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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기획, 우리에게 중국은 무엇인가]中 30년 산업대계...韓은 3년짜리 땜질처방
산업 기업 2018.08.23 17:40:09“정권 5년 가운데 1년은 축하, 나머지 1년은 레임덕이다. 3년마다 바뀌는 정책으로는 중국에 맞설 수 없다.” 서울경제신문이 세계 최강대국에 도전하는 중국의 정치와 경제·산업 현장을 심층 진단한 ‘창간 기획:우리에게 중국은 무엇인가’를 마치는 좌담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우리 정부와 기업은 안일하고 위기감이 없다”고 입을 모았다. 조선과 철강은 물론 액정표시장치(LCD)와 스마트폰 등 첨단산업까지 중국이 우리를 따라잡았는데도 국가적 위기의식이 약하다는 것이다. 앞서 서울경제신문 특별취재단으로 중국을 방문한 전문가들은 이미 신산업에서 중국에 밀리는 한국이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기업 차원의 차별화 노력과 함께 정부의 장기적인 산업정책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엄치성 전국경제인연합회 국제협력실장은 “지난 10년간 중국을 얕잡아보다 대부분의 산업이 따라잡혔다”며 “중국 현장에서 제조업과 서비스업을 다 돌아봤는데 우리가 중국보다 경쟁력이 있다고 말할 수 없었다”고 강조했다. 조철 산업연구원 중국산업연구부장도 “한국 기업들이 중국 기업에 밀려나는 추세는 지속될 것”이라며 “어떻게든 중국과 차별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중국이 오는 2049년 세계 최강대국 등극이라는 목표를 수립한 배경에는 중국 당국의 장기적 산업정책이 있다. 한국은 간신히 반도체와 자동차 분야에서 우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지금처럼 정권마다 산업정책이 바뀌어서는 중국에 추월당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이들은 지적했다. 이희옥 성균관대 중국연구소장은 “3년마다 바뀌는 정책은 시장의 추종성이 떨어져 패권경쟁이 벌어지는 세계와 4차 산업혁명의 물결에 대응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우리도 긴 안목의 계획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구경우기자 bluesquare@@sedaily.com -
[창간기획-우리에게 중국은 무엇인가] "中 '일대일로' 압박에 실익 지킨 마하티르 총리..한국, 교훈삼아야"
국제 경제·마켓 2018.08.23 17:35:33한국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사태를 계기로 중국의 ‘힘의 외교’의 쓴맛을 호되게 본 반면 중국의 노골적인 압력에 당당하게 대처해 실익을 챙긴 국가들도 적지 않다. 미국과 중국이라는 두 강대국 사이에서 외교전략 수립에 어려움을 겪는 한국이 이들로부터 교훈을 얻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중국의 무리한 일대일로(육상·해상 실크로드) 공세에 굴하지 않고 자존심을 지키며 현명한 국익 외교를 펼친 마하티르 모하맛 말레이시아 총리의 최근 방중 행보는 국제사회에서 큰 화제를 낳고 있다. 마하티르 총리는 지난 17~21일 방중 기간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 중국 최대의 국가 프로젝트인 말레이시아 투자사업 동부해안철도(ECRL) 계획을 중단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중국은 마하티르 총리에게 투자와 경제 지원을 약속하면서 사업 중단 결정을 되돌리기 위해 공을 들였지만 확고한 그의 입장에 결국 고개를 숙여야만 했다. 말레이시아가 중국의 우회적 압박에도 무리한 프로젝트에 제동을 걸며 실익을 챙길 수 있었던 것은 미중 무역전쟁 상황에서 우군 확보가 절실한 중국의 맹점을 활용해 노련한 외교 행보를 보인 결과다. 마하티르 총리는 재정여건을 들어 사업 중단의 필요성을 설득하면서도 격랑의 국제 정세 속에서 중국과 적극 협력하겠다는 의지를 전달하며 시진핑 지도부를 안심시켰다. 프로젝트 중단을 빌미로 중국이 말레이시아 압박에 나선다면 다른 동남아의 일대일로 사업은 물론 국제사회의 여러 이슈에서 많은 우호국을 잃을 수 있다는 점을 부각시킨 것도 주효했다. 외신들은 마하티르 총리가 “우리는 새로운 식민주의의 등장을 원하지 않는다”는 표현을 통해 거대 자본을 무기로 주변국들을 몰아붙이는 중국의 신패권주의에 경각심을 불러일으킨 점을 의미 있게 평가했다. 류샤오보를 노벨평화상 수상자를 선정한 데 따른 후폭풍으로 중국으로부터 강한 압박을 받았던 노르웨이는 중국의 연어 수입 금지에 맞서 수출국 다변화를 통해 역풍을 헤쳐나갔다. 유럽연합(EU)과 한국을 비롯해 홍콩·베트남 등으로 수출을 늘려나간 덕에 노르웨이는 중국의 6년간 연어 수입 금지 조치에도 불구하고 연간 연어 수출액 65억달러 수준을 유지할 수 있었다. 중국과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를 놓고 국제 법정 싸움까지 간 필리핀도 자존심을 지키며 실익을 챙긴 대표적인 사례다. 2012년 남중국해 스카버러섬(중국명 황옌다오)에서 중국 어선을 단속하는 필리핀 전함과 중국 초계함이 충돌하자 중국은 자국민의 필리핀 관광을 중단시키고 필리핀 바나나 수입마저 금지시켰지만 필리핀은 국제 중재재판소를 통한 영유권 분쟁에서 승소 판정을 얻어냈다.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은 당선 후 중국과 미국의 갈등 상황을 활용해 중국에 화해의 손을 내밀면서 바나나 수입 금지 조치 해제 성과를 얻어냈다./베이징=홍병문특파원 hbm@@sedaily.com -
[창간기획-우리에게 중국은 무엇인가] "동북아 패권 '발톱'드러낸 中...韓, 외교적 정체성 명확히 해야"
경제 · 금융 경제동향 2018.08.23 17:35:08굴기하는 중국의 위세를 견제하기 위해 미국이 중국산 제품에 무차별적 관세 폭탄을 투하하고 있다. 중국도 동일한 관세 보복으로 응수하고 있지만 경제력과 외교력에서 압도적 우위에 놓인 미국에 수세인 것이 현실이다. 무역전쟁의 유탄으로 중국 경기마저 꺾이려 하자 중국 내부에서는 너무 일찍 발톱을 드러낸 데 대한 자성의 목소리도 높아지는 실정이다. 다만 중국이 지난 1985년 당시 일본이 플라자합의로 미국에 무릎을 꿇고 패권에 대한 마음을 접은 전철을 밟지는 않을 것이라는 데 전문가들의 의견이 일치했다. ‘중국 제일주의’는 연성 사회주의와 중국을 세상의 중심에 두는 ‘중화’의 역사가 뿌리 깊은 중국인들의 욕구이기도 하다. 이를 기반으로 중국의 공산당 지배체제는 오히려 더 공고해지는 방향으로 가고 있으며 중국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융단 폭격을 버티며 기나긴 패권 전쟁의 길을 택할 가능성이 높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패권이 더욱 팽창하면서 결국 중국이 주변국을 아래에 두는 ‘21세기식 조공관계’가 형성될 가능성이 있다며 한국이 중국과의 수직적 관계를 피하기 위해서는 민주주의와 역동성이 장점인 우리의 정체성을 과감히 드러내 중국에 각인시켜야 한다고 조언했다. △사회=지난해 10월 양회에서 중국이 오는 2049년 미국을 제치고 최강대국이 되겠다고 선언을 했는데요. △엄치성 전국경제인연합회 국제협력실장=지난해 중국이 최강대국이 되겠다고 선언하고 국민들 사이에서는 ‘중국 제일주의’가 급격히 퍼졌습니다. 다른 나라 공항에서 대우가 부당하다 싶으면 중국 여행객들이 오성홍기를 들고 국가를 부른다는 소식이 외신을 통해 전해질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올해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을 앞세워 본격적인 ‘중국 길들이기’에 나서면서 중국 내부적으로 자성론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중국 내에서는 중국 제일주의를 외치며 최강대국을 선언한 것을 ‘지식 의화단 사건’이라고도 합니다. 