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규의 워싱턴 플레이북
美 AI칩 수출 ‘원천봉쇄’→'中이 중독되게' 변화오나
정치·사회
2025.07.16 07:25:27
미국 정부가 엔비디아의 저사양 인공지능(AI) 반도체 H20의 대중 수출을 허가한 가운데 미 정부 당국자들이 "중국이 미국산 AI 반도체에 중독되게 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이 잇따라 나왔다. 중국이 AI 반도체 발전 측면에서 미국을 따라오면 계속해서 수출 통제 대상 품목을 넓히던 기존 전략에서 벗어나, 범용 칩은 적극적으로 수출해 미국산 AI를 확산시키는 쪽으로 전략을 튼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은 15일(현지 시간) CNBC 인터뷰에서 "미국은 중국이 자체적으로 개발할 수 있는 AI반도체보다 한 단계 앞선 반도체를 개발하고 그보다 낮은 사양은 중국이 계속 사도록 한다는 게 트럼프 대통령의 생각"이라며 "중국의 개발자들이 미국 기술에 중독(addicted)될 정도로 중국에 제품을 판매해야 한다"고 말했다. 러트닉 장관은 엔비디아의 블랙웰을 최신형 반도체로, 다음으로 H200과 H100을 그 다음 사양으로 평가하고 H20은 네 번째로 좋은 제품이라고 평가했다. 데이비드 색스 백악관 AI가상자산 차르도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중국 화웨이가 중국과 세계의 AI 반도체 시장 전체를 장악하고 거기서 번 돈으로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을 막으려면 엔비디아가 저사양 AI 반도체를 중국과 다른 나라에 팔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화웨이에 중국 시장 전체를 넘기면 화웨이의 연구개발을 엄청나게 보조하게 된다"며 "다른 나라들이 미국 기술을 구매하지 못하게 하면 그들을 중국의 품 안으로 밀어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색스는 이를 기축통화 역할을 하는 달러에 비유했다. 전세계가 달러를 많이 써 미국이 그 이점을 누리는 것과 같이 미국산 AI칩도 널리 사용하게 해 미국이 이에 파생되는 이점을 누려야 한다는 주장이다. 미 의회는 반발했다. 민주당 소속 하원 중국특별위원회 간사 라자 크리슈나무르티 의원은 "H20 수출 재개는 적대국에게 최첨단 기술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중국에 대한 수출 통제에 대한 이번 행정부의 기존 입장과도 모순된다"고 비판했다. 중국특별위의 위원장인 공화당 존 믈리나 "상무부에 명확한 설명을 요구할 것"이라며 "H20은 강력한 칩으로 딥시크와 같은 중국 AI기업의 성장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첨단 AI가 중국 공산당 손에 넘어가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러트닉 장관은 엔비디아의 H20의 대중 수출을 허가한 것은 최근 중국과의 희토류 수출 재개와 관련한 거래의 일환이었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모닝 브리핑
中수출길 열린 엔비디아…삼성전자도 깜짝 호재
정치·사회
2025.07.16 05:40:00
※[글로벌 모닝 브리핑]은 서울경제가 전하는 글로벌 소식을 요약해 드립니다. 美 '엔비디아 H20' 中수출 깜짝 승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엔비디아 인공지능(AI) 칩 H20의 중국 수출 재개를 전격 승인했습니다. H20에 탑재되는 4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3)의 주요 공급사인 삼성전자에도 호재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는 올 4월 엔비디아 H20 칩의 중국 수출을 금지했었는데요.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가 2023년 10월부터 실시해온 엔비디아 칩의 중국 수출 규제를 강화한 것으로, 이에 따라 엔비디아는 55억 달러어치의 재고를 전액 손실 처리해야 했습니다. 외신들은 황 CEO가 이날부터 시작된 중국 방문에 앞서 10일 워싱턴DC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가진 비공개 회동 때 H20 수출이 가능하도록 트럼프 대통령의 마음을 돌리는 데 성공했다고 분석을 내놨습니다. 블룸버그통신은 “(H20 수출 승인은) 황 CEO의 대단한 승리”라고 평가하기도 했습니다. 다만 미 상무부는 이날 드론, 태양광·반도체 소재 폴리실리콘 등 중국이 글로벌 시장을 장악한 품목을 상대로 ‘안보 조사’에 착수해 강온 양면 전략을 펴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됩니다. 트럼프 "AI·에너지에 100조원 투자"…젠슨 황과 빅딜 맺었나 황 CEO는 중국이 H20 칩을 군사기술에 전용할 수 있다는 일각의 우려를 불식하는 논거도 제시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와 관련해 그는 13일 미 CNN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중국 역시 미국이 언제든지 수출을 막을 수 있는 칩에 의존해 기술을 개발하고 싶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외신들은 황 CEO가 미국이 AI 주도권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H20의 중국 수출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을 역설한 것으로 보고 있는데요.