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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청년을 말한다]"공무원은 곧 성공" 인식..교육·일자리·출산 '정책 패키지'로 창업토양 만들어야
경제 · 금융 정책 2017.08.28 18:03:53경기도의 한 중소기업에 다니는 A(26)씨는 “어느 학교 나왔느냐”라는 말만 들으면 자신도 모르게 위축된다. 고등학교 졸업 후 바로 취업을 한 A씨는 친구들보다 돈벌이는 빨리 시작했지만 사회생활을 할수록 대학에 진학한 친구들보다 뒤처진다는 느낌을 받고 있다. 그는 “친구들은 방학에 해외여행을 다닐 때 휴가도 없이 일만 했지만 사회적 인식은 좋지 않다”며 “4년제 대학을 나와 공무원이 되거나 대기업에 들어가야 성공한 삶이냐”고 되물었다. 청년은 우리 사회의 기둥이다. 대한민국을 떠받드는 허리로 커 나갈 청년층이 견실해야 우리 사회가 지탱될 수 있기 때문이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고령화 속도를 감안하면 청년층의 중요성은 더 크다. 지난 2010년 노인 1명당 6.7명이었던 생산가능인구는 2030년 2.6명, 2040년 1.8명을 거쳐 2050년에는 1.4명으로 쪼그라든다. 특히 우리 사회의 핵심 이슈인 저출산의 시작점이 청년이다. 하지만 청년들은 성공에 대한 획일적인 관념과 안정적인 삶을 중요시하는 사회 분위기에 짓눌려 있다. 듀오휴먼라이프연구소가 지난해 발표한 ‘2016년 이상적 배우자상’을 보면 남자는 연소득 4,997만원에 자산 2억6,554만원, 4년제 대졸 학력에 공무원이나 공사에 다니는 사람이었다. 아내도 비슷했는데 연 4,211만원을 벌면서 4년제 대학 출신에 공무원, 공사직원이었다. 배우자만 그런 것은 아니다. 취업사이트 잡코리아와 알바몬이 직장인 45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해보니 희망 자녀직업 1위는 공무원이었다. 창업이나 도전보다는 안정적인 삶을 추구하는 게 우리 사회의 주된 문화인 것이다. 이러다 보니 청년들도 안전한 것만 찾는다. 한국무역협회가 2015년 실시한 대학생·대학원생 창업인식 조사를 보면 학생들의 창업 선호도는 6.1%에 불과하다. 반면 취업은 78.8%, 학업은 15.1%였다. 학생들은 ‘실패에 대한 부담(38.0%)’이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답했다. 창업도 적다. 기업가정신 분석기관인 GEM(Global Entrepreneurship Monitor)이 2008년부터 2013년까지 주요국의 초기창업활동비율을 조사한 결과 우리나라는 6.9%로 미국(12.7%)이나 싱가포르(10.7%), 이스라엘(10.0%), 네덜란드(9.3%), 대만(8.2%) 등에 비해 크게 낮았다. 초기 창업활동 비율은 18~64세 인구 중 현재 새로운 사업을 시작한 사람의 비율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우리 사회가 청년들 앞에 놓인 ‘좁은 외나무다리(전통적인 성공 루트)’를 대교로 만들어줘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상적 배우자상에 나오는 안정적이고 획일적인 성공 모델보다 다양한 삶의 방식을 인정하는 문화가 절실하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구시대적인 남녀 역할론이나 ‘실패=끝’이라는 인식 개선, 가정과 일의 양립 등 행복의 기준에 대한 새로운 인식 등이 필요하다. 배상근 전국경제인연합회 전무는 “아버지는 안정적으로 돈을 벌어야 한다는 전통적인 가족관이나 회사는 정년까지 오래 다녀야 한다는 생각이 청년들의 선택의 폭을 좁히고 있다”며 “성공에 정답이 있는 게 아닌 만큼 청년들의 기업가정신과 도전정신을 높일 수 있는 사회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청년층에 대한 일자리와 교육, 출산문제를 통합해 접근하는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많다. 지금은 이들 문제를 별개로 보고 각각의 대책을 내놓는데 실제로는 이들 문제는 하나로 보고 접근해야 제대로 된 해결책을 만들 수 있다는 뜻이다. 실제 개별 대책의 결과는 참혹하다. 출산만 해도 2006년부터 80조원을 쏟아부었지만 출산율은 되레 뒷걸음질치고 있다. 이민화 창조경제연구회 이사장은 “실업과 교육, 출산은 하나로 연결돼 있는데 정부는 단기적인 정책만 쏟아낸다”고 지적했다. 실제 우리나라는 ‘과도한 사교육비 지출+안정을 추구하는 사회 분위기→고소득 또는 공무원 선호→중소기업 외면→실업률 증가→만혼→출산율 저하’로 이어지고 있다. 정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청년층은 우리 사회의 디딤돌로 이들 문제에 사회 전체가 관심을 가져야 한다”며 “단순히 청년 실업만을 놓고 접근해서는 안 되고 교육과 결혼, 출산, 육아를 같은 선상에 놓고 이를 동시에 풀 수 있는 정책을 내놔야 한다”고 설명했다. /세종=김영필기자 susopa@@sedaily.com -
[2017 청년을 말한다]"실패도 자산...또다른 도전 연결시켜라"
산업 기업 2017.08.28 15:56:32젊은 나이에 이미 실패를 수차례 경험하고 성공을 맛본 청년 선배들은 실패를 두려워하기보다는 성공을 위한 필수 코스로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실패 없이 성공도 없다’는 점을 꼭 상기하라고 조언했다. 국내 유일의 자영업자 전문 P2P 금융 플랫폼인 ‘펀다’를 창업한 박성준 대표는 최근 스타트업 업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인물이다. ‘창업 삼수생’이기도 한 박 대표는 서울대 전자공학과 박사 과정을 밟던 지난 2003년 게임 소프트웨어 개발 회사를 처음 창업했지만 실패했다. 2011년 시작한 두 번째 창업 도전도 성공하지 못했다. 박 대표는 “실패의 과정에서 배운 것들을 철저히 반성하는 과정에서 오히려 새로운 도전에 대한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두 번의 실패가 지금의 그를 만든 셈이다. 똑같이 경험한 실패를 어떻게 또 다른 도전과 성공으로 연결 짓느냐에 성공이냐 실패의 반복이냐가 판가름난다. 스마트TV·모바일 애플리케이션 개발 스타트업인 핸드스튜디오의 공동 창업자 김동훈 대표는 “사업도 인생과 마찬가지다. 좋고 나쁠 때가 필연적으로 오간다”면서 “미래는 어차피 예상 불가하기 때문에 결과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현재 할 수 있는 최선의 것을 하는 게 중요하다”고 청년들에게 충고했다. CB인사이트가 꼽은 세계 100대 인공지능(AI) 기업에 이름을 올린 AI 헬스케어 스타트업 루닛의 백승욱 대표는 실패를 이길 수 있는 원동력은 사명감이라고 말했다. 백 대표는 “‘창업을 통해 몇 년 안에 얼마를 벌어서 부자가 돼야지’ 하는 식의 막연한 기대는 자제해야 한다”면서 “‘이거 아니면 다른 일은 못한다’는 수준의 사명감이 있어야 실패도 딛고 일어설 수 있다”고 조언했다. 전문가들은 주변에 주어진 환경 역시 자신의 인생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방향으로 십분 활용하라고 조언한다. 특히 지금과 같이 산업을 둘러싼 환경이 급변하는 상황에서는 더욱더 적극적으로 세상에 뛰어들어 기회를 찾을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신광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오늘날 젊은 세대는 멘토링 등을 통해 이전 세대와는 달리 다양한 직무에 대한 상당히 구체적 내용과 전망까지 포괄적으로 접하고 있다”면서 “앞으로는 멘토링을 통해 정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청년과 그렇지 않은 청년 간의 정보 격차가 더 커질 것”이라고 충고했다. 사내 벤처인 ‘에스엔유프리전시’를 창업해 매출 1,000억원(2013년 기준) 규모의 글로벌 강소 기업으로 키워낸 박희재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교수(청년희망재단 이사장)는 “엘리트가 도전하는 사회를 만들어야 그 사회에 희망이 있다”면서 “청년들이 원대한 희망과 포부를 안고 열정을 가지면서 큰일을 해야 나라에 미래가 있다”고 역설했다. 박 이사장은 “청년들이 뛰어놀 수 있는 공간을 우리나라에만 국한해서는 안 된다”면서 “글로벌 세계로 뛰어 나가 세계의 젊은이들과 경쟁하는 것을 늘 생각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또 “많은 것이 불확실한 미래지만 목표를 세우고 진정성과 열심을 가져달라”면서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걸 두려워하지 말고 최선과 열정으로 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재영·김우보 기자 jyhan@@sedaily.com -