중국이 도광양회에서 벗어나는 와중에 트럼프 대통령이 세게 나오자 동요하는 것입니다. △이희옥 성균관대 중국연구소장=중국은 국가가 총력전을 벌이며 미국과 경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를 위한 역량이 미국보다 부족하다는 것을 중국 스스로도 알고 있습니다. 산업부터 외교적·군사적 능력은 물론이고 금융시장의 역량도 그렇습니다. 이 때문에 중국은 내부적으로 계속 최강대국이 되기 위한 담론을 계속 만들어갑니다. 중국이 중심이 되는 ‘중화주의’ 사상이 뿌리 깊은 중국 국민들은 새로운 강국의 담론을 받아들이고요. △사회=중국이 부강해질수록 자유에 대한 열망이 커지며 공산당 지배체제가 불안해진다는 관측도 있습니다. △이 소장=그것은 기존 서구의 프레임에 따라 중국을 보는 것입니다. 중국을 있는 그대로 봐야 합니다. 중국은 계속해서 나아갈 것입니다. 중국인들은 문화대혁명과 톈안먼사태를 겪으면서 혼란에 대한 공포를 갖고 있어요. 이런 국민성은 중국이 장기적인 계획을 수립하고 이행할 수 있게 해줍니다. 저는 중국을 안정적인 불안상태라고 간주합니다. 흔들리지만 안정적이라는 얘기입니다. 경제가 성장할수록 민주주의 욕구가 분출한다는 논리에 따르면 소득 수준이 높아진 중국은 민주주의 국가가 돼야 하지만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은 없다는 것이 학계의 일반적인 시각입니다. 사회주의와 자본주의적 체계가 양립하는 ‘차이니스 모델’은 확고합니다. 심지어 중국은 이 모델을 북한에 수출하려 합니다. △조철 산업연구원 중국산업연구부장=실제로 중국에서 생활했거나 중국을 연구한 사람들은 중국을 매우 안정적으로 봅니다. 많은 나라들이 중진국 함정에 빠지는 시점에 정치적 문제로 실패하면서 중국이 중간 단계에서 낙오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습니다. 제가 중국에 나가 있던 2007년 당시 중국에서는 이미 민주주의에 대한 논쟁이 벌어졌습니다. 당시 베이징대 석학들은 “중국도 민주주의 선거제도로 가야 한다”며 선거를 통해 국가지도자를 뽑는 형태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중국은 결국 권위주의를 택했고 세계 최강대국이 되기 위해 시진핑의 장기집권 가능성도 열어둔 상태입니다. △사회=미국의 맹공에도 중국은 흔들리지 않는다는 말처럼 들립니다. △엄 실장=중국이 최강대국으로 도약할지 여부는 앞으로 어떻게 정치체계를 갖고 가느냐에 달려 있다고 봅니다. 중국이 민중의 자유와 욕구를 억압하는 경성 사회주의로 가면 미래는 불투명해지겠지만 제한된 억압으로 정치·사상을 인정해주는 연성 사회주의로 가면 미래는 매우 밝다고 봅니다. 실제로 중국은 자신들만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인터넷·모바일 세계를 만들고 검열을 하면서도 표현의 자유를 상당히 보장하는 쪽으로 가고 있습니다.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 등에서 사회와 정치적 불만들이 들불처럼 퍼지기도 합니다. 미래에 대한 중국의 치열한 논의는 매우 길게 보고 전략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사회=한국은 미국과 중국 사이에 끼어 있는 상태인데요, 앞으로 한국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조 부장=미국이 중국의 굴기를 막아서면서 우리의 운신의 폭도 커진 것이 사실입니다. 중국이 막상 미국과 맞서려고 하니 한국 등 주변국은 물론 유럽연합(EU) 등 세계 많은 나라들이 중국과 노골적으로 손을 잡기를 거절하는 분위기입니다. 중국은 이를 통해 세계 최강국이 되기 위해서는 주변국을 적으로 만들면 안 된다는 것을 알았을 것입니다. 이 때문에 중국이 미국을 넘어서기 전까지는 협력을 통한 경제적 이득을 챙기면서 주변과의 적대적 관계를 피하려 할 것입니다. 우리는 이러한 중국의 변화를 잘 이용해야 합니다. 다만 중국은 미국과의 대결에서 자신이 있다고 생각되는 순간 우리에게 중국이냐, 미국이냐의 선택을 요구할 수도 있습니다. △이 소장= 중국이 동북아에서 패권을 넓히기 시작하면 과거와 같은 조공문화가 재연될 수 있습니다. 주변 약소국을 중국의 질서에 편입해 상대국으로부터 조공을 받아온 것이 중국의 역사입니다. 조공은 곧 힘의 논리이자 조폭 논리입니다. 조 부장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선택을 강요하는 시기가 올 것입니다. 어떻게 하면 여기에 휩쓸리지 않을 것인지를 고민해야 합니다. 중국이 반체제 인사인 류샤오보에게 노벨평화상을 준 노르웨이의 연어 수입을 금지했을 때 노르웨이는 당당히 버텼고, 그 결과 중국은 노르웨이를 ‘쉽지 않은 나라’로 인식하게 됐죠. 한국은 중국에 명확한 외교적 정체성을 보여주고 절대로 밀리지 않는다는 중심성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중국이 커질수록 한국이 정체성을 명확히 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우리의 민주주의와 역동성은 중국이 갖지 못한 것인데요, 중국과 우리의 경계를 명확히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정리=구경우·서민준 기자 bluesquare@@sedaily.com -
[창간기획-우리에게 중국은 무엇인가] "반도체 대기업이 알아서 한다?...정부서 기초기술 개발 지원 필요"
경제 · 금융 정책 2018.08.23 17:27:35중국은 지난 2015년 200조원을 쏟아부어 15%에 불과한 반도체 자급률을 오는 2025년까지 70%로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반면 한국은 정부 차원의 반도체 투자가 미미하다. 산업통상자원부 소관의 반도체 연구개발(R&D) 예산은 2009년 1,000억원에서 지난해 300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대기업들이 이미 잘하고 있는 분야라 투자가 별로 필요 없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전문가들은 ‘대기업이 하는 사업이면 정부가 지원할 필요가 없다’는 안이한 생각을 고집하다가는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산업도 중국에 추월당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조철 산업연구원 중국산업연구부장은 서울경제신문 본사에서 열린 중국 관련 좌담회에서 “반도체·디스플레이·2차전지 등 우리가 세계적으로 잘하는 분야에서 중국이 빠른 속도로 쫓아오고 있다”며 “대기업이 하는 산업이라고 방치할 게 아니라 더 집중적으로 육성해 미래 먹거리를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우리 기업들은 디스플레이의 액정표시장치(LCD)와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중국의 BOE·CATL 등 기업에 세계 선두 자리를 내줬다. 특히 신소재 등 기초기술 부문에서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 부장은 “기초기술 개발은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정부 차원의 투자가 필요하다”며 “중국 정부는 일찌감치 기초과학·기술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체계적인 투자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기업 중심의 혁신·창업 생태계를 만들 필요가 있다는 주문도 이어졌다. 엄치성 전국경제인연합회 국제협력실장은 “중국은 대기업이 스타트업을 육성하고 중소기업과 연구개발 협업, 공동 사업 진출을 하면서 윈윈하는 사례가 많다”고 전했다. 일례로 정보기술(IT) 공룡 텐센트는 전국 25개 도시에 ‘중창공간’이라는 인큐베이션 센터를 만들어 창업가를 지원하고 있다. 중국 최대의 하드웨어 엑셀러레이터 잉단은 코고바이라는 대기업의 자회사다. 엄 실장은 “우리는 대기업이 하는 일은 일단 색안경을 끼고 보는 식이 많다”며 “대기업에서 스타트업, 벤처기업과 협업해 시너지를 낼 수 있게 정부가 북돋아 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조 부장은 “한국은 아직 정부가 창업이나 중소기업 정책을 주도하는데 중국은 이런 분야를 민간과 대기업이 주도하고 있다”며 “정부는 창업 생태계를 조성하되 나머지는 민간에서 효율적으로 할 수 있게 하는 방향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서민준기자 morandol@@sedaily.com -
