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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24시] 아베의 도발, 신의 한 수인가 오판인가

한동훈 가톨릭대 국제학부 교수

경제보복 카드 악수 가능성 높아

한국기업 조달선 전환·국산화 땐

日 반도체 부품소재 산업도 타격

韓정부, 전화위복 계기 만들어야

한동훈 가톨릭대 교수




일본의 아베 신조 총리가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핵심소재를 가지고 도발한 지 짧지 않은 시간이 지났다. 그동안 국내에서는 이 문제를 둘러싸고 다양한 견해와 정치적 셈법이 난무해왔다. 각종 보도와 주장이 연일 이어지고 있어 다소 진부한 감이 있지만 양국 정부의 잘잘못을 떠나 양자 간 게임이라는 객관적인 시각에서 중간정리를 한번 해보는 것도 의미가 있겠다는 생각에 몇 줄 적어보고자 한다. 아베는 위안부 문제로부터 강제징용 배상판결에 이르기까지 고조돼온 혐한 정서를 등에 업고 경제보복 카드를 꺼내 들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이는 치명적인 악수가 될 가능성이 크다.

우선 아베는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산업의 글로벌 가치사슬을 교란해 양국 간 과거 역사 및 외교 문제를 일본 대 전 세계 국가들 사이의 현재 경제 문제로 구도를 바꿔버렸다. 이미 반도체 가격이 상승하고 있으며 이는 오히려 우리 반도체 기업의 수익성을 호전시켜 주는 역효과를 낼 수 있고 아울러 우리 반도체를 사용하는 세계 많은 기업을 불편하게 할 것이 분명하다. 아베의 공격이 계속될 경우 아베는 세계 각국의 빗발치는 비난 여론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다음으로 최대 수요자인 우리 기업들이 부품소재 조달선을 전환하거나 국산화할 경우 일본의 반도체 부품소재 산업은 고객을 잃어버려 결과적으로 반도체 제조에 이어 반도체 부품소재 산업마저도 일본에서 사라지게 될 것이다. 이를 모를 리 없는 일본 기업들의 일본 탈출은 명약관화한 일이다. 우리 기업들이 급한 불을 끄기 위해 대체원료 조달처를 찾았는지, 아닌지는 아직 분명하지 않지만 기업들은 그 여부를 뉴스화하지 않을 것이다. 셋째, 반도체 산업의 가치사슬은 단순히 기술격차뿐 아니라 비교우위, 시장 규모, 투자효율, 국내 규제 등 여러 요인에 의해 형성된 것인데 아베의 행위는 한국으로 하여금 경제원리에 의해 이뤄져 오던 일본과의 국제무역에 경제안보적 고려를 우선하도록 시각을 전환시킴으로써 전반적인 일본 의존 탈피 러시를 야기하게 될 것이다. 넷째, 아베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중국 제재를 모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나 막대한 대중 무역적자에 시달려온 미국과 막대한 대한국 무역흑자를 누려온 일본은 입장이 근본적으로 다르며 특히 아베에게는 전체주의 정권으로부터 자유세계를 지킨다는 정당성 같은 것이 없다. 다섯째, 아베의 행위는 한미일 동맹에 결정적 균열을 가져와 북중러에 유리한 안보 구도 재편을 야기하게 된다.

미국이 분쟁 조정에 적극 나서지 않는 것을 두고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인 D램 반도체 산업을 한국이 독점하는 것에 대한 미국의 경계심과 불편한 심기가 원인이라는 시각이 있다. 물론 그런 측면도 분명 있을 것이나 아직은 미국이 나설 시기가 아닌 것으로 봐야 할 것이다. 아베가 자신의 싸움방법을 따라 하는 것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그리 달갑지 않게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트럼프가 나쁜 짓을 가르쳤다는 비난 여론을 의식할 것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미군 주둔 비용, 호르무즈해협 파병 등 어젠다가 적지 않은 상황에서 트럼프가 입장 곤란한 우방국 간 분쟁에 쉽사리 끼어들려고 하겠는가. 그러나 미국의 기업들이 한일 분쟁의 영향을 본격적으로 받는 상황이 오게 되면 트럼프는 분명 중재에 나설 수밖에 없으며 아베도 이를 알고 있으므로 더 이상의 행동에 나서기를 주저할 것이다.



정신승리법에 기대자는 건 아니지만 여러 가지로 볼 때 아베가 무리수를 둔 것으로 볼 수밖에 없어 보인다. 물론 아베는 치고 빠지는 전술로 상대를 혼돈에 빠지게 하는 것으로 한국 밟기 효과를 이미 거뒀다고 생각할 수도 있으나 아베와 일본의 상황이 그렇게 녹록지는 않아 보인다. 인구 감소, 국가부채 폭증, 성장 정체, 수출 감소와 무역수지 적자 등 산적한 경제 문제를 짊어진 가운데 가문 대대로 내려오는 한국 정벌의 꿈에까지 휩싸여 있는 아베의 조급한 심리가 들여다보인다. 결론적으로 아베는 여기서 더 막 가지는 못할 것이다.

그러면 이번 사태는 우리에게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 것인가. 당연히 그래야 하지만 안타깝게도 별로 그렇게 될 것 같지 않다. 기술개발은 결국 기업이 하는 것이다. 따라서 정권 내부에 가득 찬 반시장·반기업 정서와 정책을 걷어내고 기업의 발목을 잡고 있는 수없는 규제를 철폐하는 것이 유일한 해법이 될 것이다. 정부가 돈 1조원 정도 쏟아붓는다고 될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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