결혼 앞둔 청춘 "10여개 주거지원? 혜택 볼 정책은…"
사회 사회일반 2017.08.13 18:15:08청년들이 아우성이다. 정부는 무수히 많은 청년지원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정작 청년들은 막상 필요한 것을 찾기 힘들다고 호소한다. 서울에 사는 김지민(30·가명)씨는 “결혼을 앞두고 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와 서울시 정책을 꼼꼼히 살펴봤지만 정작 내가 혜택을 볼 수 있는 정책은 찾을 수 없었다”고 전했다. 현재 청년주거지원제도로 중앙정부는 행복주택·사회주택·전세임대·디딤돌대출·버팀목대출·월세대출 등을, 서울시는 희망하우징· 리모델링형사회주택·한지붕세대공감 등을 각각 시행하고 있다. 사업 이름만으로는 어떤 제도인지 구분하기도 어렵다. 정책이 있다손 치더라도 활용하기가 쉽지 않다는 불만도 제기된다. 경기도의 한 중소기업에서 일하고 있는 강경호(25·가명)씨는 “청년내일채움공제를 활용하면 2년간 1,600만원의 목돈 마련을 지원해준다고 해서 어떻게 신청하면 되는지 알아봤다”며 “하지만 기관에서 돌아온 답변은 우리 회사는 제도에 참여하고 있지 않아 신청 자체가 안 된다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청년내일채움공제 참여기업은 7월 말 현재 1만971곳이다. 우리나라 전체 중소기업이 350만곳에 이른다는 점을 감안하면 참여기업이 턱없이 적은 셈이다. 역대 정부의 청년정책은 숫자만 많을 뿐 엇비슷한 형태로 유행을 타고 있다. 한 부처에서 시행하면 다른 곳에서는 비슷한 정책을 내놓는 식이다. 각개전투를 하다 보니 시너지는 나지 않고 정책망 사이에 뻥 뚫린 틈새로 수많은 사각지대가 존재한다. 관련 예산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지만 청년 삶의 질은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다. 청년실업률은 사상 최대치로 치솟았고 주거 빈민으로 전락하는 청년은 급증하는 추세다. 전국 지방자치단체들이 긴급 지원책을 모색해야 할 만큼 청년 부채도 심각한 사회문제로 부각하고 있다. 중구난방식 청년지원 정책이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13일 정부에 따르면 청년 일자리 예산은 본예산 기준으로 올해 2조5,934억원에 이른다. 지난 2015년 1조7,549억원에서 2016년 2조1,113억원 등으로 가파르게 늘고 있다. 정부 추가경정예산과 각 지자체가 매칭 형태로 투입하는 예산까지 합치면 총 규모는 이보다 훨씬 크다는 게 정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정부는 이 예산으로 2017년 기준 모두 60개 청년 일자리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고용노동부 18개, 문화체육관광부 11개 등이다. 그나마 청년 일자리 사업 수와 예산은 집계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다. 주거와 금융 등을 포함한 전체 청년 정책은 그 수가 얼마나 되는지, 얼마 만큼의 예산을 쓰고 있는지 파악조차 안 되는 실정이다. 대부분 지자체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각종 사업을 앞다퉈 벌이며 청년에 대한 지원을 늘리고 있지만 체계적인 관리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각 기관의 백화점식 나열로 청년 정책이 이처럼 양적으로 팽창했음에도 불구하고 성적표는 초라하기 그지없다. 청년실업률은 4월 11.2%를 기록하며 통계 기준을 변경한 1999년 이후 최대치를 나타냈다. 5월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0.4%포인트 떨어진 9.3%로 집계됐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특히 이달 취업준비생 등 사실상 실업자까지 포함한 청년 체감실업률은 무려 22.9%에 이른다. 지난해 통계개발원이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주거빈곤 가구에서 가구주 연령이 35세 미만인 청년 가구가 차지하는 비중은 29%로 노인가구(20%)와 13~20세 미만 아동이 있는 아동가구(14.8%)보다 컸다. 주거빈곤 가구는 최저주거기준 미달 가구, 지하·옥탑거주 가구, 주택 이외 거처 거주 가구, 소득 대비 주거비 비율(RIR)이 30%를 초과하는 가구 등이다. 청년 부채도 수직 상승하고 있다. 30대 이하 소득 대비 가계대출비율(LTI)은 2014년 136.0%에서 올해 185.2%로 3년 새 무려 49.2%포인트 뛰어올랐다. 정책에 따라 달리 적용하고 있는 ‘청년’의 나이도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 예를 들어 청년 실업률을 산출할 때는 15~29세, 지방공기업이 고용에 나설 때는 15~34세, 창업지원을 할 때는 20~39세를 청년으로 본다. 정부 관계자는 “청년의 나이가 들쭉날쭉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사업별로 가장 적합한 수혜 대상자 나이를 특정하다 보니 나타난 결과”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청년기본법’ 제정과 청년정책의 통합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박철우 한국산업기술대 교수는 “지금은 여러 부처가 따로따로 운영하다 보니 시너지도 안 나고 투자하는 만큼의 효과도 없다”며 “청와대나 국무총리실 산하에 청년 정책을 총괄할 수 있는 거버넌스를 확립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청년 정책의 초점은 삶의 질 전체를 높이고 소득격차 문제를 해결하는 데 맞춰야 한다”고 덧붙였다. 다행히 최근 일부 지자체에서 변화의 움직임이 감지된다. 대구시는 부서별로 분산돼 있는 약 59개의 청년 정책 사업의 시너지 효과를 높이기 위해 지난해부터 행정부시장을 단장으로 하는 ‘청년정책태스크포스(TF)’를 운영하고 있다. 여기에는 청년 일자리·주거·복지·문화 등의 정책을 맡고 있는 총 18개 과가 속해 있다. 올 초에는 TF 운영 총괄과로 청년정책과를 신설하기도 했다. 김요한 대구시 청년정책과장은 “청년정책과는 각 부서 간 협업을 촉진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며 “중앙정부에도 일원화된 전담조직이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세종=임지훈기자 jhlim@@sedaily.com -
[2017 청년을 말한다] "청년 대변한다지만 직접참여 부족"...'구색 맞추기' 그친 지자체 청년委
사회 사회일반 2017.08.13 18:14:31“지역 청년의 목소리를 대변한다는 취지에서 지방자치단체가 ‘청년위원회’를 운영하고 있지만 온전한 자립성과 다양성을 담을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A광역시에 소재한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각 지자체의 청년지원 움직임이 수평적 협력 방식이 아닌 관 주도 방식의 수직적 관계에 여전히 머물러 있다는 한계를 이같이 지적했다. 특히 청년위원 선출 경로가 지원자 서류 제출 후 관련 공무원에 의한 1차 검토, 면접에 의한 선발 방식이라는 점을 꼬집었다. 지난 2015년 1월 서울시에서 처음으로 청년기본조례가 제정된 후 지자체들이 앞다퉈 청년 관련 조례 제정과 청년정책을 늘렸다. 올해 1월 기준으로 서울시·광주시·대구시·대전시·경상남도 등 11개 시도와 26개 시군구에서 청년기본조례를 제정했다. 10여년 전만 해도 아예 없거나 5개 안팎에 그쳤던 지방정부 청년 관련 조례도 지난해 61건이 만들어졌다. 이 과정에서 청년위원회 등 각 지자체에 청년 정책을 제안하는 민관 협의체도 잇따르고 있다. 겉으로는 지자체의 청년정책에 청년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통로가 형성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청년 단체 관계자들은 이들이 여전히 형식적이고 결국은 지자체의 청년정책 알리기를 위한 홍보수단이자 들러리로 전락할 위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병철 청년유니온 노동상담팀장은 “청년 목소리를 담겠다는 자문협의체가 각 지자체에 있지만 구색 맞추기에 그치는 경우도 상당수”라고 꼬집었다. 김희성 서울시 청년정책네트워크 공동운영위원장은 “(지자체의 청년조직이) 단순히 청년 의견 수렴 또는 아이디어 청취 정도로 머무는 수준이 아닌 실질적인 정책 변화로 이어져야 한다”며 “의회 등과의 협력을 보다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청년들과의 형식적 소통은 해프닝을 낳기도 했다. 