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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기획-2017 청년을 말한다]증권사 나와 연극무대로...새 꿈 찾아 나선 청년들
사회 사회일반 2017.08.10 17:47:29김현진(30)씨는 3년 전 증권사를 그만두고 한 극단에 몸을 담고 있다. 월급은 반 토막은커녕 3분의1 수준도 안 된다. 그래도 김씨는 지금이 훨씬 만족스럽다. 연극이 끝나고 난 뒤 홀로 남겨진 공연장에서 뒷정리를 하며 무대를 찬찬히 바라보면 고생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김씨는 “부모님 따라 안정적인 직장을 몇 년 다녀보니 어느 순간 삶이 무료해졌다”면서 “이제야 가슴 한편에 품어온 꿈을 펼치고 있다”며 울먹였다. 고용 절벽으로 청년실업이 사회적 문제로 만연한 가운데 김씨처럼 꿈과 열정으로 무장하며 안정적인 직장을 벗어던지고 새로운 삶에 도전하는 청년들이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청년층 실업률은 9.3%를 기록해 청년들의 우울한 나날을 보여줬다. 한국경영자총협회에 따르면 그나마 취업한 대졸 신입사원 4명 중 1명(27.7%)은 입사한 지 1년 안에 그만뒀다. 자신의 적성에 맞는 회사나 직무를 선택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청년사업가인 이재성(33) 코멘토 대표는 이 같은 상황에 대해 “요즘 청년들은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고민할 기회가 없다”며 “아무리 취업정보가 넘쳐도 자신에게 대입하기 어려운 환경”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취업정보를 인터넷으로 쉽게 접할 수 있는 상황에서 취업준비생 개인이 그리는 꿈에 맞는 정보를 찾아주는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사업을 시작했다. 코멘토는 취업준비생과 현직자를 연결해 취업 상담을 받도록 하는 서비스를 운영하는 기업이다. 이 대표는 자신의 꿈을 실현하기 위한 마중물로 안정적인 직장을 거쳤다. 그는 대학생 때부터 사회적 기업 동아리 ‘인액터스(enactus)‘의 서강대 지부를 만들며 공익적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기업 설립을 목표로 세웠다. 그럼에도 이 대표가 대학 졸업 후 바로 창업에 뛰어들지 않은 이유는 꿈과 열정만으로는 성공을 확신할 수 없다는 생각에서였다. 대기업 전략실과 영업부에서 사업에 필요한 마음가짐을 배웠고 현재 코멘토의 공동창업자들과 함께 시험 삼아 서비스를 개발했다. 회사와 사업준비를 병행하는 과정은 고단했지만 열정으로 버틸 수 있었다. 꿈과 열정, 그리고 취향까지 더해져 창업을 시작한 청년도 있다. 김태경(38) 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 대표는 맥주 애호가다. 컨설팅 회사에 다니던 중 네덜란드에서 출장 근무를 했다. 이때 독일·벨기에 등 유럽 맥주 강국의 양조장을 돌아다니며 맥주를 공부했다. 한국에서도 수제 맥주가 인기를 끌기 시작하자 김 대표는 과감히 사직서를 던지고 맥주 사업에 뛰어들었다. 김 대표는 “우리 회사가 맥덕(맥주덕후)들이 많은 편이라 즐겁게 일하는 직원들이 많다”며 “10년 뒤에는 아시아에서 제일 큰 크래프트맥주 회사로 성장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고 포부를 드러냈다. 하지만 대한민국 30대 창업 현주소는 꿈을 좇기보다는 고달픈 현실에 쫓겨온 결과다. 창업진흥원에 따르면 30대 창업기업은 해마다 늘어 31만여개에 이르지만 절반이 넘는 이들(57.9%)이 창업 외에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어 창업을 선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대표는 “퇴사하고 바로 창업했으면 크고 작은 시행착오를 겪었을 것”이라며 “창업 전에 다니는 직장이 나만의 사업을 도전하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김기혁·조권형기자 coldmetal@@sedaily.com -
[2017 청년을 말한다] 日은 일자리·中은 창업천국...韓은?
