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트럼프 스톡커] 내연차 미는 美, 테슬라 전기차 신화 '풍전등화'

■윤경환 특파원의 트럼프 스톡커(Stocker)

트럼프, 전기차 보조금 없애고 연비 규제 완화

10월부터 美만 역성장…GM은 2.3조원 손실

테슬라, 글로벌 판매도 추락…脫중국 비용도 ↑

임원들 대탈출…BYD·샤오미 등 중심 시장 재편

'캐즘' 암울 여전…현대차 '전략적 모호성' 선방

메리 배라 GM 최고경영자(CEO). GM은 지난달 14일(현지 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책 방향에 따라 그간 투자했던 전기차 생산을 줄인 여파로 올 3분기에만 총 16억 달러(약 2조 3000억 원)의 비용 부담을 떠안게 됐다고 공시했다.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조 바이든 전 행정부 시절 친환경이라는 이유로 밀어줬던 전기차 지원책을 철폐하고, 육성책의 초점을 가솔린·디젤 등 내연기관차 쪽으로 빠르게 돌리고 나섰다. 바이든 전 대통령과 차별화하겠다는 게 표면적인 이유이지만, 그 이면에는 대규모 보조금에 따른 재정 부담과 차량 가격 상승에 대한 우려가 자리잡고 있다. 한국과 일본, 유럽에 15%씩 부과한 관세로 수입차 가격이 들썩이면서 전체 물가 수준까지 불안한 흐름을 보이는 데다 대통령 지지율도 바닥을 헤매는 까닭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 전환에 따라 포드·제너럴모터스(GM)·스텔란티스 등 기존 미국 자동차 제조사들도 전기차 전략을 포기하고 생산 시설을 내연기관차 쪽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아울러 전 세계에 전기차 열풍을 일으킨 테슬라는 출범 22년 만에 최대 암초를 마주하게 됐다. 그 사이 글로벌 전기차 시장은 저렴한 가격과 우수한 성능을 앞세운 비야디(BYD), 샤오미 등 중국계 제조사들이 휩쓸게 생겼다. 다만 시장 정체와 내부 출혈 경쟁이 심각해지면서 중국 기업들도 기대 만큼의 수익은 거두지는 못하는 실정이다. 전기차 시장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한국의 현대차(005380)는 유연한 하이브리드차(HEV) 전략으로 큰 타격은 피하고 일부 반사이익까지 누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자동차 연비 규제 대폭 완화…지지율 떨어지자 차값 낮추려 안간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3일(현지 시간) 워싱턴DC 백악관 집무실에서 자동차 제조사들이 준수해야 하는 최저 연비를 규정한 기업평균연비제(CAFE) 완화 정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일(현지 시간) 워싱턴DC 백악관 집무실에서 포드·GM·스텔란티스 등 미국 3대 자동차 기업 경영진들이 참석한 가운데 제조사들이 준수해야 하는 최저 연비를 규정한 기업평균연비제(CAFE)를 완화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해당 행정명령은 2031년형 신차의 평균 연비 목표를 기존 1갤런당 50마일에서 34.5마일로 낮추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이 규제는 바이든 전 대통령이 자동차 제조사에 내연기관차 연비 개선과 하이브리드·전기차 생산 확대를 유도하려고 도입했다. CAFE 기준이 높으면 높을수록 자동차 제조사 입장에서 내연기관차보다 연비가 높은 전기차를 만드는 게 유리해진다. 그간 연비가 떨어지는 대형차 판매에 주력했던 GM과 스텔란티스 등에는 큰 부담을 주던 규제였다.

이는 내연기관차를 선호하는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 눈엣가시였을 수 있는 규제이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9월 30일에도 신규 전기차 구매 시 제공하던 최대 7500달러의 연방 세액공제를 폐지한 바 있다. 5월에는 의회를 통해 미국 캘리포니아주가 2035년부터 내연기관 신차 판매를 금지하려던 법안을 무력화했다.