[창간기획-우리에게 중국은 무엇인가] "韓기업, 中 만만히 보다 추월당해...기술격차 못 벌리면 경제속국"
산업 기업 2018.08.23 17:25:47구소련 멸망 후 미국은 명실상부한 세계의 슈퍼파워다. 경제부터 군사력·정치·문화까지 거의 모든 분야의 헤게모니를 쥐고 있다. 이런 미국에 도전장을 내민 곳이 중국이다. 거대한 시장을 무기로만 내세우지 않는다. 빅데이터와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을 구현하는 혈맥인 5세대 통신(5G) 등의 첨단산업이 비장의 무기다. 미국이 무역전쟁이라는 무리수를 두면서 커지는 중국의 싹을 자르려는 것도 그만큼 중국의 위협이 만만치 않다는 방증이다. 문제는 우리다. 우리는 수출의 25%를 중국에 기댄다. 기술의 우위도 상당 부분 뺏겼다. 120개 기술에서의 한중 간 기술격차는 지난 2014년 1.4년에서 2016년 1년으로 줄었다. 중국이 우위를 보이는 항공우주 기술격차는 4.3년에서 4.5년으로 더 벌어졌다. 이런 추세라면 한국이 중국의 ‘경제적 속국’이 될 날도 머지않았다는 비관적인 전망도 있다. ‘우리에게 중국은 무엇인가’ 시리즈를 마무리하면서 중국 현지를 함께 둘러봤던 이희옥 성균관대 중국연구소장과 조철 산업연구원 중국산업연구부장, 엄치성 전국경제인연합회 국제협력실장 등과 좌담회를 갖고 그 해법을 모색해봤다. 좌담회는 서울 종로구 서울경제신문 본사에서 진행됐다. /사회=이철균 경제부장 △사회=미래 산업에서 중국의 굴기가 매섭습니다. 중국 현지를 둘러보니 어땠는지요. △조철 산업연구원 중국산업연구부장=중국은 이제 대국을 넘어 강국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산업정책인 ‘중국제조2025’는 단순히 어떤 산업을 육성하자는 것이 아닙니다. ‘중국 브랜드를 육성하자’가 핵심입니다. 첨단 산업은 그동안 중국에 진출한 외국 기업의 기술력을 가지고 해왔는데요. 이제 고부가가치인 첨단 산업도 중국 브랜드로 하겠다는 것입니다. 그렇다 보니 우리 기업들이 중국에서 밀려나는 모습이 바로 눈에 보였습니다. △이희옥 성균관대 중국연구소장=중국은 미국과 산업 표준경쟁을 하고 있습니다. 5G나 드론·빅데이터 등을 꼽을 수 있지요. 중국은 규모의 경제가 커질수록 고급 정보, 산업이 시너지가 나는 나라입니다. 중국 기업들이 기술을 끌어올려 자기들만의 플랫폼을 완성하면 중국 국민들은 거기에 익숙해집니다. 화웨이가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를 이미 밀어낸 것도 그런 구조가 있기에 가능한 것입니다. △사회=그런 중국을 미국이 때리고 있습니다. 중국 내부적으로 변화가 감지되고 있는지요. △이 소장=미국이 중국을 때리는 트럼프 효과가 분명히 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을 지지하는 계층들은 보호주의에 대한 향수를 갖고 있습니다. 그 위에 트럼프가 거칠게 올라타 있는 상황입니다. 미국의 때리기가 세질수록 중국은 굴기 속도를 늦출 것입니다. △엄치성 전국경제인연합회 국제협력실장=중국 내부에서는 “‘중국제조 2025’를 대단한 것처럼 떠벌리지 마라” “시진핑을 우상화하지 마라” 등의 얘기가 나옵니다. 미국이 중국을 내려 앉힐 총알이 너무너무 많다는 것을 중국도 알았다는 얘기입니다. 솔직히 중국이 잘나가도 걱정, 못 나가도 걱정입니다. 잘나가면 우리의 산업이 따라잡힐 테고 미국에 눌려 못 나가면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도 타격을 입습니다. 결국 우리는 다시 기본으로 돌아가 실력을 쌓는 수밖에 없는 셈입니다. △사회=문제는 실력을 쌓기도 전에 대부분의 산업이 중국에 따라잡혔다는 점입니다. △조 부장=중국에서 우리 기업들이 밀려나고 있습니다. 중국 산업이 이제 질적으로 어느 정도가 되느냐가 관건일 정도입니다. 벌써 4차 산업혁명의 혈맥인 5G 통신장비에서 화웨이는 양을 넘어 질적인 측면에서도 치받고 있습니다. 미국이 중국의 첨단산업 경쟁력을 경계하는 것도 그만큼 기술력이 있다는 방증입니다. 물론 특허 문제로 세계 시장에 쉽게 나오지 못하겠지만 그래도 이제 얼마 안 남았다고 봐야 합니다. 모든 업종에서 정도의 차이이지 한국 기업이 밀려나는 현상은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엄 실장=엄청난 기술 혁신이 없는 한 우리가 아무리 마케팅을 잘한다고 해도 이제는 한계가 뚜렷합니다. 중국의 마트에 가보니 너무 편하게 돼 있었습니다. 4차 산업 분야는 더 앞서서 중국이 나아가고 있었습니다. 제조업과 서비스업을 다 돌아봤는데 우리가 중국보다 경쟁력이 있다고 자신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솔직히 해외에서 보는 객관적 시각도 ‘4차 산업과 관련해서는 중국이 우리보다 앞선다’입니다. △사회=그래도 우리가 우위에 있는 산업도 있는데요. △조 부장=중국과 차별화하기 위해 모든 힘을 쏟아야 합니다. 중국은 돈과 인력 등 엄청난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곧 따라잡을 기세입니다. 그렇다고 우리가 모든 원천기술을 다 가질 필요는 없습니다. 선택과 집중이 필요합니다. 우리가 가진 역량을 정확히 알아야 합니다. 중국을 활용할 수 있는 것은 느슨하게 풀어주되 경쟁 우위의 원천기술은 더 격차를 벌려야 합니다. 정부가 신산업을 이야기하는데요. 중국은 신산업에서 우리보다 훨씬 더 많은 자원을 넣고 있고 실제로 가보니 앞선 부분도 많았습니다. 모든 신산업에서 다 우위를 유지할 필요가 없는 것입니다. 우위에 있는 기존 기술을 고도화해 새로운 신산업으로 전이시키는 것도 방법입니다. △엄 실장=LG와 삼성이 사실 전자기기나 가전에서 기술력 격차가 과연 얼마나 될까 고민해본 적이 있는데요. 우리는 중국 기업들이 내놓은 제품을 보고 “이걸 누가 쓰겠어”라며 소극적으로 대응했습니다. 그런데 중국의 기술력이 빠르게 올라오니 중국 소비자가, 시장이 그것을 받아줬습니다. 우리가 “어, 이게 아니구나”하는 순간 밀려났어요. 삼성전자가 애플의 아이폰을 따라잡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습니까. 경쟁력 있는 산업과 제품에서 한 번 뒤져버리면 따라잡기가 힘들어집니다. 그렇다고 중국을 마냥 경계하는 것이 답은 아닙니다. 알리바바 전자상거래 플랫폼 등을 우리의 판매 창구로 적극 활용하는 것도 전략입니다. 미래 차는 중국 기업과 협업을 강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 소장=선명한 기술경쟁을 하는 게 필요합니다. 현실에서 미래를 만드는 ‘메이킹 퓨처’하는 시스템이 있어야 합니다. 또 하나는 미래에 다른 형태의 경쟁력을 갖는 것을 개발해야 합니다. 경쟁력을 유지해온 기업들은 기존의 사업 분야를 개선해나가면서 포트폴리오를 구성해야 합니다. 그것이 새로운 것입니다.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이 1% 미만으로 내려가도 중국 사업을 접지 않는 것도 새로운 트렌드의 변화를 기다리면서 길게 보고 있는 것입니다. △사회=중국은 2049년, 30년 앞을 본 국가계획을 세웠습니다. 이에 비해 우리는 정권마다 정책이 바뀌고 있는데요. △이 소장=정권 5년 가운데 1년은 축하하는 데 보내고 마지막 1년은 레임덕입니다. 특히 요즘 한국은 광장민주주의가 확대되고 있어요. 광장민주주의는 포퓰리즘의 꽃입니다. 대의민주주의의 기반인 정당정치가 끊어지는 것입니다. 3년짜리 정권으로는 패권전쟁이 벌어지는 세계와 4차 산업혁명으로 판이 바뀌는 세계 경제에 대응하는 데 한계가 있어요. 시장에서 정부와 정책에 대한 믿음과 추종성이 떨어져 시장을 끌고 가기 힘듭니다. 하지만 중국은 끌고 가고 있어요. 중국 국민들도 대국의식으로 국가의 장기 목표에 따라가는 분위기입니다. 이제는 우리도 정파를 떠나 긴 안목으로 산업정책을 끌고 가야 합니다./정리=구경우·박효정기자 bluesquare@@sedaily.com -
