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종목 시세보기

서울경제

HOME  >  오피니언  >  사외칼럼

[백상논단] AI연구의 네 번째 황금기

원광연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이사장
경제·안보 등 국가 명운 가를 AI
꾸준한 연구없인 밝은 미래 없어
美처럼 다양한 기술·학문에 투자
민간·공공·우방까지 협력 확대해
범용AI시대 주도권 확보 총력을

  • 2019-08-04 17:34:28
  • 사외칼럼
[백상논단] AI연구의 네 번째 황금기
원광연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이사장

1979년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을 때 지도교수님과 했던 첫 면담이 지금도 기억난다. 무엇을 연구하고 싶은지 묻는 교수님의 질문에 필자는 인공지능(AI)을 연구하고 싶다고 답했다. 그러자 교수님은 인공지능은 더는 연구할 것이 남아있지 않으니 다른 주제를 찾아보라고 했다. 40년 전 이야기다. 지금은 너도나도 연구하려는 인공지능이지만 당시에는 유행이 지난 연구주제로 취급됐다.

AI 연구는 이미 두 번의 유행기가 있었다. 첫 번째 유행은 1956년 인공지능의 아버지라 불리는 존 매카시가 ‘AI’라는 용어를 최초로 사용하면서 시작됐다. 하지만 당시 기술력으로는 인공지능을 연구하는 데 한계가 있어 첫 유행은 그렇게 지나갔다. 두 번째 유행은 1980년대로 전문가의 의견을 프로그램에 추가해 프로그램을 전문가 수준으로 만드는 전문가 시스템(expert system)이 AI 연구의 유행을 주도했다. 일본 정부가 인공지능을 장착한 제5세대 컴퓨터를 개발하겠다고 야심차게 선언한 것도 이때다. 하지만 이 역시 프로그램 절차가 복잡하다는 단점과 소수의 특정 분야에만 잘 작동한다는 제한성으로 유행이 오래가지 않았다. 그리고 마침내 2000년대 들어 인터넷의 발달과 인간의 뇌 구조를 참조한 머신러닝이 본격화되면서 세 번째 황금기가 시작됐고, 2016년 알파고와 이세돌의 대국이 본격적인 인공지능 시대의 개막을 알렸다.

현재 AI의 세 번째 황금기를 이끌고 있는 나라는 미국이다. 오바마 정부에서 국가 차원의 AI 연구개발(R&D) 7대 전략을 2016년에 가장 먼저 내놓았고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2월 AI 분야에서 미국의 리더십을 유지하기 위한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그리고 6월에는 업데이트된 국가 AI R&D 8대 전략을 내놓았다. 정부 차원의 발 빠른 준비와 함께 구글·MS·애플·아마존 같은 세계적인 IT 기업의 활약, 1,400여개의 AI 스타트업 설립, 매년 3,000여 명의 박사급 AI 인재 유입, 오랜 기간 다져온 대학·공공기관·기업의 협력 생태계가 미국을 AI 강대국으로 만든 요소들이다.

그렇다면 미국의 AI R&D 전략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오바마 정부와 트럼프 정부가 첫 번째로 내세운 전략은 장기적 관점의 투자다.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것이 AI 기술이지만 하루아침에 생겨난 결과는 아니다. 꾸준한 연구가 이어져 온 덕분에 지금의 실력과 성과가 나오는 것이다. AI 기술이 성숙하기 위해서는 하드웨어·소프트웨어·데이터·통신 등 수많은 기술이 뒷받침돼야 하며 컴퓨터공학·수학·신경과학·언어학·철학·심리학 등 관련 학문도 함께 성숙해야 한다. AI 연구도 사람이 하는 만큼 인재양성도 중요하다. 미국은 이러한 분야들에서 우위를 선점하고 있으며 그렇기에 AI 분야를 이끌어 가고 있는 것이다.

또 한 가지 주목할 점은 오바마 정부의 국가 AI R&D 7대 전략을 기반으로 트럼프 정부에서 추가한 8번째 전략이다. AI의 진보를 가속화하기 위해 공공 부문과 민간의 파트너십을 확대해 나가겠다는 전략으로, 미국 내에서의 협력뿐만 아니라 우방과의 협력을 확대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우방이라는 표현에서 볼 수 있듯 AI 기술력도 언제든지 기술패권 전쟁의 무기가 될 수 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AI 분야에서 미국의 주도적 리더십을 유지하는 것은 미국의 경제와 국가 안보 유지, 삶의 질 향상에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말은 우리에게도 똑같이 적용된다. AI 연구가 유행이기 때문에 뛰어들 것이 아니라 국가의 미래를 결정지을 일이기 때문에 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 만큼 장기적 관점의 투자가 절실하다.

아직 AI 연구는 바둑·번역 등 특정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좁은 AI(narrow AI) 단계에 있다. 다양한 임무를 인간 수준으로 수행할 수 있는 범용 AI(general AI)에 이르기까지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 범용 AI 연구 단계에 이르렀을 때가 AI 연구의 네 번째 황금기가 될 것이라 예상한다. 대한민국이 그 네 번째 황금기의 중심에 서 있을 수 있도록 꾸준히 준비해 나가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XC
이 기사를 공유하세요.

이메일 보내기

보내는 사람

수신 메일 주소

※ 여러명에게 보낼 경우 ‘,’로 구분하세요

메일 제목

전송 취소

메일이 정상적으로 발송되었습니다
이용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