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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청년을 말한다]"실패도 자산...또다른 도전 연결시켜라"
산업 기업 2017.08.28 15:56:32젊은 나이에 이미 실패를 수차례 경험하고 성공을 맛본 청년 선배들은 실패를 두려워하기보다는 성공을 위한 필수 코스로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실패 없이 성공도 없다’는 점을 꼭 상기하라고 조언했다. 국내 유일의 자영업자 전문 P2P 금융 플랫폼인 ‘펀다’를 창업한 박성준 대표는 최근 스타트업 업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인물이다. ‘창업 삼수생’이기도 한 박 대표는 서울대 전자공학과 박사 과정을 밟던 지난 2003년 게임 소프트웨어 개발 회사를 처음 창업했지만 실패했다. 2011년 시작한 두 번째 창업 도전도 성공하지 못했다. 박 대표는 “실패의 과정에서 배운 것들을 철저히 반성하는 과정에서 오히려 새로운 도전에 대한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두 번의 실패가 지금의 그를 만든 셈이다. 똑같이 경험한 실패를 어떻게 또 다른 도전과 성공으로 연결 짓느냐에 성공이냐 실패의 반복이냐가 판가름난다. 스마트TV·모바일 애플리케이션 개발 스타트업인 핸드스튜디오의 공동 창업자 김동훈 대표는 “사업도 인생과 마찬가지다. 좋고 나쁠 때가 필연적으로 오간다”면서 “미래는 어차피 예상 불가하기 때문에 결과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현재 할 수 있는 최선의 것을 하는 게 중요하다”고 청년들에게 충고했다. CB인사이트가 꼽은 세계 100대 인공지능(AI) 기업에 이름을 올린 AI 헬스케어 스타트업 루닛의 백승욱 대표는 실패를 이길 수 있는 원동력은 사명감이라고 말했다. 백 대표는 “‘창업을 통해 몇 년 안에 얼마를 벌어서 부자가 돼야지’ 하는 식의 막연한 기대는 자제해야 한다”면서 “‘이거 아니면 다른 일은 못한다’는 수준의 사명감이 있어야 실패도 딛고 일어설 수 있다”고 조언했다. 전문가들은 주변에 주어진 환경 역시 자신의 인생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방향으로 십분 활용하라고 조언한다. 특히 지금과 같이 산업을 둘러싼 환경이 급변하는 상황에서는 더욱더 적극적으로 세상에 뛰어들어 기회를 찾을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신광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오늘날 젊은 세대는 멘토링 등을 통해 이전 세대와는 달리 다양한 직무에 대한 상당히 구체적 내용과 전망까지 포괄적으로 접하고 있다”면서 “앞으로는 멘토링을 통해 정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청년과 그렇지 않은 청년 간의 정보 격차가 더 커질 것”이라고 충고했다. 사내 벤처인 ‘에스엔유프리전시’를 창업해 매출 1,000억원(2013년 기준) 규모의 글로벌 강소 기업으로 키워낸 박희재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교수(청년희망재단 이사장)는 “엘리트가 도전하는 사회를 만들어야 그 사회에 희망이 있다”면서 “청년들이 원대한 희망과 포부를 안고 열정을 가지면서 큰일을 해야 나라에 미래가 있다”고 역설했다. 박 이사장은 “청년들이 뛰어놀 수 있는 공간을 우리나라에만 국한해서는 안 된다”면서 “글로벌 세계로 뛰어 나가 세계의 젊은이들과 경쟁하는 것을 늘 생각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또 “많은 것이 불확실한 미래지만 목표를 세우고 진정성과 열심을 가져달라”면서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걸 두려워하지 말고 최선과 열정으로 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재영·김우보 기자 jyhan@@sedaily.com -
결혼 앞둔 청춘 "10여개 주거지원? 혜택 볼 정책은…"
사회 사회일반 2017.08.13 18:15:08청년들이 아우성이다. 정부는 무수히 많은 청년지원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정작 청년들은 막상 필요한 것을 찾기 힘들다고 호소한다. 서울에 사는 김지민(30·가명)씨는 “결혼을 앞두고 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와 서울시 정책을 꼼꼼히 살펴봤지만 정작 내가 혜택을 볼 수 있는 정책은 찾을 수 없었다”고 전했다. 현재 청년주거지원제도로 중앙정부는 행복주택·사회주택·전세임대·디딤돌대출·버팀목대출·월세대출 등을, 서울시는 희망하우징· 리모델링형사회주택·한지붕세대공감 등을 각각 시행하고 있다. 사업 이름만으로는 어떤 제도인지 구분하기도 어렵다. 정책이 있다손 치더라도 활용하기가 쉽지 않다는 불만도 제기된다. 경기도의 한 중소기업에서 일하고 있는 강경호(25·가명)씨는 “청년내일채움공제를 활용하면 2년간 1,600만원의 목돈 마련을 지원해준다고 해서 어떻게 신청하면 되는지 알아봤다”며 “하지만 기관에서 돌아온 답변은 우리 회사는 제도에 참여하고 있지 않아 신청 자체가 안 된다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청년내일채움공제 참여기업은 7월 말 현재 1만971곳이다. 우리나라 전체 중소기업이 350만곳에 이른다는 점을 감안하면 참여기업이 턱없이 적은 셈이다. 역대 정부의 청년정책은 숫자만 많을 뿐 엇비슷한 형태로 유행을 타고 있다. 한 부처에서 시행하면 다른 곳에서는 비슷한 정책을 내놓는 식이다. 각개전투를 하다 보니 시너지는 나지 않고 정책망 사이에 뻥 뚫린 틈새로 수많은 사각지대가 존재한다. 관련 예산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지만 청년 삶의 질은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다. 청년실업률은 사상 최대치로 치솟았고 주거 빈민으로 전락하는 청년은 급증하는 추세다. 전국 지방자치단체들이 긴급 지원책을 모색해야 할 만큼 청년 부채도 심각한 사회문제로 부각하고 있다. 중구난방식 청년지원 정책이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13일 정부에 따르면 청년 일자리 예산은 본예산 기준으로 올해 2조5,934억원에 이른다. 지난 2015년 1조7,549억원에서 2016년 2조1,113억원 등으로 가파르게 늘고 있다. 정부 추가경정예산과 각 지자체가 매칭 형태로 투입하는 예산까지 합치면 총 규모는 이보다 훨씬 크다는 게 정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정부는 이 예산으로 2017년 기준 모두 60개 청년 일자리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고용노동부 18개, 문화체육관광부 11개 등이다. 그나마 청년 일자리 사업 수와 예산은 집계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다. 주거와 금융 등을 포함한 전체 청년 정책은 그 수가 얼마나 되는지, 얼마 만큼의 예산을 쓰고 있는지 파악조차 안 되는 실정이다. 대부분 지자체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각종 사업을 앞다퉈 벌이며 청년에 대한 지원을 늘리고 있지만 체계적인 관리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각 기관의 백화점식 나열로 청년 정책이 이처럼 양적으로 팽창했음에도 불구하고 성적표는 초라하기 그지없다. 청년실업률은 4월 11.2%를 기록하며 통계 기준을 변경한 1999년 이후 최대치를 나타냈다. 5월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0.4%포인트 떨어진 9.3%로 집계됐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특히 이달 취업준비생 등 사실상 실업자까지 포함한 청년 체감실업률은 무려 22.9%에 이른다. 지난해 통계개발원이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주거빈곤 가구에서 가구주 연령이 35세 미만인 청년 가구가 차지하는 비중은 29%로 노인가구(20%)와 13~20세 미만 아동이 있는 아동가구(14.8%)보다 컸다. 주거빈곤 가구는 최저주거기준 미달 가구, 지하·옥탑거주 가구, 주택 이외 거처 거주 가구, 소득 대비 주거비 비율(RIR)이 30%를 초과하는 가구 등이다. 청년 부채도 수직 상승하고 있다. 30대 이하 소득 대비 가계대출비율(LTI)은 2014년 136.0%에서 올해 185.2%로 3년 새 무려 49.2%포인트 뛰어올랐다. 정책에 따라 달리 적용하고 있는 ‘청년’의 나이도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 예를 들어 청년 실업률을 산출할 때는 15~29세, 지방공기업이 고용에 나설 때는 15~34세, 창업지원을 할 때는 20~39세를 청년으로 본다. 