[창간기획 우리에게 중국은 무엇인가] 투자·생산·소비 동반 부진...무역전쟁에 코너 몰리는 中
국제 정치·사회 2018.08.21 17:42:19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 격화로 중국 경제 곳곳에서 이상 신호가 감지되고 있다.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14개월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고 수출 주문도 줄었다. 산업생산은 전망치를 밑돌았고 판매도 둔화 흐름을 보였다. 투자·생산·소비의 지표에서 부진한 모습을 보인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유럽과의 반미전선 형성이 좌초되고 미국이 추가로 2,000억달러 규모의 관세 조치를 만지작거리며 압박 강도를 높이고 있어 중국은 더욱 코너로 몰리고 있다. 실제 경제지표는 서서히 나빠지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중국 국가통계국이 발표한 지난 7월 PMI는 51.2로 전월보다 0.3포인트 하락했다. 14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PMI 하락의 주요 요인은 수출 부진이다. 7월 수출 주문은 49.8로 2개월째 50을 밑돌았다. 미중 무역분쟁의 영향이 중국 수출 감소로 이어졌다는 의미다. 1∼7월 누적 고정자산투자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5% 증가했지만 시장 전망치인 6.0%에는 크게 미치지 못했다. 고정자산투자 증가율이 5%대로 떨어진 것은 1995년 이후 처음이다. 7월 소매판매도 지난해 같은 달보다 8.8% 증가했지만 시장 전망치(9.1%)와 전월 증가율(9.0%)에 모두 미치지 못했다. 동월 산업생산 또한 6.0% 증가했지만 시장 전망치인 6.3%보다 못한 성적을 거뒀다. 미국과의 무역전쟁 여파로 투자·소비·생산지표가 ‘트리플 부진’에 빠진 모습이다. 더욱 우려스러운 점은 무역전쟁에 따른 악영향을 내수 부양으로 극복하려는 중국 정부의 계획이 순탄치 않다는 점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따르면 중국의 올해 2·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6.7%에 머물러 1·4분기의 6.8%보다 하락했다. 올 상반기 실질소득 증가율은 이보다 더 낮아 6.6%에 그쳤다. 이 여파로 소비 진작을 원하는 정부의 바람과는 달리 중국 온라인에서는 소비를 줄이는 블로그가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엄치성 전경련 국제협력실장은 “중국 소비자들이 더 비싸고 품질이 좋은 제품을 찾을 것이라는 당국의 호언장담과는 달리 10위안(약 1,600원) 미만의 저가상품이 많은 온라인쇼핑몰 ‘핀둬둬’가 인기몰이 중”이라고 말했다. 무역전쟁발 위안화 절하와 고율 관세 부과가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것이라는 전망은 중국의 또 다른 걸림돌이다. 미중 무역전쟁이 개시된 7월 중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전망치를 웃돌며 3개월 만에 2%대로 복귀했다. 3월(2.1%) 이후 최고 수준이다. 여기에 미국이 중국의 첨단산업 분야 기술인력 침투를 막기 위해 빗장을 걸어 잠그는 카드까지 검토 중이라 중국으로서는 첩첩산중이다. 이른바 ‘중국 제조 2025’ 분야를 겨냥해 중국 연구인력의 입국을 거부하거나 미국 회사 또는 대학에서 군사와 정보 분야에 종사하는 것을 제한하는 방안이다. 줄리언 에번스프리처드 캐피털이코노믹스 중국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로이터통신에 “최근 중국의 경제지표 하락은 중국 경제의 모멘텀이 점차 사라졌다는 점을 의미한다”고 평가했다. /이현호기자 hhlee@@sedaily.com -
[창간기획 우리에게 중국은 무엇인가]디폴트 올 최대...커지는 중국發 부채공포
국제 경제·마켓 2018.08.21 17:40:42지난 14일 중국 국영기업 신장생산건설병단(XPCC)의 산하기관이 채권 원리금 5억위안을 갚지 못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금융시장은 충격에 빠졌다. 디폴트(채무불이행) 사태가 재정 여력이 탄탄한 국영기업까지 덮치면서 중국발 부채위기의 공포가 전 세계를 긴장시키기 시작한 것이다. 21일 중국 시장조사 업체 윈드 등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달 말까지 중국에서 발생한 채권 디폴트는 321억위안으로 지난해 전체규모(365억위안)의 88%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외신들은 올해 중국 디폴트가 역대 최대였던 2016년(385억위안)을 넘어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금융시장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터키 등으로 무역 압박 전선을 넓히는 상황에서 중국발 디폴트 위기가 글로벌 경제의 취약 고리인 신흥경제국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진다. 특히 중국 경제 불안은 대중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치명적일 수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중국 경제성장률이 1%포인트 떨어지면 한국 수출증가율은 1.6%포인트, 경제성장률은 0.5%포인트 줄어들 수 있다고 분석한 바 있다./베이징·선전=특별취재단 hbm@@sedaily.com -
[창간기획 우리에게 중국은 무엇인가] 소수민족과 갈등·都農 소득격차...하나의 중국·샤오캉 건설 '발목'
국제 정치·사회 2018.08.21 17:38:52지난 2010년 중국 칭하이 대지진 현장은 아수라장이었다. 지진 발생 후 열흘 남짓해 사망자가 2,000명을 넘어선 가운데 사상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악천후까지 더해 사태 수습을 위해서는 한 명이라도 많은 구호활동 인력이 절실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당국은 현장의 티베트 승려에게 철수를 명령했다. 구호활동이 미숙해 더 많은 어려움을 초래한다는 것이 표면적 이유였지만 실상은 반정부활동을 주도하는 티베트 승려들이 사망자 수 축소 의혹을 제기하며 정부와 마찰을 빚자 이를 무마하기 위해 내린 조치였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당시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과 티베트 민족 간 갈등의 골이 국가적 재난상태에도 봉합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함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지적했다. ‘하나의 중국’을 표방하는 중국 정부에 광활한 영토에 포진한 다양한 소수민족은 큰 골칫거리 중 하나다. 중국은 한족을 제외하고도 전체 인구의 9% 정도를 차지하는 55개 소수민족으로 구성돼 있다. 구성비로만 따지면 소수민족이 20%에 육박하는 미국·러시아나 13%인 베트남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하지만 9%의 소수민족이 사는 면적은 중국의 64%를 차지한다. 특히 소수민족 거주 지역은 가스와 석탄 등 지하자원뿐 아니라 삼림·수력자원 등이 중국 전체의 절반 이상 집중된 전략요충지다. 핵심 이익인 이 지역들의 분리 또는 독립 움직임은 중국이 절대 양보할 수 없는 영역이다. 