국제 정치·사회 2017.08.06 18:02:44일본 도쿄의 메이지대 3학년생인 가사마 가호(21)씨는 앞날에 대한 기대감에 잔뜩 부풀어 있다. 얼마 전 자신이 원하던 금융회사 두 곳에서 한꺼번에 합격 통보를 받은 것이다. 취업이 잘 된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금융업을 고집하느라 다른 직종은 아예 지원하지도 않아 내심 불안하던 터였다. 이제 취업 부담 없이 남은 학창시절을 보내게 된 그는 보다 먼 미래에 대한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그는 “꿈꿨던 금융권에 취업하게 돼 기쁘다”며 “이제 안정된 일자리를 잡았으니 서른이 되기 전에는 결혼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저출산에 따른 노동력 부족으로 수십년 만의 ‘일자리 천국’를 만끽하고 있는 일본의 청년들은 이제 일에만 매몰하던 부모 세대나 구직·결혼을 포기하고 세상에 관심마저 잃은 선배 세대와 달리 사회적 성공과 개인의 삶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겠다는 새로운 꿈을 꾸기 시작했다. 중국 청년들은 창업에서 희망의 끈을 찾고 있다. 한국만큼이나 미래가 불안한 중국 청년들이 과감히 창업에 도전할 수 있는 것은 실패마저도 높이 평가하는 사회 분위기와 정부의 적극적인 창업 지원 때문이다. 한국 청년들이 실패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대기업 취업에 매달리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관련기사 4·5면 그렇다고 일본과 중국 청년의 미래가 장밋빛인 것만은 아니다. 유례없는 고용 호조에도 불구하고 수년 전 ‘취업 빙하기’ 때 사회에 첫발을 내디딘 일본의 상당수 청년들은 경직된 고용문화로 인해 여전히 그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가와구치 다이지 도쿄대 교수는 “저출산이 지속되면 한국의 고용사정도 호전되겠지만 일본과 같은 경직된 고용문화를 바꾸지 않는다면 현재 취업난을 겪는 한국 청년들이 미래의 고용시장에서도 배제되는 ‘희생양’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베이징=홍병문특파원 도쿄=변재현기자 humbleness@@sedaily. -
韓 취준생은 울상인데 日은 '일자리 홍수' 대체 왜
국제 정치·사회 2017.08.06 17:37:44일본의 명문 사립 메이지대 졸업반인 가와카미 사호코(21)씨는 요즘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 올 초부터 취업활동을 시작한 그가 지금까지 합격통보를 받은 회사는 총 여섯 곳. 모두 내로라하는 주요 대기업과 상사들이다. 어느 회사로 갈지 마음을 정하지 못했다는 그는 기자가 메이지대를 방문한 지난달 말 대학 취업지원센터에서 또 다른 입사지원서를 작성하고 있었다. 조금 더 욕심을 부려보고 있다는 그는 “꿈을 향해 나아가는 기분”이라며 밝게 웃었다. 일본 경제가 장기 불황의 그늘에서 벗어나며 1970년대 고도성장기 이래 최고의 ‘일자리 홍수시대’를 맞이하면서 일본 청년들의 모습은 지난 몇 년 사이 크게 달라졌다. 경제가 장기 불황에 빠진 1990년대생으로 태어나면서부터 드리워진 침체의 그늘 아래 사회적 성공이나 결혼에 무관심하고 개인의 독립적인 삶에 집중해온 일본의 20대, 득도한 사람처럼 바라는 것이 없다는 의미로 일명 ‘사토리 세대’라 불리는 일본의 청년들은 다시 안정된 사회적 지위와 결혼 후의 삶을 꿈꾸기 시작했다. ◇성공·결혼 모두 꿈꾸는 일본 청년들=무더위가 한창이던 지난달 26일, 상반기 채용이 마무리된 시기임에도 메이지대 취업지원센터에는 학생들의 발길이 제법 이어졌다. 이곳을 찾는 학생들의 상담 내용은 주로 합격 통보를 받은 여러 회사들 가운데 어디에 갈지, 또는 다른 회사에 지원을 계속할지다. 요즘 일본에서 대학 3~4학년생이 취업을 위해 투자하는 기간은 3~4개월 정도로 학교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20~50곳에 지원하면 적게는 2곳, 많게는 10곳이 넘는 회사에서 합격 연락을 받는다. 일본 기업들은 구직자들에게 별다른 자격증을 요구하지도 않기 때문에 취업준비생들의 구직활동이라야 하루 4시간 정도 취업설명회에 참가하는 것이 전부다. ‘스펙’을 쌓지 않아도 되느냐는 질문에 고바야시 노부코 메이지대 취업지원부 사무장은 “기업들은 기본적으로 입사 후 가르치면 된다는 생각”이라며 “최근 고용이 호조를 보이면서 (스펙이 없이도) 학생들의 자신감은 높아졌다”고 말했다. 장기 불황과 글로벌 금융위기로 고용 시장에서 소외됐던 청년들이 골라서 일자리를 잡을 수 있을 정도로 취업 여건이 급변하자 일에도 연애에도 무관심한 듯 보였던 젊은이들의 생각도 달라지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도쿄 오다이바 채용박람회장에서 만난 몇몇 젊은이들은 사회적 성공과 개인의 삶 모두를 포기하지 않으려 하고 있었다. 대학원생인 이노우에 치히로(26)씨는 “취업 후 결혼 생각이 있다”며 “경력도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35살 즈음 결혼하면 좋을 듯하다”고 말했다. ◇일자리 폭발…청년이 우위에 서자 기업문화도 바뀐다=일본 후생노동성이 발표한 지난 6월 유효구인배율은 1.51. 구직자 100명당 151곳의 일자리가 있다는 뜻이다. 일본 언론들은 현재의 고용 시장을 ‘우리테(공급자가 수요자보다 유리한 입장인 상태)’시장이라고 표현한다. 개인의 삶을 중시하는 ‘사토리 세대’ 청년들이 넘쳐나는 일자리 중 하나를 선택하는 데 중요한 기준으로 여기는 것은 야근 시간과 복리 후생 등 ‘회사가 직원의 편의와 행복을 얼마나 보장해주느냐’다. 