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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경제소사]'경제전문기자'와 기펜의 역설

1910년 로버트 기펜 경 사망





“언론인이며 금융저술가·통계학자인 로버트 기펜(사진)경이 사망했다. 향년 73세.” 1910년 4월12일 뉴욕타임스(NYT) 런던 특파원이 송고한 부음 기사의 첫 문장이다. 당시 세계 최대 부수를 달리던 NYT는 1단짜리 기사치고 꽤 자세하게 고인의 사망을 알렸다. 출생에서 교육·사회활동까지. 기사에 따르면 1837년 스코틀랜드에서 태어난 그는 변호사 사무실에서 근무하며 글래스고대를 졸업하고 언론계에 첫발을 디뎠다. 25세에 런던으로 상경한 그는 글로브지에서 기자로 일했다.

1866년부터 8년 동안 이코노미스트지 부편집국장으로 근무하며 편집국장 월터 배젓과 호흡을 맞췄다. ‘숨은 재무장관’으로 불리며 중앙은행 이론 창시자로도 유명한 배젓을 도와 이코노미스트지의 융성기를 이끈 기펜은 데일리뉴스·새터데이리뷰·스펙테이터·타임 등에서 경제·금융 전문기자로 필명을 날렸다. 영국 정부 무역위원회 통계국장도 지낸 그는 왕립학회 회원과 통계학회장에 선출되고 기사 작위도 받았다. 외국 신문인 NYT가 부음 소식을 전할 만큼 생전에도 유명했지만 그의 이름은 아직도 미시경제학 교과서의 한 페이지에 전해 내려온다.



기펜을 교과서에 올린 인물은 당대 최고의 경제학자인 앨프리드 마셜. ‘차가운 이성과 뜨거운 가슴’을 강조한 마셜은 대작 ‘경제학 원리’의 1895년 개정판에 이런 구절을 넣었다. “기펜이 말한 것처럼 빵 가격이 올라 빈민들의 수입을 흡수하고 그들이 한계효용을 다른 것으로 올릴 수가 없을 때 빈민들은 오히려 빵 소비를 늘린다. 대신 고기와 다른 전분 음식의 수요는 줄인다. 빵이 (가격이 올라도) 그들에게 가장 싼 음식이기 때문이다.” 정작 기펜의 주요 저술에서는 이런 내용이 발견되지 않는다. 하지만 정확하기로 정평 난 마셜의 언급이기에 교과서는 아직도 열등재의 특수한 형태로서 ‘기펜재(Giffen Goods)’ 혹은 ‘기펜의 역설(Giffen’s Paradox)’을 다룬다.

문제는 기펜재가 과연 존재하는지에 대해 이론이 있다는 점. 아일랜드 대기근 당시 감자 가격이 올라도 수요가 많아졌다는 역사적 사실과 수학적 증명, 동물실험으로 기펜재는 설명될 수 있지만 실물경제에서 사례를 찾기 어렵다. 담배나 비트코인, 개발연대의 연탄이 간혹 기펜재로 손꼽히지만 반론도 많다. 모피처럼 가격이 오르면 과시효과로 수요도 증가하는 베블런재는 금방 드러나도 기펜재는 증빙이 어렵다. ‘경제 전문기자’는 믿을 것이 아니라서 그럴까.
/권홍우선임기자 hong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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