정부 관계자는 “청년의 나이가 들쭉날쭉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사업별로 가장 적합한 수혜 대상자 나이를 특정하다 보니 나타난 결과”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청년기본법’ 제정과 청년정책의 통합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박철우 한국산업기술대 교수는 “지금은 여러 부처가 따로따로 운영하다 보니 시너지도 안 나고 투자하는 만큼의 효과도 없다”며 “청와대나 국무총리실 산하에 청년 정책을 총괄할 수 있는 거버넌스를 확립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청년 정책의 초점은 삶의 질 전체를 높이고 소득격차 문제를 해결하는 데 맞춰야 한다”고 덧붙였다. 다행히 최근 일부 지자체에서 변화의 움직임이 감지된다. 대구시는 부서별로 분산돼 있는 약 59개의 청년 정책 사업의 시너지 효과를 높이기 위해 지난해부터 행정부시장을 단장으로 하는 ‘청년정책태스크포스(TF)’를 운영하고 있다. 여기에는 청년 일자리·주거·복지·문화 등의 정책을 맡고 있는 총 18개 과가 속해 있다. 올 초에는 TF 운영 총괄과로 청년정책과를 신설하기도 했다. 김요한 대구시 청년정책과장은 “청년정책과는 각 부서 간 협업을 촉진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며 “중앙정부에도 일원화된 전담조직이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세종=임지훈기자 jhlim@@sedaily.com -
[2017 청년을 말한다] "청년 대변한다지만 직접참여 부족"...'구색 맞추기' 그친 지자체 청년委
사회 사회일반 2017.08.13 18:14:31“지역 청년의 목소리를 대변한다는 취지에서 지방자치단체가 ‘청년위원회’를 운영하고 있지만 온전한 자립성과 다양성을 담을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A광역시에 소재한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각 지자체의 청년지원 움직임이 수평적 협력 방식이 아닌 관 주도 방식의 수직적 관계에 여전히 머물러 있다는 한계를 이같이 지적했다. 특히 청년위원 선출 경로가 지원자 서류 제출 후 관련 공무원에 의한 1차 검토, 면접에 의한 선발 방식이라는 점을 꼬집었다. 지난 2015년 1월 서울시에서 처음으로 청년기본조례가 제정된 후 지자체들이 앞다퉈 청년 관련 조례 제정과 청년정책을 늘렸다. 올해 1월 기준으로 서울시·광주시·대구시·대전시·경상남도 등 11개 시도와 26개 시군구에서 청년기본조례를 제정했다. 10여년 전만 해도 아예 없거나 5개 안팎에 그쳤던 지방정부 청년 관련 조례도 지난해 61건이 만들어졌다. 이 과정에서 청년위원회 등 각 지자체에 청년 정책을 제안하는 민관 협의체도 잇따르고 있다. 겉으로는 지자체의 청년정책에 청년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통로가 형성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청년 단체 관계자들은 이들이 여전히 형식적이고 결국은 지자체의 청년정책 알리기를 위한 홍보수단이자 들러리로 전락할 위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병철 청년유니온 노동상담팀장은 “청년 목소리를 담겠다는 자문협의체가 각 지자체에 있지만 구색 맞추기에 그치는 경우도 상당수”라고 꼬집었다. 김희성 서울시 청년정책네트워크 공동운영위원장은 “(지자체의 청년조직이) 단순히 청년 의견 수렴 또는 아이디어 청취 정도로 머무는 수준이 아닌 실질적인 정책 변화로 이어져야 한다”며 “의회 등과의 협력을 보다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청년들과의 형식적 소통은 해프닝을 낳기도 했다. 대전시는 최근 구직활동비를 지원하겠다며 ‘대전시 청년취업 희망카드’ 사업을 시작했다. 대전에 살면서 취업에 나선 청년에게 교육비 등 구직활동비로 월 30만원씩 6개월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시는 당초 모집인원을 6,000명으로 정했지만 1차 신청자는 1,744명에 그쳤다. 예상과 다른 반응에 대전시는 부랴부랴 오는 16일부터 이뤄지는 2차 추가 모집에 앞서 졸업예정자를 포함하는 등 대상을 확대하고 모집기간도 연중 상시모집으로 변경했다. 전문가들이 강조하는 이상적 정책 제안 방법은 ‘당사자주의’다. 법률 용어인 당사자주의는 사실과 증거 제출을 당사자에게 맡기고 재판부는 제3자 입장에서 관여하지 않고 당사자의 주장과 입증만 판단하는 것을 말한다. 이 같은 방식을 적용해 각 지자체가 청년이 직접 정책에 참여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고 적정 수준의 예산 등을 지원하면 이에 따른 운영은 자발적으로 참여한 청년들이 주체적으로 끌고 나가도록 해야 한다는 말이다. 김 위원장은 “다른 지자체가 성공했다고 그 정책을 그대로 차용·모방해 청년정책이라 내세우기보다 그 지역 청년이 겪고 있는 진짜 문제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민정기자 jeong@@sedaily.com -
[2017 청년을 말한다] 제2 우버 독려하지만...멘토링 넘어 현장 전문가 실전교육 시급
경제 · 금융 정책 2017.08.13 18:07:59천재적인 창업가이자 영화 ‘아이언맨’의 실제 모델로도 유명한 일론 머스크 테슬라모터스 최고경영자(CEO). 그는 불과 24세의 나이에 집투(ZIP2)라는 인터넷 회사를 만들었다. 회사는 4년 만에 3억7,000만달러에 팔려 머스크는 20대에 이미 백만장자의 반열에 올랐다. 그는 여기서 만족하지 않고 30대 중반까지 3개의 회사를 추가로 창업해 모두 성공시켰다. 미국에서 머스크와 같은 청년 창업 성공 스토리는 특별한 것이 아니다.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는 20세의 나이에 창업했고 우버의 트래비스 캘러닉은 33세 때 설립한 우버로 히트를 쳤다. 중국 역시 중국판 우버 ‘디디추싱’의 청웨이(29세 창업), 중국 2위 온라인쇼핑몰 ‘징동’의 류창둥(24세 창업) 등 잇따라 스타 창업자를 배출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세계적인 스타 창업자라 할 만한 사람이 마땅치 않다. 1990년대 말 네이버의 이해진 창업자, 카카오톡의 김범수 의장 등이 나왔지만 그마저도 이후에는 명맥이 끊겼다. 성공 사례를 따지기 이전에 한국에서는 외국처럼 20대 청년이 창업을 시도하는 것 자체가 희귀한 일이다. 중소기업벤처부에 따르면 신생 창업기업 중 29세 이하가 대표인 경우는 2015년 0.9%, 지난해 3.5%에 그쳤다. 요즘처럼 취업이 힘든 시대에 창업 활성화는 훌륭한 일자리 대책이지만 창업을 둘러싼 환경이 좋지 않다 보니 청년들의 고통만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창업이 어려운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이구동성으로 청년에 대한 지원 자체가 부족한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한다. 한국은 김대중 정부 때부터 청년 창업에 대한 지원을 늘려 창업 교육부터 창업자 컨설팅, 지원 인프라, 정책 자금까지 각 단계별로 제도를 나름 잘 갖추고 있다. 문제는 지원의 ‘양’이 아닌 ‘질’이다. 지원책이 현장과 동떨어진 부분이 많아 주먹구구식 지원에 그친다. 이 때문에 인공지능 등 기술이 첨단화하는 시대에 맞게 정부 지원 시스템도 현장형·실전형으로 업그레이드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가장 개선이 시급한 것 중 하나가 창업 컨설팅이다. 20~30대 청년은 경험이 부족해 선배 창업자들의 멘토링이 절실하다. 청년이 도전하려는 분야의 트렌드에 대한 정보 제공부터 창업자의 사업 아이템이 현실성 있는지 검증해주고 사업 과정에서 필요한 다른 전문가를 연결시켜주는 일까지 온갖 도움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청, 중소기업진흥공단, 신용보증기금, 지역 창조경제혁신센터 등 각종 기관들이 창업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하고는 있다. 하지만 정부가 지원하는 전문가 풀은 현장에서 떠난 퇴직자들이 대부분이다. 청년 창업자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성공한 현직 기업가들은 멘토링에 나서지 않는다. 현업을 희생하면서까지 멘토링을 할 만한 유인이 적기 때문이다. 로봇 모듈 플랫폼 기업 ‘럭스로보’의 창업자 오상훈 대표는 “창업 과정에서 필요한 멘토를 구하기 힘들어서 일일이 선배 창업자들을 찾아가 애원하다시피 해서 도움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멘토들의 도움이 없었으면 지금 자리까지 못 왔을 것”이라면서 “정부가 창업을 활성화하고 싶으면 최근에 성공한 창업자들에게 적절한 보상을 제공해 현장 전문가 풀을 충분히 갖추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한국은 창업에 실패하면 재기할 수 있는 기반이 부족한 점이 창업을 가로막는 문제 중 하나로 거론된다. 