문제는 한족에 밀려 변방에서 경제적 차별을 받으며 2등 시민으로 사는 이들 소수민족의 중국 지배층에 대한 반감이 커지면서 중국 정부와의 마찰이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 정부는 대학입학시험에서 가산점을 주고 소수민족자치구와 자치주의 행정수반에 해당 지역 소수민족을 임용하는 등 표면상으로는 유화정책을 펴고 있지만 이들에 대한 감시와 뿌리 깊은 차별 속에 중국 내 분리 움직임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해마다 두자릿수로 늘어나는 중국의 치안예산과 안면인식 등 첨단기술 도입은 신장위구르·티베트자치구의 소수민족 감시 강화와 맞물려 있다는 것이 외신들의 분석이다. 미국 민간인권단체인 ‘인권감시’의 니컬러스 베켈린 연구원은 “중국은 민족 간의 문화적 편견이 매우 심각하다”면서 “최근에는 민족 간 감정의 골이 격화되면서 언제 터질지 모를 폭탄을 안고 있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도시와 농촌 간 소득격차 문제도 중국 사회를 위협하는 오랜 불안요인이다.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도시의 1인당 가처분소득은 3만6,396위안(약 596만1,300원)으로 농촌의 1만3,432위안(약 220만원)보다 2.6배 정도 높았다. 이는 1978년 개혁 개방 이후 사상 최대로 벌어진 것이다. 블룸버그통신이 지난해 중국 31개 성·시·자치구의 구매력 반영 1인당 국내총생산(GDP)을 비교한 결과 1, 2위인 상하이와 베이징이 각각 5만3,987달러(약 5,850만원)와 5만3,370달러에 달한 반면 최하위인 간쑤성은 7,641달러(약 830만원), 윈난성은 9,001달러(약 980만원)에 그쳤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부유층을 겨냥한 반부패 캠페인과 오는 2020년까지 ‘전면적 샤오캉(小康·모든 국민이 편안하고 풍족한 생활을 누림) 사회’ 건설 목표를 앞세워 빈부격차 해소를 추진하고 있다. 2014년에는 도시와 농촌 주민 간 차별 해소를 위해 50년 동안 실시해온 호구(戶口)제 개혁에도 나섰지만 중국의 빈부격차는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특별취재단으로 참가한 조철 산업연구원 중국산업연구부장은 “중국 정부의 도시화 정책이나 최근 개혁조치로 개선된 호구정책은 중국인들이 오히려 더 견고한 계급인 금수저·은수저·흙수저로 나뉘는 단초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현호기자 hhlee@@sedaily.com -
[창간기획 우리에게 중국은 무엇인가] 中 부채 36조弗...글로벌 경제 덮치는 '회색 코뿔소' 그림자
국제 경제·마켓 2018.08.21 17:35:40# 지난 6일 오전 중국 정부청사 밀집지역인 중난하이 서부에 자리 잡은 은행보험감독관리위원회에는 그림자금융으로 불리는 온라인 개인 간(P2P) 대출업체에 투자금을 뜯긴 피해자들이 속속 모여들었다. 이른바 ‘상팡(上訪)’이라는 집단행동을 통해 당국에 구제를 요청하기 위해 중국 전역에서 몰려든 이들이다. 당초 8,000명 이상으로 예상됐던 시위대 규모는 공안의 단속으로 수백명에 그쳤고 그나마 140여대의 공안버스에 둘러싸여 구호 한 번 외치지 못한 채 헤이라오(黑牢)라고 불리는 구치소로 강제호송됐다. 하지만 P2P 대출업체 부실화가 중국 사회에서 이례적인 집단행동으로까지 이어지는 심각한 경제·사회문제로 대두하면서 중앙정부는 P2P 대출업체 신설을 금지하는 내용 등을 담은 대책을 발표했다. # P2P 투자자들의 집단시위 소동이 벌어졌던 은보감회 건물에서 그리 멀지 않은 베이징 중심부 금융가. 대형 증권사와 주요 은행들이 몰려 있는 시청취(西城區)의 금융타운 진룽제(金融街)에서 만난 왕위에(51)씨는 최근의 증시 폭락 사태에 한숨을 감추지 못했다. 2015년 주식시장에 발을 들인 그는 당시 폭락장에서 손절매도 하지 못한 채 원금의 절반 이상을 날렸다. 3년이 지나 올해 초 투자원금의 70%까지 회복됐던 주식은 다시 50% 밑으로 곤두박질친 상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중 강경 압박공세에 상하이종합지수는 연초 고점 대비 25%가량 폭락했다. 왕씨와 같은 이른바 중국 민초 라오바이셴(老百姓)들에게 최근의 금융시장 불안은 적잖은 충격으로 다가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성장률 동력이 꺼져가는 중국 경제에 미국과의 무역전쟁이라는 초유의 사태가 더해지면서 중국에서 과거 일본과 같은 ‘잃어버린 20년’이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가장 심각한 불안감은 그림자금융과 기업부채, 부동산 거품이라는 이른바 3대 회색 코뿔소(충분히 예상할 수 있지만 쉽게 간과하는 위기)가 현실화할 수 있다는 두려움이다. 회색 코뿔소의 징조는 하루 이틀 된 문제가 아니지만 최근 중국 시장에 한층 짙은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차이신 등 중국 경제매체 등에 따르면 P2P 대출업 등으로 불리는 그림자금융은 중국 전역에 투자자가 5,000만명에 달하고 1인당 평균 투자액이 2만2,788위안에 이른다. 2015년 3,476곳이었던 P2P 업체들은 최근 금융시장 악화에 당국의 단속까지 겹쳐 1,800곳으로 줄었다. 미중 무역전쟁과 증시 폭락 여파로 올해 6월 이후에만 243개의 P2P 대출업체가 파산했다. 무디스 보고서에 따르면 2011년 29.6%였던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그림자금융 자산 비중은 지난해 말 79%에 달했고 올 상반기 말 73%를 기록하고 있다. 시진핑 정부가 집권 1기부터 역점과제로 추진하고 있는 기업부채 문제도 갈수록 악화되는 모습이다. 올해 상반기 중국 채권 디폴트(채무불이행) 발생 건수와 규모는 각각 24건과 248억위안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0%, 49%가량 늘었다. 최근에는 산시성 신장위구르자치구 소재 국영기업 신장생산건설병단(XPCC)의 산하기관인 제6지부가 만기였던 9개월짜리 채권의 원리금 5억위안(약 825억원)을 상환하지 못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채권시장에서 투매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중국 군조직이 운영하는 기업이 사실상 디폴트 상태라는 사실이 그만큼 큰 충격으로 다가온 것이다. 지난 20일에는 중국 최대 민영 에너지기업 화신에너지공사(CEFC)의 자회사인 상하이화신국제도 21억위안 규모의 채권 원리금을 상환하지 못해 디폴트 상태에 빠졌다. 당국은 무역전쟁에 따른 경기둔화를 우려해 지방정부와 은행에 부채와 대출 확대를 지시하고 있지만, 무리한 경기 부양책이 결국 부메랑으로 돌아와 중국 경제에 부채 폭탄을 터뜨릴 수 있을 것이라는 우려는 갈수록 고조되고 있다. 국제금융협회(IIF)는 중국 부채 규모가 지난해 말 기준 36조달러로 27조달러에 머문 신흥시장(중국 제외) 전체 부채 규모를 처음 웃돌았다며 중국의 고질적인 부채 문제가 신흥시장은 물론 글로벌 경제의 약한 고리를 통해 터져 나와 전 세계로 확산될 가능성을 지적하고 있다. 이 경우 중국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는 직격타를 입을 수밖에 없다. 최근 현대경제연구원은 중국 경제에서 불거지는 위기는 곧바로 한국으로 전염될 것이라며 중국 경제성장률이 1%포인트 떨어지면 한국의 수출 증가율은 1.6%포인트 하락하고 경제성장률도 0.5%포인트 줄어들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4.4%까지 추락해 회색 코뿔소 경고가 현실화할 경우 한국 경제성장률은 1.2%포인트까지 하락 압력을 받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서울경제신문 특별취재단에 동참한 엄치성 전국경제인연합회 국제협력실장은 “중국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의 체질을 고려하면 중국이 경제위기에 직면할 경우 우리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은 결코 적지 않을 것”이라면서 “중국의 경제위기가 한국 경제에 전염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한 보다 구체적이며 현실적인 전략을 마련할 때”라고 조언했다./베이징=홍병문특파원 hbm@@sedaily.com -
