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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질 아재의 걸 그룹 내 멋대로 보기]사라지는 ‘섹시 코드’

대중들 거부감과 사회 분위기의 변화

글로벌 무대를 겨냥하면서 점차 시들

최근엔 ‘걸크러쉬’가 대세로 굳어져





예전부터 ‘섹시’라는 코드는 걸 그룹에게 중요한 콘셉트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대형기획사의 경우 탄탄한 자금력과 기획력 그리고 넘치는 ‘연습생 풀’을 바탕으로 철저한 준비와 트렌드 분석, 마케팅으로 완성형 신인 그룹을 데뷔시키거나 신곡을 준비하지만, 대형업체보다 상대적으로 열악한 중소기획사는 처음부터 대중들에게 확실한 한방을 각인시키기 위해 ‘섹시’라는 콘셉트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2015년에 들어서면서 대중들은 ‘섹시’라는 코드에 싫증과 거부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기획사마다 글로벌 무대를 겨냥해 아이돌 그룹을 데뷔시키면서 ‘섹시’라는 트렌드는 점점 뒤로 밀리는 경향을 보이게 됐다. 물론 지금도 ‘섹시’는 여전히 아이돌 시장에서 매력적인 콘셉트지만….

씨스타 /사진=인스타그램


◇ ‘섹시 콘셉트’ 전성시대

소녀시대, 원더걸스, 카라 등 청순, 소녀다움, 틴크러쉬 콘셉트가 주를 이루고 있던 2009년 중반, 브라운아이드걸스, 애프터스쿨 등이 ‘어른어른’하고 성숙한 섹시미로 성공을 거두면서 ‘섹시 콘셉트’ 전쟁의 서막을 알렸다.

2010년에 들어 씨스타, 미쓰에이가 등장하면서 하나의 코드로 자리 잡았고 먼저 데뷔한 레인보우, 시크릿, 티아라 등도 하나둘 ‘섹시 대전’에 가세하기 시작했다.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2009년~2014년 사이에 데뷔하거나 컴백하는 걸 그룹들의 콘셉트 대부분이 ‘섹시’를 기본으로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여돌’ 시장에 정착되고 전성시대를 열었다. 물론 에이핑크, 크레용팝, 레이디스코드 등 자기만의 색깔과 콘셉트를 앞세워 팬덤을 형성한 그룹들도 존재하고는 있었다. ‘섹시 전쟁’은 2014년에 절정을 이룬다. ‘여름 퀸’ 씨스타의 독주 속에 강렬했던 AOA의 ‘짧은치마’ 와 걸스데이의 ‘Something’ 그리고 역주행한 EXID의 ‘위아래’ 노래보다 노출이 더 논란이 됐던 스텔라 등까지 사실상 전쟁의 정점을 찍었다.

마마무/사진제공=RBW


◇ 사라지는 ‘섹시 코드’

2015년 전후에도 ‘섹시 코드’는 여전히 유효했지만, 대중들은 반복되는 과도한 노출과 퍼포먼스 그리고 클럽에서나 어울릴 법한 음악에 싫증과 거부감을 느끼며 고개를 돌리기 시작했다.

여기에 중소기획사들도 K팝이라는 글로벌 무대에 눈을 뜨게 되고 노출이라는 콘셉트의 한계를 깨닫게 되면서 ‘여돌’ 시장에 변화가 감지됐다. 2014년 레드벨벳, 러블리즈, 마마무 등에 이어 2015년에는 트와이스, 여자친구, 오마이걸, 에이프릴, CLC 등까지. ‘섹시’와는 거리가 있는 청순파워, 틴크러쉬, 몽환, 청순 등 다양한 콘셉트의 3세대 걸 그룹이 데뷔를 하고 성공적으로 정착하면서 한때 ‘여돌’의 주류 콘셉트였던 ‘섹시’는 밀리게 됐고 서서히 설 자리를 잃게 됐다. 더욱이 달라진 사회적 분위기와 섹시 코드의 시작 그리고 전성기를 함께 지냈던 씨스타, 미쓰에이, 티아라, 나인뮤지스, 레인보우, 달샤벳, 헬로비너스 등 줄줄이 해체하면서 사실상 현재 ‘섹시 퀸’의 자리는 비어있는 상태다.



트와이스 /서울경제 DB


◇ 걸크러쉬로 진화하다

2019년 걸 그룹시장의 코드는 당당함과 걸크러쉬로 정의할 수 있다. 과거에도 2NE1, 브아걸, 포미닛 등 당당함과 강렬함을 내세우며 여돌 시장의 한 축을 담당했지만, 지금처럼 완전한 주류는 아니었다. 마마무, 블랙핑크, (여자)아이들, 있지 등은 데뷔 때부터 당당하고 우아한 카리스마를 앞세워 걸 그룹 시장을 주도 하고 있으며 ‘팬시’로 돌아온 트와이스도 ‘트둥이’ 이미지를 버리고 ‘걸크러쉬’로 사랑을 받았다. ‘청순돌’ 에이핑크는 지난해 ‘1도 없어’를 통해 청순 카리스마를 선보였고 5월 말 컴백 예정인 CLC도 ‘NO’를 통해 변신에 성공했다.

블랙핑크 /사진제공=YG엔터테인먼트


가요계에서는 ‘섹시 콘셉트’의 고급화를 ‘걸크러쉬’라고 평가하기도 한다. 글로벌 무대에서 걸 그룹이 통하려면 청순하거나 귀여운 콘셉트만으로는 분명히 한계가 있고 ‘섹시’로 밀어붙이기에도 이미지 문제로 더욱 부담스럽다. 그래서 단순히 노출 같은 자극적인 모습이 아닌 평범함을 거부하는 당당함과 카리스마 그리고 성숙한 여성미가 합쳐져 고급스럽게 진화한 ‘걸크러쉬’ 같은 또 다른 매력이 필요했고 점차 트렌드로 자리를 잡게 됐다는 이야기다.

최근 출간된 일본 작가 아사이 료가 쓴 장편소설 ‘꿈의 무대 부도칸’을 보면 노래와 춤을 제외하고는 모든 것을 빼앗긴 삶에도 아이돌이 되고 싶은 무대 밖의 세계를 다루고 있다. 모두가 BTS, 트와이스, 블랙핑크가 될 수 없는 현실에도 혹독한 훈련과 규칙 견디며 오직 “데뷔가 꿈”이라는 대한민국 아이돌의 현주소를 보는 듯해 한편으로 씁쓸하기도 하다. 하지만 꿈을 향해 달려가는 그들의 선택을 반대하지는 않는다. ‘0.01%의 성공 확률’이지만 도전은 실행에 옮겼을 때 결과를 알 수 있고 실패해도 흘린 땀만큼 더 성숙해질 미래가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어느덧 걸 그룹 시장은 4세대 진입 문턱에 서 있다. 청순 발라, 귀여움을 거쳐 섹시 그리고 ‘걸크러쉬’까지 끊임없이 변신하고 진화하는 걸 그룹들의 노력에 박수를 보내며 그녀들의 다음 ‘코드’는 어떤 모습일지 벌써 궁금해진다. /최덕현기자 duhy71@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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