이 재기 기반 역시 현장 전문가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 오 대표는 “실패한 기업가에겐 정부 지원을 계속 받을 수 있는 기회가 필요한데 정부로서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를 우려해 지원을 꺼리는 경향이 있다”며 “이때 경험이 풍부한 현장 전문가로 하여금 ‘싹수’가 보이는 창업자를 선별하도록 하고 해당 기업 육성에 책임을 부여하면 재기 확률이 높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창업 교육에 있어서도 현장성이 절실하다. 양현봉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대학에서 창업 교육을 하는 강좌 수는 엄청 늘었는데 이론적이고 형식적인 내용이 대부분”이라며 “이런 교육으로는 창업가를 제대로 기를 수 없다”고 꼬집었다. 이어 “백 번 듣는 것보다 한 번 해보는 게 낫다고 실제 창업을 해 보면서 배우는 실전 교육이 확산돼야 한다”며 “선진국은 이런 ‘러닝 바이 메이킹(Learning by making)’ 교육이 대세”라고 지적했다. 원성권 가톨릭관동대 교수는 “창업 교육을 하는 교수들부터 직접 창업을 하는 등 ‘실전형’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스탠포드 대학도 교수진의 역량을 개발하는 것이 창업 교육 강화의 핵심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창업 정책자금 지원도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청년전용창업자금만 지원액이 1,400억원에 이르는 등 규모는 적지 않지만 주로 기술기반형 창업에 지원하고 지원 용도도 제품 생산, 사무 공간 지원 등 범위가 좁은 편이어서 정말 필요로 하는 기업과 용도에 지원이 가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창업지원 제도는 많지만 홍보 부족으로 적절한 혜택을 주지 못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중소벤처기업부 조사에 따르면 7년 미만 중소기업의 86.2%는 창업지원 사업에 신청한 경험이 없다고 대답했다. 그 가장 큰 이유는 ‘지원책을 알지 못해서(46.5%)’였다. /서민준기자 morandol@@sedaily.com -
[2017 청년을 말한다] "창업 아이디어가 있으면 뭐하나요"...규제에 발목
경제 · 금융 정책 2017.08.13 18:07:16창업을 준비하는 청년들은 실패에 대한 두려움, 창업 아이템 부족, 자금 조달 어려움 등을 애로점으로 꼽는다. 만약 어떤 청년이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갖고 실패의 두려움을 떨쳐낸 뒤 창업 자금 조달까지 성공했는데 규제 때문에 시장 진입조차 하지 못한다면 이보다 억울한 일이 있을까. 한국에서는 이 같은 일이 일반화될 가능성이 높다. 자율차 등 무인이동체, 핀테크, 온오프라인 연계 서비스(O2O), 바이오헬스 등 유망 신산업에 대한 규제장벽이 세계 어느 나라보다 높은 편이기 때문이다. 정보통신기술(ICT) 분야 전문 로펌인 테크앤로는 세계 상위 100대 스타트업이 한국에서 사업을 한다면 규제장벽을 경험할 기업이 얼마나 될지 조사했다. 조사 결과 100개 가운데 57곳은 규제로 사업에 차질을 빚을 것으로 분석됐다. 우버·에어비앤비 등 13곳은 한국에서는 아예 금지된 사업이며 44곳은 조건부로만 가능했다. 사업 유형별로 사업 차질을 빚는 분야는 핀테크 등이 포함된 금융이 17%, O2O 서비스 17%, 바이오헬스 9%였다. 모두 4차 산업혁명 시대 핵심 산업으로 꼽히는 것들이다. 규제로 인한 신사업 진출 차질은 이미 어느 정도 현실로 벌어지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국내 700여 기업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47.5%가 ‘지난 1년 사이에 규제 때문에 사업 추진에 차질을 빚은 적이 있다’고 답했다. 핀테크 기업의 사업 차질 경험률이 70.5%로 가장 높았고 신재생에너지(64.7%), 무인이동체(50.0%), 바이오헬스(43.8%), 정보통신융합(33.6%) 등 분야도 적지 않았다. 서울대 재학생들이 2015년 창업한 모바일 중고차 거래중개업체 ‘헤이딜러’가 규제 탓에 폐업을 겪은 사례도 있다. 정부가 창업 활성화를 외치기 전에 창업 활성화가 절실한 신산업에 대한 규제부터 정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물론 문재인 정부는 “신산업에 네거티브 규제를 적극 도입하겠다”고 선언하기는 했다. 네거티브 규제는 꼭 필요한 금지사항을 제외한 나머지는 전부 허용하는 방식의 규제다. 하지만 지금까지 행보는 말뿐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새 정부의 인수위원회였던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 참여했던 한 민간 전문가는 “국정위 회의 때 네거티브 규제 도입이 중요하다는 얘기는 자주 했는데 이를 실천할 구체적인 액션플랜에 대해서는 아무도 얘기하지 않더라”고 전했다. 지난 6월 말에야 범부처 네거티브 규제개선 태스크포스(TF)를 꾸렸지만 아직까지 뚜렷한 활동이 보이지 않는다. 같은 맥락에서 신산업과 창업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는 ‘규제프리존 특별법’ 역시 추진이 지지부진하다. 규제프리존은 지방의 특정 구역을 규제 청정지역으로 지정해 신산업 관련 각종 시도와 실험을 마음껏 할 수 있게 하는 제도다. 신산업 활성화에 지역균형발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는 방안이지만 19대·20대 국회에 걸쳐 계류 상태에 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국회에서 양극화 해소, 민생 지원 등을 우선 추진하고 있어 아직 규제프리존법 추진에 대한 구체적인 움직임은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세종=서민준기자 morandol@@sedaily.com -
[2017 청년을 말한다] 한국 청년 창업활동 62위 '세계 꼴찌'
경제 · 금융 정책 2017.08.13 18:05:11한국 청년들의 창업 회피 성향은 세계적으로도 최고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창업을 해도 도소매업·숙박음식점 등 생계형에 몰렸고 대부분 5년을 못 버티고 사업을 포기하고 있었다. 13일 국제연구기관 ‘글로벌 기업가정신 모니터(GEM·Global Entrepreneurship Monitor)’의 2016·2017 보고서를 보면 한국의 초기창업활동 비율은 6.7%로 조사 대상국 64개 중 52위에 그쳤다. 초기창업활동 비율은 창업한 지 3년 6개월이 안 된 기업의 비율을 뜻한다. 청년의 창업활동은 더 저조했다. 우리나라 15~24세 초기창업활동 비율은 1.8%로 62위였다. 세계 꼴찌 수준이다. 25~34세는 이 비율이 4.7%였지만 순위는 62위로 같았다. 캐나다(15위·13위)나 미국(25위·25위)은 물론 이웃 나라 중국(35위·26위)과 비교해도 초라하다. 창업 업종도 도소매업 등 진입이 비교적 쉬운 생계형 서비스업에 치중하는 경향이 강했다. GEM 조사에 따르면 전체 창업에서 절반에 가까운 46.4%가 도소매업에 몰렸다. 미국(22.1%), 독일(20.4%) 등 주요국의 두 배 이상이다. 혁신적인 기술력이나 아이디어를 갖고 창업에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취업이 어려우니 창업이라도 해보자’는 의도로 사업을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국내 조사 결과도 대체로 비슷하다. 중소벤처기업부의 2016년 창업실태조사에 따르면 최근 1년 내 창업한 기업에서 29세 이하가 창업한 업체 비중은 2013년 3.0%, 2014년 1.4%, 2015년 0.9% 등에 그친다. 지난해는 3.5%로 늘었지만 여전히 저조한 수치다. 29세 이하 청년의 도소매업과 숙박음식점업 창업 비중은 62.0%에 이르렀는데 이는 전체 50.4%보다도 10%포인트 이상 높은 수준이다. 또 정부로부터 혁신형 창업기업으로 인증받은 경우는 2015년과 지난해 모두 0%였다. 정부로부터 기술력을 인정받은 청년 기업은 전무하다는 얘기다. 전체 창업 기업 역시 이 비율이 2015년 1.2%, 지난해 0.6%에 그쳤지만 청년의 경우 특히 혁신성 기근이 심각함을 볼 수 있다. 이장균 현대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청년의 경우 특히 창업 기반이 취약하기 때문에 맞춤형 창업 정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며 “창업 준비부터 자금 지원, 기술·제품 개발, 판로 개척 등 종합 서비스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세종=서민준기자 morandol@@sedaily.com -
[2017 청년을 말한다] 日은 일자리·中은 창업천국...韓은?
