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수의 中心잡기
中, 말로만 개방 말고 행동 보여야 [김광수특파원의 중심잡기]
경제·마켓
2023.12.10 17:36:19
중국 생활을 시작한 지 어느덧 2년 가까이 된다. 2021년 첫해는 중국 땅을 밟자마자 바로 3주 격리에 들어갔다. 생전 처음 겪는 강제 고립 생활에 정신적 괴로움이 컸다. 지난해 12월은 중국에 코로나19가 유행병처럼 확산하던 시기였다. 코로나19에 걸려 몸고생이 심했다. 올해 세 번째 맞는 12월은 독감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독감에 걸려 수시로 콜록콜록 몸살을 앓는 중이다. 중국의 경제 상황은 기자가 3년간 겪은 12월과 비슷하다. 바벨탑 무너지듯 고성장 신화가 밑동부터 흔들리고 있고 부동산 부실은 언제든지 중국 경제의 뼈대를 무너뜨릴 만큼 위험 요인이 되고 있다. 신용평가기관 무디스가 중국의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한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중국 경제가 ‘디플레이션 늪’에 빠질 수 있다는 신호도 나온다. 11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 대비 0.5% 떨어졌다. 2개월 연속 마이너스다. 생산자물가지수(PPI)는 14개월 연속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중국 경제의 위기를 경고하는 목소리는 올해 초부터 이어졌다. 경제를 지탱했던 부동산 분야의 성장세가 완전히 꺾인 데다 토지 판매 급감으로 주 수입원이 막힌 지방정부의 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났기 때문이다. 코로나19 방역 예산으로 3년여간 막대한 재정이 쓰인 것도 부채를 가중시킨 요인이다. 중국 인민들은 혹독한 제로 코로나 방역 정책이 계속되는 동안 경제활동에 제약을 받으며 수입이 크게 줄었다. 민간 기업은 대규모 감원으로 버티기에 돌입했고 공무원은 급여가 절반가량 깎이기도 했다. 쪼그라든 주머니 탓에 소비도 위축됐다. 중국 경제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소비 위축은 성장률 둔화로 이어지고 있다. 소비를 장려하기 위해 지방정부에서 소비 쿠폰을 뿌려대고 있지만 꼭 필요한 것이 아니면 지갑을 열지 않는다. 쓸 수 있는 카드가 마땅치 않은 중국 당국은 난처한 상황이다. 기준금리를 인하하기에는 미국과의 금리 차이가 크다. 재정을 풀 여력도 충분하지 않다. 민영 기업을 독려하며 투자를 권유하지만 중국 공산당의 요구를 마냥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리창 총리 등 지도부가 하반기 들어 대외 개방, 해외 투자를 부쩍 강조하는 것도 중국의 어려운 여건을 대변한다. 중국 내 외국인 직접투자는 지난 3분기에 1998년 통계 집계 이후 처음으로 118억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외국 기업의 중국 진출과 투자 촉진 정책을 확대하고 있지만 정작 투자는 줄어들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연평균 월가의 사모펀드가 중국 투자로 1000억 달러를 모았지만 올해는 11월까지 43억 5000만 달러에 그쳤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이 중국을 겨냥한 수출 통제 조치를 강화하고 있는 데다 불투명한 정치 체제, 반간첩법을 활용한 외국 기업 제재 등이 해외 투자자들의 발걸음을 돌리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올해는 중국이 개혁·개방을 외친 지 45주년이 되는 해다.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하고, 금융시장을 개방하고, 제조업을 육성하면서 ‘세계의 공장’이라는 명성을 얻었지만 지금 중국은 다시 기로에 서 있다. 중국은 개방의 의미를 되짚어봐야 한다. 개방은 금융시장을 연다는 차원을 넘어 해외 기업에 대해서도 차별 없이 동등하게 대우해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중국에 대한 투자를 대가로 기술이전을 요구하거나, 보조금 측면에서 해외 기업을 차별하거나, 특정 국가를 대상으로 무역 보복을 단행하는 악습과 결별해야 한다. 미중 갈등 속에서 해외 기업들이 인도·베트남 등 동남아시아에 새 둥지를 틀고 있다. 미중 공급망 충돌이 장기화할 것으로 예상하면서 ‘차이나+1’ 전략을 수립하며 대체 국가 모색에 사활을 걸고 있다. 중국이 고장 난 레코드판처럼 말로만 개방을 외친다면 진정한 ‘중국 굴기’는 더 요원해질 것이다.
