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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休]사월愛 끝자락…분홍빛 속삭임

■강원도 춘천

서울보다 계절 늦는 호반의 도시

춘천댐 등 곳곳 벚꽃 흐드러져

의암호 붕어섬엔 복사꽃이 만발

실향민 모인 매운탕 거리도 꿀맛

춘천댐 한국수력원자력 입구에 활짝 피어난 벚꽃.




춘천댐을 찾은 여행객들이 한국수력원자력 입구에 활짝 피어난 벚꽃 구경을 하고 있다.


벚꽃을 예상하고 춘천으로 간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 춘천댐 근처로 들어서자 길가에 벚꽃이 흐드러졌다. 옆자리에 앉은 박성수 문화관광 해설사의 안내를 따라 한국수력원자력 입구로 접어들자 벚꽃은 터널을 이뤘다. 호반의 도시 춘천은 서울보다 최소한 열흘 이상 계절이 늦게 오가고 있었다.

금강산 옥발봉과 소양강에서 발원한 두 개의 물줄기는 춘천 시내에서 북한강으로 합류한다. 산이 높고 골이 깊은 강원도를 내달리던 물줄기는 곳곳에서 사람들이 만든 댐에 가둬진다. 춘천댐도 그중 한 곳인데 이곳에는 발전소를 관리하는 한국수력원자력 건물이 있다.

춘천시에 진입해 먼저 찾은 이곳은 지금 벚꽃이 한창이다. 소풍 나온 유치원생과 데이트를 즐기는 젊은 연인들이 꽃 마중을 나왔고 무슨 재미로 왔는지 외출 나온 군인들은 저들끼리 무더기로 몰려다녔다.

서울 여의도 윤중로의 벚꽃이 봄 잔치를 끝낸 지 1주일이나 지났지만 춘천은 지역에 따라 아직 망울도 터뜨리지 못한 벚나무들도 있다. 춘천댐의 벚꽃을 구경하고 청평사로 가는 길에 지나친 부귀리 도로변 가로수는 온통 벚나무들인데 아직도 앙상한 가지뿐이다.

이번 봄에 벚꽃 구경을 못한 분이 있다면 이번주 말 춘천시 부귀리 벚꽃길을 찾아봐도 좋을 듯하다. 춘천이 호반의 도시라는 것은 초입의 춘천댐에서 첩첩산중 청평사 주변까지 시계(視界)에서 물이 사라지지 않는다는 점에서도 알 수 있다.



춘천댐은 지난 1965년 우리 기술로 처음 만든 댐이며 의암댐은 1967년 완공됐다. 소양강댐은 1967년 공사를 시작해 1973년 완공했다. 춘천댐 앞의 매운탕 골목은 춘천 최초의 먹자골목으로 댐 공사 때 근로자가 몰리면서 자연스레 형성됐다. 38선 북쪽에서 피난 온 실향민들이 민물고기를 잡아 매운탕을 만들어 팔면서 지역 특화음식으로 자리 잡았다. 이 일대 매운탕집 상호에 이북 지명이 많은 것도 그 때문이다. 박 해설사는 청평사로 가다 만난 소양호 앞에서 “가요 ‘소양강 처녀’는 실존 인물”이라며 “지금도 춘천의 한 횟집을 운영하고 있는 윤기순씨가 실제 주인공”이라고 말했다.

윤씨는 소양강에서 민물고기를 잡으며 살던 어부의 딸로 가수의 꿈을 안고 상경해 전화 교환원으로 일하다가 작사가인 반야월씨가 운영하는 기획사를 찾아가 취직을 하게 됐다. 기획사에는 여직원이 한 명 더 있었는데 그가 바로 김태희로 ‘소양강 처녀’ 원곡을 부른 주인공이다.

어느 해인가 윤씨의 아버지가 기획사 직원들을 춘천으로 초대했는데 당시 반씨가 소양강에서 뱃놀이를 하다 저녁노을을 보고 노랫말을 붙인 곡이 바로 ‘소양강 처녀’였다. 박 해설사는 ‘소양강 처녀’를 부른 가수가 윤씨가 아니라 김씨였던 것에 대해 “김태희의 본명은 박영옥인데 작곡가 박시춘의 조카였다”며 “그런 친분 때문에 김태희에게 노래를 주지 않았겠냐”고 말했다. 윤씨는 후에 가수가 됐지만 이렇다 할 히트곡 없이 우리나라와 일본을 오가며 가수 생활을 하다 은퇴했다.

재미있는 것은 정작 노래의 주인공인 윤씨는 1997년까지 자신이 ‘소양강 처녀’의 모델이라는 사실을 모르고 살았다는 것이다. 반씨가 1997년 KBS ‘전국노래자랑’에 출연해 사연을 이야기하면서 당사자인 윤씨도 비로소 알게 됐다고 한다.

의암호의 상중도 앞에 벚꽃이 피어 있다.


소양호에 이런저런 사연들이 얽혀 있음에도 춘천 시민은 의암호를 가장 아름다운 호수로 꼽는다. 시내와 인접한데다 호수 안에 아름다운 섬들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의암호의 상중도·하중도는 춘천을 찾는 여행객들의 관광 명소로 잘 알려졌고 바로 아래 붕어섬은 봄이면 섬을 뒤덮는 복사꽃으로 유명하다. /글·사진(춘천)=우현석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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