구직 활동 중인 이노우에씨도 “만약 취업한 기업이 갑작스럽게 야근을 시킨다면 회사를 그만둘 것”이라고 못 박았다. 그는 최근 일본의 대형 광고회사 덴쓰에서 월 105시간이 넘는 잔업에 시달리던 여직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례를 언급하며 “돈보다는 복지를 선택하고 내 삶을 즐길 것”이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고용 시장에서 우위에 선 일본 청년들의 요구에 ‘살인적인 잔업’으로 유명했던 일본 기업들의 문화도 바뀌기 시작했다. 다국적 에너지 기업인 에온 일본 지사의 콘 히로후미 채용 담당자는 “일본 정부가 법적으로 강제하지 않아도 잔업, 유급휴가, 복리후생, 급여 수준 등을 자발적으로 공개하는 기업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며 “우리 회사는 직원들이 야근하지 않도록 오후7시 이후 불을 끄는 제도를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일본 정부도 장기 근로를 강제하는 기업문화가 국가 경쟁력을 떨어뜨린다는 판단에 따라 ‘일하는 방식 개혁’ 정책을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다케다 고스케 일본 내각부 참사관은 “노사 간 잔업 규정은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있어 정부가 기준을 정하고 위반시 제재를 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이 밖에 내년 4월까지 비정규직의 정규화 대책을 시행하는 등 각종 정책을 입안하고 있다”고 말했다. ◇취업 호황 이어질까…아직은 불안한 ‘사토리 세대’=다만 오랜 불황의 터널을 지나온 청년들의 미래를 바라보는 시각이 완전히 달라진 것은 아니다. 여전히 많은 일본의 청년은 최근의 취업 호조가 조만간 끝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을 갖고 있다. 일본 고용 시장 연구기관인 베네세의 사토 유 특임연구원은 “20년간 이어진 불황을 지켜봐온 청년들은 당장이라도 고용 호황이 끝날 수 있다는 불안에 시달린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여유를 갖고 적성에 맞는 일자리를 찾기보다는 ‘당장 취업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대학 졸업에 맞춰 일자리를 정하는 데 목을 맨다는 것이다. 취업박람회장에서 만난 준야 다케츠(21)씨는 취업 여건은 좋아졌지만 “여전히 많은 젊은이들에게 실업 리스크는 부담”이라면서 “지금 같은 고용 호조가 2020년 도쿄올림픽 전에는 끝날 것으로 보기 때문에 그때까지는 자신에게 맞는 직장을 잡아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고용 여건이 달라지면 기업 문화의 변화 속도도 늦어질 것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도쿄=변재현기자 humbleness@@sedaily.com -
[창간기획-2017 청년을 말한다] 창업천국 中의 이면 '감춰진 실업률'
국제 경제·마켓 2017.08.06 17:34:54거대한 소비 수요와 중국 정부의 적극적인 창업지원에도 불구하고 중국 청년들의 현실이 녹록한 것만은 아니다. 왕성한 청년창업은 미래 성장 가능성과 꿈의 실현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높은 취업 관문의 벽을 뚫지 못하는 중국 청년들의 고충을 의미하기도 한다. 최근 중국 정부는 지난 2·4분기 도시 실업률이 2008년 이후 최저인 3.95%라고 발표했지만 청년들이 실제 체감하는 실업률은 이보다 훨씬 높다. 중국 당국이 발표한 지난해 중국의 신규 취업자 수는 1,314만명으로 전년 대비 2만명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2014년 1,322만명에 비하면 8만명이나 줄어든 수치다. 중국 당국은 신규 취업자 수가 3년 연속 1,300만명 이상을 유지했다고 긍정적인 평가를 하고 있지만 올 한 해에만 신규 대졸자가 30만명 늘어난 795만명에 달하는 등 1,500만명이 노동시장에 새로 유입될 것이라는 예상에 청년 취업 희망자들은 고개를 내젓고 있다.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최근 중국 차이나인터내셔널캐피털(CICC)사의 조사보고서를 인용해 주요 글로벌 투자은행이 중국 정부기관에서 생산하는 70여개의 경제지표 가운데 실업률·고정자산투자·개인소득 등 3가지 수치를 신뢰하지 않는다고 보도했다. 중국 노동부의 주요 실업지표인 도시 실업률의 경우 정부 당국 등록인원만을 계산해 실업자를 낮춰 잡기 때문에 등록된 도시 실업 통계에 결함이 많다는 지적이다. 중국 정부의 적극적인 청년창업 지원과 벤처캐피털의 자금지원도 엄밀히 보면 일부 운 좋은 창업자에게만 돌아간다는 목소리가 크다. 중국 당국이 발표한 지난해 중국 신규 등록 기업은 모두 553만개인데 글로벌혁신센터(KIC)에 따르면 이 가운데 투자 유치에 성공한 기업은 3,683개로 집계됐다. 창업기업의 투자 유치 확률이 1,500대1에 불과한 셈이다. 한국의 경우 지난해 9만6,000개의 기업이 신규 등록했으며 이 가운데 투자 유치에 성공한 곳은 350개였다. 투자 유치 성공 확률은 280대1로 오히려 중국보다 높은 셈이다. 중국 정부는 신경제 분야 세제혜택을 강조하며 첨단기술 기업의 연구개발비에 대한 법인세 공제비율을 올해부터 오는 2019년까지 50%에서 75%로 높이기로 했지만 이제 겨우 발걸음을 내딛는 스타트업에는 사실상 그림의 떡인 경우가 많은 것으로 지적된다. /베이징=홍병문특파원 hbm@@sedaily.com -
