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獨도 나치 겨냥 적용…법왜곡죄 도입 시도에 법조계 “법치주의 근간 훼손”[안현덕의 LawStory]

민주당 주도, 내란전담재판부 신설 함께 법사위 의결

전국법관회의 “위헌성 따른 재판 지연 등 혼란 우려”

법조계 “헌법 위배된다…삼권부립 근본적으로 훼손”

학계도 반대 목소리 “권력 구미 맞춰 처벌 도구 전락”

5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회의실에서 열린 전국법원장회의에서 참석자들이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을 중심으로 이른바 ‘법왜곡죄’ 신설에 가속을 붙이자 법조계 안팎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는 재판·수사 과정에서 법을 고의로 왜곡하거나 사실 관계를 조작한 판·검사를 처벌한다는 게 골자다. 법원은 물론 변호사 단체, 학계에서도 “사정 기관·법원의 정치 중립성까지 훼손하는 등 법치주의 근간마저 흔들 수 있다”며 법률 개정에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7일 정치·법조계에 따르면 법사위는 지난 3일 전체 회의에서 민주당 주도로 법왜곡죄 신설법(형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형법 개정안의 주요 내용 가운데 하나는 판사·검사 또는 수사 기관에 종사하는 이가 부당한 목적으로 법을 왜곡하거나 사실 관계를 현저하게 잘못 판단해 법을 왜곡 적용한 시 10년 이하의 지역 또는 10년 이하의 자격 정지 처벌을 부과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날 법사위 전체 회의를 통과한 법안 중에는 1·2심 모두 2개 이상의 내란전담재판부를 설치한다는 내용의 ‘12·3 비상계엄 등에 대한 전담재판부 설치 및 제보자 보호 등에 대한 특별법안’도 포함됐다. 이는 헌법재판소장·법무부 장관·판사 회의에서 추천한 9명의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에서 내란 사건과 관련된 영장·재판을 전담할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하고, 대법원장이 최종적으로 임명하는 방식이다.

이 같은 사법 개혁 추진 법안에 전국 법원장들은 5일 서초동 대법원 청사 대회의실에서 정기회의를 열고 즉각 우려를 표명했다. 정국법원장회의는 대법원을 제외한 각급 법원의 법원장을 비롯해 법원청정처장·차장, 사법연수원장, 사법정책연구원장, 법원도서관장 등 대법권 소속 기관의 최고위 법관이 모이는 자리로 이번 회의는 매년 12월 열리는 정기 회의다.

법원장들은 “신설 법안이 재판의 중립성과 국민의 사법부에 대한 신뢰를 훼손하고, 종국적으로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본질적으로 침해해 위헌성이 크다”며 “향후 법안의 위헌성으로 인해 재판 지연 등 많은 혼란이 초래될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고 밝혔다. 조희대 대법원장도 이날 회의 시작에 앞서 인사말을 통해 “사법제도는 국민의 권리를 보호하고 사회질서를 유지하는 중대한 기능을 수행하는 만큼, 한 번 바뀌면 그 영향이 사회 전반에 광범위하게, 오랜 세월 지속된다”며 “특히 그릇된 방향으로 개편된다면, 그 결과는 국민에게 직접적이며 되돌리기 어려운 피해를 초래할 수도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5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회의실에서 열린 전국법원장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법조계도 전국법관회의에 앞서 반대 목소리를 높였다. 신영무 전 대한변호사협회 회장 등 13명은 지난 4일 성명을 내고 법왜곡죄에 대해 “증거가 제한적인 사건에서 검사가 정황 증거와 진술의 신빙성을 종합해 기소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며 “명백한 물증이 없는 사건에서 처벌을 우려해 방어적 기소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내란점담재판부 설치 법안에 대해서도 “법관 임명에 외부 인사가 개입할 수 있도록 하고 있어 헌법에 위배된다”며 “삼권분립을 근본적으로 훼손한다”고 지적했다. 법왜곡죄는 물론 입법 권력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는 내란전담재판부 설치가 법치주의 근간까지 크게 흔들 수 있다는 얘기다. 성명에는 제35대 변협 회장을 지낸 박승서 변호사를 비롯해 정재헌(41대)·천기흥(43대)·신영무(46대)·하창우(48대)·김현(49대)·이찬희(50대)·이종엽(51대)·김영훈(52대) 변호사 등 9명의 법조인이 이름을 올렸다. 한국여성변호사회에서는 김정선(5대)·이명숙(8대)·이은경(9대)·조현욱(10대) 전 회장 4명이 참여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한계 관계자는 “독일의 경우 나치 시절 의도적으로 법을 왜곡해 처벌한 부분을 바로 잡기 위해 법왜곡죄를 도입해 극히 일부만 적용했다”며 “현재는 거의 적용되지 않는 사문화된 조항”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법왜곡죄는 향후 만들 내란전담재판부에서 구속영장을 기각하거나 무죄 판결을 낼 판사들을 처벌할 수 있다는 일종의 겁박”이라며 “권력자들이 본인 뜻에 맞지 않는 이들을 처벌하는 도구로 전락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결국 권력을 지닌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하면서 법치주의 근간만 훼손할 수 있다는 얘기다.

또 다른 학계 관계자도 “우리나라는 독일과 달리 직권남용·직무유기죄를 처벌한다”며 “기소법정주의인 독일과 달리 우리나라는 기소편의주의를 채택하는 등 양국이 법 체계 자체가 크게 다르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기소법정주의는 재판에 넘기기에 충분한 객관적 혐의가 있을 때 반드시 기소해야 한다는 개념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검사가 형법 제51조(양형의 조건)에 명시된 △범인의 연령·성행·지능·환경 △피해자에 대한 관계 △범행의 동기, 수단과 결과 △범행 후 정황을 참작해 공소를 제기하지 않는 기소편의주의를 채택하고 있다. 이는 기소유예의 근거가 된다. 양국이 기소에 있어서 원칙 자체가 크게 다른 만큼 법왜곡죄를 도입할 때 신중한 선택을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학계 한 관계자도 익명을 전제로 “법왜곡죄는 지금까지 인류가 피 흘려 쌓아온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의 근간조차 흔들 수 있다”며 “제왕적 권력을 견제하기 위해 만든 삼권분립과 사법권의 독립이 정치 권력의 입맛에 따라 훼손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獨도 나치 겨냥 적용…법왜곡죄 도입 시도에 법조계 “법치주의 근간 훼손”[안현덕의 LawStory]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