국제 정치·사회 2017.08.06 18:02:44일본 도쿄의 메이지대 3학년생인 가사마 가호(21)씨는 앞날에 대한 기대감에 잔뜩 부풀어 있다. 얼마 전 자신이 원하던 금융회사 두 곳에서 한꺼번에 합격 통보를 받은 것이다. 취업이 잘 된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금융업을 고집하느라 다른 직종은 아예 지원하지도 않아 내심 불안하던 터였다. 이제 취업 부담 없이 남은 학창시절을 보내게 된 그는 보다 먼 미래에 대한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그는 “꿈꿨던 금융권에 취업하게 돼 기쁘다”며 “이제 안정된 일자리를 잡았으니 서른이 되기 전에는 결혼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저출산에 따른 노동력 부족으로 수십년 만의 ‘일자리 천국’를 만끽하고 있는 일본의 청년들은 이제 일에만 매몰하던 부모 세대나 구직·결혼을 포기하고 세상에 관심마저 잃은 선배 세대와 달리 사회적 성공과 개인의 삶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겠다는 새로운 꿈을 꾸기 시작했다. 중국 청년들은 창업에서 희망의 끈을 찾고 있다. 한국만큼이나 미래가 불안한 중국 청년들이 과감히 창업에 도전할 수 있는 것은 실패마저도 높이 평가하는 사회 분위기와 정부의 적극적인 창업 지원 때문이다. 한국 청년들이 실패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대기업 취업에 매달리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관련기사 4·5면 그렇다고 일본과 중국 청년의 미래가 장밋빛인 것만은 아니다. 유례없는 고용 호조에도 불구하고 수년 전 ‘취업 빙하기’ 때 사회에 첫발을 내디딘 일본의 상당수 청년들은 경직된 고용문화로 인해 여전히 그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가와구치 다이지 도쿄대 교수는 “저출산이 지속되면 한국의 고용사정도 호전되겠지만 일본과 같은 경직된 고용문화를 바꾸지 않는다면 현재 취업난을 겪는 한국 청년들이 미래의 고용시장에서도 배제되는 ‘희생양’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베이징=홍병문특파원 도쿄=변재현기자 humbleness@@sedaily. -
韓 취준생은 울상인데 日은 '일자리 홍수' 대체 왜
국제 정치·사회 2017.08.06 17:37:44일본의 명문 사립 메이지대 졸업반인 가와카미 사호코(21)씨는 요즘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 올 초부터 취업활동을 시작한 그가 지금까지 합격통보를 받은 회사는 총 여섯 곳. 모두 내로라하는 주요 대기업과 상사들이다. 어느 회사로 갈지 마음을 정하지 못했다는 그는 기자가 메이지대를 방문한 지난달 말 대학 취업지원센터에서 또 다른 입사지원서를 작성하고 있었다. 조금 더 욕심을 부려보고 있다는 그는 “꿈을 향해 나아가는 기분”이라며 밝게 웃었다. 일본 경제가 장기 불황의 그늘에서 벗어나며 1970년대 고도성장기 이래 최고의 ‘일자리 홍수시대’를 맞이하면서 일본 청년들의 모습은 지난 몇 년 사이 크게 달라졌다. 경제가 장기 불황에 빠진 1990년대생으로 태어나면서부터 드리워진 침체의 그늘 아래 사회적 성공이나 결혼에 무관심하고 개인의 독립적인 삶에 집중해온 일본의 20대, 득도한 사람처럼 바라는 것이 없다는 의미로 일명 ‘사토리 세대’라 불리는 일본의 청년들은 다시 안정된 사회적 지위와 결혼 후의 삶을 꿈꾸기 시작했다. ◇성공·결혼 모두 꿈꾸는 일본 청년들=무더위가 한창이던 지난달 26일, 상반기 채용이 마무리된 시기임에도 메이지대 취업지원센터에는 학생들의 발길이 제법 이어졌다. 이곳을 찾는 학생들의 상담 내용은 주로 합격 통보를 받은 여러 회사들 가운데 어디에 갈지, 또는 다른 회사에 지원을 계속할지다. 요즘 일본에서 대학 3~4학년생이 취업을 위해 투자하는 기간은 3~4개월 정도로 학교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20~50곳에 지원하면 적게는 2곳, 많게는 10곳이 넘는 회사에서 합격 연락을 받는다. 일본 기업들은 구직자들에게 별다른 자격증을 요구하지도 않기 때문에 취업준비생들의 구직활동이라야 하루 4시간 정도 취업설명회에 참가하는 것이 전부다. ‘스펙’을 쌓지 않아도 되느냐는 질문에 고바야시 노부코 메이지대 취업지원부 사무장은 “기업들은 기본적으로 입사 후 가르치면 된다는 생각”이라며 “최근 고용이 호조를 보이면서 (스펙이 없이도) 학생들의 자신감은 높아졌다”고 말했다. 장기 불황과 글로벌 금융위기로 고용 시장에서 소외됐던 청년들이 골라서 일자리를 잡을 수 있을 정도로 취업 여건이 급변하자 일에도 연애에도 무관심한 듯 보였던 젊은이들의 생각도 달라지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도쿄 오다이바 채용박람회장에서 만난 몇몇 젊은이들은 사회적 성공과 개인의 삶 모두를 포기하지 않으려 하고 있었다. 대학원생인 이노우에 치히로(26)씨는 “취업 후 결혼 생각이 있다”며 “경력도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35살 즈음 결혼하면 좋을 듯하다”고 말했다. ◇일자리 폭발…청년이 우위에 서자 기업문화도 바뀐다=일본 후생노동성이 발표한 지난 6월 유효구인배율은 1.51. 구직자 100명당 151곳의 일자리가 있다는 뜻이다. 일본 언론들은 현재의 고용 시장을 ‘우리테(공급자가 수요자보다 유리한 입장인 상태)’시장이라고 표현한다. 개인의 삶을 중시하는 ‘사토리 세대’ 청년들이 넘쳐나는 일자리 중 하나를 선택하는 데 중요한 기준으로 여기는 것은 야근 시간과 복리 후생 등 ‘회사가 직원의 편의와 행복을 얼마나 보장해주느냐’다. 구직 활동 중인 이노우에씨도 “만약 취업한 기업이 갑작스럽게 야근을 시킨다면 회사를 그만둘 것”이라고 못 박았다. 그는 최근 일본의 대형 광고회사 덴쓰에서 월 105시간이 넘는 잔업에 시달리던 여직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례를 언급하며 “돈보다는 복지를 선택하고 내 삶을 즐길 것”이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고용 시장에서 우위에 선 일본 청년들의 요구에 ‘살인적인 잔업’으로 유명했던 일본 기업들의 문화도 바뀌기 시작했다. 다국적 에너지 기업인 에온 일본 지사의 콘 히로후미 채용 담당자는 “일본 정부가 법적으로 강제하지 않아도 잔업, 유급휴가, 복리후생, 급여 수준 등을 자발적으로 공개하는 기업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며 “우리 회사는 직원들이 야근하지 않도록 오후7시 이후 불을 끄는 제도를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일본 정부도 장기 근로를 강제하는 기업문화가 국가 경쟁력을 떨어뜨린다는 판단에 따라 ‘일하는 방식 개혁’ 정책을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다케다 고스케 일본 내각부 참사관은 “노사 간 잔업 규정은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있어 정부가 기준을 정하고 위반시 제재를 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이 밖에 내년 4월까지 비정규직의 정규화 대책을 시행하는 등 각종 정책을 입안하고 있다”고 말했다. ◇취업 호황 이어질까…아직은 불안한 ‘사토리 세대’=다만 오랜 불황의 터널을 지나온 청년들의 미래를 바라보는 시각이 완전히 달라진 것은 아니다. 