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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여울의 언어정담] 내 마음의 월든을 찾아서

작가
자신의 의도대로 자신만의 일 하며
'월든' 들어가 행복한 삶 영위한 소로
자신만의 이상향 만들고 기록 남겨
내 마음속에도 친밀한 유토피아로

  • 2019-07-19 17:10:55
[정여울의 언어정담] 내 마음의 월든을 찾아서
정여울 작가

복잡한 도시의 삶에 지칠 때, 나는 마음속의 소박한 유토피아를 그려본다. 다양한 이상향의 이미지들이 떠오르지만, 역시 가장 친밀한 유토피아는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월든’이다. 글로만 상상했던 월든, 그리고 소로가 평생 사랑했던 고향 땅 콩코드를 찾아갔을 때, 나는 내 머릿속의 이미지보다 훨씬 아늑하고 편안한 느낌을 주는 그곳의 분위기에 압도당했다. 내가 태어난 고향은 아니지만 마치 내가 어른이 되어 선택한 제2의 고향, 인공의 고향 같은 느낌이 들었다. 왜 처음으로 방문한 월든과 콩코드가 느닷없이 내 오랜 마음의 고향처럼 느껴졌을까. 그것은 바로 오랫동안 마음속에 간직해온 ‘이야기의 힘’이었다. 이야기의 힘, 그것은 ‘월든’을 반복해서 읽으며 오랫동안 꿈꾸었던 내 안의 유토피아와 실제 월든이라는 장소가 만남으로써 일으킨 내면의 스파크였다. 월든이라는 공간의 아름다움은 소로가 지닌 글쓰기의 힘, 삶의 힘이 녹아있는 공간이 지니는 따스한 아우라를 뿜어내고 있었다.
[정여울의 언어정담] 내 마음의 월든을 찾아서

하버드 대학 시절에도 다른 학생들과 어울리기보다는 홀로 사색에 잠기고 맹렬하게 책을 읽는 조용한 삶을 택했던 소로는 자신을 바라보는 타인의 시선에 ‘연민’이 깃들어 있음을 알았다. 자신이 다른 하버드졸업생들처럼 변호사나 사업가가 되지 못하고 가정교사나 연필 제조 같은 불안정한 일을 하고 있는 것을 사람들이 불쌍하게 여긴다는 것도 알았다. 하지만 그의 진짜 직업은 따로 있었다. 그것은 바로 자연을 관찰하고, 숲 속을 산책하며, 자연 속에서 모든 것을 느끼고 배우고 일구는 삶이었다. 그는 익숙한 일상을 버리고 월든 호수로 떠난 목적을 명쾌하게 설명한다. 자신이 월든에 간 목적은 생활비를 줄이거나 호화로운 삶을 살기 위한 것이 아니라, 되도록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오직 ‘나 자신의 일’에 집중하기 위해서라고. 그가 숲 속으로 들어간 것은 인생을 완전히 ‘나의 의도대로’ 살아보기 위해서라고. 그것은 인생의 본질에 직면하려는 몸부림이었으며, 마침내 죽음을 맞이할 때 ‘내가 헛된 삶을 살지 않았다’는 것을 깨닫기 위해서였다. 그는 농사와 명상을 결합한 삶, 낚시와 글쓰기를 병행하는 삶, 자연을 관찰하는 연구자이자 동시에 자연의 일부로 완전히 동화되는 소박한 삶을 꿈꾸었다.

그는 땅을 직접 갈아 감자와 완두콩, 순무를 심어 농사를 지었다. 더 많은 소출을 얻기 위해 하루 종일 일하는 것이 아니라, 새벽 5시에서 정오까지만 일하고 나머지 시간은 산책과 글쓰기, 명상 등 자신이 하고 싶은 일에 집중하는 삶을 실천했다. 사람들은 비료도 주지 않고 기계도 쓰지 않는 이 초보 농사꾼을 의아한 눈빛으로 바라보았지만, 그는 바로 이 소박한 농사꾼이자 조용한 수행자의 삶을 지극히 사랑했다. 연간 8달러의 수익밖에 내지 못했지만 그보다 훨씬 커다란 행복, 즉 자연의 장엄함과 존재의 위대함을 느끼며 깊은 만족감을 얻었기에 그 수입이 전혀 적게 느껴지지 않았다. 그는 마을의 농부들보다 ‘훨씬 적은 걱정’을 하고 ‘훨씬 커다란 만족감’을 얻었으니 말이다. 사람들은 소로를 이해하지 못하고, 불운한 운명 탓에 산과 숲을 떠도는 유랑자처럼 살아간다고 생각했지만, 소로는 전혀 굴하지 않았다. 그는 월든에서 자신만의 이상향을 창조했으며, ‘월든’이라는 아름다운 기록을 남김으로써 생태주의의 영원한 멘토가 됐다.

소로는 월든 호수의 갈대 사이에서 속삭이는 바람 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고 한다. 사람들은 도대체 무슨 속셈으로 월든 호수로 떠나냐고 물었지만 소로는 월든 호수에서 계절의 변화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할 일은 넘쳐난다고 생각했다. 자연을 관찰하고 자연과 함께 하는 삶 속에서 소로는 지극한 내면의 희열을 느꼈던 것이다. 그는 고향에 머무는 재능이 있는 사람, 멀리 떠나지 않아도 바로 이곳에서 천국을 발견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평생 고향에 머물면서도 이 세상 모든 곳을 여행하는 듯 전혀 지루함을 느끼지 않을 수 있는 혜안, 도시인에게는 지극히 단조로워 보이는 자연 속에서 지상의 모든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마음의 눈. 그것이 소로의 지혜였다. 삶이 아닌 것은 살지 않으려는 의지, 진정한 나 자신과 만나려는 모든 실험을 포기하지 않는 용기. 그것이 소로가 내게 준 선물이었으며, 내 마음의 월든에서 여전히 타오르고 있는 영혼의 횃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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