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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론직설] "대기업·정규직 노조 과보호가 경제 발목…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해야"

<김대일 서울대 경제학부장>
고임금에 과도한 이익 보호로
中企·비정규직에 부담 전가
해고요건 완화해야 양극화 해소
정치권 노사문제 개입땐 사태악화
정부도 룰만 만들고 간섭 말아야
정부, 시장친화적 정책 외면한채
돈풀어 소득격차 해소에만 집착
대증적 복지·분배정책 효과 낮아

  • 오현환 논설위원
  • 2019-05-15 15:46:48
[청론직설] '대기업·정규직 노조 과보호가 경제 발목…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해야'
수출이 감소하는 등 경제환경이 날로 어려워지고 있다. 이런 때일수록 노동시장 개혁 등 구조적인 문제를 개선하는 것이 중요하다. 김대일 서울대 경제학부장은 “우리나라 노동시장은 대기업·정규직 노조가 기득권을 형성하면서 양극화가 극심해져 효율적인 인적자원 배분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며 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권욱기자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극심한 노동시장 이중구조가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습니다.” 김대일 서울대 경제학부장은 우리 경제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대기업·정규직 노조로 대변되는 내부자들의 이익 보호를 위해 중소기업·비정규직의 이익이 침해되는 상황을 꼽았다. 내부자 이익을 위한 과도한 고용 보호 조치가 효율적인 인적자원의 배분을 가로막아 결국 경제가 어려워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해고요건의 완화를 통해 정규직과 비정규직, 대기업과 중소기업 근로자 간의 차별을 줄여 노동시장을 정상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노사 문제에 정부나 정치권이 절대 개입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정치권이 개입할 경우 나라 전체의 이익보다는 노조에 휘둘리는 결과를 가져왔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노동시장 개혁은 독일처럼 보수정부보다는 진보정부에서 더 잘 이뤄질 수 있다는 점도 역설했다. 봄이 완연한 지난 10일 서울대 관악캠퍼스에 있는 김 교수의 연구실에서 ‘우리나라 노동시장 개혁 방향’에 대한 그의 견해를 들어봤다.

-우리 경제가 어떤 상태에 있다고 보는지.

△우리는 개발도상국 가운데 빠르게 성장해 선진국 문턱에 들어섰지만 최근에는 상황이 좋지 않다. 중국 등 다른 개발도상국에도 곧 따라잡힐 처지다. 그동안 중국은 원천기술은 우리나라보다 훨씬 뛰어나지만 소비자의 마음에 쏙 들도록 만들어 비싸게 팔아먹는 상용화 기술이 부족했었다. 원천기술이 좋은 중국이 상용화까지 잘하면 우리가 따라갈 수 없다. 예전에 중국이 우리를 오랑캐 국가로 취급했던 것과 같은 상황이 20~30년 내에 올 수도 있다.

-개혁 가운데 제일 안 되는 것이 노동시장 개혁이라는데.

△노동시장 개혁이 어려운 것은 근로자 인구 비중이 커 정치적으로 이를 처리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노동시장 개혁을 어떻게 해야 한다는 방향은 그동안 많은 연구를 통해 나와 있다. 하지만 득표에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에 정치인이나 정부가 선뜻 나서지 않았다. 독일의 게르하르트 슈뢰더 정부는 ‘하르츠 노동시장 개혁’을 단행한 후 정권을 잃었다. 성공 사례로 슈뢰더와 함께 많이 언급되는 마거릿 대처 영국 총리의 경우 노동시장 개혁을 했다기보다는 노동조합의 민주화에 주력했다. 영국은 전통적으로 노사관계에서 정부는 빠져 있다. 노조의 장기파업에 국민 여론이 등을 돌리자 그때까지 손 놓고 있던 대처 정부가 노동조합 내 민주화 장치를 많이 도입했다.

-한국의 노동시장은 무엇이 문제라고 생각하는지.

△우리 노동시장은 전형적인 이중구조를 갖고 있다. 특히 내부자·외부자 문제가 심각하다. 대기업·정규직 노조 근로자로 대변되는 (정치적 협상력이 강한) 내부자들의 이익 보호를 위해 대다수의 중소기업·비정규직 근로자들의 이익이 침해되고 있다. 결과적으로 이중구조에 따른 양극화가 심해지면서 노동시장 고유의 효율적인 인적자원 배분 기능이 저하되고 있다.

-내부자·외부자 문제를 쉽게 설명한다면.

△기득권을 가진 자가 내부자이고 못 가진 자가 외부자다. 기득권자들이 자기의 이익을 보호하려고 하다 보면 외부자들이 피해를 본다는 경제학 이론이다. 예를 들어 기업에서 장사가 잘돼 노조가 임금을 많이 올려달라고 할 때 올리지 않으면 500명을 새로 뽑을 수 있는데 올리는 바람에 100명밖에 뽑지 못하는 일이 생길 수 있다. 이때 내부자의 임금 인상 이익 때문에 외부자인 나머지 400명은 실업자로 존재하게 된다. 양극화 아래에서 대기업의 정규직 근로자들은 고용 보호를 강하게 받는데다 임금도 높고, 임금 조정은 잘 안 되니 결과적으로 경제는 어디선가 조정이 돼야 한다. 결국 그 부담은 노조도 없고 임금도 낮은 중소 하청 업체 근로자들에게 전가된다.