여전히 많은 일본의 청년은 최근의 취업 호조가 조만간 끝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을 갖고 있다. 일본 고용 시장 연구기관인 베네세의 사토 유 특임연구원은 “20년간 이어진 불황을 지켜봐온 청년들은 당장이라도 고용 호황이 끝날 수 있다는 불안에 시달린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여유를 갖고 적성에 맞는 일자리를 찾기보다는 ‘당장 취업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대학 졸업에 맞춰 일자리를 정하는 데 목을 맨다는 것이다. 취업박람회장에서 만난 준야 다케츠(21)씨는 취업 여건은 좋아졌지만 “여전히 많은 젊은이들에게 실업 리스크는 부담”이라면서 “지금 같은 고용 호조가 2020년 도쿄올림픽 전에는 끝날 것으로 보기 때문에 그때까지는 자신에게 맞는 직장을 잡아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고용 여건이 달라지면 기업 문화의 변화 속도도 늦어질 것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도쿄=변재현기자 humbleness@@sedaily.com -
[창간기획-2017 청년을 말한다] 창업천국 中의 이면 '감춰진 실업률'
국제 경제·마켓 2017.08.06 17:34:54거대한 소비 수요와 중국 정부의 적극적인 창업지원에도 불구하고 중국 청년들의 현실이 녹록한 것만은 아니다. 왕성한 청년창업은 미래 성장 가능성과 꿈의 실현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높은 취업 관문의 벽을 뚫지 못하는 중국 청년들의 고충을 의미하기도 한다. 최근 중국 정부는 지난 2·4분기 도시 실업률이 2008년 이후 최저인 3.95%라고 발표했지만 청년들이 실제 체감하는 실업률은 이보다 훨씬 높다. 중국 당국이 발표한 지난해 중국의 신규 취업자 수는 1,314만명으로 전년 대비 2만명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2014년 1,322만명에 비하면 8만명이나 줄어든 수치다. 중국 당국은 신규 취업자 수가 3년 연속 1,300만명 이상을 유지했다고 긍정적인 평가를 하고 있지만 올 한 해에만 신규 대졸자가 30만명 늘어난 795만명에 달하는 등 1,500만명이 노동시장에 새로 유입될 것이라는 예상에 청년 취업 희망자들은 고개를 내젓고 있다.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최근 중국 차이나인터내셔널캐피털(CICC)사의 조사보고서를 인용해 주요 글로벌 투자은행이 중국 정부기관에서 생산하는 70여개의 경제지표 가운데 실업률·고정자산투자·개인소득 등 3가지 수치를 신뢰하지 않는다고 보도했다. 중국 노동부의 주요 실업지표인 도시 실업률의 경우 정부 당국 등록인원만을 계산해 실업자를 낮춰 잡기 때문에 등록된 도시 실업 통계에 결함이 많다는 지적이다. 중국 정부의 적극적인 청년창업 지원과 벤처캐피털의 자금지원도 엄밀히 보면 일부 운 좋은 창업자에게만 돌아간다는 목소리가 크다. 중국 당국이 발표한 지난해 중국 신규 등록 기업은 모두 553만개인데 글로벌혁신센터(KIC)에 따르면 이 가운데 투자 유치에 성공한 기업은 3,683개로 집계됐다. 창업기업의 투자 유치 확률이 1,500대1에 불과한 셈이다. 한국의 경우 지난해 9만6,000개의 기업이 신규 등록했으며 이 가운데 투자 유치에 성공한 곳은 350개였다. 투자 유치 성공 확률은 280대1로 오히려 중국보다 높은 셈이다. 중국 정부는 신경제 분야 세제혜택을 강조하며 첨단기술 기업의 연구개발비에 대한 법인세 공제비율을 올해부터 오는 2019년까지 50%에서 75%로 높이기로 했지만 이제 겨우 발걸음을 내딛는 스타트업에는 사실상 그림의 떡인 경우가 많은 것으로 지적된다. /베이징=홍병문특파원 hbm@@sedaily.com -
[창간기획-2017 청년을 말한다] 변리사 그만두고 창업 뛰어든 中청년 "실패요? 또 도전하면 되죠"
국제 경제·마켓 2017.08.06 17:33:59“실패의 가능성은 있죠. 하지만 현재 중국만큼 스타트업 시장이 유망하고 창업자의 미래가 밝은 나라가 또 어디 있을까요?” 지난 1일 중국 베이징 중관춘 창업 거리에서 만난 류위 지쥐홍위 대표에게서는 자신감이 넘쳤다. 올해 34세인 그는 2년 전 전도유망한 변리사 자리를 박차고 스타트업 시장에 뛰어들었다. 온라인 가상실험 설계 업체인 지쥐홍위라는 회사를 설립해야겠다는 결심을 밝혔을 때 ‘혹시나’ 했던 가족들의 반대는 없었다. 교육 분야 중견기업을 운영하던 아버지는 물론 부인도 흔쾌히 그의 창업에 찬성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창업을 지원해주고 있는데다 중국 신경제의 성장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도전해볼 가치가 충분하다는 것이었다. 류 대표뿐 아니라 그의 가족들도 설령 실패하면 또다시 도전하면 된다는 용기와 확신이 있었다. 아직 창업 2년 차인 그에게는 여전히 투자 유치와 실적 확보 등 뚫어야 할 난관이 적지 않다. 하지만 그는 2년 전으로 돌아가 다시 선택의 고민을 해야 한다면 똑같은 결론을 내렸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중국 명문 베이징대를 졸업한 후 독일 슈투트가르트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그는 법률회사에서 2년여간 근무했지만 직장생활에 큰 흥미를 갖지 못했다. 자신의 큰 꿈을 이루기에는 로펌이라는 유망 직장도 작은 울타리에 불과했다. 그는 “중국 경제가 다소 둔화되면서 어려움을 겪고는 있지만 중국의 소비시장과 신경제 분야의 성장 가능성은 어느 때보다 크다”며 “중국 정부가 신경제라는 변화와 새로운 아이디어를 적극 받아들이는 분위기여서 중국의 젊은이들은 창업 의욕과 힘을 얻고 있다”고 강조했다. 중관춘에 둥지를 튼 온라인 모바일 교육소프트웨어업체 모리스터디의 장하이시아(30) 대표도 중국 벤처시장의 가능성과 정부의 적극적인 창업지원 정책을 믿고 4년 전 스타트업 시장으로 뛰어든 청년사업가다. 항공기 제조사에 근무하던 남편은 그의 창업에 지원을 아끼지 않았고 곧바로 모리스터디에 합류했다. 현재 이들 부부의 수입이 창업 전에 비해 크게 늘어난 것은 아니다. 장 대표는 “현재의 수익만을 놓고 보면 과거보다 물론 못할 수 있지만 미래 성장성을 놓고 본다면 창업은 그 어떤 일과도 비교할 수 없는 매력적인 선택이었다”고 확언했다. 중국 정부와 벤처캐피털 등은 지금까지 이 젊은 여성이 이끄는 스타트업에 2~3차례에 걸친 자금지원 혜택을 제공했고 그 자금은 매출 성장과 사업 확장의 소중한 마중물이 됐다. 현재 모리스터디는 온라인 모바일 교육 분야에서 인지도가 꽤 높은 스타트업으로 자리매김했고 이제 추가 자금 유치보다는 사업 규모와 고객 확장에 치중하고 있다. 10여년 뒤의 목표는 물론 기업공개(IPO)를 통한 증시 상장이다. 중국 경제성장 둔화의 충격파에도 불구하고 중국 창업 시장은 여전히 청년들에게 잠재 성장력이 높은 기회의 공간이다. 