대전시는 최근 구직활동비를 지원하겠다며 ‘대전시 청년취업 희망카드’ 사업을 시작했다. 대전에 살면서 취업에 나선 청년에게 교육비 등 구직활동비로 월 30만원씩 6개월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시는 당초 모집인원을 6,000명으로 정했지만 1차 신청자는 1,744명에 그쳤다. 예상과 다른 반응에 대전시는 부랴부랴 오는 16일부터 이뤄지는 2차 추가 모집에 앞서 졸업예정자를 포함하는 등 대상을 확대하고 모집기간도 연중 상시모집으로 변경했다. 전문가들이 강조하는 이상적 정책 제안 방법은 ‘당사자주의’다. 법률 용어인 당사자주의는 사실과 증거 제출을 당사자에게 맡기고 재판부는 제3자 입장에서 관여하지 않고 당사자의 주장과 입증만 판단하는 것을 말한다. 이 같은 방식을 적용해 각 지자체가 청년이 직접 정책에 참여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고 적정 수준의 예산 등을 지원하면 이에 따른 운영은 자발적으로 참여한 청년들이 주체적으로 끌고 나가도록 해야 한다는 말이다. 김 위원장은 “다른 지자체가 성공했다고 그 정책을 그대로 차용·모방해 청년정책이라 내세우기보다 그 지역 청년이 겪고 있는 진짜 문제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민정기자 jeong@@sedaily.com -
[2017 청년을 말한다] 제2 우버 독려하지만...멘토링 넘어 현장 전문가 실전교육 시급
경제 · 금융 정책 2017.08.13 18:07:59천재적인 창업가이자 영화 ‘아이언맨’의 실제 모델로도 유명한 일론 머스크 테슬라모터스 최고경영자(CEO). 그는 불과 24세의 나이에 집투(ZIP2)라는 인터넷 회사를 만들었다. 회사는 4년 만에 3억7,000만달러에 팔려 머스크는 20대에 이미 백만장자의 반열에 올랐다. 그는 여기서 만족하지 않고 30대 중반까지 3개의 회사를 추가로 창업해 모두 성공시켰다. 미국에서 머스크와 같은 청년 창업 성공 스토리는 특별한 것이 아니다.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는 20세의 나이에 창업했고 우버의 트래비스 캘러닉은 33세 때 설립한 우버로 히트를 쳤다. 중국 역시 중국판 우버 ‘디디추싱’의 청웨이(29세 창업), 중국 2위 온라인쇼핑몰 ‘징동’의 류창둥(24세 창업) 등 잇따라 스타 창업자를 배출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세계적인 스타 창업자라 할 만한 사람이 마땅치 않다. 1990년대 말 네이버의 이해진 창업자, 카카오톡의 김범수 의장 등이 나왔지만 그마저도 이후에는 명맥이 끊겼다. 성공 사례를 따지기 이전에 한국에서는 외국처럼 20대 청년이 창업을 시도하는 것 자체가 희귀한 일이다. 중소기업벤처부에 따르면 신생 창업기업 중 29세 이하가 대표인 경우는 2015년 0.9%, 지난해 3.5%에 그쳤다. 요즘처럼 취업이 힘든 시대에 창업 활성화는 훌륭한 일자리 대책이지만 창업을 둘러싼 환경이 좋지 않다 보니 청년들의 고통만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창업이 어려운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이구동성으로 청년에 대한 지원 자체가 부족한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한다. 한국은 김대중 정부 때부터 청년 창업에 대한 지원을 늘려 창업 교육부터 창업자 컨설팅, 지원 인프라, 정책 자금까지 각 단계별로 제도를 나름 잘 갖추고 있다. 문제는 지원의 ‘양’이 아닌 ‘질’이다. 지원책이 현장과 동떨어진 부분이 많아 주먹구구식 지원에 그친다. 이 때문에 인공지능 등 기술이 첨단화하는 시대에 맞게 정부 지원 시스템도 현장형·실전형으로 업그레이드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가장 개선이 시급한 것 중 하나가 창업 컨설팅이다. 20~30대 청년은 경험이 부족해 선배 창업자들의 멘토링이 절실하다. 청년이 도전하려는 분야의 트렌드에 대한 정보 제공부터 창업자의 사업 아이템이 현실성 있는지 검증해주고 사업 과정에서 필요한 다른 전문가를 연결시켜주는 일까지 온갖 도움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청, 중소기업진흥공단, 신용보증기금, 지역 창조경제혁신센터 등 각종 기관들이 창업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하고는 있다. 하지만 정부가 지원하는 전문가 풀은 현장에서 떠난 퇴직자들이 대부분이다. 청년 창업자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성공한 현직 기업가들은 멘토링에 나서지 않는다. 현업을 희생하면서까지 멘토링을 할 만한 유인이 적기 때문이다. 로봇 모듈 플랫폼 기업 ‘럭스로보’의 창업자 오상훈 대표는 “창업 과정에서 필요한 멘토를 구하기 힘들어서 일일이 선배 창업자들을 찾아가 애원하다시피 해서 도움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멘토들의 도움이 없었으면 지금 자리까지 못 왔을 것”이라면서 “정부가 창업을 활성화하고 싶으면 최근에 성공한 창업자들에게 적절한 보상을 제공해 현장 전문가 풀을 충분히 갖추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한국은 창업에 실패하면 재기할 수 있는 기반이 부족한 점이 창업을 가로막는 문제 중 하나로 거론된다. 이 재기 기반 역시 현장 전문가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 오 대표는 “실패한 기업가에겐 정부 지원을 계속 받을 수 있는 기회가 필요한데 정부로서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를 우려해 지원을 꺼리는 경향이 있다”며 “이때 경험이 풍부한 현장 전문가로 하여금 ‘싹수’가 보이는 창업자를 선별하도록 하고 해당 기업 육성에 책임을 부여하면 재기 확률이 높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창업 교육에 있어서도 현장성이 절실하다. 양현봉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대학에서 창업 교육을 하는 강좌 수는 엄청 늘었는데 이론적이고 형식적인 내용이 대부분”이라며 “이런 교육으로는 창업가를 제대로 기를 수 없다”고 꼬집었다. 이어 “백 번 듣는 것보다 한 번 해보는 게 낫다고 실제 창업을 해 보면서 배우는 실전 교육이 확산돼야 한다”며 “선진국은 이런 ‘러닝 바이 메이킹(Learning by making)’ 교육이 대세”라고 지적했다. 원성권 가톨릭관동대 교수는 “창업 교육을 하는 교수들부터 직접 창업을 하는 등 ‘실전형’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스탠포드 대학도 교수진의 역량을 개발하는 것이 창업 교육 강화의 핵심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창업 정책자금 지원도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청년전용창업자금만 지원액이 1,400억원에 이르는 등 규모는 적지 않지만 주로 기술기반형 창업에 지원하고 지원 용도도 제품 생산, 사무 공간 지원 등 범위가 좁은 편이어서 정말 필요로 하는 기업과 용도에 지원이 가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창업지원 제도는 많지만 홍보 부족으로 적절한 혜택을 주지 못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중소벤처기업부 조사에 따르면 7년 미만 중소기업의 86.2%는 창업지원 사업에 신청한 경험이 없다고 대답했다. 그 가장 큰 이유는 ‘지원책을 알지 못해서(46.5%)’였다. /서민준기자 morandol@@sedaily.com -
[2017 청년을 말한다] "창업 아이디어가 있으면 뭐하나요"...규제에 발목