[창간기획 우리에게 중국은 무엇인가] 불량백신·퇴진 괴담 위협받는 習 리더십...더 큰 혼란 부르나
국제 정치·사회 2018.08.21 17:35:06“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겨냥해 개인숭배에 대한 자기 비판을 요구하는 의견서가 공산당에 제출됐다. 8월 상순에 열리는 베이다이허 회의에서 시 주석의 퇴진이 결정된다.” 지난달 중순 시 주석의 중동·아프리카 순방을 며칠 앞두고 중국 인터넷상에 그의 퇴진을 암시하는 괴소문이 떠돌았다. 지난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 국가주석 임기제한 철폐 개헌안을 통과시키며 종신집권의 길을 예약한 지 불과 5개월 만이다. 국내 경제 불안과 미국과의 무역분쟁으로 고조된 최근 중국의 사회 불안은 권위주의 지배 야욕이 추동한 혼란기였던 문화대혁명과 중국 민주화운동인 톈안먼 사태의 악몽을 되살리며 중국 정치체제에 이상기류를 몰고 오고 있다. 중국 정치권의 변화는 최근 막을 내린 공산당 원로들의 연례모임 베이다이허 회의가 예년과 다르게 흘러갔다는 데서도 감지됐다. 올해 베이다이허 회의의 스포트라이트는 시 주석이 아닌 리커창 총리에게 집중됐다. 8일 베이다이허에서 이뤄진 리 총리와 73회 유엔총회 의장 당선인 마리아 페르난다 에스피노사 에콰도르 외교장관과의 접견은 10일 이례적으로 인민일보를 통해 보도됐다. 시 주석 1인 지배체제가 공고해지면서 관영매체 지면에서 거의 자취를 감추다시피 했던 리 총리의 개인 활동이 조명을 받은 반면 베이다이허 회의 폐막일까지 시 주석의 활동이 전혀 보도되지 않았다는 점은 불안해진 시 주석의 입지를 반영한 사례라고 외신들은 분석했다. 중국 패권과 시 주석의 개인 선전을 맡았던 왕후닝 상무위원의 활동이 관영매체를 통해 전혀 전해지지 않은 것도 시 주석의 리더십 위기론을 부추겼다. 시진핑 1인 지배 체제의 달라진 양상은 중국이 직면한 총체적 경제위기에 기인했다는 것이 외신들의 해석이다. 최근 중국 지도부를 가장 강하게 압박하는 문제는 미중 무역분쟁이다. 중국 기업들은 미국의 관세를 피해 생산시설을 베트남 등 동남아 국가로 이전하는 방안을 고민 중이며 무역분쟁이 교착상태에 들어가면서 중국 경제의 부담은 가중되고 있다. 4월부터 타워크레인 기사, 트럭 운전기사 등이 생활고를 토로하며 파업과 시위에 나서는 등 중국 사회에서 보기 드물게 노사문제가 고개를 들었으며 영유아 불량 백신 파동에 대한 불안으로 지난달 30일 베이징에서 정부의 책임을 묻는 시위까지 벌어지는 등 시 주석과 지도부에 대한 불만은 갈수록 증폭되는 양상이다. 이처럼 중국의 사회 불안이 고개를 들기 시작하면서 톈안먼 사태와 문화대혁명이라는 트라우마도 되살아나고 있다. 톈안먼 사태는 덩샤오핑의 경제적 개혁개방 이후에도 권위주의 체제가 변화할 조짐을 보이지 않자 1989년 6월 중국 인민들이 독재 타도를 요구했던 민주화운동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쉬장룬 칭화대 법대 교수가 온라인에 시 주석을 비판하는 글을 올려 중국 정부가 톈안먼 사태를 폄훼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중국 지식인 계층 사이에서 중국 공산당의 권위주의적 지배 방식에 대한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고 전했다. 공교롭게도 내년은 톈안먼 사태 30주년으로 중국 공산당의 긴장은 어느 때보다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마오쩌둥 전 주석이 권력탈환을 위해 조장한 극좌 운동인 문화대혁명의 경험도 시 주석 1인 지배체제에 대한 중국 공산당 내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일본 산케이신문은 집단지도 체제를 유지해온 장쩌민 전 주석과 후진타오 전 주석의 측근들이 시 주석 개인숭배에 대한 비판을 주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다만 최근 중국의 불안이 정치체제의 급격한 변화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시 주석은 지난달 4일 공산당 전국조직공작회의에서 “당 중앙은 대뇌이며 중추”라고 천명한 후 국가주석의 권위를 인정하라고 요구했으며 베이다이허 회의에서 복귀한 후인 17~19일 당 중앙군사위원회 및 인민해방군 간부회의에서 군대 내 부패 척결을 강조하며 권력을 과시했다. 시 주석이 흔들리더라도 중국 공산당의 집단지도 체제는 굳건하다는 분석 또한 나온다. 시 주석 1인 체제는 경제성장률 둔화 등에 대응하기 위해 리 총리가 갖고 있던 경제정책 결정 권한을 시 주석에게 넘기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중국 공산당의 전략적 판단 때문이었지만 무역전쟁이 심화하면서 당내에서 시 주석에 대한 권력 집중이 역효과를 불렀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왔다는 분석이다. 시 주석의 입지가 다소 흔들리는 듯 보여도 집단지도 체제 회귀라는 점에서 중국 정치체제의 변화는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중국 공산당이 최근의 사회 불안을 우려 섞인 눈으로 바라보는 것은 분명하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무역전쟁으로 인한 경제위기가 발생하면 경제성과로 지탱된 중국 공산당의 정통성은 확실히 요동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중국은 한국의 판매시장이자 생산기지로서 중국의 정치·경제적 불안은 우리 경제침체의 원인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어 중국의 불안이 또 다른 리스크로 떠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베이다이허 회의는 공산당 내 파벌경쟁의 시작일 뿐 올가을 공산당 중앙위원회 제4차 전체회의(4중전회)가 개최되면 권력투쟁 양상이 더욱 분명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변재현기자 humbleness@@sedaily.com -
[창간기획-우리에게 중국은 무엇인가]할리우드 무너뜨린 中문화패권
문화 · 스포츠 방송·연예 2018.08.19 17:32:23글로벌 싱크탱크인 영국 경제경영연구소(CEBR)와 미국의 블룸버그통신은 오는 2032년께 중국 경제규모가 미국을 추월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문화의 경우 이미 중국이 미국을 따라잡은 분야가 나타나고 있다. 19일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중국의 문화산업 규모는 지난 2011년 1조3,479억원위안(약 221조원)에서 2015년 2조7,200억위안, 2020년 5조위안(전망치)으로 4~5년꼴에 2배씩 급팽창하고 있다. 이에 힘입어 중국의 영화 박스오피스 수입은 올 1·4분기 31억7,000만달러(약 3조5,600억원)로 28억5,000만달러에 그친 할리우드를 누르고 세계 1위를 차지했다. 글로벌 업계에서는 “세계 최대 영화 시장이 미국에서 중국으로 옮겨가는 신호탄”이라고 해석했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좀 더 추이를 지켜봐야 하지만 올해 사상 처음으로 중국의 박스오피스가 미국을 추월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17세기 세계 최강국의 지위를 되찾으려는 중국의 패권 행보는 경제력·군사력 등과 관련된 ‘하드파워’가 아니라 문화를 매개로 공감을 이끄는 ‘소프트파워’ 분야에서 이렇듯 맹위를 떨치고 있다. 중국이 정치·경제·안보 분야는 물론 문화·콘텐츠 시장에서도 글로벌 무대의 선두에서 판세를 살피는 ‘척후병’ 노릇을 하면서 ‘현대판 시누아즈리(17~18세기 유럽 상류사회에서 유행하던 중국풍 예술양식)’가 부활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주목할 만한 부분은 중국 정부가 ‘중국몽(中國夢)’을 기치로 내걸고 문화패권 추구를 진두지휘하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은 역사의식 고취에 기여하는 애니메이션 100편을 선정해 총 3억위안(약 491억원)을 쏟아붓는 ‘차이나 드림’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며 공자학원을 올해 2월 기준 전 세계 138개국, 525개소에 세워 ‘중화주의’ 전파에 앞장서는 모습이다. 임대근 한국외대 글로벌문화콘텐츠학과 교수는 “중국은 강력한 국가주도 정책 아래 통치·지배 이데올로기를 문화 코드와 절묘하게 결합하면서 하드파워와 소프트파워를 아우르는 명실상부한 최강대국으로 우뚝 서고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선전·뉴욕=특별취재단 -
