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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미국의 우선순위와 대한민국

김영필 뉴욕특파원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우리나라와 중국 등을 겨냥해 세계무역기구(WTO) 개발도상국 지위를 없애는 방안을 찾아내라고 지시한 무역대표부(USTR)는 경제 분야에서의 미국의 힘과 생각을 보여준다. 오롯이 미국 입장에서 미국의 이익을 위해 일하는 기관이다.

그런 USTR은 세계를 7곳으로 나눴다. 구체적으로 △아프리카 △중국, 몽골과 대만 △유럽과 중동 △남아시아와 중동아시아 △서반구(Western hemisphere·남미와 카리브해 국가) 등이다. 나머지 하나가 중국을 뺀 동아시아와 태평양 국가인데 USTR은 이를 △일본, 한국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로 표시한다.

흥미로운 것은 순서다. 일본이 우리에 앞선다. 경제적 중요성만 따지면 몽골과 대만이 중국을 따라갈 수 없듯 USTR 시각에서는 정도의 차이야 있겠지만 우리보다 일본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일본은 중국과 함께 미국의 ‘톱5’ 수출국이기도 하다(USTR은 홈페이지에 친절하게 이를 소개해놨는데 여기에 한국은 없다).

경제뿐일까. 지난달 나온 미 국방부의 인도태평양 전략보고서는 이 지역에서 미국의 압도적 우위를 유지하기 위한 방안 중 하나로 파트너십을 꼽았다. 그 파트너십 국가로 가장 먼저 등장하는 게 일본이다. 보고서는 일본을 ‘코너스톤(corner stone·주춧돌)’, 우리나라를 ‘린치핀(linchpin·마차나 자동차의 바퀴가 빠지지 않게 꼽는 핀)’으로 설명했다. 린치핀이 코너스톤보다 중요하다는 의견도 있지만 마차나 자동차보다는 집과 건물이 먼저다.

27일(현지시간) 뉴욕에서 만난 한 고위인사는 “이곳에서 우리나라는 북한보다도 관심을 덜 받는다”며 “그냥 그렇고 그런 나라 중 하나”라고 했다. 일본의 경제보복에 대해서도 비슷한 얘기가 나온다. 뉴욕의 한 금융권 인사는 “미국의 묵인 없이는 될 수 없는 일”이라고 단언했다. 미국 입장에서는 여전히 우리보다 일본에 무게중심이 가 있다는 뜻이다. 원통하지만 그것이 대한민국의 현주소다.



역사는 이를 또렷이 보여준다. 1950년 1월 당시 국무장관 딘 애치슨은 알래스카-일본-오키나와를 잇는 미국의 태평양 방위선을 정하면서 우리나라는 뺐다. 하버드대에 몸담았던 어네스트 메이 전 교수가 쓴 ‘역사의 교훈’을 보면 해리 트루먼 대통령은 한국전쟁이 일어나기 직전까지도 한반도에서의 전투는 피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려놓고 있었다. 1905년 ‘가쓰라 태프트 밀약’을 통해 일본의 한국 지배에 동의한 것도 미국이었다. 당시 시어도어 루스벨트 미 대통령은 한국은 이 세상에서 가장 부패하고 무능한 정부의 나라이며, 일본은 입헌정치의 나라이자 지성과 활력, 활기가 넘치는 문명 국민이라고 추어올렸다. 그만큼 미국과 일본의 관계는 굳고 단단하다.

정부가 대한민국 국력의 좌표를 아는지 걱정스럽다. 우리 정부는 일본의 경제보복에 ‘극일(克日)’을 내세우고 있지만 일본은 그렇게 간단한 나라가 아니다. 인정하기 싫지만 70여년 전에 이미 항공모함과 전투기를 만들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일 갈등 중재와 관련해 “둘 다 원하면 관여할 것”이라며 사실상 관여하지 않겠다고 말한(일본이 미국에 중재를 요청할 일은 없다) 배경에도 일본과 미국의 끈끈한 관계가 있다. 아베가 ‘푸들 외교’라는 모욕적인 말을 들으면서까지 미국에 다가가는 이유다.

정부가 힘의 좌표를 모르는 듯한 근거는 더 있다. 불과 2년 전만 해도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발언에 “(우리가) 동의하지 않으면 재협상은 없다”고 호기를 부렸다. 결과는 어땠나. 협상은 시작됐고 미국은 우리나라로부터 환율개입을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일방적으로 발표해버렸다. 한미 관계에서 미국은 점차 강해지고 있다.

굴종해야 한다고 말하는 게 아니다. 나의 힘과 상대방의 의도를 정확히 알아야 맞춤형 외교와 대응이 나온다. 외교통상 라인을 뿌리부터 다시 점검해볼 때다.

/susop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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