경제 · 금융 정책 2017.08.13 18:07:16창업을 준비하는 청년들은 실패에 대한 두려움, 창업 아이템 부족, 자금 조달 어려움 등을 애로점으로 꼽는다. 만약 어떤 청년이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갖고 실패의 두려움을 떨쳐낸 뒤 창업 자금 조달까지 성공했는데 규제 때문에 시장 진입조차 하지 못한다면 이보다 억울한 일이 있을까. 한국에서는 이 같은 일이 일반화될 가능성이 높다. 자율차 등 무인이동체, 핀테크, 온오프라인 연계 서비스(O2O), 바이오헬스 등 유망 신산업에 대한 규제장벽이 세계 어느 나라보다 높은 편이기 때문이다. 정보통신기술(ICT) 분야 전문 로펌인 테크앤로는 세계 상위 100대 스타트업이 한국에서 사업을 한다면 규제장벽을 경험할 기업이 얼마나 될지 조사했다. 조사 결과 100개 가운데 57곳은 규제로 사업에 차질을 빚을 것으로 분석됐다. 우버·에어비앤비 등 13곳은 한국에서는 아예 금지된 사업이며 44곳은 조건부로만 가능했다. 사업 유형별로 사업 차질을 빚는 분야는 핀테크 등이 포함된 금융이 17%, O2O 서비스 17%, 바이오헬스 9%였다. 모두 4차 산업혁명 시대 핵심 산업으로 꼽히는 것들이다. 규제로 인한 신사업 진출 차질은 이미 어느 정도 현실로 벌어지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국내 700여 기업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47.5%가 ‘지난 1년 사이에 규제 때문에 사업 추진에 차질을 빚은 적이 있다’고 답했다. 핀테크 기업의 사업 차질 경험률이 70.5%로 가장 높았고 신재생에너지(64.7%), 무인이동체(50.0%), 바이오헬스(43.8%), 정보통신융합(33.6%) 등 분야도 적지 않았다. 서울대 재학생들이 2015년 창업한 모바일 중고차 거래중개업체 ‘헤이딜러’가 규제 탓에 폐업을 겪은 사례도 있다. 정부가 창업 활성화를 외치기 전에 창업 활성화가 절실한 신산업에 대한 규제부터 정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물론 문재인 정부는 “신산업에 네거티브 규제를 적극 도입하겠다”고 선언하기는 했다. 네거티브 규제는 꼭 필요한 금지사항을 제외한 나머지는 전부 허용하는 방식의 규제다. 하지만 지금까지 행보는 말뿐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새 정부의 인수위원회였던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 참여했던 한 민간 전문가는 “국정위 회의 때 네거티브 규제 도입이 중요하다는 얘기는 자주 했는데 이를 실천할 구체적인 액션플랜에 대해서는 아무도 얘기하지 않더라”고 전했다. 지난 6월 말에야 범부처 네거티브 규제개선 태스크포스(TF)를 꾸렸지만 아직까지 뚜렷한 활동이 보이지 않는다. 같은 맥락에서 신산업과 창업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는 ‘규제프리존 특별법’ 역시 추진이 지지부진하다. 규제프리존은 지방의 특정 구역을 규제 청정지역으로 지정해 신산업 관련 각종 시도와 실험을 마음껏 할 수 있게 하는 제도다. 신산업 활성화에 지역균형발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는 방안이지만 19대·20대 국회에 걸쳐 계류 상태에 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국회에서 양극화 해소, 민생 지원 등을 우선 추진하고 있어 아직 규제프리존법 추진에 대한 구체적인 움직임은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세종=서민준기자 morandol@@sedaily.com -
[2017 청년을 말한다] 한국 청년 창업활동 62위 '세계 꼴찌'
경제 · 금융 정책 2017.08.13 18:05:11한국 청년들의 창업 회피 성향은 세계적으로도 최고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창업을 해도 도소매업·숙박음식점 등 생계형에 몰렸고 대부분 5년을 못 버티고 사업을 포기하고 있었다. 13일 국제연구기관 ‘글로벌 기업가정신 모니터(GEM·Global Entrepreneurship Monitor)’의 2016·2017 보고서를 보면 한국의 초기창업활동 비율은 6.7%로 조사 대상국 64개 중 52위에 그쳤다. 초기창업활동 비율은 창업한 지 3년 6개월이 안 된 기업의 비율을 뜻한다. 청년의 창업활동은 더 저조했다. 우리나라 15~24세 초기창업활동 비율은 1.8%로 62위였다. 세계 꼴찌 수준이다. 25~34세는 이 비율이 4.7%였지만 순위는 62위로 같았다. 캐나다(15위·13위)나 미국(25위·25위)은 물론 이웃 나라 중국(35위·26위)과 비교해도 초라하다. 창업 업종도 도소매업 등 진입이 비교적 쉬운 생계형 서비스업에 치중하는 경향이 강했다. GEM 조사에 따르면 전체 창업에서 절반에 가까운 46.4%가 도소매업에 몰렸다. 미국(22.1%), 독일(20.4%) 등 주요국의 두 배 이상이다. 혁신적인 기술력이나 아이디어를 갖고 창업에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취업이 어려우니 창업이라도 해보자’는 의도로 사업을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국내 조사 결과도 대체로 비슷하다. 중소벤처기업부의 2016년 창업실태조사에 따르면 최근 1년 내 창업한 기업에서 29세 이하가 창업한 업체 비중은 2013년 3.0%, 2014년 1.4%, 2015년 0.9% 등에 그친다. 지난해는 3.5%로 늘었지만 여전히 저조한 수치다. 29세 이하 청년의 도소매업과 숙박음식점업 창업 비중은 62.0%에 이르렀는데 이는 전체 50.4%보다도 10%포인트 이상 높은 수준이다. 또 정부로부터 혁신형 창업기업으로 인증받은 경우는 2015년과 지난해 모두 0%였다. 정부로부터 기술력을 인정받은 청년 기업은 전무하다는 얘기다. 전체 창업 기업 역시 이 비율이 2015년 1.2%, 지난해 0.6%에 그쳤지만 청년의 경우 특히 혁신성 기근이 심각함을 볼 수 있다. 이장균 현대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청년의 경우 특히 창업 기반이 취약하기 때문에 맞춤형 창업 정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며 “창업 준비부터 자금 지원, 기술·제품 개발, 판로 개척 등 종합 서비스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세종=서민준기자 morandol@@sedaily.com -
[창간기획 '2017 청년을 말한다']" 역량 발휘 기회 뿌듯" "열정만 강요..퇴사 결심" 중기 취업의 명암
산업 기업 2017.08.10 17:49:46시키는 일만 하는 대기업보다 전문가로 성장할 가능성 높아 좋은 중기 일자리 늘어났으면 “열정 있는 청년들을 위해 중소기업들이 더 많은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줬으면 합니다.” 올해 초 가상현실(VR) 개발 업체인 이노시뮬레이션에 입사한 홍주은(27·사진)씨는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고 싶어 중소기업에 취업했다. 대기업의 경우 시키는 일만 하거나 이미 짜여진 프로세스에 편입돼 일하는 경우가 많은데 중소기업에서는 프로세스를 직접 관장하며 업무에 주도적으로 참가할 기회가 많다는 것이다. 그는 “중소기업에서 근무하면 내가 맡은 업무 분야를 통달할 수 있고 동시에 전문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또 내 열정과 능력을 통해 회사 성장에 도움이 되고 싶어 중소기업을 택했다”고 말했다. 대학에서 무역학을 전공한 그는 1인 기업과 중소 제조업체에서 각각 반년 정도 인턴으로 마케팅 일을 했고 현재 이노시뮬레이션에서 해외 영업을 담당하고 있다. 이 회사가 현재 70여개국에 VR 기기를 수출하고 있는데 선적관리와 해외 거래처들의 고객 불만사항 등을 처리한다. 올해를 기점으로 수출 물량이 늘어 많이 바쁘지만 자신 덕분에 해외 거래처가 더 효율적으로 관리돼 보람이 생긴다고 뿌듯해했다. 그는 “나처럼 많은 청년들이 월급이나 규모와 상관없이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회사를 찾고 있다”며 “중소기업들이 이들을 위해 더 많은 꿈의 무대를 만들어줬으면 한다”고 강조했다./한동훈기자 hooni@@sedaily.com 과도한 근무 탓에 건강 나빠져 불합리한 구조 이의제기도 못해 제대로 일할 환경 조성됐으면 “청년들의 열정을 악용하면 안 됩니다.” 지난해 중소 섬유업체에 입사했다가 9개월 만에 회사를 나온 강민경(26·가명)씨에게 퇴사 이유를 묻자 돌아온 첫 마디다. 한껏 기대를 안고 들어간 첫번째 직장이었지만 실망은 컸다. 그는 북미와 동남아시아 지역을 대상으로 의류 해외영업을 담당했는데 과도한 주말근무와 야근으로 건강까지 나빠져 결국 회사를 그만둬야 했다. 자신은 업무를 마쳤지만 상사가 계속 업무를 할 경우 퇴근을 하지 못했고 주말에 업무를 떠맡는 경우도 다반사였다. 집에서 회삿일을 하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그는 “성장하는 중소기업이었지만 불합리한 업무 구조에 대해 조직원들이 이의를 제기하는 경우도 드물었고 주니어급 직원들의 의견도 잘 수용되지 않았다”며 “임금은 둘째 치더라도 문화가 너무 폐쇄적이어서 내 능력을 허비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 더 늦기 전에 회사를 나오자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재취업뿐만 아니라 창업도 고려하고 있다. 취업보다는 창업을 하면 자신의 능력을 더 발휘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보도 부족하고 자금 마련도 쉽지 않아 일단은 취업을 해서 경력과 경험을 쌓은 후 4~5년 후에 여건이 되면 창업에 나설 예정이다. 그는 “많은 청년들이 어렵게 취업을 하는데 좌절하는 경우가 많고 나 역시 그 가운데 한 명”이라며 “취업이든 창업이든 청년들이 제대로 열정과 재능을 뽐낼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으면 한다”고 말했다./한동훈기자 hooni@@sedaily.com -