[창간기획-2017 청년을 말한다] 변리사 그만두고 창업 뛰어든 中청년 "실패요? 또 도전하면 되죠"
국제 경제·마켓 2017.08.06 17:33:59“실패의 가능성은 있죠. 하지만 현재 중국만큼 스타트업 시장이 유망하고 창업자의 미래가 밝은 나라가 또 어디 있을까요?” 지난 1일 중국 베이징 중관춘 창업 거리에서 만난 류위 지쥐홍위 대표에게서는 자신감이 넘쳤다. 올해 34세인 그는 2년 전 전도유망한 변리사 자리를 박차고 스타트업 시장에 뛰어들었다. 온라인 가상실험 설계 업체인 지쥐홍위라는 회사를 설립해야겠다는 결심을 밝혔을 때 ‘혹시나’ 했던 가족들의 반대는 없었다. 교육 분야 중견기업을 운영하던 아버지는 물론 부인도 흔쾌히 그의 창업에 찬성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창업을 지원해주고 있는데다 중국 신경제의 성장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도전해볼 가치가 충분하다는 것이었다. 류 대표뿐 아니라 그의 가족들도 설령 실패하면 또다시 도전하면 된다는 용기와 확신이 있었다. 아직 창업 2년 차인 그에게는 여전히 투자 유치와 실적 확보 등 뚫어야 할 난관이 적지 않다. 하지만 그는 2년 전으로 돌아가 다시 선택의 고민을 해야 한다면 똑같은 결론을 내렸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중국 명문 베이징대를 졸업한 후 독일 슈투트가르트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그는 법률회사에서 2년여간 근무했지만 직장생활에 큰 흥미를 갖지 못했다. 자신의 큰 꿈을 이루기에는 로펌이라는 유망 직장도 작은 울타리에 불과했다. 그는 “중국 경제가 다소 둔화되면서 어려움을 겪고는 있지만 중국의 소비시장과 신경제 분야의 성장 가능성은 어느 때보다 크다”며 “중국 정부가 신경제라는 변화와 새로운 아이디어를 적극 받아들이는 분위기여서 중국의 젊은이들은 창업 의욕과 힘을 얻고 있다”고 강조했다. 중관춘에 둥지를 튼 온라인 모바일 교육소프트웨어업체 모리스터디의 장하이시아(30) 대표도 중국 벤처시장의 가능성과 정부의 적극적인 창업지원 정책을 믿고 4년 전 스타트업 시장으로 뛰어든 청년사업가다. 항공기 제조사에 근무하던 남편은 그의 창업에 지원을 아끼지 않았고 곧바로 모리스터디에 합류했다. 현재 이들 부부의 수입이 창업 전에 비해 크게 늘어난 것은 아니다. 장 대표는 “현재의 수익만을 놓고 보면 과거보다 물론 못할 수 있지만 미래 성장성을 놓고 본다면 창업은 그 어떤 일과도 비교할 수 없는 매력적인 선택이었다”고 확언했다. 중국 정부와 벤처캐피털 등은 지금까지 이 젊은 여성이 이끄는 스타트업에 2~3차례에 걸친 자금지원 혜택을 제공했고 그 자금은 매출 성장과 사업 확장의 소중한 마중물이 됐다. 현재 모리스터디는 온라인 모바일 교육 분야에서 인지도가 꽤 높은 스타트업으로 자리매김했고 이제 추가 자금 유치보다는 사업 규모와 고객 확장에 치중하고 있다. 10여년 뒤의 목표는 물론 기업공개(IPO)를 통한 증시 상장이다. 중국 경제성장 둔화의 충격파에도 불구하고 중국 창업 시장은 여전히 청년들에게 잠재 성장력이 높은 기회의 공간이다. 특히 2014년부터 리커창 총리가 신성장동력을 위해 ‘대중창업 만중창신(모두가 창업하고 혁신한다)’이라는 신경제 정책을 제시하며 스타트업 시장의 엔진을 본격 가동한 것이 청년들에게는 꿈의 토양이 됐다. 정부의 창업지원 정책에 발맞춰 ‘제2의 마윈’을 꿈꾸는 청년사업가들의 창업 도전기는 지금도 줄을 잇고 있다. 중국 국가공상행정관리총국(SAIC) 발표에 따르면 2016년 중국에서 신규 등록한 기업은 모두 553만개로 하루 1만5,000개의 기업이 만들어진 셈이다. 이 중 신경제 영역으로 분류되는 젊은 창업자들의 스타트업이 3분의1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리 총리는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인터넷 플러스’와 ‘중국제조 2025’로 대표되는 성장동력 확충 계획을 강조하면서 “지난 3년간 중국에서 매일 4,000개의 창업이 이뤄졌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중국의 젊은이들이 창업 시장에 미래를 거는 데는 중국이라는 어마어마한 시장 자체의 위력도 작용했다. 중국에서 성공한 스타트업은 글로벌 시장의 이목을 집중시켜 세계적인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올 1월 기준 전 세계 183개의 유니콘 기업(비상장 시가 1조원 이상 기업) 중 43개는 중국 기업으로 집계됐다. 한국 기업은 3개에 불과하다. 고영화 글로벌혁신센터(KIC) 중국 베이징센터장은 “똑같은 음식물 배달 서비스라 해도 한국 기업의 시가총액이 4,000억원 정도라면 중국 ‘어러마’의 시총은 3조원에 이른다”고 지적했다. 같은 아이디어로 창업을 해도 시장 규모가 큰 중국에서는 기업 가치가 10배 가까이 커질 수 있다는 뜻이다. 중국 스타트업의 평균 창업비용이 미국이나 한국보다 훨씬 낮다는 점도 청년들이 창업에 좀 더 쉽게 다가설 수 있게 만드는 매력적인 요인이다. 중국 칭화대 창업연수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스타트업의 평균 창업비용은 11만3,000위안(1,880만원)으로 18만6,000위안(3,100만원)인 한국의 3분의2 수준에 불과했다. 이는 또 다른 창업 천국인 미국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중관춘에는 이러한 여건에 매료된 한국 청년들의 도전기도 끊이지 않는다. 