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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상논단] 좌파와 우파를 넘어서

서상목 한국사회복지협의회 회장
복합적 국가위기 직면한 文정부
난국 슬기롭게 극복하기 위해선
좌우 공감하는 국정틀 만들어야
경직된 이념보다 유연성 발휘를

  • 2019-08-11 17:14:56
  • 사외칼럼
[백상논단] 좌파와 우파를 넘어서

오늘날 대내외 여건은 한국전쟁 이후 가장 어렵다고 할 정도로 위중하다. 수출이 감소세로 접어들었고 고용상황도 나빠지는 상태에서 오랜 기간 상생발전을 도모한 한국과 일본이 본격적으로 ‘경제전쟁’에 돌입하고 있다. 또 해방 이후 우리의 생명줄이었던 한미동맹이 흔들리는 가운데 중국과 러시아가 합동항공훈련을 핑계로 우리 영공을 침범하는 사태마저 발생했다. 이에 더해 문재인 정부의 우호적 대북자세와 몇 차례 남북정상회담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사흘이 멀다 하고 미사일을 발사하며 대한민국 정부에 대한 모욕적 언사를 서슴지 않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민 다수가 더 큰 위기의식을 느끼는 이유는 경제· 대북·외교 정책 등 핵심 분야에 여야 정치권은 물론 우리 사회 진보와 보수 세력 간 견해차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좌파와 우파는 역사적 그리고 이념적 이유로 생각을 달리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국가 위기 상황에서 감정보다 이성을 바탕으로 조금씩 양보한다면 위기극복 해법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진보와 보수가 서로 공유할 수 있는 새로운 국정운용의 틀을 마련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좌파와 우파를 넘어서(Beyond Left and Right)’는 신자유주의로 무장한 영국의 대처 보수당 정부가 장기 집권하는 상황에서 복지국가의 위기를 느낀 좌파 사회학자 앤서니 기든스가 1994년 집필한 책이다. 기든스는 이 책에서 세계화와 정보화 혁명이 급속히 진행되는 새로운 시대를 맞아 복지국가의 확대만을 무조건 주장하는 것은 좌파의 몰락을 가속화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 대안으로 그는 좌파와 우파가 모두 공감할 수 있는 ‘사회투자국가(The Social Investment State)’ 개념을 바탕으로 하는 ‘제3의 길’을 제시했다. 1994년 노동당 당수가 된 토니 블레어는 기든스의 주장을 당론으로 채택했고, 그 결과 1997년 선거를 승리로 이끌 수 있었다.

블레어는 총리에 취임하자마자 복지와 일자리를 연계하는 ‘일자리복지(Welfare to Work)’ 정책을 적극 추진했다. 또 2000년부터 ‘사회금융위원회’를 10년간 가동하면서 사회적 기업 활동 지원에 필요한 사회금융 시장을 적극적으로 육성했다. 이러한 영국의 ‘제3의 길’ 정책은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모든 복지선진국은 물론 경제위기 상황에서도 복지정책을 확대하려고 한 한국으로까지 전파됐다.

1997년 외환위기 과정에서 DJP연합으로 집권한 김대중 정부는 김영삼 정부가 마련한 ‘국민복지기획단’ 정책건의를 거의 그대로 받아들였다. 1999년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을 제정해 우파 성격의 ‘일자리복지’정책과 저소득층 지원을 국민의 사회권 보장으로 인식하는 좌파 정책을 동시에 도입했다. 복지 분야에서 좌우를 아우르는 이런 전통은 노무현 진보정권은 물론 이명박, 박근혜로 이어지는 보수정권에서도 계승돼 복지정책에 관한 이념 논쟁이 상대적으로 수그러들었다.

경제정책에서도 김대중 정부는 신자유주의적 사고에 기초한 국제통화기금(IMF) 구조조정정책을 그대로 수용·시행함으로써 불과 1년 만에 외환위기를 극복하는 ‘기적’을 낳았다. 노무현 정부에서도 우파 경제정책 기조는 계속 이어졌으며 2006년 체결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그 대표적인 예다. 외교 안보도 마찬가지다. 김대중 정부는 우선순위를 한미동맹과 한미일 협조체제에 둠으로써 좌파와 우파 간 이견이 있을 수밖에 없는 ‘햇볕정책’ 추진에도 불구하고 한미동맹은 굳게 유지됐고 한일관계 역시 최상의 상태를 유지했다.

‘복합위기’상황에 직면한 문재인 정부가 현재의 난국을 슬기롭게 극복하기 위해서는 멀리는 블레어 정부, 가깝게는 김대중 정부로부터 좌우가 공감하는 국정운영의 틀을 새로 만들어가는 지혜를 배워야 한다. 정책은 경직된 이념보다는 냉엄한 현실에 바탕을 두고 유연하게 추진돼야 성공 가능성이 높아진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좌파와 우파 간 중지를 모으는 일이고 그 주체는 당연히 대통령과 여당이 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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