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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홍우 칼럼] 방위비 분담금의 잘못된 계산법

트럼프의 '분담금 100+50% 방안'
5~6배 늘어난다면 동맹약화 우려
美 신뢰도 손상·건국정신에도 위배
한미 동맹 위해 '상식'적 판단해야

[권홍우 칼럼] 방위비 분담금의 잘못된 계산법

지금부터 꼭 254년 전 오늘 영국의회가 조지 3세에게 인지세법(Stamp Act)을 재가받았다. 북미식민지에서도 세금을 징수한다는 이 법은 반발을 불렀다. 영국의회도 식민지의 조세저항을 예상했으나 밀고 나갔다. 재정 악화 탓이다. 영국은 프랑스와 7년 전쟁(1756~1763)에 승리하고도 곤경에 빠졌다. 유럽은 물론 인도·북미와 중미에서 전투가 이어졌기에 경제사학자 찰스 킨들버거가 ‘인류 최초의 세계대전’으로 평가한 7년 전쟁이 남긴 채무가 1억3,000파운드. 연간 국세 수입의 절반을 웃돌았다.

돈이 궁했던 영국은 식민지에 주둔하는 병사들에 대한 비용 일부를 현지에 넘겼다. 북미 주둔군의 유지 비용 충당을 위해 식민지의 우표와 사람, 설탕과 차(茶)에 과세한 것이다. 수익자 부담 원칙이 적용된 셈이지만 13개주 신민들의 저항은 거셌다. 식민지의 조세부담율이라야 본국의 10%에도 못 미쳤어도 강력한 조세저항은 결국 전쟁과 신생국가 탄생으로 이어졌다. 독립전쟁 전야에 북미 식민지 13개주에 사는 영국 신민들은 군대의 주둔 비용을 대라는 본국의 압력을 받고는 이렇게 맞받아쳤다. ‘영국군이 용병이냐?’

18세기 민족국가가 형성된 이래 경멸의 의미로 사용된 ‘용병’이라는 언어가 오늘날 되살아나고 있다. 동맹국들에 분담금 대폭 인상을 요구하겠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발언을 접한 미국의 예비역 장성들은 ‘미군이 용병이냐’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미 상원 군사위원장을 지낸 칼 레빈 의원(민주)의 반응은 더욱 격렬하다. “미군은 조직 폭력배가 아니다.”

주한미군과 관련된 두 가지 숫자가 있다. 67.7%와 3%. 최근 설문조사 결과 우리 국민의 절대다수는 미군의 주둔 필요성을 긍정적으로 봤다. 전자가 그 응답률이다. 그런데 주둔에는 압도적으로 찬성하지만 방위비 분담금 증액에 대한 찬성은 100명 중에 3명에 불과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제기한 분담금 인상(100+50%) 요구가 현실화한다면 우리 국민은 어떻게 반응할까. 예상하기 어렵지 않다. 미국의 요구를 들어주자는 주장은 더욱 줄어들 게 뻔하다.

근대 정치학의 지평을 개척한 니콜로 마키아벨리는 군주론에서 ‘아버지를 죽인 원수는 잊을 수 있지만 재산을 뺏은 사람은 용서하기 어렵다’고 간파했다. 트럼프의 의도대로라면 한국이 부담해야 할 방위비 분담금은 최근 합의한 1조389억원(전년 대비 8.2% 증액)보다 훨씬 늘어난다. 미국 워싱턴포스트와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한국의 분담금이 현재보다 5~6배 늘어날 수도 있다.

‘미국에 연간 2조원쯤 못줄 이유가 뭐냐’는 전직 외무부 장관의 주장에 대놓고 찬동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미국에 대한 적극적 지지층의 발언권이 약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숫자로 다시금 돌아가 보자. ‘67.7%와 3%’라는 숫자에는 괴리가 있다. 미군의 한국 주둔에는 찬성하면서도 돈을 더 내기는 어렵다는 한국인들의 인식을 트럼프 대통령은 ‘도둑 심보’로 여길지도 모르겠다. 최소한 ‘부당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온당하지 않다. 한국이 예전처럼 일방적으로 은혜를 받는 구조가 아니기 때문이다.

평택 기지 정도의 시설을 지어주는 나라가 한국 말고 또 있는가. 배가 고픈 것은 참지만 배 아픈 것은 견디기 어려운 심성을 가진 한국인들은 국민의 생활 수준을 훨씬 웃도는 시설을 건설해 미국에 내줬다. 한국 장병들의 근무 여건과 비교하면 초호화판인 미군과 그 가족들의 거주 및 근무를 위해 한국 정부는 국민의 세금을 쓰고 있다. 한국의 국회도 미국 의회처럼 다른 목소리를 낼 가능성이 높다. 더욱이 미국의 요구로 한미분담금 협상 주기가 5년에서 1년으로 단축돼 해마다 논란을 일으킬 수 있다. 당장 올가을 정기국회부터 동의 과정을 밟아야 한다.

미국에 대한 신뢰도 역시 손상되고 떨어질 게 자명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왜 이런 무리수를 두려는가. 안보를 상업적으로 접근하더라도 당해 연도의 손익계산서만 봐서는 이해 자체가 왜곡될 수 있다. 대차대조표·주석까지 살펴야 제대로 된 이해와 판단이 가능하다. 부디 미국의 지도자가 역대 영국 국왕 가운데 가장 무능하다고 평가받는 조지 3세의 전철을 밟지 않기 바란다. 토머스 페인이 강조했듯이 미국의 기본 가치가 ‘상식’ 아닌가. 정상적인 언행이 필요한 때다. 굳건한 한미동맹을 위해.
/hong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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