중국 베이징의 알리바바 건물이 위치한 왕징 인근에 자리한 스마트 스탬프 서비스 회사 원투씨엠(12CM)차이나의 황규중 대표는 “창업을 적극 지원하고 있는 중국에서는 실패한 청년창업자에 대해서도 높이 평가한다”며 “창업의 실패로 더 이상 재기하기 힘든 후유증을 겪는 한국과는 차이가 크다”고 지적했다. 다만 무분별한 투자에 대한 정부의 제동 움직임이 일면서 중국 스타트업 시장에서도 점차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베이징의 리서치 업체 제로2IPO는 최근 보고서에서 “최근 규모가 작은 중국 신생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 시장이 크게 위축된 상황”이라며 “소규모 스타트업은 수익성 우려 탓에 투자자들이 매우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베이징=홍병문특파원 hbm@@sedaily.com -
할게 없어서...음식·숙박 창업 75%가 '어쩌다 사장'
산업 기업 2017.07.10 18:18:54많은 직장인들이 ‘사장님’의 꿈을 품고 산다. 널찍한 개인 사무실에서 직장 상사 눈치도 안 보며 멋지게 일하는 모습을 떠올린다. 그러나 한국 창업기업의 현실은 ‘사장님’이 원해서 되는 목표라기보다는 주변 여건상 어쩔 수 없이 될 수밖에 없는 자리였다. 중소기업청과 창업진흥원이 발간한 ‘2016년 창업기업 실태조사’에는 이런 서글픈 사장님들의 실상이 담겼다. 10일 창업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2008~2014년 창업한 6,020개 기업을 표본으로 한 조사에서 창업 동기를 묻는 말에 ‘창업 외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고 응답한 비율이 68.2%에 달했다. 이 비율은 특히 기술이나 많은 자본이 필요없는 업종에서 더 높았다. 자영업자들이 가장 손쉽게 뛰어드는 숙박 및 음식점업의 경우 4곳 중 3곳(74.9%)은 다른 방법이 없이 사장님이 됐다고 응답했다. 이런 ‘어쩌다 보니 사장’ 비중은 형태별로는 개인사업자(69.1%)가 법인사업자(57.9%)보다 많았고 연령별로는 60대 이상(78.2%), 50대(72.5%) 등 나이가 많을수록 높았다. 사회가 충분한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지 못해 비자발적인 창업이 늘면서 창업 업종은 자영업자들이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분야로 몰렸다. ‘도매 및 소매업’이 27.1%로 가장 많았고 ‘숙박 및 음식점업(25.2%)’이 뒤를 이었다. 제조업은 8.9%, 수리 및 기타 개인서비스업은 7.8%였다. 자영업자들은 창업을 하며 충분한 준비도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국내 창업기업들의 평균 준비 기간은 10.5개월이지만 자영업자들이 많은 ‘숙박 및 음식점업’은 준비기간이 8.2개월로 전체 평균을 크게 밑돌았다. 창업자 중에서 창업 교육을 경험한 경우는 17.6%로 10명 중 8명은 특별한 교육 없이 창업 시장에 진출했다. 창업 교육의 경우 전문 기술 업종은 교육받는 비율이 낮은 반면 ‘숙박 및 음식점업’은 29.6%가 교육을 받아 가장 높았다. 정부나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같은 공공기관, 지방자치단체의 각종 창업 교육이 진행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창업 시까지의 소요자금 규모는 평균 3억319만원으로 조사됐다. 창업 시까지 자금 조달 방법은 자기 자금이 92.0%로 가장 높았고 ‘은행·비은행 대출(31.0%)’ ‘개인 간 차용(20.1%)’ 순이었다. 특히 30대의 창업 소요자금은 2억651만원으로 전체 연령대 가운데 가장 낮았다. 전체 평균보다 1억원이나 적었고 20대(2억8,516만원)보다도 낮았다. 40대 이상보다 경제활동 기간이 짧고 20대의 경우 창업이 주로 기술창업 중심으로 이뤄지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창업기업의 95.1%가 손익분기점을 초과했고 손익분기점을 넘기기까지 평균 8.3개월 정도가 걸렸다. 창업기업 중에는 기발한 사업 아이템과 도전정신을 앞세운 곳도 많지만 최근 경기침체와 양질의 일자리 감소로 어쩔 수 없이 창업하는 비율이 가파르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이들의 생존율을 끌어 올려 국가 경제에 도움을 주는 방향으로 정책을 설계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노민선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청년창업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접목해 모험적이고 혁신적인 사업으로 발전시킬 수 있다”며 “창업 초기 기업과 성실 실패자의 재도전에 대한 지원을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진혁기자 liberal@@sedaily.com -
文대통령 "일자리 특단책 없으면 한세대 청년 잃을것"