[창간기획 '2017 청년을 말한다'] 유학파도 토익 열공 '스펙증후군' 여전..."중기 취업도 생각중" 62%
사회 사회일반 2017.08.10 17:49:322017년 여름을 살아내고 있는 20~34세 이하 100명의 청년들에게 현재 한국의 취업시장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다. ‘자격증·공인점수’ ‘비(非)대기업’ ‘월급보다 기업문화’ 등 세 가지 키워드가 돌아왔다. 오늘도 일자리 하나를 얻기 위해 학원에서, 카페에서 고군분투하는 청년들로부터 ‘청년이 말하는 취업, 그들이 사는 세상’을 들어봤다. ◇토익·HSK 점수 따는 해외 유학파들 “한국은 자격증 사회”=여름휴가의 절정이라는 8월 초. 인천공항 출국장이 해외로 떠나는 여행객들로 인산인해라지만 서울 종로 어학원 자습실과 근처 카페는 취업준비생들로 붐볐다. 5~6년 전부터 서류 조건을 따지지 않는 ‘스펙 철폐’가 대세로 떠올랐지만 청년들은 믿지 않는 눈치다. 해외 유학파 출신들까지 합세해 자격증과 어학점수에 목을 매고 있다. 새 정부가 공기업 서류전형에서 증명사진과 토익 점수 등을 제출하지 않도록 한 것이 무색하게 느껴졌다. 얼음이 녹아 물처럼 변해버린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옆에 두고 2시간째 어학원 자습실에서 토익 단어를 외우던 이종명(27)씨는 “어학점수는 다들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기 때문에 안 할 수 없다”며 “하반기 채용 시작 전에 900점을 만들기 위해 4개월째 수업을 듣고 있다”고 말했다. 근처 다른 어학원에서 만난 윤가나(27)씨는 HSK 6급 시험 기출 단어를 연습장에 써내려가고 있었다. 윤씨는 중국 베이징대 경제학과 출신이다. 그는 “중국어 회화는 문제없지만 자격증이 없으면 서류전형을 통과할 길이 없고 회사에서도 인정해주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카페에서 만난 김주혁(26)씨는 지난 1일에 발표된 토익 점수가 예상보다 낮아 이번 달에 다시 응시했다. 미국 동부 지역 주립대를 졸업한 김씨는 “일상에서는 쓰는 단어가 한정돼 있다보니 950점을 넘지 못했다”며 “한국을 잘 이해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한국사 1급 시험도 볼 예정”이라고 이야기했다. ◇“대기업만 안 바라…월급 200만원이면 감사”=휴가도 반납하고 각종 시험공부에 매진하는 청년들은 대기업 취업만을 꿈꾸는 것일까. 오해였다. 무역 관련 중소기업에 입사하는 것이 이씨와 윤씨의 목표다. 그들은 “대기업은 바라지도 않고 월급은 180만~200만원만 받으면 감사하게 다닐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서울경제신문이 청년이여는미래와 공동으로 청년 1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중소기업 인식’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의 62%가 비(非)대기업 취업을 생각하고 있었다. 외국어 실력이 뛰어나니 좀 더 높은 연봉을 바랄 수 있지 않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세상 물정 모르는 소리”라는 답이 돌아왔다. 1991년생인 이씨는 “영어는 기본이고 중국어는 덤이라는 붐이 본격적으로 일던 때 학창시절을 보냈다”며 “심한 경쟁과 취업난이 맞물려 꼭 대기업 취업만이 성공하는 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세대 특성도 큰 것 같다”고 덧붙였다. 본지 조사에서도 취업준비생들은 ‘발전 가능성이 높아서’ ‘적성을 잘 살릴 수 있을 것 같아서’ 등의 이유로 중소기업 입사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었다. 부모님이나 주변 지인들도 딱히 중소기업 입사를 반대하지 않는다는 의견이 86%로 높게 나타났다. 김씨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외국인에 대한 보이지 않는 차별이 심해지고 비자받기도 까다롭다”고 말했다. 그는 “유학파들이 되돌아오는 현상도 최근 취업난을 가중시키는 원인 중 하나”라고 말했다. ◇ 월급보다 기업 문화가 더 중요=입사 의향이 있음에도 중소기업 취업을 기피하게 되는 이유로는 ‘열악한 근무환경과 시대에 맞지 않는 기업 문화’를 꼽았다. 설문에 응답한 청년들은 ‘좋은 일자리’의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직장 내 문화(62%)’를 들었다. ‘임금’은 21%로 상대적으로 낮았으며 ‘자아실현’도 16%나 됐다. 취업난이 심한데도 청년들이 쉽게 퇴사하거나 처음부터 중소기업에 마음을 닫는 것은 월급보다 기업 문화가 문제인 셈이다. 윤씨는 “강남에 있는 광고 마케팅 회사에 다니는 친구가 입사한 지 이제 갓 1년 됐는데 이직 준비를 하고 있다”며 “야근을 덜하고 직장 내 권위주의가 없는 곳으로 가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그는 “기성세대는 우리를 보면서 ‘끈기가 없다’거나 ‘편하게만 살려고 한다’고 말하지만 지향하는 삶의 가치관이 다른 것뿐”이라고 덧붙였다.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청년 일자리 관련 정책에 대해서는 ‘그저 그렇다’라는 응답이 62%를 차지했고 ‘잘하고 있다’는 응답이 25%에 불과해 긍정적이지는 않았다. 백경훈 청년이여는미래 대표는 “예전 정부도 청년 일자리 정책을 편다고 했지만 청년들 입장에서는 피부로 와닿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라며 “변화가 없다 보니 정책에 대한 불신이 기본적으로 깔려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백 대표는 “최저임금 인상이나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정책으로 신규 채용이 줄어들까 우려하는 청년들도 많다”고 강조했다. /백주연기자 nice89@@sedaily.com -
[창간기획-2017 청년을 말한다]증권사 나와 연극무대로...새 꿈 찾아 나선 청년들
사회 사회일반 2017.08.10 17:47:29김현진(30)씨는 3년 전 증권사를 그만두고 한 극단에 몸을 담고 있다. 월급은 반 토막은커녕 3분의1 수준도 안 된다. 그래도 김씨는 지금이 훨씬 만족스럽다. 연극이 끝나고 난 뒤 홀로 남겨진 공연장에서 뒷정리를 하며 무대를 찬찬히 바라보면 고생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김씨는 “부모님 따라 안정적인 직장을 몇 년 다녀보니 어느 순간 삶이 무료해졌다”면서 “이제야 가슴 한편에 품어온 꿈을 펼치고 있다”며 울먹였다. 고용 절벽으로 청년실업이 사회적 문제로 만연한 가운데 김씨처럼 꿈과 열정으로 무장하며 안정적인 직장을 벗어던지고 새로운 삶에 도전하는 청년들이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청년층 실업률은 9.3%를 기록해 청년들의 우울한 나날을 보여줬다. 한국경영자총협회에 따르면 그나마 취업한 대졸 신입사원 4명 중 1명(27.7%)은 입사한 지 1년 안에 그만뒀다. 자신의 적성에 맞는 회사나 직무를 선택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청년사업가인 이재성(33) 코멘토 대표는 이 같은 상황에 대해 “요즘 청년들은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고민할 기회가 없다”며 “아무리 취업정보가 넘쳐도 자신에게 대입하기 어려운 환경”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취업정보를 인터넷으로 쉽게 접할 수 있는 상황에서 취업준비생 개인이 그리는 꿈에 맞는 정보를 찾아주는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사업을 시작했다. 코멘토는 취업준비생과 현직자를 연결해 취업 상담을 받도록 하는 서비스를 운영하는 기업이다. 이 대표는 자신의 꿈을 실현하기 위한 마중물로 안정적인 직장을 거쳤다. 그는 대학생 때부터 사회적 기업 동아리 ‘인액터스(enactus)‘의 서강대 지부를 만들며 공익적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기업 설립을 목표로 세웠다. 그럼에도 이 대표가 대학 졸업 후 바로 창업에 뛰어들지 않은 이유는 꿈과 열정만으로는 성공을 확신할 수 없다는 생각에서였다. 