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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희망의 메시지 '인구 감소 전망'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신도시 건설 등 헛다리 짚지 말고

주거의 질 높이는 정책 변화 절실

인구 감소, 공포 아닌 대개조 기회로





지난 2016년 통계청이 2015년에서 오는 2065년에 이르는 장래인구추계 발표를 했다. 그러나 이후 합계출산율 수준이 예상보다 지나치게 낮아지는 등 변동 요인이 발생하자 이번에 다시 장래인구 ‘특별추계’를 내놓았다. 2016년에는 감소 규모가 가장 적은 경우에도 2065년께에 이르면 한국 사회 인구가 현재 약 5,100만명에서 4,300만명이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이번 특별추계에서는 같은 경우에 약 3,900만명 수준으로 인구감소를 예상하고 있다. 여기에는 물론 인구의 고령화도 따라온다. 중위연령이 2065년에 58.7세가 될 것으로 예측했는데 2067년에 62.2세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하철 경로석이 사라지고 그 자리에 청소년 우대석이 들어서야 할지도 모른다는 농담도 가능하다.

사람 수가 줄어들고 평균 나이가 많아짐에 따라 의료비 증가, 노동생산성 저하, 소비 위축, 경제성장 둔화 등으로 이어지는 이른바 공포 시나리오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그런데 공연한 걱정 아닌가. 경제성장을 위해 국가가 앞장서 불법 낙태를 지원하면서 강력하게 산아제한·인구규모 감소를 해도 좋다는 논리를 만들었던 시각이 그대로 반영된 시나리오라면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뭔가를 늘 투입해서 성장해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 보자. 그리고 성장 대신 행복을 추구하는 정책의 패러다임 전환을 해보자. 그렇다면 향후 인구감소 추세를 대한민국 사회 대개조의 기회로 삼을 수 있을 것이다.

서유럽이나 북미대륙 국가를 여행해본 경험이 있다면 한번 기억을 떠올려 보시라. 무조건 그런 나라가 살기 좋다는 표현은 분명 어렵다. 하지만 일상을 벗어난 여행객의 처지를 고려하더라도 그들의 삶이 주는 여유로움 그 자체를 발견할 수 있다. 아주 대도시 한복판에 있지 않은 이상 우리의 일상보다 훨씬 느리고 서로에게 친절하며 배려하는 양상이 그려진다. 그들이 우리보다 선천적으로 인간성이 좋아서는 분명 아니다. 굳이 성장을 매년 몇 퍼센트하지 못해도 일자리를 가끔 잃어도 나름 적정 생활 수준을 보장하는 사회보장제도가 주는 여유로움이다. 인구 50만~100만 정도면 적당한 서울에만 1,000만명이 모여들어 팔꿈치를 쳐가면서 경쟁하고 그 와중에 누구는 이런저런 수단을 동원해 부동산 투기인지 투자인지를 해 일확천금을 누리는 구조가 없기 때문이다.



인구가 30~40년 뒤 1,000만명 이상 감소하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일부 국지적 현상을 제외하면 아파트와 토지가 더 이상 투기와 투자의 대상이 되지 못할 것이다. 장삼이사(張三李四)들보다 더 많은 부동산을 보유한 관료와 정치인, 거기에 기생해 사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인구감소는 공포 시나리오일지 모른다. 하지만 다수 무주택자와 내 집 하나를 꿈꾸며 살아가는 또 다른 우리는 내 집 마련과 주거의 질 향상에 대한 희망을 본다. 그러기 위해 국가는 수도권 신도시 건설 같은 헛다리를 더 이상 짚지 말고 기존 주거시설의 슬럼화를 막으면서 주거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정책으로 전환을 해야 한다. 학교 교육의 질도 지금보다 훨씬 좋아질 수 있다. 사람보다 자동차를 우선해 만든 거리도 근본적으로 뜯어고칠 수 있다. 생활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을 공간의 여유로움 창출을 통해 사람의 가치를 우선하는 방향으로 확대할 수 있다.

또 하나. 고령화에 따라 인구부양비가 2017년 37명에서 2067년 120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일하는 사람 10명이 4명을 부양하고 있는데 12명을 부양해야 한다는 부담스러운 이야기다. 그런데 노인연령을 언제까지 65세 이상으로 할 것인가. 통계청에서 노인연령을 69세, 74세, 79세로 상향조정할 때 인구부양비도 변할 수 있다는 추계를 내놓았더라면 더 좋았을 뻔했다. 다음에는 이런 방향에서의 추계도 기대해본다. 인구규모 감소에서 대한민국의 대개조와 삶의 질 향상의 기회를 본다. 지금까지 경시해온 ‘사람의 가치’에 대해 통계청이 희망을 준 날로서 2019년 3월28일을 기억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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