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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변죽만 울리는 최저임금 개편안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교수

최저임금 결정기구의 이원화

구간설정문제 등 새 갈등 야기

정부, 노동시장 현실 직시하고

차등 적용 등 최적방안 내놔야





대선 공약에서 시작된 최저임금 1만원 문제가 갈수록 꼬인다. 최저임금 인상을 소득주도 성장으로 미화했지만 정작 보호받아야 할 저임금 계층이 피해를 보는 모순이 생겼다. 이러자 일자리안정자금을 급조했지만 효과가 없었다. 결국 대선공약을 폐기했지만 노동계가 반발했다. 자영업주가 줄줄이 문을 닫고 소상공인이 집단으로 반발하자 카드수수료 인하 등으로 달랬지만 소용이 없었다. 대기업이나 감당할 수 있는 최저임금 인상을 영세기업으로서는 버틸 재간이 없기 때문이다.

과도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제도의 허점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후유증을 줄인다고 최저임금 계산에 들어갈 항목에 상여금 등을 포함하자 노동계가 반발했다. 노동계를 달랜다고 최저임금 계산에 들어가는 시간에 주휴시간을 포함하자 경영계가 반발했다. 연봉 9,000만원이 넘는 현대자동차도 최저임금법을 위반하는 기막힌 일이 생기자 정부는 탓을 임금체계에 돌렸다. 노동조합의 동의 없이 임금체계 개편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빤히 알면서도 기업보고 해결하라고 떠민 것이다.

주휴시간 포함은 대법원의 일관된 판례와 이에 따른 관행을 부정한 것이다. 더군다나 법에서 위임한 시행령으로 최저임금 제도의 핵심을 바꿔 위헌 논란을 일으켰다. 최저임금법을 위반하면 처벌하기 때문에 죄형법정주의 위반 논란도 키웠다. 대기업은 서슬 퍼런 정부 눈치를 보느라 제대로 말도 못하지만 그나마 조금 자유로운 소상공인은 최저임금 차등적용을 요구했다. 구멍가게 수준의 영세기업에 세계적 대기업과 동일한 최저임금이 적용되는 것이 옳으냐며 헌법소원을 냈다.

문제가 계속 꼬이자 정부는 최저임금제도개편안을 급히 발표했다. 핵심은 최저임금위원회를 구간설정위원회와 결정위원회로 나누고 공익위원으로 구성된 구간설정위가 제시한 범위에서 노·사·공익위원으로 구성된 결정위가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것이다. 공익위원 임명 방식도 바꿔 노사가 기피하는 후보는 제외하고 국회에도 추천권을 주는 것이다. 최저임금 협상의 진통을 줄이려는 의도지만 노동계는 최저임금법 개악이라며 총파업을 벌인다고 한다. 소상공인은 위원에 포함되기 때문에 반발 강도가 덜하지만 탐탁지 않아 한다.



최저임금제도개편안의 근본적인 문제는 노동시장의 현실을 외면한 것이다. 개편안은 최저임금 결정에 대한 노사의 입장차를 줄이는 데 주안점을 두지만 변죽만 울린 것이다. 노동시장은 최저임금 제도가 도입된 30년 전과 완전히 바뀌었다. 당시 노동시장은 지금처럼 기업 규모에 따른 임금격차가 크지 않았고 비정규직 문제도 없었다. 제조업의 고용 비중이 컸고 노동력도 대부분 젊어 기업 규모는 물론 산업이나 연령에 따른 최저임금 차등 적용의 필요성이 크지 않았다.

정부는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하면 이등국민을 만든다며 반대한다. 최저임금 차등적용 논의 자체를 막으려는 의도다. 미국과 일본 등 대부분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는 물론 중국 등 개발도상국도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한다. 차등 적용의 이유는 최저임금법의 취지를 살리기 위한 것이다. 최저임금은 국가가 사업주에게 내리는 명령이기 때문에 현실과 괴리되면 근로자는 손해를 본다. 한국은 노동시장의 이중구조가 다른 나라보다 심각한데다 세대 간 교육수준의 차이가 커 고령화가 빈곤화로 가기 때문에 차등적용의 필요성은 더 크다.

최저임금 제도가 정부 개편안대로 바뀌면 문제는 더 꼬인다. 지금까지 갈등은 최저임금 결정에 관한 것이었지만 구간설정 문제로 확대되고 공익위원 선정에다 국회 추천 갈등까지 생기게 될 것이다. 최저임금은 정부가 책임지고 결정해야 한다. 노사뿐 아니라 자영업 등 일반 국민의 의견을 듣고 순기능과 역기능을 감안해 정부가 판단을 내리는 것이 정석이다. 최저임금결정기구를 이원화한다고 갈등이 줄고 정부의 책임이 덜어지지는 않는다. 제도는 복잡할수록 실패하기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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