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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무리한 '기업 때리기'에 잇단 패소…로펌만 배불려줘

[공정위 행정처분 남발]

불명확한 기준·전문성 결여에

수백억 가산이자 혈세로 '펑펑'

직접소송 승소기여율 고작 16%

외부로펌 지급비용도 증가세

4년새 2배↑ 작년 20억 넘어

올 퀄컴 1조대 불복소송 남아

일부라도 패소땐 수백억 내줄듯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2012년 라면값을 담합한 혐의로 농심와 오뚜기 등 라면업체들에 과징금 1,240억원을 부과했다가 고스란히 돌려줬다. 라면업체들이 3년여간 소송을 벌인 끝에 대법원이 담합 증거가 불충분하다고 판결했기 때문이다. 이에 공정위는 업체들이 낸 과징금뿐 아니라 수십억원의 이자를 국고에서 지원받아 환급했다. 당시 엄청난 과징금으로 비상경영에 돌입했던 라면업체들은 심지어 미국에서 소송까지 당했다. 올해 3월까지 7년에 걸친 소송 끝에 승소했지만 소송비용으로 들어간 450억원은 문제를 초래한 국가로부터 전혀 보상받지 못했다.

이처럼 공정위가 국고로 귀속시켰다가 돌려준 과징금이 최근 4년 반 동안 1조190억원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도한 행정처분 남발이라는 비판을 받는 공정위가 기업에 거액의 과징금을 매긴 뒤 소송에서 패해 기업과 국민의 부담을 함께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사실로 확인되는 대목이다.

25일 이태규 바른미래당 의원실이 공정위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공정위의 행정소송 승소율은 급격하게 하락하고 있다. 올 들어 5월 말까지 전체 종결사건 62건 중 43건에 대해서만 공정위 처분이 법원에서 인정돼 승소율이 69.4%까지 떨어졌다. 2014년 80.3%에 달하던 승소율이 2017년 73.1%로 떨어진 데 이어 지난해도 72.7%에 그치면서 꾸준한 하락세를 기록하는 모양새다.

특히 올해 승소율 69.4% 가운데 외부 변호사를 선임한 경우 38.71%, 직접 소송은 16.13%로 직접 소송을 통한 승소 기여율이 훨씬 낮아 공정위의 법률 전문성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같은 논란으로 공정위는 주요 과징금 처분 소송을 직원에게 맡기기보다 법무법인(로펌)에 의뢰하고 있지만 이 역시 문제점을 노출하고 있다. 외부 변호사를 선임한 소송에서 공정위가 100% 이긴 전부 승소 비율은 64%에 그치고 있다.



이런 상황에도 행정소송 대응을 위해 선임한 외부로펌에 지급한 비용은 갈수록 늘고 있다. 공정위가 외부로펌을 선임하는 데 지출한 착수금과 성공보수금 등 비용은 2014년 10억원 수준에서 2015년 15억, 2016년 17억3,000만원으로 큰 폭으로 증가했다. 지난해는 20억원 규모를 돌파한 데 이어 올해도 5월까지 8억8,000만원이 넘는 국고가 행정소송에 대응하기 위한 비용으로 로펌에 흘러 들어갔다. 더 큰 문제는 1조원대 규모인 퀄컴의 과징금 불복소송에서 공정위가 일부라도 패소할 가능성이 남아 있다는 점이다. 공정위는 2016년 퀄컴이 스마트폰 부품에 대해 특허 사용료를 받아 폭리를 취했다며 역대 최대 과징금인 1조311억원을 부과했다. 현재 서울고등법원에 계류 중인 불복소송에서 일부라도 패소 판결이 나오면 수백억원대 가산이자를 포함해 과징금을 돌려줘야 한다.

이처럼 소송에서 패소해 돌려준 돈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올해 5월 기준으로 최근 4년 반 동안 환급한 과징금이 9,561억원을 넘는다. 여기에 3월29일 공정위가 퀄컴에 환급한 640억원을 더하면 1조원이 훌쩍 넘는 금액을 패소나 재조정으로 돌려준 셈이다. 가산된 이자만 784억원이 국고에서 빠져나갔다. 공정위가 일부 또는 전부패소해 과징금을 환급했거나 해야 하는 주요사건에는 퀄컴 차별적 로열티 사건을 비롯, 현대모비스 부품 밀어내기 사건, 대림산업 복선전철 담합 사건, 농심·오뚜기 등 라면 4사 담합 사건 등이 있다. 이 의원은 “공정위가 기업에 대해 무리한 조사를 하고 행정처분을 남발해 세금을 낭비하는 결과를 초래한 셈”이라며 “‘묻지마’식 과징금 처분에만 집착할 것이 아니라 정확하고 합리적인 조사로 국민의 신뢰도를 높여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골칫거리는 과징금 환급시 적용되는 가산이율이 1.6~1.8% 수준에서 올 3월20일부터 연 2.1%로 0.3%포인트 상향 조정돼 올해 지급되는 가산금 규모가 더욱 증가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기업들이 공정위에 시중 예금금리보다 더 높은 이자를 받는 셈”이라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온다. 공정위가 고발한 공정거래 사건을 수사하는 검찰 내부에서도 “공정위가 실력을 키워야 한다”는 쓴소리가 나온다. 한 현직 부장검사는 “공정위 고발사건을 전체적으로 살펴보면 절반은 미진한 부분을 살펴봐야 하지만 나머지 절반 사건은 기업에 유리한 자료를 고의누락하는 등 고발내용을 부풀리는 경향이 있다”며 “오히려 검찰이 기업을 위해 이 부분을 제대로 판단하는 게 중요하다는 내부 인식이 있다”고 전했다.

재계는 무리한 조사와 일부 불명확한 기준의 과징금 탓에 숱하게 문제가 발생해왔다는 반응이다. 특히 담합은 리니언시와 같은 내부자 신고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경우가 많아 이 경우 자칫 공정위의 자의적 조사와 해석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한다. 게다가 공정위의 과도한 행정처분이 기업활동을 위축시키고 있다는 것은 더 큰 문제다. 한 대기업 소속 사내 변호사는 “공정거래 조사가 강화되면서 영장주의 등 원칙의 제한을 받지 않는 행정조사가 무분별하게 진행되는 경향이 있어 기업 입장에서는 이 부분에 대한 방어나 대응이 쉽지 않다”며 “과징금 액수가 수백억원 규모로 커지고 제재명령, 주식 매각명령 등 광범위한 행정처분이 이뤄져 기업에 큰 리스크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지현기자 ohj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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