정치 정치일반 2017.06.12 18:11:50문재인 대통령이 “현재의 실업대란을 이대로 방치하면 국가재난 수준의 경제위기로 다가올 우려가 있다”며 일자리 추가경정예산안의 국회 통과를 간곡히 요청했다. 문 대통령은 12일 취임 이후 처음으로 가진 국회 시정연설에서 “고용상황이 너무 심각하다. 실업률은 지난 2000년 이후 최고치, 실업자 수는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며 국회의 협조를 구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청년 4명 가운데 1명이 실업자”라며 “특단의 대책이 시급히 마련되지 않으면 한 세대 청년들의 일생을 잃어버리게 된다”고 우려했다. 이어 “상위 10%가 전체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0%에 육박한다”며 “우리의 소득불평등 정도가 미국보다 더 심할지 모른다”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은 이런 문제를 풀 최선의 방법이 “좋은 일자리를 늘리는 것”이라며 추경을 통한 긴급 처방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역대 대통령 중 처음으로 시정연설 도중 각종 자료화면으로 추경의 취지를 보다 쉽게 이해시키려 했다. 국회 본회의장 스크린에 파워포인트(PPT) 슬라이드 형태로 투영된 화면에는 다양한 경제통계 도표와 구직난에 허덕이는 청년들의 사연 등이 시각물 형태로 올라왔다. 정부는 총 11조2,000억원 규모로 편성한 이번 추경안으로 경찰 등 국민안전·민생 분야 공무원 1만2,000명을 충원하고 보육교사 등 사회서비스 분야 일자리 2만4,000개를 늘리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또 노인들을 위한 공공일자리를 3만개 늘리고 수당도 27만원 올리겠다고 약속했다. 한편 문 대통령은 이날 시정연설 후 정세균 국회의장실에서 여야 대표들과 만나 차를 마시며 국정운영 협조를 당부했다. /민병권기자 newsroom@@sedaily.com -
서울공화국에...지방 청년위한 정책은 없다
사회 사회일반 2017.06.09 17:15:24전라북도가 고향인 이세형(가명)씨는 ‘인(IN) 서울’을 시도했다 귀향한 지방 출신 청년이다. 그는 서울 소재 대학 졸업 이후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다가 2년 만에 포기했다. 뒤늦게 구직활동을 시작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몇 번의 인턴생활 끝에 한 방송국 프리랜서 작가로 일하게 됐지만 최저임금과 4대보험조차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는 열악한 조건에 심신이 망가졌다. 이씨는 고민 끝에 서울생활을 접고 귀향했다. 이씨는 “따뜻한 고향에 돌아왔지만 가장 먼저 들었던 생각은 편안함이 아닌 열패감이었다”며 “나의 20대는 그저 ‘서울에서 괜찮은 일자리 하나 얻기 위한 투쟁의 시간에 불과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자조했다. 각종 정책과 인프라 쏠림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는 ‘서울 공화국’에 지방 청년을 위한 정책은 없다. 양질의 일자리, 더 나은 삶을 위해 고향을 떠나 서울로 향하지만 이씨처럼 되레 팍팍한 서울살이에서 비롯된 경제적 부담을 견디지 못하고 귀향하는 이들도 늘고 있다. 지난해 대구광역시가 지역 청년 900명과 지역 출신 서울 거주 청년 100명 등 총 1,000명을 대상으로 벌인 청년 실태조사에 따르면 서울로 온 청년의 89%는 직업· 일자리를 이유로 서울로 이주했다. 서울로 떠나는 시기 역시 절반 이상이 취업(71%) 때 이뤄졌다. 그러나 이렇게 고향을 떠난 이들의 절반 이상은 ‘서울 생활을 접고 귀향하겠다’는 뜻을 품고 있었다. 서울 생활의 경제적 부담(86.7%)이 가장 큰 이유였다. 고향으로 돌아와도 이들 4명 중 1명은 여전히 무직이나 취업준비생 신분에 머물렀다. 고향으로 돌아왔지만 지역 여건에 맞는 맞춤 일자리 역시 부재하다는 말이다. 사회의 지속가능 성장을 담보하기 위한 여러 열쇳말 중 하나로 지역 격차 해소 또는 지방분권 등의 단어가 속속 등장하는 만큼 앞으로의 청년 관련 제도와 정책 역시 지역과 청년의 현실에 보다 더 주목한 종합적 고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9일 서울시청 본관 다목적홀에서는 부산청년정책네트워크·전주청년들 등 지역 청년들이 참석한 가운데 청년정책 토론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오윤덕 전주청년들 연구팀장은 “앞으로의 정부는 반드시 지역과 청년의 문제를 보다 종합적으로 입체적인 차원에서 고민해야 한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지역 청년의 다양한 현실과 요구에 대한 깊이 있는 조사연구가 진행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협업으로 지방과 서울 간 격차가 없는 진짜 청년 정책이 나와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김요한 대구시 청년정책과장은 “재정 문제 등 청년 문제는 지역의 힘만으로 풀기에 부족한 부분이 있다”며 “가령 중앙정부에서 국비로 청년구직촉진수당을 전액 부담하면 지자체는 다른 청년 지원에 지방비를 투자할 여력이 생기는 만큼 재정 안배 문제도 고민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민정기자 jeong@@sedaily.com -
일 해본적 없는 청년백수 크게 늘었다