단순한 선호 문제를 넘어 관세 정책에 따른 물가 상승으로 최근 지지율이 30%대까지 떨어진 부분도 트럼프 대통령이 내연기관차를 밀어주는 동력이 된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30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대통령이 부과한 관세,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고용 시장 위축 등으로 미국인들이 자동차 구매를 재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특히 세제 혜택을 노리고 9월 30일까지 전기차를 구매했던 소비자들이 10월부터는 시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고 분석했다. WSJ는 코로나19 대유행(팬데믹) 종식 이후 최근 3년간 판매 증가 효과를 누린 자동차 제조사들이 올해에는 실적 정체를 겪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또 자동차 시장에서 소득계층별로 양극화가 심화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고 짚었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행사에서 “이런 정책이 비싼 기술로 자동차를 만들게 해 비용과 가격을 오르게 했다”며 “이번 조치로 일반 소비자가 신차를 살 때 최소 1000달러(약 146만 원)를 아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바이든 행정부의 ‘그린 뉴딜’ 정책을 가리켜 “그린 뉴 스캠(사기), 반(反)경제 정책”이라고 비난했다. 짐 팔리 포드 CEO는 이날 “상식과 경제성의 승리”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조치를 반겼다.

GM, 전기차 포기에 2.3조원 손실…공급망 脫중국 비용 부담도 눈덩이




트럼프 대통령의 내연기관차 중심 지원책이 미국 자동차 제조사들에 반드시 힘이 되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외려 민주당과 공화당 정권이 번갈아 들어설 때마다 친환경차와 내연기관차 정책이 엇갈리면서 완성차 업체들은 막대한 투자 손실만 떠안고 있다.

특히 미국의 최대 완성차 회사인 GM의 경우는 지난달 14일 전기차 생산 능력을 조정한 결과 총 16억 달러(약 2조 3000억 원)의 비용이 3분기 실적에 반영된다고 공시했다. 이 가운데 4억 달러는 계약 취소 수수료 등 현금성 비용으로, 12억 달러는 비현금성 비용으로 각각 반영됐다. GM은 공시에서 “전기차 구매에 대한 세제 혜택 종료 등 최근 미국 정부의 정책 변화에 따라 전기차 채택 속도가 둔화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이 같은 변화에 따라 전기차 생산 능력과 제조 거점을 재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배터리 부품 제조 투자를 포함한 전기차 생산 능력, 제조 거점에 대한 재평가도 진행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전기차 전환 속도 조절에 따라 추가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예고했다.

미중 무역 갈등에 따른 공급망 재조정도 자동차 회사들에는 커다란 비용 부담 요인이 되고 있다. 지난달 14일 WSJ는 테슬라가 미국 내 전기차 공장에 부품을 대는 주요 공급 업체에 중국산을 완전한 배제할 것을 요구했다고 전했다. WSJ에 따르면 테슬라는 트럼프 대통령이 재집권한 올 1월부터 미국에서 중국산 부품을 아예 사용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테슬라는 또 앞으로 1∼2년 안에 모든 부품을 중국 바깥에서 생산된 부품으로 바꾸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문제는 CATL의 LFP(리튬인산철) 배터리 등 대체하기가 힘든 중국산 품목도 상당히 많다는 점이다. 이에 테슬라는 미국 내에서 자체 LFP 배터리 생산하는 방식으로 이를 극복하기로 했다. 당연히 회사 자금이 대규모로 투입됐다. 테슬라는 현재 미국 네바다주에 건설하고 있는 배터리 생산 시설을 내년 1분기부터 가동할 계획이다.

같은 달 12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GM 역시 수천 곳에 달하는 공급 업체들을 향해 중국산 부품을 없애라고 지시했다. GM 경영진은 공급망을 완전히 중국 밖으로 이전하는 것을 궁극적인 목표로 삼고, 일부 공급 업체에 중국 의존 해소 기한을 2027년으로 제시했다. GM은 미국의 희토류 업체와 제휴하면서 네바다주의 리튬 광산에도 투자했다.

로이터통신은 “업계 임원들이 미중 관계에 장기적이고 초당적인 변화가 감지된다는 이유로 수십년 동안 구축한 중국 의존을 되돌리려고 한다”며 “사업이 지정학적으로 교란되는 데 대해 완성차 업체들의 좌절과 불만이 커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중국 외 지역으로 공급망을 이전하는 일은 비용이 많이 들고 복잡하다”며 “공급 업체들은 자동차 조명과 전자제품, 공구, 금형 같은 분야의 경우 중국의 지배력이 막대해 대안을 찾기 어렵다고 토로한다”고 전했다. 콜린 쇼 미국 자동차장비제조협회(MEMA) 회장도 “어떤 공급망은 20~30년에 걸쳐 구축했는데 이를 몇 년 만에 되돌리려 하고 있다”며 “탈(脫)중국이 그렇게 빨리 이뤄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걱정했다.