대기업 전략실과 영업부에서 사업에 필요한 마음가짐을 배웠고 현재 코멘토의 공동창업자들과 함께 시험 삼아 서비스를 개발했다. 회사와 사업준비를 병행하는 과정은 고단했지만 열정으로 버틸 수 있었다. 꿈과 열정, 그리고 취향까지 더해져 창업을 시작한 청년도 있다. 김태경(38) 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 대표는 맥주 애호가다. 컨설팅 회사에 다니던 중 네덜란드에서 출장 근무를 했다. 이때 독일·벨기에 등 유럽 맥주 강국의 양조장을 돌아다니며 맥주를 공부했다. 한국에서도 수제 맥주가 인기를 끌기 시작하자 김 대표는 과감히 사직서를 던지고 맥주 사업에 뛰어들었다. 김 대표는 “우리 회사가 맥덕(맥주덕후)들이 많은 편이라 즐겁게 일하는 직원들이 많다”며 “10년 뒤에는 아시아에서 제일 큰 크래프트맥주 회사로 성장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고 포부를 드러냈다. 하지만 대한민국 30대 창업 현주소는 꿈을 좇기보다는 고달픈 현실에 쫓겨온 결과다. 창업진흥원에 따르면 30대 창업기업은 해마다 늘어 31만여개에 이르지만 절반이 넘는 이들(57.9%)이 창업 외에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어 창업을 선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대표는 “퇴사하고 바로 창업했으면 크고 작은 시행착오를 겪었을 것”이라며 “창업 전에 다니는 직장이 나만의 사업을 도전하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김기혁·조권형기자 coldmetal@@sedaily.com -
[창간기획-2017 청년을 말한다] 취업난 뚫고 결혼했지만 육아·집마련 또 고통..."차라리 혼자 즐기자"
산업 생활 2017.08.10 17:46:43# 광주에서 올라와 서울 4년제 대학 3학년에 재학 중인 이승현(22·가명)씨는 방과 후 하루 6시간, 일주일에 3~4일씩 학교 앞 브런치카페에서 최저시급을 받으며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부모님이 학비와 자취방 월세는 내주지만 생활비는 스스로 벌어야 해서다. 60만원 안팎에 불과한 월수입 가운데 30만원 이상을 통신비·공과금·책값으로 내고 나면 식비를 포함한 용돈은 28만원 밖에 남지 않는다. 이마저도 남자친구와 주말에 데이트를 하기 위해 평일에는 끼니를 거르거나 편의점 도시락으로 때우기 일쑤다. 이씨는 “주 5일을 교통비·식비 포함 3만원 미만으로 지출해야 생활이 유지될 지경”이라고 토로했다. # 서울에 사는 맞벌이 은행원 최성준(36·가명)씨는 최근 서울 봉천동 자가 아파트를 3년 만에 팔고 1억원 이상을 대출받아 목동의 더 작은 평수 전셋집으로 이사했다. 이제 곧 유치원에 들어가는 여섯 살배기 외동아들의 교육을 위해서다. 아내의 권유에 못 이겨 집을 팔았지만 2년마다 불안한 전세살이를 또 하려니 눈앞이 막막하다. 명문대를 나와 취업·결혼·출산까지 한눈 팔지 않고 최선을 다했지만 막상 행복한 순간은 적었다. 최씨는 “은행 지점이 하나둘 사라지는 세상에 자가 주택을 팔고 빚을 더 지니 막막하다”며 “저출산 시대라는데 괜찮은 어린이집 들어가기는 왜 이리 어려운지도 이해가 안 된다”고 답답해 했다. 흔히들 인생은 마라톤이라고 한다. 하지만 2017년 현재를 사는 20~30대 대한민국 청년들의 생각은 다르다. 42.195㎞라는 정해진 구간을 달리는 마라톤과 달리 그들의 인생은 고비만 있을 뿐 결승점이 없기 때문이다. 혹독한 취업난에 제대로 된 연애조차 못하고 간신히 취업을 해도 엄청난 집값 부담에 결혼할 자신이 없다. 미루고 미룬 끝에 겨우 결혼에 골인하면 출산과 육아라는 크나큰 희생을 동반한 선택지를 부여받는다. 각 고비조차 넘지 못한 사람은 마라톤 중도 포기자가 돼 주변의 눈치를 봐야 한다. 단칸방에서 시작했어도 알뜰살뜰하게 모으면 ‘계산이 서는’ 삶을 살 수 있었던 부모 세대와는 또 다른 세상을 사는 셈이다. ◇연애·결혼·출산·내집마련·대출, 끝없이 마주하는 거대한 산=20~30대 청년들이 사회에서 가장 먼저 마주하는 큰 산은 무엇보다 취업과 연애·결혼이다. 양질의 일자리가 없다 보니 불안정한 직업을 갖게 되고 결혼과 내 집 마련의 꿈은 그야말로 꿈에 그친다. 결혼이 불투명하다 보니 연애도 늘 흔들리는 촛불과 같다. 6년째 여러 회사를 전전하며 사무 계약직으로 근무하는 김모(35)씨는 남자친구가 있는데도 결혼 생각이 없는 대표적 여성이다. 오랫동안 저임금 계약직에 머물면서 생활비만 간신히 충당하다 보니 저축한 돈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에 다니는 남자친구도 회사 사정이 어려워 월급이 밀리기 일쑤다. 두 사람 모두 집안의 지원을 기대하기도 힘든 형편이다. 김씨는 “둘이 합쳐도 생활이 나아질 것 같지 않아 서로 피해 주지 않고 연애만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7월 청년 실업률은 9.3%까지 치솟았다. 결혼을 미뤄야 할 이유가 늘면서 초혼연령 역시 지난해 남자 평균 32.8세, 여자 평균 30.1세로 사상 최고치에 도달했다. 반대로 지난해 혼인 건수는 역대 최저치인 인구 1,000명당 5.5건을 기록했다. 취업과 결혼이라는 관문을 통과하고 나면 출산과 육아, 내 집 마련과 대출이라는 또 다른 산이 기다린다. 끝 모르게 뛰는 부동산 가격에 맞벌이가 필수가 되면서 아이를 키울 여력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인구 1,000명당 1.17명으로 2009년 이후 가장 낮았고 초산연령은 31.4세로 역대 가장 높았다. 현 정부가 △아동수당 지급 △첫 3개월 육아휴직급여 2배 인상 △아빠 육아휴직 보너스 제도 도입 등을 공약했지만 현실적인 도움이 될지 의문을 품는 사람도 많다. 최근 노후까지 고려해 4억원가량 빚을 지고 강남에 10억원 상당의 집을 구입한 고소득 맞벌이 직장인 신모(35)씨는 앞으로 두 살배기 딸 하나에 만족할 생각이다. 결혼 초만 해도 둘째 생각이 있었다. 그러나 첫째도 베이비시터 손에 키우는 마당에 둘째까지 태어나면 대출 상환 부담과 아내 퇴직 압박에 머리가 아찔하다. 신씨는 “정부에서는 아이가 태어나면 푼돈을 주는 정책만 내놓고 있는데 요즘에는 부자도 아이를 안 낳는다”며 “차라리 그 돈을 보육시설에 쏟든가 남성 육아휴직 보장에 썼으면 한다”고 주장했다. 아이 둘을 키우는 대기업 직장인인 최모(36)씨는 최근 아예 부동산 용어 전문가가 됐다. 결혼 후 세입자 생활만 하다가 몇 달 전 수도권의 한 아파트 청약에 당첨됐는데 2일 강도 높은 부동산 대책이 나오면서 틈날 때마다 유불리를 따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씨는 “대출을 크게 받을 생각으로 청약을 신청했는데 프리미엄을 받고 팔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중도금 납입까지 어려워지지는 않을지 걱정이 태산”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마라톤 포기하고 욜로족으로 변신하는 청년들=상황이 이렇다 보니 연애·결혼·출산 등 과거에는 당연시했던 삶의 과정을 포기하는 사람도 속출하고 있다. 거기서 아낀 돈과 시간을 자신에게 쏟는 ‘욜로(YOLO·You Only Live Once)족’이 최근 주목받는 것도 이들과 깊은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다. 유통 대기업에 다니는 정모(32)씨는 말끔한 외모에 결혼감으로 흠잡을 데 없는 남자다. 그러나 올 초 여자친구와 헤어진 뒤부터는 자신에게만 아낌없이 투자 중이다. 주말마다 혼자 심야영화를 보러 다니고 테니스를 즐기는가 하면 퇴근 후 피아노 레슨도 받는다. 올 11월에는 11일 동안 남미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 정씨는 “여자친구가 있을 때만 해도 결혼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는데 어느덧 혼자 즐기는 생활이 익숙해지고 있다”고 만족해했다. 국내 상위 10% 수준의 연봉을 받는 대기업 직원 양모(34)씨는 본인의 연애와 결혼을 간절히 원하는 부모님에게 이미 비혼의 뜻을 확실히 밝혔다. 그는 주말마다 국내는 물론 일본·홍콩까지 건너가 좋아하는 가수의 공연을 보러 다니는 지금의 삶이 충분히 만족스럽다. 양씨는 “결혼 준비과정부터 시댁과의 관계 설정, 출산과 육아 등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 견디기 어렵다”고 털어놓았다. 결혼 2년 차인 정모(31)씨는 아이 키우는 부담이 싫어 결혼 전부터 남편과 아이 없이 살기로 약속했다. 다만 양가 부모님께는 차마 말을 못해 명절 때마다 골치가 아프다. 정씨는 “주변에 아이를 낳은 지인들을 보면 아무리 남편이 많이 도와준다고 해도 결국 육아는 엄마의 몫이더라”라며 “일과 하고 싶은 공부를 하며 인생을 즐기고 싶다”고 말했다./윤경환·박윤선·변수연·박준호기자 ykh22@@sedaily.com -
[2017 청년을 말한다] 日은 일자리·中은 창업천국...韓은?