특히 2014년부터 리커창 총리가 신성장동력을 위해 ‘대중창업 만중창신(모두가 창업하고 혁신한다)’이라는 신경제 정책을 제시하며 스타트업 시장의 엔진을 본격 가동한 것이 청년들에게는 꿈의 토양이 됐다. 정부의 창업지원 정책에 발맞춰 ‘제2의 마윈’을 꿈꾸는 청년사업가들의 창업 도전기는 지금도 줄을 잇고 있다. 중국 국가공상행정관리총국(SAIC) 발표에 따르면 2016년 중국에서 신규 등록한 기업은 모두 553만개로 하루 1만5,000개의 기업이 만들어진 셈이다. 이 중 신경제 영역으로 분류되는 젊은 창업자들의 스타트업이 3분의1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리 총리는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인터넷 플러스’와 ‘중국제조 2025’로 대표되는 성장동력 확충 계획을 강조하면서 “지난 3년간 중국에서 매일 4,000개의 창업이 이뤄졌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중국의 젊은이들이 창업 시장에 미래를 거는 데는 중국이라는 어마어마한 시장 자체의 위력도 작용했다. 중국에서 성공한 스타트업은 글로벌 시장의 이목을 집중시켜 세계적인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올 1월 기준 전 세계 183개의 유니콘 기업(비상장 시가 1조원 이상 기업) 중 43개는 중국 기업으로 집계됐다. 한국 기업은 3개에 불과하다. 고영화 글로벌혁신센터(KIC) 중국 베이징센터장은 “똑같은 음식물 배달 서비스라 해도 한국 기업의 시가총액이 4,000억원 정도라면 중국 ‘어러마’의 시총은 3조원에 이른다”고 지적했다. 같은 아이디어로 창업을 해도 시장 규모가 큰 중국에서는 기업 가치가 10배 가까이 커질 수 있다는 뜻이다. 중국 스타트업의 평균 창업비용이 미국이나 한국보다 훨씬 낮다는 점도 청년들이 창업에 좀 더 쉽게 다가설 수 있게 만드는 매력적인 요인이다. 중국 칭화대 창업연수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스타트업의 평균 창업비용은 11만3,000위안(1,880만원)으로 18만6,000위안(3,100만원)인 한국의 3분의2 수준에 불과했다. 이는 또 다른 창업 천국인 미국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중관춘에는 이러한 여건에 매료된 한국 청년들의 도전기도 끊이지 않는다. 중국 베이징의 알리바바 건물이 위치한 왕징 인근에 자리한 스마트 스탬프 서비스 회사 원투씨엠(12CM)차이나의 황규중 대표는 “창업을 적극 지원하고 있는 중국에서는 실패한 청년창업자에 대해서도 높이 평가한다”며 “창업의 실패로 더 이상 재기하기 힘든 후유증을 겪는 한국과는 차이가 크다”고 지적했다. 다만 무분별한 투자에 대한 정부의 제동 움직임이 일면서 중국 스타트업 시장에서도 점차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베이징의 리서치 업체 제로2IPO는 최근 보고서에서 “최근 규모가 작은 중국 신생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 시장이 크게 위축된 상황”이라며 “소규모 스타트업은 수익성 우려 탓에 투자자들이 매우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베이징=홍병문특파원 hbm@@sedaily.com -
[창간57주년 기획-2017 청년을 말한다]'꿈·사랑' 대신 '일자리·힘들다'에 갇힌 청춘
경제 · 금융 정책 2017.07.31 18:04:42취업준비생 박정우(28·가명)씨의 스마트폰에는 ‘취업뽀개기’ 같은 취업 관련 사이트와 스터디그룹 멤버들이 실시간으로 공유하는 채용정보만 빼곡하다. 친구 연락처는 300개가 넘지만 연락하는 사람은 드물다. 또래인 이정진(27·가명)씨의 스마트폰은 다르다. 대기업 2년차인 그의 전화에는 자동차 공유 서비스 ‘쏘카’를 비롯해 ‘인터파크 티켓’ ‘데일리호텔’ ‘스타벅스’ 앱 등이 깔려 있다. 최근에는 ‘카카오뱅크’에서 적금도 들었다. 미국여행용이다. 둘 중 누가 2017년 대한민국의 ‘2030’ 청년에 가까울까. 통계청에 따르면 올 2·4분기 대졸 이상 실업자는 54만6,000명에 달한다. 일자리를 얻어도 끝이 아니다. 지난해 8월 기준 15~24세 남성 임금노동자 가운데 비정규직 비중은 52.5%다. 상위 1%나 가능하다는 대기업에 들어간 정진씨가 예외다. 청년들의 삶이 부서지고 있다. 취업난을 넘어 양극화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양극화는 연애와 결혼, 출산, 육아, 내 집 마련으로까지 이어진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구분도 청년을 옥죈다. 나 홀로 사는 청년들은 모든 걸 포기한 ‘N포세대’가 돼가고 있다. 청년 문제가 아니라 사회 문제인 셈이다. 청년들이 쓰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는 이런 추세를 잘 보여준다. 31일 서울경제신문이 시장조사기관 HS애드에 의뢰해 지난해 7월부터 올 7월까지의 트위터와 블로그 등에 노출된 ‘청춘’ 관련 키워드 41억건을 분석해보니 ‘돈’과 ‘일자리’ ‘힘들다’가 상위권에 올랐다. ‘사랑’은 순위권(20위) 밖이었고 5년 전 1위였던 ‘희망’은 사라졌다. ‘힘들다’를 비롯해 ‘헬조선’과 ‘울다’ ‘파멸’ 같은 부정적 감성어 비중은 5년 전 26.2%에서 30.6%로 상승했고 ‘희망’ ‘좋다’ ‘열정’ 같은 표현은 54.9%에서 49%로 줄었다. 이는 현실이다. 사회적협동조합인 일하는 학교가 지난해 8월부터 연말까지 성남 지역의 만 34세 이하 혼자 사는 청년을 조사했더니 응답자 207명 가운데 ‘식사를 거의 하지 않는다’는 이가 20.3%(42명)였고 ‘인스턴트 식품을 먹는다’는 답도 38명(18.4%)이나 됐다. 전문가들은 사회 시스템 전반을 손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송원근 한국경제연구원 부원장은 “청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일자리 창출과 교육·사회구조 같은 시스템을 통째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종=김영필기자 양철민기자 susopa@@sedaily.com -
냉동밥·쪽잠vs여행·수입차…취업이 가른 '2030 라이프'
경제 · 금융 정책 2017.07.31 18:00:54지난 2013년 A양은 부푼 마음으로 서울의 한 대학가 고시원에서 약대(2+4과정) 시험 준비를 시작했다. 8㎡(2.5평)가 조금 넘는 방이었지만 나쁘지 않았다. 월세 40만원에 생활비까지 100만원을 보내주시는 시골 부모님을 생각하면 좋은 결과를 내야만 했다. 매일 오전7시부터 밤10시까지 도서관에서 지냈다. 올 들어서만 학원비까지 1,300만원을 썼다. 하지만 4년째 소득은 없다. 이런 상황에서 주말은 사치다. A양은 “시험이 끝나면 햇살이 들어오는 집으로 이사부터 가고 싶다”며 “약사 자격증을 따면 해외에서 직장을 구해 살고 싶다. 여기보다는 나을 것 같아서”라고 했다. A양뿐 아니다. 5월 기준 청년층(15~29세) 가운데 경제활동을 하지 않는 비경제활동인구는 488만8,000명에 달한다. 이 중 취업시험 준비자는 14.5%(70만8,760명)다. 이의 상당수는 고시원이나 반지하 월세방 등에서 산다. 사회적협동조합인 일하는 학교에 따르면 성남 지역에 혼자 사는 청년 206명 중 40명(19.4%)은 고시원과 옥탑방·반지하가 주거지였다. 자연스레 친구들과도 멀어진다. 