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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커지는 ‘R의 공포’ 안이한 대책으론 안된다

세계 경제가 불황으로 빠져들고 있다는 징후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 격화로 지난달 중국의 산업생산 증가율은 전년동기 대비 4.8%에 그쳤다. 이는 2002년 2월 이후 17년여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2·4분기 독일(-0.1%)과 영국(0.2%)의 경제성장률도 주춤거리고 있다. 특히 그나마 사정이 낫다고 여겨지던 미국 경제마저 적신호가 켜졌다. 14일에는 본격적인 경기침체 신호로 해석되는 장단기 채권금리 역전 현상까지 발생했다. 세계 경제의 동반침체를 의미하는 ‘R의 공포’가 커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이렇게 세계 경제가 한꺼번에 흔들리면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에는 치명타가 될 수 있다. 벌써 해외 투자은행 등 국내외 금융기관들은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을 빠르게 하향 조정하고 있다. 최근 블룸버그가 집계한 국내외 42개 기관의 성장률 전망치 평균은 이달 기준 2.0%로 7월(2.1%)보다 0.1%포인트 떨어졌다. 이들 가운데 성장률이 2%에도 못 미칠 것으로 예측한 기관만도 11곳에 달한다. 최근에는 골드만삭스도 한국의 올 성장률 전망치를 2.2%에서 1.9%로 내렸다. 기관들의 전망이 아니더라도 국내 경제사정은 이미 심각한 상태다. 7월 실업률(3.9%)은 2000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고 실업급여 신청자(10만1,000명)는 10만명을 훌쩍 넘었다.

기업 실적도 곤두박질치고 있다. 18일 대기업 전문 데이터서비스 기관인 인포빅스에 따르면 10대 그룹 90개 상장사(금융계열 제외)의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은 21조2,977억원에 불과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45조8,189억원)보다 53.5%나 감소한 것이다. 특히 2·4분기만 놓고 보면 8조1,093억원으로 1년 전(21조9,189억원)보다 63%나 급감했다. 3분의1토막이 난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이런 추세가 당분간 나아질 것 같지 않다는 점이다.

미중 무역분쟁 장기화에 일본의 경제보복까지 더해져 통상환경이 악화일로다. 이렇게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는데도 정부는 막연한 낙관론을 되풀이하고 있다. “우리 경제의 기초체력은 튼튼하고 근본적 성장세는 건전하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내놓는 대책이라는 게 재정 쏟아붓기 정도다. 재정확장 정책의 효과가 오래가지 않는다는 지적에는 귀를 닫고 있다. 사회적 대화를 통해 문제를 풀어보겠다며 만든 경제사회노동위원회도 사실상 휴업상태다. 일본의 수출규제 등에 대응하려면 빨리 결론을 내줘야 하는데도 탄력근로 단위기간 확대는 노사 합의 6개월이 다 되도록 입법이 지연되는 등 헛바퀴만 돌고 있다.



이러는 사이 주요국들은 기민하게 움직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유럽중앙은행(ECB)은 침체된 유로존 경제를 지원하기 위해 다음달 강력한 종합대책을 준비 중이라고 한다. 청와대와 정부는 현실부터 직시해야 한다. 지금은 국력을 총동원해도 한꺼번에 몰려오는 대내외 악재를 감당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안이한 대책으로는 복합위기를 넘을 수 없다는 말이다. 그런데도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은 괜찮다며 소중한 시간을 허비하다가 대응 타이밍을 놓치면 위기는 걷잡을 수 없게 된다. 정부는 과감한 규제혁파와 노동개혁, 제도 정비를 통해 기업들이 마음 놓고 투자할 수 있는 여건부터 조성해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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