국제 정치·사회 2017.08.06 18:02:44일본 도쿄의 메이지대 3학년생인 가사마 가호(21)씨는 앞날에 대한 기대감에 잔뜩 부풀어 있다. 얼마 전 자신이 원하던 금융회사 두 곳에서 한꺼번에 합격 통보를 받은 것이다. 취업이 잘 된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금융업을 고집하느라 다른 직종은 아예 지원하지도 않아 내심 불안하던 터였다. 이제 취업 부담 없이 남은 학창시절을 보내게 된 그는 보다 먼 미래에 대한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그는 “꿈꿨던 금융권에 취업하게 돼 기쁘다”며 “이제 안정된 일자리를 잡았으니 서른이 되기 전에는 결혼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저출산에 따른 노동력 부족으로 수십년 만의 ‘일자리 천국’를 만끽하고 있는 일본의 청년들은 이제 일에만 매몰하던 부모 세대나 구직·결혼을 포기하고 세상에 관심마저 잃은 선배 세대와 달리 사회적 성공과 개인의 삶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겠다는 새로운 꿈을 꾸기 시작했다. 중국 청년들은 창업에서 희망의 끈을 찾고 있다. 한국만큼이나 미래가 불안한 중국 청년들이 과감히 창업에 도전할 수 있는 것은 실패마저도 높이 평가하는 사회 분위기와 정부의 적극적인 창업 지원 때문이다. 한국 청년들이 실패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대기업 취업에 매달리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관련기사 4·5면 그렇다고 일본과 중국 청년의 미래가 장밋빛인 것만은 아니다. 유례없는 고용 호조에도 불구하고 수년 전 ‘취업 빙하기’ 때 사회에 첫발을 내디딘 일본의 상당수 청년들은 경직된 고용문화로 인해 여전히 그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가와구치 다이지 도쿄대 교수는 “저출산이 지속되면 한국의 고용사정도 호전되겠지만 일본과 같은 경직된 고용문화를 바꾸지 않는다면 현재 취업난을 겪는 한국 청년들이 미래의 고용시장에서도 배제되는 ‘희생양’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베이징=홍병문특파원 도쿄=변재현기자 humbleness@@sedaily. -
韓 취준생은 울상인데 日은 '일자리 홍수' 대체 왜
국제 정치·사회 2017.08.06 17:37:44일본의 명문 사립 메이지대 졸업반인 가와카미 사호코(21)씨는 요즘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 올 초부터 취업활동을 시작한 그가 지금까지 합격통보를 받은 회사는 총 여섯 곳. 모두 내로라하는 주요 대기업과 상사들이다. 어느 회사로 갈지 마음을 정하지 못했다는 그는 기자가 메이지대를 방문한 지난달 말 대학 취업지원센터에서 또 다른 입사지원서를 작성하고 있었다. 조금 더 욕심을 부려보고 있다는 그는 “꿈을 향해 나아가는 기분”이라며 밝게 웃었다. 일본 경제가 장기 불황의 그늘에서 벗어나며 1970년대 고도성장기 이래 최고의 ‘일자리 홍수시대’를 맞이하면서 일본 청년들의 모습은 지난 몇 년 사이 크게 달라졌다. 경제가 장기 불황에 빠진 1990년대생으로 태어나면서부터 드리워진 침체의 그늘 아래 사회적 성공이나 결혼에 무관심하고 개인의 독립적인 삶에 집중해온 일본의 20대, 득도한 사람처럼 바라는 것이 없다는 의미로 일명 ‘사토리 세대’라 불리는 일본의 청년들은 다시 안정된 사회적 지위와 결혼 후의 삶을 꿈꾸기 시작했다. ◇성공·결혼 모두 꿈꾸는 일본 청년들=무더위가 한창이던 지난달 26일, 상반기 채용이 마무리된 시기임에도 메이지대 취업지원센터에는 학생들의 발길이 제법 이어졌다. 이곳을 찾는 학생들의 상담 내용은 주로 합격 통보를 받은 여러 회사들 가운데 어디에 갈지, 또는 다른 회사에 지원을 계속할지다. 요즘 일본에서 대학 3~4학년생이 취업을 위해 투자하는 기간은 3~4개월 정도로 학교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20~50곳에 지원하면 적게는 2곳, 많게는 10곳이 넘는 회사에서 합격 연락을 받는다. 일본 기업들은 구직자들에게 별다른 자격증을 요구하지도 않기 때문에 취업준비생들의 구직활동이라야 하루 4시간 정도 취업설명회에 참가하는 것이 전부다. ‘스펙’을 쌓지 않아도 되느냐는 질문에 고바야시 노부코 메이지대 취업지원부 사무장은 “기업들은 기본적으로 입사 후 가르치면 된다는 생각”이라며 “최근 고용이 호조를 보이면서 (스펙이 없이도) 학생들의 자신감은 높아졌다”고 말했다. 장기 불황과 글로벌 금융위기로 고용 시장에서 소외됐던 청년들이 골라서 일자리를 잡을 수 있을 정도로 취업 여건이 급변하자 일에도 연애에도 무관심한 듯 보였던 젊은이들의 생각도 달라지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도쿄 오다이바 채용박람회장에서 만난 몇몇 젊은이들은 사회적 성공과 개인의 삶 모두를 포기하지 않으려 하고 있었다. 대학원생인 이노우에 치히로(26)씨는 “취업 후 결혼 생각이 있다”며 “경력도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35살 즈음 결혼하면 좋을 듯하다”고 말했다. ◇일자리 폭발…청년이 우위에 서자 기업문화도 바뀐다=일본 후생노동성이 발표한 지난 6월 유효구인배율은 1.51. 구직자 100명당 151곳의 일자리가 있다는 뜻이다. 일본 언론들은 현재의 고용 시장을 ‘우리테(공급자가 수요자보다 유리한 입장인 상태)’시장이라고 표현한다. 개인의 삶을 중시하는 ‘사토리 세대’ 청년들이 넘쳐나는 일자리 중 하나를 선택하는 데 중요한 기준으로 여기는 것은 야근 시간과 복리 후생 등 ‘회사가 직원의 편의와 행복을 얼마나 보장해주느냐’다. 구직 활동 중인 이노우에씨도 “만약 취업한 기업이 갑작스럽게 야근을 시킨다면 회사를 그만둘 것”이라고 못 박았다. 그는 최근 일본의 대형 광고회사 덴쓰에서 월 105시간이 넘는 잔업에 시달리던 여직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례를 언급하며 “돈보다는 복지를 선택하고 내 삶을 즐길 것”이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고용 시장에서 우위에 선 일본 청년들의 요구에 ‘살인적인 잔업’으로 유명했던 일본 기업들의 문화도 바뀌기 시작했다. 다국적 에너지 기업인 에온 일본 지사의 콘 히로후미 채용 담당자는 “일본 정부가 법적으로 강제하지 않아도 잔업, 유급휴가, 복리후생, 급여 수준 등을 자발적으로 공개하는 기업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며 “우리 회사는 직원들이 야근하지 않도록 오후7시 이후 불을 끄는 제도를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일본 정부도 장기 근로를 강제하는 기업문화가 국가 경쟁력을 떨어뜨린다는 판단에 따라 ‘일하는 방식 개혁’ 정책을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다케다 고스케 일본 내각부 참사관은 “노사 간 잔업 규정은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있어 정부가 기준을 정하고 위반시 제재를 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이 밖에 내년 4월까지 비정규직의 정규화 대책을 시행하는 등 각종 정책을 입안하고 있다”고 말했다. ◇취업 호황 이어질까…아직은 불안한 ‘사토리 세대’=다만 오랜 불황의 터널을 지나온 청년들의 미래를 바라보는 시각이 완전히 달라진 것은 아니다. 여전히 많은 일본의 청년은 최근의 취업 호조가 조만간 끝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을 갖고 있다. 일본 고용 시장 연구기관인 베네세의 사토 유 특임연구원은 “20년간 이어진 불황을 지켜봐온 청년들은 당장이라도 고용 호황이 끝날 수 있다는 불안에 시달린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여유를 갖고 적성에 맞는 일자리를 찾기보다는 ‘당장 취업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대학 졸업에 맞춰 일자리를 정하는 데 목을 맨다는 것이다. 취업박람회장에서 만난 준야 다케츠(21)씨는 취업 여건은 좋아졌지만 “여전히 많은 젊은이들에게 실업 리스크는 부담”이라면서 “지금 같은 고용 호조가 2020년 도쿄올림픽 전에는 끝날 것으로 보기 때문에 그때까지는 자신에게 맞는 직장을 잡아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고용 여건이 달라지면 기업 문화의 변화 속도도 늦어질 것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도쿄=변재현기자 humbleness@@sedaily.com -
[창간기획-2017 청년을 말한다] 창업천국 中의 이면 '감춰진 실업률'