응답자(130명) 가운데 46.2%는 ‘몸이 힘들다’는 이유로, 23.1%는 회비 부담으로 모임을 꺼렸다. ‘잘된 친구를 보면 위축된다’는 응답도 8.5%였다. 실제 올해 28세인 B군은 A양과 대척점에 서 있다. 글로벌 대기업에 다니는 그는 지난 토요일 오전10시까지 늦잠을 자고 여자친구와 특급호텔 뷔페에서 1인당 10만원짜리 브런치를 했다. 이후 두 사람은 영화관람(2만2,000원)과 커피(1만2,000원), 쇼핑(25만원)에 30만원 가까운 돈을 썼다. A양의 한달치 생활비 중 절반을 하루에 쓴 것이다. 평소에도 한번에 3만원이 넘는 식사를 손쉽게 한다. B군 주변에는 수입차를 사거나 매주 서핑하러 동해를 찾는 이들도 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올 들어 6월까지 20~29세의 BMW 구매 대수는 1,821대였고 메르세데스벤츠는 1,212대에 달했다. 두 브랜드를 포함한 전체 20대의 상반기 수입차 구매 대수는 5,099대로 총 판매량의 6.6%다. 해외여행에 200만~300만원을 쓰는 것은 기본이다. 면세점에서 사야 할 목록을 공유하고 수백만원짜리 명품시계를 여자친구에게 선물하는 친구도 있다. 같은 2017년을 살아가는 청년들이지만 이들의 격차는 이렇게 크다. 친형제도 예외는 아니다. 경남 삼천포에서 태어난 박정기(33)·정규(32)씨 형제는 모두 거제도의 대형조선소에서 근무한다. 하지만 두 사람은 신분(?)이 다르다. 형은 외주업체 비정규직, 동생은 정규직이다. 두 사람의 신분이 달라진 것은 7~8년 전이다. 두 사람 모두 조선소 협력업체에서 일했는데 동생은 정규직 전환 면접에 붙고 형은 떨어졌다. 그 후 차이가 벌어지기 시작했다. 2012년 동생은 하루 8~9시간 근무에 주말을 다 쉬어도 월급이 평균(보너스 포함) 400만원을 넘었다. 형은 그렇지 못했다. 일당과 잔업에 토요일까지 일해도 동생의 임금에 한참 못 미쳤다. 작업장 안팎에서도 대우가 달랐다. 정규직은 탁 트인 공간에서 일하고 외주는 좁은 곳에서 어려운 작업을 했다. 번화가인 고현에 나가도 작업복으로 차이가 났다. 직영은 회사 이름 위에 소속부서와 이름이 써 있고 협력업체나 외주는 ‘○○기업’과 이름만 있다. 정기씨는 “여자들도 이름표만 보면 신분을 안다”고 했다. 정기씨는 31세 때 2년여를 사귄 여자친구와 결혼을 준비하다 헤어졌다. 집 문제 때문이었다. 그해 동생은 아파트를 사서 결혼했다. 회사가 복지 차원에서 수천만원을 연 2% 이하 금리로 빌려줬다. 결혼하면서 중대형 세단인 현대자동차의 ‘그랜저HG’도 샀다. 형제는 20~30대의 남성 임금노동자 가운데 소득 상위(8~10분위) 기혼자 비율(보건사회연구원·2015년)이 67~82%, 중위(4~7분위) 20~49%이고 결혼을 안 하는 이유는 ‘소득이 적어서(48.5%, 2017년 육아정책연구소)’라는 통계를 삶으로 보여준다. 부모의 재력까지 더해지면 청년 간 차이는 더 벌어진다. 국세청에 따르면 4월 기준으로 30세 미만 부동산임대업자는 1만5,426명으로 전년보다 17.7%나 급증했다. 30세 미만 부동산임대업자는 주로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것이라는 게 업계의 추정이다. 사회생활 시작부터 대학교 학자금 대출상환으로 시작하는 이들과는 천지차이를 보인다. 지난해 학자금 대출자는 71만2,679명으로 대출액만도 2조1,000억원에 이른다. 부모에게 돈을 계속 지원받는 경우도 많다. 한국노동연구원이 취업자 청년(15~29세) 4,29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53.2%는 부모가 생활비를 부담한다고 답했다. 반대로 약 46%는 나 홀로 삶을 개척하고 있다. /이태규·구경우·김영필기자 susopa@@sedaily.com -
[2017청년을 말한다]삶도 사람에도 지쳐..."일주일에 평균 3명 이하 만난다" 50%
산업 IT 2017.07.31 17:56:16스마트폰 알람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카카오톡 등 모바일메신저로 밤새 수다를 떨다 잠이 드는 세대. 애인과 스마트폰 중 하나를 고르라면 스마트폰을 택할 정도로 ‘관계’보다 ‘개인’이 중요한 세대. 이처럼 스마트폰은 열정·젊음·희망 등 수많은 단어가 어울리는 청년의 일상과 고민을 엿볼 수 있는 요지경인 셈이다. 서울경제신문이 2017년 오늘을 사는 청년들을 스마트폰으로 만났다. 취업준비생과 공무원·신입사원·대학생 등 그들이 속한 집단은 달랐지만 그들의 스마트폰에서는 ‘청춘에 대한 설렘’보다 ‘삶에 대한 피로’가 짙게 묻어났다. 또 사회에 대한 관심, 사람과의 관계보다는 자신의 불안한 미래, 개인의 일상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20~30년 전에 태어나 현재를 살면서 미래를 이끌어나가야 할 청춘들이 기성세대, 우리 사회를 향해 “피곤하고 힘드니까 혼자 있고 싶다”고 외치고 있었다. 기자들이 만난 청춘들은 흔들리고 아팠다. 취업준비생 박정우(28·가명)씨의 스마트폰. 그 속에는 ‘취업에 대한 불안과 고민’만이 가득했다. 스마트폰 즐겨찾기의 대부분은 ‘취업 사이트 채용공고’. 그곳에서 하루를 시작하고 끝낸다. 박씨는 “취업 외에 인생에 대한 별다른 그림을 그리지 못하고 있다”며 “스마트폰도 취업 관련 단톡방·정보 등으로 가득 찰 수밖에 없다”고 한숨을 쉬었다. 9급 공무원 안정민(24·가명)씨의 스마트폰에는 ‘관계에 대한 피로감’이 잔뜩 묻어 있다. 안씨는 고등학교 졸업 후 1년 만에 공무원시험에 합격했다. 친구들보다 사회생활이 빨랐다. 친구들한테 “직장생활이 너무 힘들다”고 푸념이라도 할라치면 “배부른 소리 하지도 말라”는 핀잔만 돌아온다. 그러다 보니 터놓고 얘기할 수 있는 친구는 손가락으로 꼽힌다. 안씨는 “‘내 삶도 피곤한데 왜 남의 삶에 관심을 두냐’는 생각에 페이스북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는 잘 안 하게 된다”며 “이것저것 챙겨줘야 하는 애인보다는 스마트폰이 더 좋다”고 솔직한 심정을 밝혔다. 6개월 전 정보기술(IT) 기업에 입사한 이수연(25·가명)씨에게 스마트폰은 ‘스트레스’로 통한다. 스마트폰이 스트레스를 주기도 하고 풀어주기도 하기 때문이다. 가장 큰 스트레스는 직장 상사가 보내는 카톡 메시지. 업무지시 카톡 알림음에 깜짝깜짝 놀란다. 그래서 퇴근만 하면 알림음을 끄고 게임으로 스트레스를 푼다. 이씨는 “입사 전에는 스마트폰으로 취업 관련 사이트를 많이 봤다”며 “그러나 이제는 알람을 끄고 게임을 하는 데 스마트폰을 애용한다”고 피식 웃었다. 대학생 김소영(21·가명)씨에게 스마트폰은 ‘취업을 위한 정보의 화수분’이다. 취업 스터디그룹 대화방에서는 수십 건의 메시지가 계속 올라온다. 각종 동아리, 소모임 대화방 등에도 취업에 도움이 될 만한 정보와 사람들이 많다. 김씨는 “스마트폰에는 대기업의 인턴 관련 페이지가 즐겨찾기로 돼 있고 종종 선배들에게 전화해 진로상담도 한다”며 “주위에서 ‘3학년이면 그래도 여유가 있는 편 아니냐’고 하지만 현실을 잘 모르는 소리”라고 반박했다. 청춘들의 삶은 스마트폰 속이 아닌 통계에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취업에 대한 고민, 대인관계에 대한 피로감, 정치적 무관심이 숫자로 나타난다. 본지가 LG계열 광고회사인 HS애드에 의뢰해 최근 1년간 ‘청년’ 관련 키워드를 분석한 결과 부정적 단어가 크게 늘었다. 5년 전 조사에서는 청년과 관련해 긍정적 검색어 비중이 절반을 넘는 55%였지만 이번 조사에서는 부정적 연관어가 크게 늘면서 긍정적 검색어의 비중이 절반 이하인 49%로 나타났다. 