-노동시장 양극화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하나.

△기본적으로 내부자의 기득권을 해소하는 방향으로 개혁이 필요하다. 해고요건 완화 등을 통해 기업의 인력 관리에 시장 상황이 반영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해고요건이 완화된다고 해서 곧바로 대량해고가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돈을 벌려는 기업이 돈을 잘 벌어주는 노동자를 해고할 이유는 전혀 없다. 데이터 비교가 불가능하지만 해고가 자유로운 미국 회사의 근속연수가 일본과 우리나라보다 높다는 연구 결과도 나온 적이 있다. 노사관계에 정부와 정치권이 개입을 중단해 정치적 문제로 비화하는 것도 막아야 한다. 또 하청관계에서의 독점적 지위에 따른 불공정 거래를 척결해야 한다. 다만 시장 기능을 침해하는 규제는 부적절하다. 법인세 인하와 연구개발 지원 등으로 신규 투자가 활성화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 양질의 일자리가 창출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

-정치권이 개입하지 말아야 한다는 의미는.

△정부는 룰(rule)만 만들고 빠져야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노동시장에 문제가 생기고 노사가 의견이 대립되면 둘 다 정부를 쳐다본다.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능력도, 의사도 없다. 그래서 정부를 자기편으로 만들어 유리하게 결론 내려는 경향이 많다. 그러면 노사 문제가 계속 꼬이고 개혁이 안 된다. 정치 문제로 비화하니 사건이 커질 수밖에 없다. 경제 문제에 의해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누가 정치권을 설득하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이때 정치권에서 보면 노조에 속하는 근로자 수가 굉장히 많아 보이고 기업가는 그렇지 않으니 항상 노조가 유리하다. 노조에 속하지 않은 근로자들이 적지 않지만 조직이 안 돼 있어 그쪽 목소리는 정책에 반영되지 않는다. 중소기업 근로자 대변은 오히려 대한상공회의소가 해주고 있다.

-우리가 지향해야 할 모델이 있다면.

△열심히 노력해 신뢰를 쌓아서 북유럽형으로 갈 수도 있고, 아니면 정부에 대한 신뢰가 전혀 없이도 잘 돌아가는 미국형의 시장경제로 갈 수도 있다. 미국은 정부가 최대한 개입을 하지 않고 철저히 시장경제로 가서 잘 돌아가고 있다. 우리는 철저한 시장경제로 가는 게 좋고 빠른 방법이다. 해고를 완화하되 고용보험 등 사회안전망을 강화한 북유럽형은 많은 세금을 거두는 사회민주주의 성격하에서나 가능하다. 현재 우리나라는 남유럽형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스페인의 경우 정규직은 보호를 많이 하고 비정규직에 대한 규제는 완전히 없애버려 비정규직이 굉장히 많다.

-시장에 맡기면 비정규직 문제가 잘 풀릴까.

△시장에 맡긴다는 것은 정부가 손을 뗀다는 것이 아니라 정규직과 비정규직 규정 자체를 없애는 것이다. 고용 보호를 위한 법을 만들어놓으니 기업들이 정규직으로 채용해서 고용 보호를 해주는 게 힘드니까 비정규직으로 채용하는 것이다. 고용보호법을 완화해 시장에 맡기면 정규직·비정규직 차별이 생기지 않을 것이다. 파트타임직은 생길 수 있다. 업무의 필요상 하루 종일 일할 필요가 없는 일이 있고 아이가 있는 어머니는 파트타임을 원한다. 이처럼 근로시간이 다를 수는 있지만 근로계약상 고용 보호 여부에 따라 2년마다 계약을 다시 해야 할 필요는 없다.

-노동시장 개혁이 현 정부에서 가능할지.

△진보정권에서 노동개혁을 하기가 더 쉽다. 보수정권은 개혁을 하려고 하면 ‘저놈들은 기업 편인데’라는 색안경을 끼고 보기 때문에 어렵다. 노사정 대타협을 통한 개혁은 경제위기 때나 하는 것이다. 지금은 대타협을 하지 않으면 모두 죽는다고 하는 상황이 아니어서 절대로 안 한다. 정부가 개혁방안을 만들어 노사를 설득하고 이해시키는 작업을 해야 한다. 이 정부 출범 초기에 노동경제학회에서 진보정부가 노동시장을 개혁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그러나 관심이 없는 것 같다. 노동시장 개혁을 안 하면 우리나라가 망하지는 않겠지만 여러 기업들이 망하고, 그만큼 노동수요가 줄면서 임금도 떨어질 것이다. 노동시장이 유연할 때보다 더 피해가 큰 방향으로 정리될 것이다.

-임금체계가 복잡하고 근무기간에 따라 계속 오르는 호봉제가 기업 활동의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데.

