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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은 ‘빈손’·수사는 ‘제자리 걸음’…野 특검 추진에 작아지는 공수처[안현덕 전문기자의 LawStory]

골프 접대 의혹 이영진 헌법재판관 불기소 처분

수사 1년 8개월 만…연이은 혐의 없음 판단에다

채상병 사건 수사 외압 의혹은 답보 상태 머물러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을 중심으로 특검 도입촉구

수장 공백에 공수처 무용론 주장까지 거세질 듯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골프 등 접대 의혹을 받은 이영진(62) 헌법재판관에 대해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등에 이은 ‘혐의 없음’ 판단이다. 이들 사건을 1년 가량 수사를 했으나, 공수처는 범죄 혐의가 없다고 봤다. 반면 해병대 채 상병 순직 사건 수사 외압 의혹(채 상병 사건 수사 외압 의혹)의 핵심 피의자인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에 대한 소환 조사는 ‘함흥차사’다. ‘빈손’ 수사라는 비판과 함께 야당을 중심으로 채 상병 사건 수사 외압 의혹에 대해 특별검사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공수처가 차츰 설 자리마저 잃고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공수처 수사1부(김선규 부장검사)는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고발된 이 재판관을 ‘혐의 없음’으로 불기소 처분했다. 시민단체 고발로 수사가 시작된 지 1년 8개월 만이다. 이 재판관과 대학 동문인 A변호사, 이 재판관과 인척 관계인 동향 사업가 이모씨에 대해서도 같은 처분을 내렸다. 이 재판관이 이씨 고등학교 친구인 사업가 B씨의 이혼 소송을 알선해준다는 명목으로 골프·만찬 비용, 현금 500만원, 골프 의류를 받았다는 의혹을 뒷받침하는 유일한 직접 증거인 B씨의 진술에 신빙성이 없다는 게 공수처의 판단이다. 또 만찬 비용은 17만원가량으로 크지 않았던 데다 이마저도 이씨가 결제한 것으로 드러나는 등 기초적인 사실관계조차 맞이 않았다고 봤다.

공수처는 시민 단체 고발 이후 접대 장소로 지목된 경기도 용인시 골프장을 압수수색하고, 후배 이씨 등 당시 모임 참석자들을 불러 조사했다. 다만 이 재판관에 대해서는 서면 조사했다.

이종섭 전 주호주 대사가 지난 달 28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에서 열린 방위산업협력 주요 공관장 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제는 공수처가 수사하고도 혐의 없음으로 불기소 처분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공수처 수사2부(송찬진 부장검사)는 김기현 전 울산시장(현 국민의힘 의원)의 동생 등을 봐주기 수사한 의혹에 따라 직권남용 등 혐의로 고발된 울산지검 송인택 전 지검장, 황의수 전 차장, 배문기 전 형사4부장 등 전·현직 검사 5명을 지난 4일 무혐의로 불기소 처분했다. 지난 2월에는 이성윤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의 공소장 내용을 언론에 유출한 혐의를 받은 검찰 관계자를 불기소 처분했다. ‘대검찰청이 이 연구위원 공소장 유출 의혹에 대해 감찰한 자료를 확보하려 했으나 압수수색 영장이 기각되는 등 현실적으로 더 이상 진상 파악이 어렵다’는 게 공수처의 판단이다. 한 전 위원장이 법무부 장관 시절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노웅래 의원의 혐의 사실을 상세히 설명한 것도 위법한 피의사실 공표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한 위원장이 2022년 12월 피의사실 공표와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고발된 지 1년 2개월 만에 불기소 처분했다.

연이은 불기소 처분과 달리 이 전 장관에 대한 소환 조사는 이뤄지지 않는 등 채 상병 사건 수사 외압 의혹 수사는 더디기만 하다. 이 전 장관 측이 신속한 수사를 촉구하고 했지만, 공수처는 “(수사팀의) 일정대로 수사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이 전 장관 변호인인 김재훈 변호사는 지난 17일 신속한 수사로 정치권의 특검 논란을 불식시켜달라는 내용의 의견서를 공수처에 제출했다. 의견서에서 김 변호사는 “공수처는 지금까지 아무런 연락이 없다”며 “수사 방기 탓인지 정치권에서는 특검 필요성까지 제기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인 채 상병 순직 사건에 대한 특검은 (기존 수사 기관의 수사 결과가 미흡해 이를 해소하기 우해 재조사를 추진하는) 특검 제도의 취지에 비춰 적절하지 않다”며 “정치권에서 특검을 추진하기 전에 신속한 수사와 결정으로 논란을 불식시켜 주기를 간곡히 요청한다”고 밝혔다. 현재 더불어민주당을 중심으로 한 야권은 21대 국회에서 채 상병 특검법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 더불어민주당 전재수·박주민 의원, 새로운미래 김종민 의원, 진보당 강성희 의원, 녹색정의당 장혜영 의원 등이 지난 19일 서울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채상병 특검법 신속 통과 촉구’ 기자회견에서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여기에 수장 공석 사태도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김진욱 전 공수처장 임기가 만료된 건 지난 1월 20일. 공수처장 자리가 빈자리가 된 것도 92일째다. 오는 29일이면 100일이 되지만, 여전히 대통령의 최종 후보자 1인 지명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공수처장 후보추천위원회는 앞서 8차례 회의 끝에 지난 2월 29일 오동운(사법연수원 29기) 변호사와 이명순(22)기 변호사를 공수처장 후보군으로 선정했다. 그러나 대통령의 최종 후보자 지목이 이뤄지지 못하면서 공수처장 임명 과정이 멈췄다. 게다가 21대 국회 임기가 내달 끝나 공수처장 인선 작업은 더 늦춰질 수 있다. 내달 중 최종 후보자 지명이 이뤄지지 않으면, 공수처장 인사청문회가 22대 국회서 진행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법제사법위원회 구성 등으로 시간만 더 지체될 수 있다. 수장 공백이 장기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빈손 수사 지적에 채 상병 사건 수사 외압 의혹 사건까지 답보 상태를 면치 못하면서 공수처의 위치만 불안해지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특히 실제 특검이 도입되면, 공수처 무용론까지 한층 거세질 수 있다는 게 법조계 안팎의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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