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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도 저출산으로 일자리 호전되겠지만 경직된 고용구조가 新빙하기 세대 만들수도"

[창간기획-2017 청년을 말한다]

가와구치 다이지 도쿄대 교수 인터뷰





가와구치 다이지 도쿄대 경제학과 교수는 일본 고용 시장 호황의 원인이 장기화된 출산율 감소로 일할 청년들이 부족해졌기 때문이라고 지적하면서 지금과 같은 저출산율이 지속된다면 한국에서도 고용 사정이 호전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한국이 신규 대학 졸업자를 정규직으로 채용하는 문화, 정규직·비정규직 구분 등 경직된 고용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최근 취업난을 겪고 있는 한국 청년들이 일본의 ‘신 취업빙하기 세대’와 같은 상황으로 내몰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가와구치 교수는 노동 정책의 효과를 검증하는 데 집중해온 ‘정책 전문가’, 일본과 한국 등 다른 나라의 고용 여건 및 노동정책을 비교 분석하는 연구에 주력하고 있다.

가와구치 교수는 최근 도쿄대 연구실에서 가진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일본의 고용 호조는 인구 감소에서 비롯됐다고 봐야 한다”며 “일본의 생산가능인구는 2000년 초까지도 8,000만명이었지만 이후 약 1,000만명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세계 경제 회복과 아베 신조 일본 내각의 경제 부흥 정책인 아베노믹스, 여기에 생산가능인구 감소가 맞물려 취업 기회가 크게 늘어났다는 것이다.

문제는 일본의 신입 정규직 채용이 신규 대졸자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어 경제 침체기에 일자리를 구한 청년들이 피해를 보는 구조라는 점이다. 가와구치 교수는 “이론적으로 (고용 사정이 좋지 않을 때 대학을 졸업한) 20대 후반의 청년들은 경기가 회복되면 직장을 바꿀 수 있어야 하지만 대기업들은 신규 졸업자들을 채용하는 시스템을 바꾸지 않고 있다”며 “특히 당시에 비정규직으로 경력을 시작한 청년들은 정규직 전환이 어렵다”고 비판했다.



이러한 일본의 문제는 한국에서도 그대로 재연될 수 있다고 가와구치 교수는 지적했다. 생산가능인구 감소로 장차 고용 여건이 개선될 수는 있지만 현재 취업난을 겪고 있는 청년들이 일본의 ‘신 취업빙하기 세대’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고용 시장이 얼어붙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졸업한 청년들을 일컫는 ‘신 빙하기 세대(제1 취업 빙하기는 1990년대 장기 불황 시기)’는 극심한 불황기에 울며 겨자 먹기로 눈높이를 낮춰 취업했거나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유지하는 ‘프리터’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일본의 채용 문화가 재취업으로 고용 조건을 바꿀 기회를 차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와구치 교수는 “한국에서도 1997년 외환위기 당시 취업자들의 고용 조건이 2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일본과 유사하게 대학 졸업과 동시에 좋은 직장을 구하지 못하면 지속적으로 양질의 일자리에서 배제된다고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일본의 ‘신 빙하기 세대’와 같은 불황의 그림자를 남기지 않기 위해서는 불황기에 취업한 청년들이 호황기에 고용 조건을 바꿀 수 있도록 경직된 노동 시장 문화를 개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런 점에서 가와구치 교수는 문재인 정부의 공공기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정책에 대해서도 “공공 부문 종사자는 새로운 기술을 배울 필요성이 떨어져 추후 민간 부문으로의 이동이 어렵다”며 비판적인 시각을 보였다. /도쿄=변재현기자 humblenes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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