△임금체계가 복잡한 것은 사실이며 개선이 필요하다. 호봉제 자체가 문제라고 하기 어려우나 경직성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이에 따라 최근 연봉제를 도입하는 기업들이 상당한데, 이 문제는 기업에서 자율적으로 해결할 이슈다. 정부가 개입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최저임금 고속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의 부작용이 적지 않은데.

△둘 다 고용에는 상당히 부정적인 효과를 가져온다. 근로시간 단축은 이론적으로 근로자 수가 증가할 가능성이 없지는 않으나 실제로 근로자 수가 크게 증가했다고 보고된 경우는 거의 없다. 오히려 생산도 줄고 근로자들의 소득도 감소해 전체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이 더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부작용은 저임금 근로자일수록 더 크게 나타날 것이다. 물론 일부 고용을 유지하고 소득이 크게 감소하지 않은 고임금 근로자들과 정치적 힘이 있는 대기업 노조 근로자들은 큰 소득 감소 없이 ‘저녁이 있는 삶’이라는 혜택을 누리겠지만 저임금 근로자들에게 돌아가는 불이익은 더 클 것이다.

-성장과 분배라는 측면에서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을 평가한다면.

△성장은 기술개발과 투자, 인적 자원 확충으로 이뤄지는 것이지 소득주도성장론 같은 방식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소득주도 성장을 표방하면서도 실제로는 소득을 줄이는 정책을 쓰고 있는 게 문제다. 최저임금 인상이 급속히 이뤄졌지만 임금은 늘어도 자본소득이 줄어 전체적으로는 같은데다 고용이 줄면서 오히려 전체 소득은 축소될 여지가 있다. 반면 법인세 인상 등으로 세금은 계속 늘었다. 실소득 감소로 성장이 억제되고 있는 것이다. 분배는 현 정부가 관심을 많이 갖고 있지만 효과가 떨어지고 경제활력에 부정적일 수 있다. 근본적인 분배 개선을 위한 시장 친화적 정책은 외면하고 소득 격차 해소에만 집착한 나머지 세금을 나눠주는 방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대증적 복지 정책(anti-symptom policy)은 효과와 지속 가능성이 낮다. 이런 것보다는 일자리 창출과 저소득층의 고용 확대, 교육훈련 등 근본적인 정책에 더 투자해야 한다.

-현 정부는 출범 때 일자리 확충을 최고의 과제로 내세웠는데.

△일자리위원회를 설치한다고 일자리가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기업 투자를 활성화하고 경기회복에 주력해야 일자리가 창출된다. 투자 활성화를 위해서는 규제철폐와 법인세 인하 등이 필수적이며 경기회복을 위해서는 세금을 덜 걷고 재정지출을 늘리는 팽창정책을 써야 한다. 그런데 정부는 정반대로 정책을 펴고 있다.

-단시간 근로제 등 기업의 시장 리스크 지원을 위한 정책 도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는데.

△기업의 인사관리에서 너무 규제가 많기 때문이다. 단시간 근로제(파트타임) 등을 정책으로 도입한다는 것 자체가 이미 불필요한 규제가 너무 많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단시간 근로, 단기간 근로 등을 허용하는 것은 기업의 시장 리스크 관리에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 경우 기득권을 누리는 정규직 노조 근로자는 안정적인 고임금 일자리를 유지하고 그로 인해 발생하는 기업의 리스크를 줄이는 부담은 이런 단시간·단기간 근로자들에게 전가되는 것임을 알아야 한다. 결과적으로 근로자 간 양극화는 심화될 것이다. 이 제도를 도입하기에 앞서 고용 보호 등의 규제 뒤에서 기득권을 누리는 내부자들에 대한 개혁이 선행돼야 한다.

-대·중소기업 이익공유제는 중소기업의 대기업 의존을 심화시켜 경쟁력 약화를 초래할 것이라는 주장이 있는데.

△대기업과 하청 기업 모두에게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이윤 추구는 자본주의 시장경제에서 가장 핵심적이고 중요한 동기 부여 기제(incentive mechanism)다. 이익공유제는 중소기업이 싸고 품질 좋은 제품을 만들어 매출과 이윤을 늘리려는 기본적인 동기를 저하시킬 것이고, 대기업도 동일한 유형의 노력의 대가로 얻는 이윤이 줄면 역시 기본적인 동기가 저하된다. 게다가 하청 업체를 해외로 바꾸면 오히려 기존 국내 하청 업체의 경영만 더 악화시킬 우려가 높다. 어떠한 경우든 품질개선과 원가절감을 통해서만 진정한 의미에서 이윤을 늘릴 수 있다는 기본원리를 훼손하면 그 부작용이 더 심각할 수밖에 없다. /오현환 논설위원 hhoh@sedaily.com

He is···

1962년 인천에서 태어나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후 미국에서 유학했다. 경제학에서 케인스주의와 쌍벽을 이루는 시카고학파의 산실인 시카고대에서 응용미시경제학으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노동시장·인구 등 방대한 응용미시 분야 가운데 노동경제학을 전공했다. 이후 미국 휴스턴 라이스대에서 4년간 강의를 하다가 귀국해 한국개발연구원에서 2년간 연구활동을 한 뒤 1998년 서울대 경제학부로 옮겼다. 지난해에는 한국노동경제학회장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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