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복수 관계자를 인용해 황 CEO가 ‘엔비디아가 전 세계 지역에 기술을 자유롭게 판매할 수 있어야 AI 산업을 지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고 보도했습니다. 황 CEO가 이틀 전 CNN 인터뷰에서 “세계 경제 질서가 미국 달러를 기반으로 구축됐듯이 미국 AI 기술이 세계 시장의 기준이 되도록 해야 한다”며 강조했던 것과 맥을 같이 하는 모습입니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행정부는 이날 미국 펜실베이니아에서 700억 달러(약 100조 원) 규모의 AI·에너지 분야 투자 계획 발표 행사를 개최할 예정입니다. 세계 최대 사모펀드인 블랙스톤도 250억 달러 규모의 데이터센터·에너지 인프라 개발 프로젝트를 발표하는 등 수천 개의 일자리 창출 방안이 포함될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한편 미국은 무역전쟁에서 중국에 주도권을 내주며 최대 약점으로 부상한 희토류 자급력 강화에도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전략물자로 분류되는 희토류를 확보하기 위해 미국 정부는 자국 희토류 생산 업체에 시장가격의 거의 2배에 달하는 최소 가격을 보장하기로 했습니다. 中 2분기 5.2% 성장했지만…내수 위축은 여전 미중 무역전쟁 위기감이 고조되는 상황에도 중국이 2분기 5.2%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했습니다. 전망치를 웃도는 성적표를 내며 연간 목표(5% 안팎) 달성의 청신호를 썼으나 내수 위축이 이어지면서 경제 불안은 좀처럼 해소되지 않는 양상입니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15일 중국의 2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전 분기(5.4%) 대비 소폭 하락한 5.2%로 집계됐다고 발표했습니다. 로이터·블룸버그통신이 각각 취합한 전문가 전망치(5.1%)를 소폭 웃도는 수치입니다. 1분기 5.4%를 기록해 상반기 합계로는 5.3% 성장했습니다. 중국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올해 ‘5% 안팎’의 경제성장률을 목표로 제시했지만, 부동산 경기 불황과 내수 침체 등이 이어지는 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와의 무역전쟁 2라운드까지 더해지면서 목표 달성이 쉽지 않다는 전망이 우세합니다. 소비 회복 속도도 여전히 더딘 상태입니다. 중국은 내수 회복을 올해 최대 과제로 삼고 지난해부터 보조금을 지급하며 적극적인 소비 유도 정책을 펼치고 있는데요. 이날 발표된 중국의 6월 소매판매는 전년 동기 대비 4.8% 증가하는 데 그쳐 시장 전망치(5.4%)를 크게 밑돌았습니다. 상반기 소비자물가지수(CPI)는 1년 전에 비해 0.1% 하락해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 우려가 이어졌고 6월 기준으로는 지난해 6월에 비해 0.1% 상승하는 데 그쳤습니다. 부동산 경기 둔화 지속으로 돈이 돌지 않아 중국인들의 소비가 살아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이시바, 참의원선거도 과반 위태…'일본인 퍼스트' 참정당 급부상 이달 20일 일본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자민·공명 연립 여당의 과반 유지가 위태롭다는 판세 분석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지난해 10월 중의원 선거 참패로 여소야대 구조가 된 상황에서 참의원마저 과반을 잃게 될 경우 이시바 시게루 내각은 정권 붕괴 위기에 내몰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아사히신문이 13~14일 실시한 판세 분석에 따르면 자민당은 비례 포함 34석 전후(27~39석), 공명당은 9석 전후(6~12석)를 차지하는 데 그칠 것으로 추정됐습니다. 자민당의 부진 요인은 여러 가지인데요. 우선 지난해 10월 중의원 선거 당시 당내 파벌의 비자금 조성 사건이 치명타가 됐고 지난달 도쿄도의회 선거는 쌀값 급등 등 고물가 문제가 발목을 잡았습니다. 지속된 경제 침체와 물가 상승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이 누적된 가운데 이번 선거에서 내놓은 ‘전 국민 1인당 2만 엔 지급’ 공약 역시 ‘선심성’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대미 투자 1위 국가임에도 관세 협상에서 성과를 거두지 못했고 외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무시당하는 상황도 ‘강한 일본’을 강조했던 보수 지지자들 입장에서는 불만입니다. NHK가 전날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자민당 지지율은 24.0%를 기록해 2012년 정권 복귀 이후 최저치를 찍은 상태입니다. 자민당의 쇠락 속에 참정당이 부상하는 것도 이번 선거의 특징인데요. 2020년 인터넷을 통해 설립된 참정당은 ‘반(反)글로벌리즘’을 주장하며 경기 침체와 생활고에 대한 국민 불만을 외국인 이주 문제로 돌리고 있습니다. 참정당은 ‘외국인이 일본인의 부를 빼앗고 있다’ ‘글로벌리즘이 중산층을 가난하게 만들었다’는 식의 논리로 외국인 생활 보호 지급 중단, 토지 매입 규제, 노동자 유입 제한 등을 공약으로 내세웠습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를 연상시킨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김흥록 특파원의 뉴욕 포커스
