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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정의 정치야설(野說)] ‘새정치’ 하려다 런다운 걸린 안철수

새정치와 지지율 사이, 진보층과 보수층 공략 사이

LG 문선재의 런다운… 상대의 실책으로 세이프

“시궁창에 있지만 누군가는 별을 보고 있다”

6일 오후(현지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LVCC)에서 열린 세계최대 가전 전시회인 ‘CES(Consumer Electronics Show.국제전자제품 박람회)에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가 dgi 전시관을 방문, 전시된 드론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새정치’를 외치며 정계에 뛰어든 안철수 전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는 최근 새정치에 발목이 잡힌 모양새다. 탄핵 정국에서 단호하게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고 대선 잠룡 중 가장 먼저 거리로 나섰지만 지지율은 11월 5주차에 9.8%로 처음 두자릿수 지지율이 무너진 이래 하락을 거듭해 12월 4주차에는 7.5%까지 떨어졌다(리얼미터 주간동향 기준). 그럼에도 안철수 전 대표는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과의 연대에 선을 그으며 “지금은 대선 유불리를 따지는 게 아니라 ‘나라 살리기’ 운동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대선 주자로 경기에 나섰는데 새정치와 지지율 사이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런다운’에 걸린 꼴이다. 야구에서 런다운이란 베이스에 있던 주자가 베이스와 베이스 사이에서 어느 쪽으로도 가지 못하고 왔다 갔다 하는 상황을 말한다. 이때 수비팀 선수들이 공을 주고받으며 주자를 몰다가 터치하면 아웃이 된다. 런다운은 대개 주자의 지나친 욕심이나 실수 때문에 발생한다. 주자의 욕심대로 위험을 감수해 진루에 성공한다면 좋겠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은 경우가 많다. 안철수 전 대표의 새정치를 향한 도루처럼.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가 1일 오후 서울 중구 더익스체인지서울 앞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퇴진 촉구 서명운동에서 시민들과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안철수 전 대표의 지지율이 고착 상태에 빠진 것은 안 전 대표가 이념 스펙트럼 상에서도 런다운에 몰린 탓이다. 벤처기업 CEO 출신에 1,600억 원대의 자산가인 안 전 대표는 이념적으로 중도보수 후보에 가깝다. 탄핵 정국에서 안 전 대표가 가장 먼저 거리로 나섰음에도 촛불민심을 지지율로 흡수하지 못한 것은 그것이 그의 몸에 맞지 않는 옷이었기 때문이다. 진보층 유권자들의 마음을 파고들기에는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나 이재명 성남시장이 이념적으로 유리했다.

안철수 전 대표를 둘러싸고 반기문 전 총장이나 개혁보수신당(가칭)과의 연대설이 끊임없이 제기되는 것도 안 전 대표의 이념적 성향 때문이다. 안 전 대표가 보수 성향 후보로 분류되는 반 전 총장이나 ‘깨끗한 보수, 따뜻한 보수’를 표방한 개혁보수신당과 연대한다면 중도보수층 공략에 파괴력을 발휘할 수 있다. 하지만 안 전 대표는 “개혁보수신당이 정권을 잡는다면 시대적 흐름에 역행하는 것”이라 단언하고 “반 전 총장의 개혁 의지에 의구심이 있다”며 연대를 통한 보수 확장성에는 문을 닫아놨다.

11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와일드카드 결정전 2차전 KIA와 LG의 경기에서 5회 말 투아웃 LG 박용택 타석에서 1루주자 문선재가 도루를 시도하다 런다운에 걸렸으나 KIA의 실책으로 2루에 진루하고 있다. /연합뉴스




런다운에 걸린 주자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은 아웃당하기 전까지 다른 주자들이 진루할 수 있도록 베이스 사이를 왕복하며 시간을 끌어주는 것이다. 하지만 가끔은 런다운이 다른 결과를 낳기도 한다. 지난 10월 11일 LG트윈스와 기아타이거즈의 와일드카드 결정 2차전에서 LG 문선재의 런다운이 대표적이다. 5회 말 문선재는 안타를 치고 1루로 나가 끊임없이 도루를 시도하며 마운드 위에서 그를 견제하는 기아 양현종과 팽팽한 긴장감을 형성했다. 결국 런다운에 걸려 아웃당하는 듯하던 문선재는 포기하지 않고 2루를 노리다가 유격수였던 기아 김선빈의 악송구로 2루에 안착할 수 있었다.

안철수 전 대표는 작가 오스카 와일드의 “우리 모두 시궁창에 있지만 누군가는 별을 보고 있다”는 말로 자신이 처한 상황을 빗댄 바 있다. 런다운에 걸렸다고 해도 최선을 다해 진루하면 상대방의 실책이 나왔을 때 진루에 성공할 수 있다. 다만 보수층이든 진보층이든 유권자를 공략하기 위한 무언가는 필요하다. 세계 최대의 가전·IT 전시회인 CES에 다녀온 안 전 대표가 “중요한 것은 보수 정치인들과의 확장성이 아니라 보수 유권자 중심의 확장성”이라는 스스로의 말에 해답을 내놓아야 할 시점이다.

/박효정기자 jpark@sedaily.com

▶‘박효정의 정치야설’은…

야구를 좋아하는 정치부 기자가 ‘정치와 야구’를 엮어 쓰는 칼럼. 칼럼의 밑바탕에는 ‘사람들이 뭘 좋아할지 몰라서 내가 좋아하는 걸 준비했다’는 마음가짐이 깔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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