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종목 시세보기

서울경제

HOME  >  사회  >  전국

흑산공항 예정부지 가보니...3년간의 표류, 곳곳 고목 흉물로

국토부, 2021년 완공 밝혔지만
환경부서 보완대책 요구 심의보류
파도 높아 年 52일은 선박 결항
주민들 환자 이송·교통불편 호소
추진위 "이미 확정된 국가사업
국립공원위 '심의 면제' 지정해야"

  • 광주=김선덕 기자
  • 2019-08-19 17:47:30
  • 전국
“건강이 위험할 때 주민들 실어 나르는 조그만 비행장 하나 짓는 일인데 몇 년 째 묵묵부답이네요.”

지난 14일 목포항에서 쾌속선을 타고 2시간 만에 도착한 신안군 흑산도. 화창한 날씨에 파도도 잔잔했지만 취재진은 배를 타는 내내 울렁증에 시달려야 했다. 목포에서 약 100㎞ 떨어진 흑산도는 먼 바다의 영향을 받아 평상시 파도높이가 2~3m에 달한다. 흑산항에서 만난 한 지역주민은 “오늘은 보기 드물 정도로 좋은 날씨”라며 “바람이 조금만 불어도 높은 파도가 일어 매년 52일 정도는 선박결항이 발생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흑산공항 예정부지 가보니...3년간의 표류, 곳곳 고목 흉물로
흑산항에서 승용차로 5분 정도 거리에 있는 흑산도기상대에 오르니 흑산공항 예정부지가 한눈에 내려다 보이고 있다. /사진=김선덕기자

흑산공항 예정부지 가보니...3년간의 표류, 곳곳 고목 흉물로

국토교통부는 지난 2011년 낙도지역 주민들의 교통문제를 해결하고 긴급 상황발생 시 주민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흑산공항 건설사업을 추진했다. 2015년 기본계획 고시를 시작으로 2021년까지 완공한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환경부 국립공원위원회가 2016년 11월 심의 과정에서 환경 훼손, 철새 등 조류 보완 대책 등을 요구하며 심의를 보류했다. 지난해 7월 심의가 속개됐으나 민간위원의 반대의견으로 그해 10월 다시 심의가 중단돼 3년째 표류하고 있다.

흑산도 주민들은 가장 먼저 교통불편에 대한 어려움을 호소했다. 초를 다투는 응급환자 발생 시 헬기 등을 이용해 1시간 이내로 환자를 이송할 수 있지만 파도가 조금만 높아도 배는 다닐 수 없기 때문이다. 신안군 보건소에 따르면 지난 2017년 응급환자 발생 50건 중 헬기로 이송한 환자는 22건에 이르며, 2018년에도 36건 중 29건이 헬기로 이송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간 50여일 선박이 결항하는데다 60여 일은 예정에도 없이 해운선사로부터 운항 횟수를 제한 받기때문에 강제 감옥살이를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소형 공항 뿐이라는 것이다.

신안군은 중국 어선의 불법조업을 막아 어민들의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도 흑산공항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최근 일본의 독도 영토 분쟁과 관련해 남쪽 끝 섬인 가거도 해역의 수호 차원에서 흑산공항 건설이 절실하다는 것이다. 신안군 관계자는 “태풍이 발효되면 흑산 가거도 1·2구에 중국어선 500척 정도가 한꺼번에 피항을 하고 있다”며 “불법조업의 30% 이상이 흑산도 인근 해역에서 발생하고 있어 해양수산자원 훼손과 고갈도 심각한 상태”라고 호소했다.

흑산공항 부지가 국립공원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는 지에 대해서도 의문 부호가 달린다. 흑산항에서 다시 승용차로 5분 정도 떨어진 흑산도기상대 옥상에서 내려다 본 공항부지와 주변은 국립공원이란 말이 무색할 정도였다. 인근 지역을 덮고 있는 초목들 사이에서 자연고사 돼 검은색을 띠며 비쩍 말라가는 곰솔나무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또 기자가 직접 한나절 동안 공항부지 인근을 둘러 봤지만 조류충돌 문제로 제기됐던 철새나 텃새 등 집단 서식지는 단 한 곳도 찾아볼 수 없었다.

흑산공항 예정부지 가보니...3년간의 표류, 곳곳 고목 흉물로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흑산공항 예정부지 곳곳에 곰솔나무가 자연고사돼 검은색을 띠며 비쩍 말라가고 있다. /사진=김선덕기자

흑산 주민들은 국립공원위원회가 환경성뿐 아니라 위원회의 비전문 분야인 경제성, 안전성까지 포함한 것에 대해서도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특히 자연공원법 시행령 개정으로 심의위원이 20명(정부 10·민간 10)에서 25명(정부 10·민간 15)으로 확대된 것도 문제라고 지적한다. 정일윤 흑산공항건설대책위원장은 “‘국립공원이기 때문에 안된다’는 논리는 지금 현실과 맞지 않다”며 “흑산공항 건설은 이미 확정된 국가사업이므로 국립공원위원회 ‘심의 면제’ 사업으로 선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어 “심의 위원회 표결도 출석위원의 과반수 찬성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위원회 의사 결정이 민간위원의 의견에 따라 좌우될 수 있는 구조”라며 “정부위원과 민간위원의 동수 조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신안군은 지역주민들의 숙원사업을 위해 최선을 다해 보완자료를 만들고 있는 만큼 공원위원회 재심의가 합리적인 판단을 해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박우량 신안군수는 “그동안 주요 쟁점 사항에 대한 보완서가 마무리되고 있다”며 “공원위원회 재심의가 무사히 통과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신안=김선덕기자 sdkim@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XC
이 기사를 공유하세요.

이메일 보내기

보내는 사람

수신 메일 주소

※ 여러명에게 보낼 경우 ‘,’로 구분하세요

메일 제목

전송 취소

메일이 정상적으로 발송되었습니다
이용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