정혜진의 Why not 실리콘밸리
AI가 해줄 수 없는 일, 파트너십 [정혜진의 Why not 실리콘밸리]
IT
2023.12.03 17:42:36
올해 실리콘밸리 빅테크 행사의 ‘최다 게스트’로는 단연 엔비디아의 젠슨 황 창업자를 꼽을 수 있을 것이다. 8월 VM웨어의 연례행사 기조연설에 깜짝 등장한 뒤 며칠 간격으로 열린 구글 클라우드 자체 행사 ‘넥스트 23’에도 그의 트레이드마크인 검정색 가죽 재킷은 모습을 드러냈다. 빅테크가 저마다 행사를 열면서 기조연설의 메시지를 고민할 때 발표 내용만큼이나 고심하는 것이 깜짝 게스트다. 회사의 주력 방향을 가장 간결하게 보여주는 방식이면서 더 세련되게 업계에서 회사의 위치를 드러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응하는 입장에서도 상대 회사와의 파트너십을 중요시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채널이기 때문에 사방에서 러브콜을 받는 황 창업자가 가장 신경을 쓴 부분이기도 하다. 올해 실리콘밸리가 꽂힌 분야는 파트너십이었다. 챗GPT를 시작으로 한 생성형 인공지능(AI) 열풍으로 막대한 양의 대규모언어모델(LLM)을 훈련시키기 위해서는 컴퓨팅 자원이 필요한 한편, 이를 바탕으로 구현된 다양한 생성형AI 서비스가 확보돼야 했다. 수익화는 그다음 문제다. 모바일 시대에는 양대 모바일 운영체제를 주도하는 애플과 구글을 중심으로 한 생태계에 줄을 서야 했지만 이제 그 구도가 완전히 변화한 것이다. 이 가운데 가장 활약을 보인 기업은 만장일치로 마이크로소프트(MS)가 꼽힌다. 모바일 시대 화석 취급을 받던 MS는 올 1월 챗GPT 개발사인 오픈AI와 재빠르게 광범위한 파트너십을 발표하며 오픈AI의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MS의 전 제품군에 챗GPT를 도입하고 MS 클라우드 애저 서비스에 생성형AI 기능을 대폭 탑재해 클라우드 업계 경쟁을 주도했다. 지난달에는 샘 올트먼 오픈AI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의 해임이라는 갑작스러운 악재를 만났지만 오픈AI와는 그대로 파트너십을 유지하면서 올트먼 CEO 개인과의 관계 역시 가져가겠다고 선언하는 강수를 뒀다. 올트먼 CEO의 복귀 이후 MS와의 파트너십은 더욱 단단해졌다. 지난달 기자가 찾은 미국 시애틀 레드먼드 MS 캠퍼스의 심장부인 33번 빌딩에서도 MS의 성공 요인을 짐작하게 하는 실마리를 만날 수 있었다. 이 빌딩은 사티아 나델라 CEO가 경영진과 함께 경영 전반을 진두지휘하는 이그제큐티브 브리핑 센터가 위치한 곳이다. 입장하자마자 복도 중앙을 가득 채운 벽화에 이런 글귀가 적혀 있었다. ‘파트너들은 더 많은 것을 가능하게 만듭니다(Partners make more possible).’ 나델라 CEO에게 직접 파트너십의 비결을 물었다. 그는 “오픈AI와의 파트너십은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게 아니다”라며 “MS가 슈퍼컴퓨터를 개발하지 않았다면 오픈AI는 우리를 선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MS의 막대한 자본을 제시하는 대신 컴퓨팅 자원과 역량으로 가장 효과적인 설득을 했다는 것이다. 제대로 된 파트너십에는 양방향의 노력이 필요하다. 우리나라에도 파트너사를 지칭하는 말로 협력사가 쓰인다. 하지만 정확한 대체어는 아니다. 협력이라는 좋은 뜻을 갖고 있음에도 협력사라는 단어에는 어느 정도 위계가 있다. 현장에서 이를 가장 크게 실감한다. 국내와 해외에서 테크니컬 아키텍트를 하는 엔지니어를 만났다. 그의 일은 클라우드 AI 서비스를 통해 고객사들의 수요에 맞춘 서비스 개발을 돕는 것이다. 국내 고객사와 미국 현지 고객사 간의 가장 큰 차이를 묻자 이 같은 답이 돌아왔다. “우리나라 고객사 분들은 저희와 말을 섞지 않아요.” 일을 지시하고 서비스를 받는 과정에서 중간 점검을 할 뿐 머리를 맞대고 지속적인 소통을 하는 관계가 아니라는 것이다. 반면에 현지 고객사들은 끊임없이 소통하며 되는 프로젝트를 만든다는 게 크게 다른 점이라고 했다. 대부분의 협력사는 단순히 서비스나 제품 공급 업체(벤더)에 그치는 경우가 훨씬 많다. 안타까운 점은 이런 관계가 결과물의 측면에서 볼 때 과연 어느 쪽에게 좋지 않은 일이냐는 것이다. 이는 단순히 비즈니스에만 머물지 않는다. 정부에서는 해외 인재들이 참여하는 산학 협력을 늘리기 위해 연구 과제 제도를 대폭 용이하게 개선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이곳의 연구자들은 막상 생각이 다르다. 한 연구자는 “서류 작업도 문제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연구 과제에 자금만 지원하면 됐다는 태도”라며 “연구자들도 더 과제에 많은 관심을 갖고 계속해 피드백을 줄 수 있는 기관의 지원을 원한다”고 언급했다. 인재도 채용의 시대에서 영입의 시대로 바뀌고 있는데 오랜 시간 공을 들여야 하는 파트너십의 경우 더욱 그렇다. 실리콘밸리 강자들도 저마다 파트너십을 위해 백방으로 뛰는 상황에서 우리 기업들과 기관들은 더욱 부지런해져야 한다. 이는 챗GPT가 해줄 수 없는 일이다.