국제 경제·마켓 2017.08.06 17:34:54거대한 소비 수요와 중국 정부의 적극적인 창업지원에도 불구하고 중국 청년들의 현실이 녹록한 것만은 아니다. 왕성한 청년창업은 미래 성장 가능성과 꿈의 실현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높은 취업 관문의 벽을 뚫지 못하는 중국 청년들의 고충을 의미하기도 한다. 최근 중국 정부는 지난 2·4분기 도시 실업률이 2008년 이후 최저인 3.95%라고 발표했지만 청년들이 실제 체감하는 실업률은 이보다 훨씬 높다. 중국 당국이 발표한 지난해 중국의 신규 취업자 수는 1,314만명으로 전년 대비 2만명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2014년 1,322만명에 비하면 8만명이나 줄어든 수치다. 중국 당국은 신규 취업자 수가 3년 연속 1,300만명 이상을 유지했다고 긍정적인 평가를 하고 있지만 올 한 해에만 신규 대졸자가 30만명 늘어난 795만명에 달하는 등 1,500만명이 노동시장에 새로 유입될 것이라는 예상에 청년 취업 희망자들은 고개를 내젓고 있다.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최근 중국 차이나인터내셔널캐피털(CICC)사의 조사보고서를 인용해 주요 글로벌 투자은행이 중국 정부기관에서 생산하는 70여개의 경제지표 가운데 실업률·고정자산투자·개인소득 등 3가지 수치를 신뢰하지 않는다고 보도했다. 중국 노동부의 주요 실업지표인 도시 실업률의 경우 정부 당국 등록인원만을 계산해 실업자를 낮춰 잡기 때문에 등록된 도시 실업 통계에 결함이 많다는 지적이다. 중국 정부의 적극적인 청년창업 지원과 벤처캐피털의 자금지원도 엄밀히 보면 일부 운 좋은 창업자에게만 돌아간다는 목소리가 크다. 중국 당국이 발표한 지난해 중국 신규 등록 기업은 모두 553만개인데 글로벌혁신센터(KIC)에 따르면 이 가운데 투자 유치에 성공한 기업은 3,683개로 집계됐다. 창업기업의 투자 유치 확률이 1,500대1에 불과한 셈이다. 한국의 경우 지난해 9만6,000개의 기업이 신규 등록했으며 이 가운데 투자 유치에 성공한 곳은 350개였다. 투자 유치 성공 확률은 280대1로 오히려 중국보다 높은 셈이다. 중국 정부는 신경제 분야 세제혜택을 강조하며 첨단기술 기업의 연구개발비에 대한 법인세 공제비율을 올해부터 오는 2019년까지 50%에서 75%로 높이기로 했지만 이제 겨우 발걸음을 내딛는 스타트업에는 사실상 그림의 떡인 경우가 많은 것으로 지적된다. /베이징=홍병문특파원 hbm@@sedaily.com -
[창간기획-2017 청년을 말한다] 변리사 그만두고 창업 뛰어든 中청년 "실패요? 또 도전하면 되죠"
국제 경제·마켓 2017.08.06 17:33:59“실패의 가능성은 있죠. 하지만 현재 중국만큼 스타트업 시장이 유망하고 창업자의 미래가 밝은 나라가 또 어디 있을까요?” 지난 1일 중국 베이징 중관춘 창업 거리에서 만난 류위 지쥐홍위 대표에게서는 자신감이 넘쳤다. 올해 34세인 그는 2년 전 전도유망한 변리사 자리를 박차고 스타트업 시장에 뛰어들었다. 온라인 가상실험 설계 업체인 지쥐홍위라는 회사를 설립해야겠다는 결심을 밝혔을 때 ‘혹시나’ 했던 가족들의 반대는 없었다. 교육 분야 중견기업을 운영하던 아버지는 물론 부인도 흔쾌히 그의 창업에 찬성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창업을 지원해주고 있는데다 중국 신경제의 성장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도전해볼 가치가 충분하다는 것이었다. 류 대표뿐 아니라 그의 가족들도 설령 실패하면 또다시 도전하면 된다는 용기와 확신이 있었다. 아직 창업 2년 차인 그에게는 여전히 투자 유치와 실적 확보 등 뚫어야 할 난관이 적지 않다. 하지만 그는 2년 전으로 돌아가 다시 선택의 고민을 해야 한다면 똑같은 결론을 내렸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중국 명문 베이징대를 졸업한 후 독일 슈투트가르트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그는 법률회사에서 2년여간 근무했지만 직장생활에 큰 흥미를 갖지 못했다. 자신의 큰 꿈을 이루기에는 로펌이라는 유망 직장도 작은 울타리에 불과했다. 그는 “중국 경제가 다소 둔화되면서 어려움을 겪고는 있지만 중국의 소비시장과 신경제 분야의 성장 가능성은 어느 때보다 크다”며 “중국 정부가 신경제라는 변화와 새로운 아이디어를 적극 받아들이는 분위기여서 중국의 젊은이들은 창업 의욕과 힘을 얻고 있다”고 강조했다. 중관춘에 둥지를 튼 온라인 모바일 교육소프트웨어업체 모리스터디의 장하이시아(30) 대표도 중국 벤처시장의 가능성과 정부의 적극적인 창업지원 정책을 믿고 4년 전 스타트업 시장으로 뛰어든 청년사업가다. 항공기 제조사에 근무하던 남편은 그의 창업에 지원을 아끼지 않았고 곧바로 모리스터디에 합류했다. 현재 이들 부부의 수입이 창업 전에 비해 크게 늘어난 것은 아니다. 장 대표는 “현재의 수익만을 놓고 보면 과거보다 물론 못할 수 있지만 미래 성장성을 놓고 본다면 창업은 그 어떤 일과도 비교할 수 없는 매력적인 선택이었다”고 확언했다. 중국 정부와 벤처캐피털 등은 지금까지 이 젊은 여성이 이끄는 스타트업에 2~3차례에 걸친 자금지원 혜택을 제공했고 그 자금은 매출 성장과 사업 확장의 소중한 마중물이 됐다. 현재 모리스터디는 온라인 모바일 교육 분야에서 인지도가 꽤 높은 스타트업으로 자리매김했고 이제 추가 자금 유치보다는 사업 규모와 고객 확장에 치중하고 있다. 10여년 뒤의 목표는 물론 기업공개(IPO)를 통한 증시 상장이다. 중국 경제성장 둔화의 충격파에도 불구하고 중국 창업 시장은 여전히 청년들에게 잠재 성장력이 높은 기회의 공간이다. 특히 2014년부터 리커창 총리가 신성장동력을 위해 ‘대중창업 만중창신(모두가 창업하고 혁신한다)’이라는 신경제 정책을 제시하며 스타트업 시장의 엔진을 본격 가동한 것이 청년들에게는 꿈의 토양이 됐다. 정부의 창업지원 정책에 발맞춰 ‘제2의 마윈’을 꿈꾸는 청년사업가들의 창업 도전기는 지금도 줄을 잇고 있다. 중국 국가공상행정관리총국(SAIC) 발표에 따르면 2016년 중국에서 신규 등록한 기업은 모두 553만개로 하루 1만5,000개의 기업이 만들어진 셈이다. 이 중 신경제 영역으로 분류되는 젊은 창업자들의 스타트업이 3분의1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리 총리는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인터넷 플러스’와 ‘중국제조 2025’로 대표되는 성장동력 확충 계획을 강조하면서 “지난 3년간 중국에서 매일 4,000개의 창업이 이뤄졌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중국의 젊은이들이 창업 시장에 미래를 거는 데는 중국이라는 어마어마한 시장 자체의 위력도 작용했다. 중국에서 성공한 스타트업은 글로벌 시장의 이목을 집중시켜 세계적인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올 1월 기준 전 세계 183개의 유니콘 기업(비상장 시가 1조원 이상 기업) 중 43개는 중국 기업으로 집계됐다. 한국 기업은 3개에 불과하다. 고영화 글로벌혁신센터(KIC) 중국 베이징센터장은 “똑같은 음식물 배달 서비스라 해도 한국 기업의 시가총액이 4,000억원 정도라면 중국 ‘어러마’의 시총은 3조원에 이른다”고 지적했다. 같은 아이디어로 창업을 해도 시장 규모가 큰 중국에서는 기업 가치가 10배 가까이 커질 수 있다는 뜻이다. 중국 스타트업의 평균 창업비용이 미국이나 한국보다 훨씬 낮다는 점도 청년들이 창업에 좀 더 쉽게 다가설 수 있게 만드는 매력적인 요인이다. 중국 칭화대 창업연수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스타트업의 평균 창업비용은 11만3,000위안(1,880만원)으로 18만6,000위안(3,100만원)인 한국의 3분의2 수준에 불과했다. 이는 또 다른 창업 천국인 미국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중관춘에는 이러한 여건에 매료된 한국 청년들의 도전기도 끊이지 않는다. 중국 베이징의 알리바바 건물이 위치한 왕징 인근에 자리한 스마트 스탬프 서비스 회사 원투씨엠(12CM)차이나의 황규중 대표는 “창업을 적극 지원하고 있는 중국에서는 실패한 청년창업자에 대해서도 높이 평가한다”며 “창업의 실패로 더 이상 재기하기 힘든 후유증을 겪는 한국과는 차이가 크다”고 지적했다. 다만 무분별한 투자에 대한 정부의 제동 움직임이 일면서 중국 스타트업 시장에서도 점차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베이징의 리서치 업체 제로2IPO는 최근 보고서에서 “최근 규모가 작은 중국 신생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 시장이 크게 위축된 상황”이라며 “소규모 스타트업은 수익성 우려 탓에 투자자들이 매우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베이징=홍병문특파원 hb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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