[창간기획-우리에게 중국은 무엇인가] 말로만 "종료"…끝나지 않은 동북공정 프로젝트
문화 · 스포츠 문화 2018.08.19 17:10:34과거 자국의 영토에서 벌어진 일을 자국 역사에 편입하기 위한 중국의 ‘동북공정(東北工程)’ 사업은 지난 2007년 형식적으로 종료됐지만 말로만 그렇다. 김현숙 동북아역사재단 한중관계연구소 소장이 지난해 12월 펴낸 ‘동북공정 후 중국의 고구려사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동북공정 사업이 종료된 2007년에 출간된 고구려사 연구 논저는 39편이었으나 2015년에는 72편으로 확 늘었다. 2007~2015년 발표된 총연구물은 512편(단행본 27권, 박사 논문 14편, 석사 논문 44편, 학술지 논문 427편)에 달했다. 김 소장은 “동북공정식 역사 인식은 중국인들에게 그릇된 역사관을 심어줄 수밖에 없다”며 “국내 학계는 비록 동북공정이 정치적 목적으로 시작된 것이라 해도 문제 해결은 학문적 차원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상기하면서 대응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북공정은 결코 끝나지 않았다. 실제로 박사·석사 학위 논문의 경우 동북공정 프로젝트가 끝난 이듬해인 2008년 총 15편으로 정점을 찍은 후에도 꾸준히 10편 안팎의 연구물이 나오고 있다. 동북공정은 관련 신진 연구자들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는 등 지속적이면서 교묘해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 소장은 “고구려사를 비롯한 동북 3성 지역에 대한 연구를 보면 주제나 기본 논지는 과거와 크게 달라지지 않았지만 논리적 타당성은 크게 개선된 모습”이라며 “연구의 양적 팽창과 신진 연구자 유입이 질적 개선으로 이어진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동북공정은 중국 최대 규모의 국책연구기관인 중국사회과학원이 2002~2007년 동북 3성 지역의 역사·지리·민족에 관한 문제들을 집중적으로 연구한 국가 프로젝트로 한국 고대사를 비롯한 고구려·발해의 역사를 중국사에 편입하기 위한 시도였다. /나윤석기자 nagija@@sedaily.com -
[창간기획-우리에게 중국은 무엇인가] 美 심장서 阿 벽촌까지…중국몽 첨병이 된 '공자학원'
국제 정치·사회 2018.08.19 17:10:09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선포한 ‘중국몽(中國夢)’의 문화적 실현을 과제로 삼고 있는 공자학원이 미국의 심장부인 뉴욕부터 아프리카 벽촌까지 빠른 속도로 파고들고 있다. 중국몽을 이루기 위해서는 ‘소프트파워(물리적인 힘이 아닌 민간교류와 원조·예술·학문·교육·문화 등 무형의 힘으로 다른 나라에 미치는 영향력)’가 필수적인 만큼 중국 소프트파워 전파의 첨병 역할을 하는 공자학원에 더욱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공자학원은 중국 교육부가 각국의 대학과 연계해 중국어와 중국 문화를 전파하기 위해 세운 비영리 교육기관으로 지난 2004년 출범한 후 2018년 2월 기준 전 세계 138개국 525개소에 퍼져 있으며 수강생은 210만명(2017년10월 현재)에 달한다. 중국 정부는 오는 2020년까지 공자학원 1,000개 설립을 목표로 삼고 글로벌 확장에 열을 올리고 있다.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는 “공자학원은 중국 공공외교가 두 번째 단계에 들어섰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자본과 기술 유치를 위한 것이 중국의 첫 번째 공공외교였다면 이제는 중국이 문화적 책임대국으로 위상과 역할을 강화하기 위해 공자학원을 대표적 브랜드로 키워냈다”고 말했다. 공자학원의 전 세계 확장은 무엇보다 시 주석의 강한 의지에서 비롯됐다. 2012년 처음으로 중국몽을 주창한 시 주석은 이듬해 공자의 고향인 산둥성 취푸시를 찾으며 유학과 중국 전통문화를 더욱 강조하고 있다. 천라이 중국 칭화대 국학연구원장은 최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19차 당대회 후 ‘시진핑 신시대 중국 특색 사회주의 사상’이라는 표현이 새롭게 등장했는데 문화 분야에서 중국의 특색은 중국 문화의 계승과 발전”이라며 “시 주석이 공자의 고향을 방문한 것 등을 봤을 때 앞으로 긴 시간 동안 중국 유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시 주석의 중국몽은 중국의 신경제구상인 일대일로(一帶一路, 육상·해상 실크로드) 전략에도 반영되는데 일대일로 과정에서 중국의 역사·영토·민족주의가 국경을 넘어가면서 중화주의가 더욱 확산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공자학원을 통한 중화주의의 확산은 특히 아프리카 대륙에서 두드러진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공자학원은 아프리카 대륙에 이미 50곳 넘게 생겨났으며 중국어가 아프리카대륙 공용어의 자리까지 노리고 있다. 세네갈 공자학원의 책임자인 마마도 폴은 “지금 같은 상황이 계속된다면 50년 안에 중국어가 프랑스어처럼 공용어의 위치를 차지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프리카 곳곳에 세워진 공자학원은 중국어와 중국 역사·문화뿐 아니라 취업에 필요한 엔지니어링과 정보기술(IT) 교육도 제공해 인기가 높다. 세네갈의 수도 다카르에 있는 공자학원에 다니는 디예예(25)씨는 “중국 기업들은 세네갈 최대의 도로와 건물들을 지었다”며 “중국어를 배워 중국 회사에 취직하고 싶다”고 말했다. 우리나라도 공자학원이 현재 23개에 달할 정도로 활동이 활발하다. 국내 대학들은 중국과의 교류 활성화와 대외 이미지 제고 등을 위해 공자학원을 적극적으로 유치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중화주의의 노골적 전파를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 교수는 “중국은 우리와 문화적 유사성이 있는 나라로 존중하며 협력·우호 관계를 강화할 필요는 있지만 공자학원이 중화주의로 치우쳐 있고 중국의 논리만을 설명하는 플랫폼 역할을 하는 만큼 조심해야 하는 부분도 있다”고 지적했다. /김현진기자·특별취재단 stari@@sedaily.com -
[창간기획-우리에게 중국은 무엇인가]자국 콘텐츠엔 '몰빵 지원'…표절은 '나몰라라'
