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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동 야단법석] "검찰의 로펌 압수수색, 고해성사 자리에 CCTV 달아놓은 꼴"

권력기관의 로펌 강제수사 확대에 불만 고조
변호사-의뢰인 문자·이메일까지 증거로 수집
율촌·김앤장 등 대형 로펌도 잇따라 압수수색
이찬희 변협회장 "변호사 조력받을 권리 무너져"
비밀유지권 명문화 입법 추진 주장에 힘실려

“외국 로펌(법무법인)들은 최근 ‘한국은 로펌도 압수수색’을 당한다‘는 소문을 홍보용으로 쓰기까지 해요. 로펌이 보유한 의뢰인 자료까지 강제수사를 하면 누가 변호사를 믿고 속내를 털어놓겠습니까. 차라리 신부에게 고해성사를 하는 자리 위에 CCTV를 달아 놓는 게 낫지요.”

최근 기자와 만난 A로펌의 고위 관계자는 검찰의 로펌 압수수색 행태에 대해 이렇게 푸념했다. 검찰 등 수사기관이 피의자 수사 범위를 로펌까지 적극 확대하면서 로펌의 핵심인 의뢰인과의 비밀유지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는 뜻이었다.

변호사업 관계자에게 이 같은 불만을 들은 것은 올 들어 처음이 아니었다. 권력기관이 일부 로펌이나 변호사까지 적폐 수사대상으로 규정하고 의뢰인과의 메신저 대화내용까지 압수에 나서면서 수많은 변호사들이 위기를 느낀다고 하소연했다.

[서초동 야단법석] '검찰의 로펌 압수수색, 고해성사 자리에 CCTV 달아놓은 꼴'
서울중앙지검. /서울경제DB

◇비밀유지권 침해 기관, 검찰이 38%=변호사들의 위기감은 지난 4일 대한변호사협회의 설문조사에서 그대로 드러났다. 대한변협이 지난 4월 전국 회원을 대상으로 비밀유지권 침해 피해사례 실태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비밀유지권을 침해 당한 회원 중 32.8%는 자신의 사무실·컴퓨터·휴대전화를 압수수색 당하는 과정에서 피해를 봤다고 답했다. 피의자인 의뢰인의 사무실·컴퓨터·휴대전화를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변호사와의 대화내용을 증거자료로 수집 당했다는 비중도 34.5%에 달했다.

구체적으로는 피의자의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면서 변호사와의 이메일 등 교신 내역, 경찰 조사 참여시 변호사가 남긴 메모, 변호사의 법률 검토의견서 등을 증거로 수집한 경험도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변호사의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피의자와의 문자메시지·카카오톡 대화내역, 상담일지, 의뢰인의 방어를 위해 준비 중인 변호인 의견서 등도 수사기관에 흘러 들어가기도 했다. 사내변호사의 경우 사내변호사와 로펌간 논의 내용, 거래 대상 로펌의 업무 내역서 등까지 검찰로부터 제출하라고 요구받은 사례도 있었다.

비밀유지권을 침해한 국가 기관은 검찰이 37.7%로 압도적이었다. 이어 경찰(18.9%), 국세청(9.4%), 금감원(7.5%), 공정거래위원회 등 기타 기관(26.4%) 순으로 집계됐다. 특히 검찰의 경우 지난 2016년 롯데그룹 탈세 의혹을 수사하며 법무법인 율촌을 압수수색한 것을 시작으로 수사 편의를 위해 법무법인을 증거 수집 대상으로 삼는 경우가 점차 빈번해지고 있다. 국내 최대 법무법인인 김앤장 법률사무소의 경우 지난해 12월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소송 관련으로 사상 처음 압수수색을 당한 데 이어 지난 2월에는 가습기 살균제 피해 사건 관련으로 압수수색을 또 당했다.

이찬희 변협회장은 “비밀유지권이 침해되는 상황이 반복적으로 발생하게 되면 의뢰인과 변호사 사이에 진솔한 의사소통이 불가능해지게 된다”며 “결국 헌법상 보장되는 재판청구권과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무너지는 엄중한 결과에 이르게 되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부장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법원이 영장을 내줬다는 건 물론 이유가 있다는 얘기겠지만, 자꾸 선례가 생기다 보면 악용하는 경우가 반드시 나올 것”이라며 “미국 등 외국에선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라고 꼬집었다.

[서초동 야단법석] '검찰의 로펌 압수수색, 고해성사 자리에 CCTV 달아놓은 꼴'

◇증거수집 원천 제한 등 입법 추진 힘실려=대다수 변호사들은 이에 대한 해결 방안으로 입법을 통한 비밀유지권 명문화를 들었다. 현행법에 의뢰인과 변호사 간 비밀유지권을 명확하게 규정하고 의뢰인과 변호사 간 온·오프라인 대화 내용, 상담 및 변론 과정에서 작성한 문서 등에 대해서는 증거 수집을 원천적으로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나아가 이를 위반한 경우에는 위법수집증거로 취급하여 증거능력을 배제시키자는 의견도 나왔다.

아울러 검찰 등 수사기관의 인식과 수사 관행을 바로 잡아야 한다는 입장도 많았다. 실제로 미국의 경우 연방법과 주법·보통법에 의해 변호사-의뢰인간 비밀유지권이 인정되며, 영국도 보통법에 의해 변호사 특권을 인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협회장은 “각계 전문가의 의견을 청취하는 등 앞으로 의뢰인 변호사간 비밀유지권 확보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다짐했다.
/윤경환기자 ykh2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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