기업이 혁신하는 美, 달러는 무너지지 않는다
사내칼럼
2025.07.13 23:00:23
삼성전자가 이달 초 갤럭시 Z폴드7과 Z플립7의 언팩 행사를 미국 뉴욕 브루클린 네이비야드에서 개최했다. 이곳은 뉴욕 내 기업 혁신을 상징하는 장소로 알려져 있다. 1960년대까지 미 해군의 조선소였던 브루클린 네이비야드는 2016년을 기점으로 창작 스튜디오와 첨단기술 스타트업들이 모인 창업 클러스터로 탈바꿈했다. 미국 첨단산업이 움트는 현장이라는 상징성을 감안하면 삼성전자가 혁신 제품을 선보이기에 더없이 적절한 장소다. 삼성전자와 브루클린 네이비야드의 조합은 역설적으로 미국과 한국의 혁신 생태계가 얼마나 다른지를 보여준다. 이번에 삼성전자가 공개한 Z폴드7은 두께를 일반 스마트폰 수준으로 줄여 ‘하드웨어 혁신’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삼성전자는 한국 증시에서 시가총액 1위 기업이며 25년 전인 2000년에도 국내 최대 기업이었다. 이는 수십 년째 대기업이 혁신의 중심에서 한국 경제를 이끌고 있다는 사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미국은 다르다. 최근 시가총액 4조 달러를 돌파한 엔비디아는 25년 전, 상장 2년 차에 불과했던 신생 기업이었다. 당시 시가총액은 40억 달러도 되지 않았지만 지금은 1000배 이상 성장했다. 엔비디아뿐만 아니다. 그 시절 존재하지 않았거나 생소했던 메타·테슬라·알파벳·넷플릭스 같은 기업들이 지금은 미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기업이 됐다. 브루클린 네이비야드와 같은 창업 거점에서 출발한 소규모 기업들이 한 세대도 지나지 않아 국가 대표 기업으로 성장하는 흐름이 미국 혁신 생태계의 특징인 셈이다. 이 같은 선순환 구조야말로 미국이 세계경제를 이끄는 근본적인 힘이다. 미국 경제가 기축통화인 달러에 기댄다는 인식도 있지만 사실 투자할 만한 기업들이 끊임없이 탄생했기에 글로벌 자본이 몰리는 것이다. 인터넷과 모바일, 그리고 인공지능(AI)까지 기술 혁신을 주도한 결과는 주가 상승에만 그치지 않는다. 증시 상승이 낳은 부의 효과(wealth effect)는 소비로 이어졌고 이는 곧 미국 경제를 지탱하는 토대가 됐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급등한 인플레이션과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 속에서도 미국 경제가 견조한 흐름을 유지할 수 있었던 비결 역시 AI에 대한 기대감에서 비롯된 주가 상승이었다. 주식 투자 비중이 큰 미국 중산층과 고소득층은 늘어난 자산을 바탕으로 소비를 지속했고 미국 경제는 고금리라는 이례적 환경을 이겨냈다. 신생 기업이 성장하는 선순환이 유지되는 한 미국은 앞으로도 경제 불확실성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4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정책 발표 이후 미국 주식·국채·달러가 동반 하락하는 ‘셀 아메리카’ 현상이 나타났지만 이후 주식과 달러는 빠르게 회복세를 보였다. 달러는 아직 완전히 회복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미국에 대한 신뢰가 예전 같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럼에도 미국이 AI나 양자컴퓨팅·로보틱스 같은 미래 기술 분야에서 선도적 지위를 유지하는 한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 주목할 점은 혁신과 성장의 선순환 구조가 이제는 중국에서도 나타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25년 전에는 생소했던 텐센트·알리바바·샤오미·비야디(BYD) 같은 기업들이 중국 증시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네이버와 카카오를 제외하면 여전히 전통 대기업 중심인 한국과는 확연히 다르다. 2년 전 브루클린 네이비야드를 처음 방문했을 때 우연히 만난 한 한국인 창업가는 미국을 선택한 이유로 투자 유치 환경, 규제 체계, 창업 인프라 등을 꼽았다. 그는 창업에 뜻이 있는 사람이라면 미국에서 시작하라고 조언했다. 그 말이 한국 경제의 미래에 대한 경고처럼 들려 씁쓸했다. 25년 후에도 삼성과 LG 같은 대기업에만 시장 혁신을 의존하는 구조로는 한국의 지속적인 성장을 담보할 수 없다. 더 늦기 전에 혁신의 생태계와 이를 이끌 주체를 키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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