심금을 울리는 대목으로 꼽았다. 극 중에서 옹녀는 다섯째 남편까지 초상을 치른 인물로, 변강쇠는 술과 도박에 빠져 사는 철없는 사내로 나온다. 그동안 결혼해 가정을 꾸린 이소연은 “미우나 고우나 함께하는 부부의 사랑을 이해하게 됐다”며 “처음 옹녀 맡았을 땐 ‘걸 크러쉬’한 인물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이제 평범한 사랑을 꿈꾸는 여인으로 다가온다”고 말했다. 이어 “남편을 타박할 때도 사랑으로 대하니 관객분들도 변강쇠를 악역으로만 보지 않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최호성은 이번 레퍼토리시즌의 개막작을 맡은 것에 대해 “이제 10년, 그 이상 이어지는 작품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소회를 밝혔다. 이소연도 “옹녀·변강쇠 역할이 1대, 2대, 3대로 이어져 소리꾼에게 꿈이 되면 좋겠다”고 전했다. 그런 만큼 새롭게 캐스팅된 변강쇠 역의 유태평양과 옹녀 역의 김주리 언더스터디에 대한 기대도 크다. 이소연은 “감정을 마음에 품고 있을 때 연기가 깊어지는 것 같다”며 “저도 아직 어렵지만, 함께 만들어가고 싶다. 두 분 모두 뛰어난 소리꾼이라 기대해도 좋다”고 말했다. 30일~9월 8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 달오름극장.
/한민구기자 1min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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