특히 일자리(4위), 돈(5위), 힘들다(6위), 취업(10위) 등이 상위권을 차지했다. 정혜주 HS애드 데이터마케팅플래닝팀 차장은 “청년들의 노곤한 삶을 대변해주듯 ‘돈·힘들다’ 같은 연관어들이 상위에 올랐다”며 “실업에 대한 정부 정책과 대통령에 대한 기대가 커지면서 ‘문재인·일자리’와 관련한 연관어가 많다”고 설명했다. 또 정치적 의견은 사라지고 생각이 있어도 표현하는 것을 꺼리는 흐름이 뚜렷했다. 본지가 SK텔레콤 캠퍼스리포터를 통해 전국 20대 남녀 171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응답자의 80%가 ‘인터넷 기사에 댓글을 달아본 적이 없다’고 답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한 촛불집회에 한 번도 참여한 적이 없다’는 비율도 61%를 차지했다. 또 청년들이 온라인에서는 관계를 이어가지만 오프라인에서는 만남을 꺼리는 양상도 눈에 띈다. 하루에 모바일메신저나 SNS를 사용하는 시간이 얼마나 되느냐는 질문에 1시간에서 3시간 사이가 전체의 절반가량인 45%, 3시간 이상이라고 답한 비율도 26%로 많았다. 반면 일주일 동안 별도로 시간을 내 만나는 사람이 3명 이하라고 답한 비율은 절반이나 됐고 오프라인에서 소모임 등의 활동을 한 달간 한 번도 하지 않거나 한 번만 참여했다고 응답한 비율도 절반에 달했다. SK텔레콤 캠퍼스리포터 관계자는 “이번 설문 결과는 관태기(관계와 권태기를 합친 신조어)를 겪는 청년층이 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기술이 발전하면서 새로운 인간관계를 형성할 방법은 많아졌지만 맺어진 인간관계를 이어나가는 것은 더 힘들어한다”고 설명했다. /양철민·양사록·지민구기자 chopin@@sedaily.com -
한국 청년실업률 악화 속도 OECD국가 중 최고
경제 · 금융 경제동향 2017.06.18 18:36:34올해 들어 지난 4월까지 한국의 청년실업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OECD 34개 회원국 중 청년실업이 지난해 말보다 더 나빠진 곳은 한국 등 5개국뿐이었다. 18일 OECD에 따르면 올해 4월 우리나라의 청년층(15~24세) 실업률은 11.2%로 지난해 12월(8.7%)에 비해 2.5%포인트 상승했다. OECD 회원국을 통틀어 상승폭이 가장 컸다. 2위 국가의 8배를 넘는 수준이다. 이 기간 OECD 회원국 중 청년실업률이 높아진 나라는 한국 외에 오스트리아(10.2%→10.5%), 이스라엘(6.8%→7.1%), 독일(6.6%→6.8%), 일본(4.8%→5.0%)뿐이었다. 나머지 국가들은 같은 기간 청년실업률이 개선됐다. 미국은 10%에서 9.4%로 0.6%포인트 내렸고 유럽연합(EU)도 18.1%에서 16.7%로 1.4%포인트 감소했다. OECD 평균 청년실업률도 12.6%에서 12.1%로 개선됐다. 전체 인구를 놓고 봐도 우리나라 실업률이 가장 가파르게 상승했다. 한국의 실업률은 지난해 12월 3.5%에서 올 4월 4%로 0.5%포인트 증가했다. 이 기간 OECD 회원국 가운데 전체 실업률이 높아진 나라는 한국을 제외하면 핀란드(+0.3%포인트)와 이스라엘(+0.1%포인트)뿐이었다. OECD 회원국 평균은 6.2%에서 5.9%로 0.3%포인트 하락했다. /빈난새기자 binthere@@sedaily.com -
해외로 도피하는 청년들
오피니언 사내칼럼 2017.06.12 18:52:00“숨이 막혔어요. 도망치고 싶었어요.” 일년 전쯤이다. 미국 특파원 생활을 정리하면서 캐나다 밴프를 여행하는 호사를 누렸다. 캐내디언 로키는 기대했던 대로 장관이었다. 뜻밖의 광경은 밴프 주변의 식당이나 숙소에서 워킹홀리데이로 일하는 여러 한국 청년들이었다. 밴프는 세계적인 관광지이지만 오지이기도 했다. 우연찮게 한 청년 A씨와 얘기할 기회가 있었다. 왜 워킹홀리데이를 왔느냐고 물어봤다. 서른을 몇 년 앞둔 인생사가 봇물처럼 터져 나왔다. A씨는 가고 싶었던 학과도 포기하고 부모님이 권하는 학과를 졸업했다. 단지 취업이 잘 된다는 이유에서였다. A씨 역시 고등학교 때부터 청년실신(청년실업+신용불량)·헬조선·이생망(이번 생은 망했어)·7포 세대(연애·결혼·출산·내 집·인간관계·희망·가치 포기) 등 암울한 용어를 여러 차례 들었던 터였다. 하지만 인생의 꿈마저 포기했건만 원하는 직장을 갖기는 쉽지 않았다. “어른들은 눈높이를 낮추고 유망 중소기업을 찾으라고 하죠. 하지만 저임금에다 야근, 휴일 근무를 해도 수당도 주지 않는 중소기업이 대부분이죠. 재수 없이 인간성 나쁜 사장이라도 만나면 온갖 비인간적인 대우나 받고요. 어른들은 다 알면서 무책임하게 말하죠.” 기약 없이 아르바이트와 취업 준비를 병행하는 생활은 갈수록 지겨웠다. 대한민국이 자신에게는 자리를 허락하지 않는다는 두려움이 몰려왔다. “고등학교 때까지 사고 한 번 안 치고 나름대로 열심히 공부했어요. 대학도 ‘인 서울’에 성공했거든요. 내가 뭘 잘못했다고…. 억울했어요. 그러다 친구 하나가 워킹홀리데이를 준비하는 것을 보다가 얼떨결에 와버렸어요.” 그는 현실도피, 여행, 힐링, 다양한 경험, 영어 배우기, 돈 벌기 가운데 무엇이 워킹홀리데이의 목적인지 잘 모르겠다고 했다. 그냥 눈 덮인 캐내디언 로키의 사진을 보는 순간 무조건 가고 싶다는 생각만 들었다고 한다. 워킹홀리데이 9개월 차인 그는 한 달 뒤면 미국 전역을 여행할 수 있다는 기대감에 부풀어 있었다. 하지만 3개월 후면 미래가 불확실한 한국으로 들어가야 한다는 사실에 답답해했다. “주변에는 캐나다 등 선진국에서 돈을 벌면 물가가 싼 동남아로 가는 친구도 한 명 있어요. 몇 년째 그러고 있어요. 워킹홀리데이 자격이 안 되는 서른 살 이후는 대책도 없어요. 막연히 요가 강사나 여행전문가가 되면 큰돈은 못 벌어도 먹고살 수는 있을 거라고 생각하더라고요.” A씨는 친구가 선택한 길이 너무 위험해 보인다고 했다. 하지만 그 역시 기회가 있다면 해외에서 자리를 잡고 싶다고 했다. 이처럼 A씨처럼 ‘탈조선’을 통해 인생의 해결책을 찾는 젊은이들이 늘고 있다. 워킹홀리데이, 국제구호 NGO, 교환학생·봉사활동 등 해외로 나가는 방식도 다양하다. 물론 이는 글로벌 인재로 거듭나겠다는 의지의 산물이기도 하다. 문제는 한국 사회에서 기회의 창이 닫히자 일부 젊은이들이 생존 차원에서 밖으로 나갔지만 해외에서도 방황하고 있다는 것이다. 1960·1970년대에 선진국 문물을 익혀 조국에 기여하기 위해서나 1990년대 배낭 세대처럼 시야를 넓히기 위한 목적과는 사뭇 다른 양상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12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특단의 일자리 대책이 마련되지 않으면 한 세대 청년들의 일생을 잃어버리게 된다”며 청년 일자리를 위한 예산 확충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물론 공공 부문 비대화, 막대한 재원 마련, 추가경정예산에 대한 자유한국당의 반발 등 문제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하지만 이 같은 한계에도 우리 사회가 머리를 맞대고 청년들의 한숨을 덜어줄 수 있는 최소한의 전기가 되기를 기대해본다./choihuk@@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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