사회 사회일반 2017.05.06 09:43:05극심한 취업난에 일자리 경험이 없는 20대와 30대 실업자 수가 최대치를 기록했다. 신규 채용 규모가 갈수록 줄어드는 상황에서 기업들은 즉시 전력에 투입할 수 있는 경력직을 선호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6일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분기(1∼3월) 20∼39세 취업 무경험 실업자는 9만5,000여명이었다. 1999년 통계 작성을 시작한 이래 최대치다. 1분기 취업 경험이 없는 전체 실업자 수는 11만5,000명으로 10명 중 8명은 20∼30대였다. 20∼30대 취업 무경험 실업자는 대학교 졸업 시즌인 2월에 연중 최고치까지 치솟는다. 하지만 문제는 1분기 취업 무경험 실업자 수가 매년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20∼30대 취업 무경험 실업자 수는 2013년 1분기만 해도 4만6,000명이었지만 2014년 6만1,000명, 2015년 7만2,000명, 2016년 9만4,000명으로 상승해 올해에는 4년 만에 5만명 가까이 늘었다. 1998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금융위기 때에도 올해처럼 많지 않았다. 올해 1분기 20∼30대 실업자 65만3,000명 중 취업 경험이 없는 사람의 비중은 14.5%였다. 이는 최근 취업하지 못한 청년들이 누적되는 상황에서 경력직을 선호하는 기업들이 늘면서 취업 문은 오히려 더욱 좁아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구조적 수급 불균형 문제가 이어지면서 취업 현역이 재수 및 삼수생과 경쟁하는 악순환이 벌어지고 있다”며 “기업도 대학을 갓 졸업한 구직자보다는 바로 써먹을 수 있는 인력을 선호해 이런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교환기자 change@@sedaily.com -
1년 동안 임대료 안받는 ‘전통시장 청년몰’ 생긴다
산업 기업 2017.04.28 11:00:50정부가 청년 상인의 창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점포 임대료 부담을 상당 부분 완화시킨 청년몰을 만들기로 했다. 정부는 28일 최상목 기획재정부 1차관 주재로 물가관계차관회의 겸 범정부 비상경제 테스크포스(TF) 회의를 열고 전통시장·청년상인 육성사업 개선방안 등을 논의했다. 최근 서울 통인시장에서 시작해 큰 성공을 거둔 감자튀김집 ‘열정감자’, 청년들의 활발한 참여로 전통시장 살리기의 모범 사례가 된 광주 ‘1913 송정역 시장’ 등 청년 상인의 전통 시장 진출이 늘고 있다. 하지만 쉽게 창업했다가 쉽게 폐업하는 사례도 많이 나오고 있어 좀 더 정교한 창업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정부는 청년 상인의 창업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지원 방식을 대폭 개선하기로 했다. 우선 정부와 건물주가 공동으로 전통 시장 내 20여개 점포가 모인 청년몰을 조성하고 여기에 입점하는 청년 상인의 임대료 부담을 낮춰주는 ‘성과공유형 청년몰’을 추진하기로 했다. 정부가 청년몰로 지정된 점포들의 시설·인테리어를 개선해주는 대신 건물주로 하여금 입점 청년상인에게 1년 동안은 임대료를 받지 않거나 낮게 받도록 하는 방식이다. 이후 매출이 본격적으로 나오면 매출과 연동해 임대료를 낼 수 있게 한다. 청년 상인들이 창업 초기 높은 임대료 때문에 폐업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고려한 정책이다 . 중소기업청은 올해 성과공유형 청년몰을 1~2곳 열 계획이다. 기존에 운영하고 있는 청년상인 창업 지원사업도 개선한다. 지금까지 사업에 참여하는 청년 상인은 원하는 시장을 고를 수 없고 비어있는 점포에 들어가야 했지만 앞으로는 시장·점포 선택권을 보장해주기로 했다. 성공한 선배 청년상인의 멘토링, 사업 전략 교육 등 창업 전 컨설팅도 강화한다. 이날 회의에선 계란 수급 동향·건설 경기 동향 점검도 이뤄졌다. 정부는 “계란 가격이 조류 독감(AI)에 따른 생산 기반 위축 등으로 약한 상승세에 있다”며 “태국, 호주 등으로부터 신선란 수입을 늘리고 AI 발생 농장의 조속한 사육 재개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건설 경기 관련해선 투자·수주가 호조세이지만 장기적으로 주택 인허가 감소 등으로 경기가 둔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이에 따라 건설산업, 인프라 경쟁력 진단 등을 통해 건설 경기 둔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고위급 수주외교, 정택 컨설팅 등을 통해 해외 건설 진출 지원을 강화하기로 했다. /세종=서민준기자 morandol@@sedaily.com -
노인 일자리는 느는데 얼어버린 ‘청년 고용’
사회 사회일반 2017.04.28 08:55:54청년 고용률은 줄어든 반면 노인 고용률은 지속적인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얼어버린 경기와 실업 탓에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헬조선’, ‘청년실신(청년실업자+신용불량자)이라는 암울한 세태를 반영한 신조어가 생겨났다. 대선후보들도 청년 고용률 제고 대책을 앞다퉈 내놓고 있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청년고용할당제의 3년 한시적 도입을,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는 청년 일자리 뉴딜 정책을,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약속했다. 대선 후보들의 이런 공약 경쟁은 청년 취업난이 심각한 사회문제라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다. 