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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칼럼] 존슨 등장으로 유럽쇠퇴 가속화

파리드 자카리아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CNN‘GPS’호스트
'영국의 트럼프' 브렉시트 다짐
EU 조직화에 앞장 英 빠지면
유럽 역할도 급속 위축 불가피

  • 2019-07-29 16:54:12
  • 사외칼럼
[해외칼럼] 존슨 등장으로 유럽쇠퇴 가속화

영국이 새로운 총리를 선출하자 도널드 트럼프는 흡족해했다. 트럼프는 영국 신임 총리인 보리스 존슨을 “강인하고 현명하다”고 평했다. “사람들이 그를 영국의 트럼프”라 부른다고도 했다. “영국인들이 나를 좋아하기 때문에 그렇게 불리는 것은 대단히 좋은 일”이라는 ‘제 논에 물 대기’ 식 설명도 잊지 않았다.

물론 객관적 사실과는 거리가 있다. 영국 시장조사 및 데이터 분석업체인 유고브에 따르면 트럼프에게 호의적인 견해를 지닌 영국인은 전체의 21%에 불과한 반면 67%는 부정적 견해를 지닌 것으로 나타났다. 참고로 버락 오바마에 대한 호감도는 72%였다.

그러나 이보다 중요한 이슈는 존슨이 다우닝 10번가의 새로운 입주자로 떠오른 것이 영국은 물론 유럽 전체와 미국에도 해가 된다는 사실이다.

존슨은 하원 연설을 통해 영국이 100일 이내에 유럽연합(EU)에서 완전히 탈퇴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하지만 그가 영국 경제의 급속한 해체 없이 전격적인 탈퇴를 어떻게 이행할 것인지는 여전히 의문으로 남아 있다. (영국 수출품의 거의 절반이 EU로 들어간다.) 한 가지 분명한 점은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Brexit)가 실제로 발생하면 세계무대에서 유럽의 역할이 급속히 위축될 것이라는 사실이다.

영국은 늘 유럽을 조직화하는 힘이었다. 2차 대전 종전 후 조지 마셜 미 국무장관이 유럽 재건계획을 발표했을 당시, 여기에 호응해 마셜플랜을 받아들이기로 결정한 국가를 끌어모아 연맹체를 조직하고 미국을 도와 마셜플랜의 성공에 적극적으로 기여한 국가가 바로 영국이었다. 영국은 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를 조직하는 데 앞장섰고 1955년에는 전범 국가인 독일을 나토의 일원으로 받아들이는 쉽지 않은 결정을 주도했다.

영국은 유럽경제공동체(EEC) 가입에 뜸을 들였으나 1973년 일단 회원국이 된 이후에는 조직 내에서 가장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EU의 룰과 규정에 관한 논의에서 흔히 간과되는 사실은 수십년에 걸쳐 추진된 EU의 핵심 프로젝트가 회원국의 세금을 조화시키고 관세와 장벽을 제거한 단일시장의 창설이었다는 것이다. 이 같은 비전을 정확히 설명하고 실현하기 위해 가장 적극적인 태도를 보인 사람은 자유시장주의자인 마거릿 대처 영국 총리였다. 그리고 단일시장 플랜은 대체로 성공했다.

이와 함께 영국은 하나의 슈퍼 국가가 아니라 개별 국가들의 연합체로서의 유럽을 일관되게 주장했다. 요즘 이와 배치되는 수사가 난무하고 있지만 유럽은 기본적으로 개별 국가들의 연합체다. 유럽연합 본부인 브뤼셀의 연간 예산은 대략 1,850억달러다. 미국은 국내총생산(GDP) 측면에서 EU에 비견할 만하지만 지출액은 EU에 비해 4조달러 이상 많다. 영국 부총리를 지낸 닉 클레그는 영국 더비카운티의 직원 수가 브뤼셀의 전체 관료 수와 맞먹는다며 “슈퍼 국가라 보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일부 유럽 지도자 사이에 중앙집권적인 통일된 유럽을 만들자는 논의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 말 잔치로 끝났다. 프린스턴 대학교 정치학 교수인 얀 베르너 뮐러는 EU를 영국이 주창했던 국가연합체에 가까운 ‘브리유럽(Breurope)’으로 대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뮐러는 영국이 꿈꿔온 유럽의 비전이 힘을 얻어가는 상황에서 (영국이) EU로부터 탈퇴하려는 것은 아이러니라고 지적한다.

워싱턴의 EU 대사를 지낸 적 있는 스튜어트 아이젠스타트는 유럽 내부의 중요한 이슈들에 대해 영국은 언제나 미국의 가장 가까운 우방이었다고 설명한다. 그는 최근 미국 싱크탱크인 애틀랜틱카운슬의 블로그에 다음과 같은 글을 올렸다. “브렉시트로 미국은 무역과 법령 등 광범위한 이슈들과 관련해 워싱턴의 손을 들어줄 중요한 지지자를 잃게 될 것이다. 이란과 러시아 및 다른 정권들을 겨냥한 미국의 제재라든지, 개인정보보호·독점금지·테러방지·국가안보 등의 이슈에서 자유시장주의에 기반한 영국의 접근법은 대다수 유럽연합 회원국에 비해 미국식 접근법에 바짝 다가서 있음을 여지없이 보여줬다.

유럽이 세계무대에서 물러나는 시점에 영국은 유럽으로부터 떨어져 나가려 하고 있다. 대처와 미테랑, EU 집행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던 자크 들로르, 헬무트 콜 전 독일 총리 등 유럽의 과거 지도자들은 세계무대에서 유럽이 중심적인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고 믿었다. 그들은 단일시장을 구축했고 소련의 붕괴 여파를 헤쳐나갔으며 동유럽과 중앙 유럽 국가를 회원국으로 받아들였고 냉전 이후 시대에 서구의 가치를 투사했다.

오늘날의 유럽 지도자들은 유럽이 처한 경제적 압박, 포퓰리스트 정치, 반유럽 물결로 기진한 상태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관리인 모드’를 취하고 있고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강력한 유럽을 원하지만 국내 문제에 발목이 잡혀 옴짝달싹 못하고 있다. 반면 국제무대의 오랜 주역으로 일관되게 활기와 행동주의를 표방해온 영국은 브렉시트를 준비하느라 바쁘다.

지구촌의 안정과 질서에 가해지는 주된 위협이 무엇인지는 명백하다. 바로 러시아·중국 등 강대국의 호전성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에 버금가는 경제력을 지닌 유럽은 1945년 이후 구축된 룰과 표준 및 가치를 보존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담당할 수 있다.

그러나 유럽은 힘을 조절할 필요가 있으며 분명한 목적의식을 갖고 행동에 나서야 한다. 그럼에도 유럽은 현재 이와는 정반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지금 우리는 17세기 이래 국제무대를 규정하고 장악해온 국가 그룹이 집단적으로 쇠퇴해가는 광경을 지켜보고 있다. 브렉시트는 이처럼 서글픈 유럽의 몰락을 가속화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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