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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파식적]백령공항

  • 권구찬 논설위원
  • 2019-01-31 17:30:03
  • 사내칼럼
[만파식적]백령공항

고독이 이렇게 부드럽고 견고할 수 있다니 /이곳은 마치 바다의 문지방 같다 /(중략) /백령도, 백 년 동안의 고독도 /규조토 해안 이곳에선 /흰 날개를 달고 초저녁별들 속으로 이륙하리니 /이곳에서 그대는 그대 마음의 문지방을 넘어서는 /또 다른, 생(生)의 긴 활주로 하나를 갖게 되리라. 소월시문학상 등을 수상한 박정대 시인이 노래한 ‘사곶 해안’의 시작과 끝 대목이다. 시인이 고독을 예찬한 사곶 해안은 서해 최북단 5개 섬 가운데 가장 북쪽에 자리 잡은 백령도의 백미로 꼽힌다.

사곶 해안은 바닷물이 빠지면 폭 200m에 길이 2㎞에 이르는 광활한 모래사장이 펼쳐져 장관을 이룬다. 보존 가치가 높아 1997년 천연기념물 제391호로 지정됐다. 천연 비행장으로 널리 알려진 이곳은 두껍게 쌓여 있는 규조토라는 모래층이 비행기가 내려앉아도 꺼지지 않을 정도로 치밀하고 단단하다. 해안 그대로 비행장으로 사용하는 곳은 이탈리아 나폴리와 더불어 세계에서 단 2곳밖에 없다고 한다. 실제로 한국전쟁 때 미 공군은 K-53이라는 식별코드를 붙여 사곶 해안을 비행장으로 활용했다. 우리 공군도 1980년대까지 백령도 주둔 해병의 병참 지원을 위해 수송기를 보내기도 했다.

백령도는 면회 가족이 아니고서 어지간해서는 가보기 어려운 섬이다. 남한보다 북한이 훨씬 더 가깝다. 이곳에서 14㎞ 떨어진 황해도 해주 장산곶은 손에 잡힐 듯하지만 인천에서 뱃길로 4시간 거리다. 1993년에 쾌속선이 취항하기 전에는 통통배로 장장 9시간 걸렸다고 한다. 여객선 왕복 운임도 13만원을 넘어 김포~제주 간 저가 항공요금보다 더 비싸다. 그나마 기상 악화로 연간 두 달 정도는 발이 묶인다.

백령도에 하늘길이 열리는 청신호가 켜졌다. 국방부가 소형공항 건설계획에 동의한다는 입장을 국토교통부에 전달해서다. 정주 여건을 개선하고 남북관계도 좋아져 그렇게 결정했다. 백령도 공항 건설은 1990년대 소형공항 건설계획 가운데 하나로 원래 인천시가 인천국제공항 개항에 맞춰 추진해왔던 사안이다. 천혜의 사곶 해안이 간척과 방조제 건설 이후 물러지고 있어 유사시 군 공항으로 쓸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사전 예비타당성 조사도 통과했다. 그래도 아직은 갈 길이 멀다. ‘섬 공항’으로 엇비슷한 시기에 출발한 울릉도와 흑산도 소형공항은 추가 비용과 환경훼손 논란으로 난항을 겪고 있다. 두 공항과 달리 순조롭게 하늘길이 열리기를 기대해본다. /권구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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