청년층과 달리 노인 고용률은 지속적인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노인 일자리는 지방자치단체들이 앞다퉈 벌이는 공공근로 확대에 힘입어 증가하는 추세다. 노인 인구가 가파르게 증가하는 것을 고려하면 노인 고용 확대는 얼어붙은 청년 고용 시장과 사뭇 대조적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전국 평균 고용률은 지난 1분기 기준 59.4%이다. 10년 전인 2007년 같은 분기 58.6%에 비해 0.8% 포인트 증가했다. 이 수치대로라면 취업자가 다소 증가한 것이지만, 20∼29세 청년 고용률은 눈에 띄게 감소했다. 2007년 1분기 청년 고용률은 59.9%였으나 올해 1분기에는 56.9%로 3% 포인트 하락했다. 반면 60세 이상 노인 고용률은 10년 새 상승세를 유지했다. 2007년 1분기 34.7%에서 올해 1분기 36.4%로 1.7% 포인트 상승했다. 노인 고용률 증가는 각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벌이는 노인 일자리 창출 사업 덕분이다. 공동 작업장 근무나 스쿨존 교통 지원, 일선 학교 급식 지원 등에 참여하는 노인이 점차 늘고 있다. 노인 일자리 창출을 위한 지자체 관련 예산도 매년 증가한다. 충북도의 경우 2015년 327억원, 2016년 349억원, 올해 382억원으로 늘었다. 반면 청년 일자리 지원 사업은 제자리를 맴돌고 있다. 미취업자를 대상으로 한 기업 탐방 프로그램이나 구인·구직 만남 행사, 중소기업 신입 사원의 이직을 막기 위한 연수 등 간접 지원에 그칠 뿐 노인 일자리처럼 직접적인 고용에는 나서지 못하고 있다. 일부 지자체가 청년들을 선발, 행정기관 정보화 업무, 도로·환경 정비, 문화유적지 정화, 불법 광고물 정비, 건축물 현황 조사 등을 맡기고 있지만 대부분 한시적이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청년 일자리 창출은 기업의 몫이어서 정부와 지자체 역할에는 한계가 있다”며 “경기가 활성화돼 일자리가 늘어나기를 기대하는 것 외에는 뾰족한 대책이 없다”고 털어놨다. /성윤지 인턴기자 yoonjis@@sedaily.com -
바늘구멍 같은 공시에 죽음으로 내몰리는 청년들
사회 사회일반 2017.04.27 08:47:28공무원 시험에 낙방한 공시생들이 잇따라 극단적인 선택을 하면서 세간의 안타까움을 샀다. 지난 24일 오후 5시께 청주시 흥덕구 경부고속도로 하행선 옥산휴게소 화장실에서 A(25)씨가 목을 맨 것을 그의 어머니가 발견했다. 서울에서 3년째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던 A씨는 이날 어머니 승용차를 타고 고향인 경북 구미로 가던 중이었다. A씨의 어머니는 “공무원 시험을 준비해온 아들이 힘들어하는 것 같아 집으로 데려가 쉬게 하려고 함께 내려가던 중 휴게소에 들렀는데 화장실에 가더니 한참이 지나도 나오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A씨는 지난달 18일 치러진 2017년도 제1차 경찰 공무원(순경) 채용 필기시험에서 떨어진 뒤 낙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공무원 필기시험의 합격자 발표가 있었던 지난달 23일 서울 마포구 공원에서는 B(32)씨가 나무에 목을 맨 것을 산책 중이던 시민이 발견했다. 함께 발견된 B씨의 가방에서는 경찰 공무원 시험 문제집과 유서가 적힌 수첩이 있었다. 유서에는 “부모님께 죄송하다. 더는 살아갈 힘이 없다. 계속된 실패로 절망을 느낀다” 등의 내용이 적혔다. 지난 3월 20일에는 전북 전주의 한 고시원에서 공시생 C(30)씨가 목을 매 숨져 있는 것을 고시원 관리인이 발견했다. C씨의 휴대전화에는 발송되지 않은 “엄마 미안해”라는 문자메시지가 남겨져 있었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던 C씨는 이 고시원에서 1∼2년 동안 수험생활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C씨가 수험생활이 길어져 심리적 압박을 느낀 것으로 추정한다”고 밝혔다. 지난 8일 치러진 올해 국가공무원 9급 공채 시험에 17만 2,000여 명이 응시,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35대 1의 높은 경쟁률 속에 공무원 되는 응시생은 4,910명에 불과하다. 응시생의 2.8%만이 합격의 영광을 안는 셈이다. 97%의 공시생은 기약 없이 내년 시험을 기다려야 한다. 시험에 낙방한 공시생들은 심한 스트레스와 정신적 압박에 시달린다. 노량진 고시촌에서 비좁은 공간에서 수년째 공무원 준비를 하는 취업준비생은 매년 증가하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청년층 공시생은 25만 7,000명에 달한다. 전문가들은 가족과 친구들에게 자신의 상태를 적극적으로 알려서 관심과 배려를 받을 수 있도록 자신을 보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홍창형 중앙자살예방센터장은 “오랜 수험 생활로 스트레스를 받거나 우울증에 빠질 수 있다”면서 “증세가 심할 때는 정신건강의학과 병·의원을 찾아 도움을 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스스로 자신과 가족의 정신건강을 지키는 노력도 필요하지만, 개인의 문제로 접근하기보다 사회적 문제로 인식하고 ‘내몰리는 자살’을 막으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성윤지인턴기자 yoonji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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