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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태죄 헌법불합치] "여성 자기결정권 제한·태아 생명보호에만 일방우위 잘못"

유남석 헌재소장 등 "과잉금지원칙 위반"

이석태·이은애·김기영은 "즉시 폐지해야"

법개정 실패 땐 2021년 1월1일 자동폐지





헌법재판소가 11일 낙태 시 임신한 여성을 처벌하는 ‘자기낙태죄(형법 269조 1항)’와 의사를 처벌하는 ‘의사낙태죄(270조 1항)’를 66년 만에 위헌으로 규정하면서 내건 가장 큰 논리는 “낙태죄 조항이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과도하게 제한한다”는 것이었다. 여기에 “태아의 생명보호라는 공익에 대해서만 일방적이고 절대적인 우위를 부여한 것은 잘못”이라고 해석했다. “낙태를 처벌하지 않거나 형벌보다 가볍게 제재하면 지금보다 낙태가 훨씬 더 만연하게 될 것”이라며 “임산부의 자기결정권이 태아의 생명권 보호라는 공익보다 중하다고 볼 수 없다”던 지난 2012년 8월 결정을 7년 만에 완전히 뒤집은 것이다.

이번 헌법소원은 2013년 11월부터 2015년 7월까지 69회에 걸쳐 낙태 시술을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산부인과 의사 A씨가 2017년 2월 해당 형법 조항이 헌법을 위배한다며 헌재에 소를 제기한 사건이다. 헌재 심판에서는 태아의 발달단계나 독자적 생존능력과 무관하게 낙태를 원천 금지하는 것이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과도하게 침해하는지가 쟁점이 됐다. 헌재는 사회적 파급력이 큰 사안인 만큼 지난해 5월 공개변론을 열어 여론을 수렴하기도 했다.

헌재는 그 사이 달라진 재판관 구성과 사회 분위기에 힘입어 결국 A씨의 손을 들어줬다. 전체 재판관 9명 가운데 7명이 위헌 의견을 내면서 위헌 결정에 필요한 정족수(6명)를 넘긴 것이다. 만약 헌재의 주문대로 오는 2020년 12월31일까지 국회가 법 개정에 실패하면 2021년 1월1일부로 현 낙태죄 조항들은 자동으로 효력을 상실한다.

위헌 의견을 낸 재판관 가운데 유남석 헌법재판소장과 서기석·이선애·이영진 재판관 등 4명은 최종 결론과 같은 헌법불합치 의견을 냈다. 이들은 “자기낙태죄 조항은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정도를 넘어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제한하고 있어 침해의 최소성을 갖추지 못했다”며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해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위헌적 규정”이라고 지적했다.



11일 서울 재동 헌법재판소 앞에서 낙태죄 폐지를 촉구하던 집회 참가자들이 헌재 결정 소식을 듣고 환호하고 있다. /성형주기자


김명수 대법원장과 더불어민주당 지명으로 지난해 헌재에 들어온 이석태·이은애·김기영 등 3명의 재판관은 한 발 더 나아가 단순 위헌으로 의견을 모았다. 낙태죄를 유예 기간 없이 당장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이들은 “그동안 자기낙태죄 조항으로 기소되는 사례가 매우 드물었고 그 상당수는 악의적 동기에서 비롯된 것인 점을 고려하면 심판대상 조항들은 형벌조항으로서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들 조항이 (당장) 폐기된다고 하더라도 극심한 법적 혼란이나 사회적 비용이 발생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반면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명한 조용호 재판관과 자유한국당 지명으로 지난해 발을 들인 이종석 재판관 등 2명은 합헌 의견을 유지했다. 이들은 “2012년 8월 합헌 결정 때부터 7년이 채 경과하지 않은 현시점에서 판단을 바꿀 만큼의 사정 변경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합헌 의견을 냈다.

피청구인인 법무부는 이날 헌재의 결정에 대해 “정부는 헌재의 결정을 존중하며 관련 부처가 협력해 후속조치를 차질없이 진행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윤경환기자 ykh2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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