윤홍우의 워싱턴 24시
변화에 몸부림 치는 美자동차 시장[윤홍우의 워싱턴 24시]
정치·사회
2023.11.26 17:55:24
미국 자동차 시장에서 딜러의 영향력은 막강하다. 대부분의 주에서는 자동차 제조사의 직접 판매를 금지하고 있으며 제조사와 판매권 계약을 맺은 딜러만이 신차를 팔 수 있다. 이를 보장하는 것이 딜러 프랜차이즈 법이다. 처음에는 판매 업자들을 보호하자는 취지에서 법안이 만들어졌으나 딜러의 정치적 영향력이 커지면서 점차 자동차 유통 과정의 진입장벽이 돼버렸다. 전미자동차딜러협회(NADA)는 미 최대 로비 조직으로 미국총기협회(NRA)보다 더 많은 돈을 연방 로비 자금에 쓴다. 비즈니스의 모든 영역에 침투한 전자상거래가 자동차 시장에서 크게 힘을 발휘하지 못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 같은 미국 자동차 시장에서 현대차와 아마존이 벌이는 새로운 실험은 주목할 만하다. 16일 로스앤젤레스(LA) 오토쇼에서 현대차와 아마존은 내년부터 현대차 신차를 아마존에서 판매하고 현대차에 아마존의 인공지능(AI) 비서 알렉사를 탑재하는 내용 등을 담은 전략적 파트너십을 발표했다. 발표 직후 중고차 딜러 회사인 카맥스와 온라인 중고차 거래 플랫폼 카바나 등의 주가가 급락하는 등 미국 자동차 업계는 움찔했다. 아마존이 현대차 신차를 판매하기로 했는데도 중고차 회사들의 주가가 하락한 것은 미국 자동차 유통에 거대한 도전자가 나타났다는 불안감 때문일 것이다. 물론 아마존의 현대차 판매가 기존의 딜러 체제를 흔드는 것은 아니다. 엄밀히 말해 현대차를 대량 보유한 딜러가 자동차를 판매하기 위해서 아마존이라는 플랫폼을 이용하는 방식이다. 현대차가 딜러들에게 아마존이라는 새로운 영업 채널을 열어주는 것이다. 소비자들은 이제 딜러와 직접 매장에서 협상하지 않고도 아마존 안에서 차량을 비교 선택할 수 있다. 차량을 주문하면 인근의 딜러사에서 차를 수령하거나 배달받는 방식이다. 미 언론들은 이 같은 실험이 미국의 자동차 온라인 구매를 가속화하는 동시에, 딜러들의 영업 방식을 바꿀 것으로 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자동차를 구매하는 전통적 경험이 이미 변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전기차 분야에서는 이미 철옹성이 깨진 지 오래다. ‘자동차는 딜러가 판매’라는 오랜 관행을 깨뜨린 것은 테슬라였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자동차 직접 판매를 금지하는 여러 주와 소송을 벌였고 실제로 뉴욕주·매사추세츠주에서는 승소를 했다. 그는 결국 딜러를 통하지 않고 직접 자동차를 온라인으로 판매하는 ‘노 딜러’ 전략을 성공시켰다. 전기차 시장의 후속 브랜드인 리비안과 루시드도 이 같은 모델을 따르고 있다. 포드나 GM 등 대형 브랜드들도 전기차에 한해서는 온라인 판매를 확장하려 하는 등 미 자동차 유통시장 곳곳에서 변화의 조짐이 보인다. 아마존과 현대차의 협력은 자동차의 판매 방식 변화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중장기로 보면 자율주행 시대를 준비하기 위해 빅테크와 자동차 제조사가 힘을 합치는 것이다. 현지 자동차 업계의 한 관계자는 “자율주행 시대가 왔을 때 핸들을 놓은 운전자가 무엇을 하겠냐”고 기자에게 반문했다. 온라인쇼핑을 하고 영화를 보고 음악을 듣고 전자책을 보려는 운전자들의 니즈를 아마존이 충족시켜줄 수 있다는 의미다. 현대차는 아마존웹서비스(AWS)를 클라우드 우선 공급 업체로 선택해 궁극의 미래차로 불리는 ‘커넥티드 카’ 개발에도 속도를 붙일 예정이다. 미국 자동차 시장이 이처럼 요동치는 반면 국내 시장은 상대적으로 조용한 모습이다. 전 세계적으로 자동차 온라인 판매가 대세가 되는 상황에서도 현대차는 노조와의 단체협약에 묶여 있어 국내에서는 온라인 판매를 확장하지 못한다. 국내 자동차 기업이 해외에서 새로운 도전을 할 수밖에 없는 여건인 셈이다. 문제는 그러는 사이 우물 안에 갇히고 있는 국내 자동차 시장이다. 전기차와 자율주행 시대를 코앞에 두고 전 세계 시장에 대대적인 혁신의 바람이 불고 있는데 우리는 과연 미래 차 시대를 맞이할 준비가 돼 있는지 돌아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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