문화 · 스포츠 방송·연예 2018.08.19 17:01:15‘차이나머니’를 무기 삼아 글로벌 무대를 휩쓰는 중국 문화 콘텐츠 기업의 배경에는 정부의 든든한 뒷배가 자리 잡고 있다. 지난 2010년 ‘12차 5개년 계획(2011~2015년)’에 문화 산업을 포함해 중장기 발전 로드맵을 제시한 중국 정부는 최근 들어서는 자국의 문화·역사에 대한 자부심을 소재로 삼은 콘텐츠를 직접 지원하며 문화상품을 통해 ‘중화주의’를 전파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대표적인 것이 중국 정부가 2016년부터 진행하고 있는 ‘차이나 드림’ 프로젝트다. 이 사업은 ‘중국의 역사를 기반으로 중국의 핵심 역량을 전파하는 애니메이션’을 5년(2016~2020년)에 걸쳐 총 100편을 선정해 작품당 300만위안(약 4억9,100만원)을 지원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작품당 지원금액은 그리 크지 않지만 정부가 중화주의를 고취하는 콘텐츠를 육성하기 위해 총 3억위안을 쏟아붓기로 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한 사례다. 이달 3~6일 중국 상하이 푸동 국제전람센터에서 열린 ‘제18회 차이나 조이(China Joy)’ 박람회에서도 중국 정부의 방침에 순응해 중국 문화와 역사를 결합한 콘텐츠들이 대거 선보였다. 중국 최대의 디지털 콘텐츠 박람회로 애니메이션·게임·웹소설·e스포츠 등 각종 문화상품을 전시하는 이 행사에서 올해 ‘신서유기: 몽키킹의 부활’이라는 애니메이션을 원작으로 삼은 게임 데모 영상이 처음으로 공개됐고 중국의 고대 악기에서 모티브를 얻은 게임인 ‘고악풍화록’이 소개된 부스는 길게 늘어선 줄 때문에 입장에만 40~50분이 소요될 만큼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이번 박람회에 참여한 텐센트그룹의 청우 부총재는 “정부 지원 추세와의 직접적인 연관성을 언급하기는 곤란하다”면서도 “중국의 고대 역사에 대한 자부심과 문화 콘텐츠를 결합하는 사례가 점점 늘어나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고 말했다. 문화 산업에 대한 정부 차원의 지원은 통이 크고 편파적이다. 중국은 2009년 ‘중국문화산업진흥계획’을 통해 문화 산업을 11번째 국가전략산업으로 승격한 뒤 2010년 내놓은 12차 5개년 계획에 △10대 도시 공연장 건설 △연예 산업 발전자금 운영 △문화산업단지 육성 △애니메이션 산업 지원 △세계 10대 게임 기업 육성 등의 중장기 발전 방향을 담았다. 2012~2015년에 걸쳐 3차원(3D) 기반의 첨단영화 산업 부흥을 위해 흥행 규모에 따라 최대 1,000만위안의 인센티브를 제공한 것 역시 이러한 줄기 아래 나온 세부 정책이다. 문화 산업에 대한 중국 정부의 ‘편파 지원’은 한국 문화산업계에 심각한 위협요인이다. 실제로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한국저작권위원회에 따르면 중국 방송이 노골적으로 한국의 TV 예능 프로그램을 표절한 사례는 2014~2018년 18건에 달하지만 중국 측은 “정부가 나설 일이 아니다”라며 발뺌하고 있어 국내 콘텐츠 제작사들은 속만 태우는 실정이다. 표절 사례는 ‘효리네 민박(JTBC)’ ‘삼시세끼(tvN)’ ‘무한도전(MBC)’ ‘1박 2일(KBS)’ 등 국내 각 방송사의 대표작을 망라하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한 관계자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문제가 불거지기 이전에도 중국의 방송 제작사들은 공청회나 세미나 등을 통해 한류 상품에 대한 수입 규제 방안을 마련해달라고 정부에 줄기차게 요구했었다”며 “사드 현안이 터지자마자 중국 정부는 기다렸다는 듯이 ‘한한령(限韓令·한류 수입 금지령)’ 조치를 시행하면서 국내 업계가 직격탄을 맞았다”고 설명했다. 국내 전문가들은 우리 정부의 각성을 촉구하고 있다. 김원동 한중콘텐츠연구소 대표는 “중국 측은 ‘정부가 공식적으로 한한령 지침을 하달한 적은 한 번도 없다’는 식의 의뭉스러운 태도로 일관하고 있는데 이에 맞서는 한국 정부의 대응은 어설프고 미숙하기 짝이 없다”며 “중국이 사드 보복 해제에 대한 뉘앙스를 풍긴 지 5개월이 흘렀는데도 여전히 변화의 조짐이 없다는 점도 우리 정부의 외교전략 부재를 반증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나윤석기자 nagija@@sedaily.com -
[창간기획-우리에게 중국은 무엇인가]왕서방의 '싹쓸이 문화 쇼핑'…글로벌 엔터판 흔든다
문화 · 스포츠 방송·연예 2018.08.19 17:00:51글로벌 엔터테인먼트 업계에 ‘중국몽’의 진군 소리가 우렁차다. 고속성장을 이어가고 있는 중국 경제의 막강한 자본력을 뒷배로 한 ‘왕서방머니’는 전 세계 엔터 업계를 무대로 공세적인 기업 인수합병(M&A)에 나서고 있다. 일각에서 ‘싹쓸이 쇼핑’이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중국 자본의 투자 행보는 매우 공격적이다. 성미경 한국콘텐츠진흥원 책임연구원은 “중국 엔터 시장이 최근 2~3년 사이에 급속도로 발전했다”며 “강력한 내수시장에서 나오는 자본을 바탕으로 한국·일본·미국 등 콘텐츠 선진국으로 불리던 나라들의 회사를 인수하며 빠르게 노하우를 흡수하고 있다”고 말했다. 엔터 비즈니스 쇼핑의 선봉에 선 기업은 중국판 카카오톡 ‘위챗’을 서비스하는 텐센트다. 텐센트의 해외 엔터 투자는 당장의 이익도 물론이지만 장기적으로 전 세계 문화패권을 강하게 움켜쥐려는 심모원려(深謀遠慮)의 전략이 깔려 있다. 지식재산권(IP) 확보에 혈안인 것만 봐도 그렇다. 청우 텐센트 부총재는 일찍이 지난 2011년 ‘범엔터테인먼트(泛娛樂)’ 개념을 주창하며 IP 사들이기에 정성을 쏟았다. 범엔터테인먼트는 인터넷·모바일 시대에 팬층을 두껍게 가져가는 한 개 이상의 IP를 활용해 TV·웹드라마·예능·게임·웹툰 등 다양한 콘텐츠를 제작하는 산업모델이다. 대표적인 예가 연예매니지먼트 업계로 인기스타만큼 확실한 IP도 드물다. 지난해 설립된 중국 내 연예매니지먼트 회사만 3,000개가 넘는다는 점도 이러한 추세를 보여주는 한 예다. 텐센트는 최근 JYP차이나와 함께 신성엔터테인먼트를 설립하고 오는 9월 중국 현지 보이그룹 ‘보이스토리’를 론칭한다. 텐센트의 자금력에 JYP의 아이돌 육성 노하우를 접목한 것이다. 텐센트는 아울러 CJ ENM에서 ‘프로듀스 101’의 판권을 정식 구매한 뒤 텐센트TV를 통해 ‘창조 101’을 출범시켰다. 이 프로그램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통한 조회 수가 무려 48억회에 이를 정도로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기존 강세를 보이던 게임에도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텐센트는 뜨거운 인기를 얻었던 ‘리그 오브 레전드’의 제작사 라이엇게임즈를 인수한 데 이어 ‘배틀그라운드’의 제작사인 블루홀에도 약 8,000억원을 투자해 2대 주주로 올라섰다. 중국 3대 연예기획사 중 하나인 위에화엔터테인먼트도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티아라와 미쓰에이의 지아를 영입했으며 플레디스엔터테인먼트·스타쉽엔터테인먼트와 합작을 진행하기도 했다. 우주소녀가 스타쉽엔터테인먼트와 합작으로 론칭한 걸그룹이다. 완다그룹은 예당엔터테인먼트를 인수해 바나나컬쳐를 만들었다. 티아라·EXID 등 걸그룹이 소속됐다. ‘찰리우드(차이나+할리우드)’의 성장세는 더욱 놀랍다. 세계 영화의 본고장인 할리우드도 넘었다. 올해 1·4분기 중국 박스오피스 매출액은 31억7,000만달러(약 3조5,647억원)로 할리우드의 박스오피스 매출액인 28억5,000만달러(약 3조2,048억원)를 넘어섰다. 자연스럽게 중국 영화 업계의 행보에 모두의 촉각이 쏠리고 있다. 화이브라더스는 유해진·주원 등이 소속된 심엔터테인먼트를 인수해 사명을 ‘화이브라더스코리아’로 변경했고 아울러 유정훈 전 쇼박스 대표와 손잡고 투자배급사 ‘메리크리스마스’를 창립했다. ‘캡틴아메리카: 시빌 워’를 제작한 루소 형제가 만든 제작사 루소브러더스와도 합자회사를 설립했다. 완다그룹은 미국 2위 극장업체 AMC, 유럽 최대 극장업체 오디언&UCI시네마, ‘인터스텔라’ ‘다크나이트’ 시리즈를 제작했던 레전더리픽처스를 연이어 인수했다. 알리바바 역시 자회사 알리바바픽처스를 설립했다. 마윈 회장은 지난해 직접 ‘공수도’라는 중국 영화에 출연할 정도로 영화광이다. 성 책임연구원은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의 체제 특성상 콘텐츠 산업 발전이 어려울 것이라는 평가가 적지 않았는데 현 상황은 그러한 예측과 다르다”며 “오히려 유튜브 등 외부 문물을 국가 주도로 차단해 자국 내 콘텐츠·플랫폼 기업의 파이를 키우며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우영탁기자 ta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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