10월부터 미국 전기차 시장만 41% 역성장…테슬라 임원들 ‘대탈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AFP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의 전기차 탄압 정책 효과는 시장 판매량에서 즉각적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12일 로이터통신이 인용해 보도한 시장조사 업체 ‘로 모션’의 자료에 따르면 10월 북미 전기차 판매량은 10만 370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1%나 급감했다. 이는 같은 기간 전 세계 전기차(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차량 포함) 판매량이 23% 증가한 점과 뚜렷한 대조를 이뤘다.

10월 전 세계에서 팔린 전기차 190만 대 가운데 68% 정도인 약 130만 대는 중국 시장에서 거래됐다. 유럽 전기차 판매량도 37만 2786대를 기록해 36% 늘었다. 유럽과 중국, 북미 지역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의 전기차 판매량도 14만 1368대로 37% 증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9월 30일 세제 혜택 종료로 미국 시장만 뒷걸음질친 셈이다.

가뜩이나 글로벌 시장에서 중국 업체들에 밀리던 테슬라는 10월부터 본진(本陣)인 미국 시장에서도 휘청이기 시작했다. 테슬라의 전체 순이익(13억 7000만 달러)은 그나마 세제 혜택 효과를 마지막으로 누렸던 올 3분기에도 관세와 구조조정 비용 증가, 탄소 배출권 판매 수익 감소로 지난해 3분기보다 37% 급감했다. 테슬라의 2분기 총매출(224억 9600만 달러)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나 감소했다. 테슬라의 당시 매출 감소폭은 10년 만에 가장 큰 수준이었다.

10월부터는 보조금까지 사라지면서 실적이 더 악화되다 보니 주요 임원들도 속속 회사를 떠나고 있다. 테슬라에서 전기 픽업트럭인 ‘사이버트럭’의 개발·양산을 3년간 이끌었던 시단트 아와스티 총괄은 지난달 9일 구직 관련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링크트인 게시물을 통해 회사를 떠나게 됐다고 밝혔다. 아와스티 전 총괄은 2017년 인턴으로 테슬라에 입사한 인물로 올 7월부터 ‘모델3’ 담당 직책을 맡았다. 테슬라의 ‘모델Y’를 담당하던 이매뉴얼 라마키아 매니저도 같은 달 링크드인을 통해 8년간 몸담았던 테슬라를 떠난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테슬라의 데이비드 라우도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부사장도 오픈AI로 이직했고, 로봇 사업부의 ‘옵티머스’ 기술 책임자 밀란 코박 부사장도 사직했다. 지난 6월에는 일론 머스크 CEO의 최측근이었던 북미·유럽 생산·운영 최고책임자 오미드 아프셔 부사장이 회사를 떠났다.

미국 언론들은 이에 대해 테슬라의 주력 제품인 모델Y와 모델3의 북미 판매량이 전기차 세액공제 폐지 이후 급감한 여파로 진단했다. 또 사이버트럭이 픽업트럭 시장에서 자리 잡지 못한 상황도 줄퇴사에 영향을 줬을 것으로 추정했다. 지난달 10일 블룸버그통신은 테슬라의 주요 임원들을 퇴사 행렬을 두고 ‘엑소더스(대탈출)’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중국·유럽 시장에서도 판매 급감…머스크 ‘트럼프 측근 이미지’도 악영향


지난 4월 9일(현지 시간) 노르웨이 오슬로에 주차된 테슬라의 ‘모델5’. 로이터연합뉴스


테슬라는 미국 시장의 부진을 외부에서 상쇄하지도 못하고 있다. 지난달 10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테슬라의 10월 중국 판매량(2만 6006대)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5.8%나 감소했다. 이는 3년 만에 최저 수준이었다. 9월 판매량인 7만 1525대와 비교해도 60% 이상 급감한 수치였다. 테슬라의 중국 전기차 시장 점유율도 9월 8.7%에서 10월 3.2%로 급락했다. 이 역시 3년여 만에 가장 낮은 숫자였다.

중국은 테슬라에 미국 다음으로 큰 시장이다. 테슬라는 9월부터 기존 모델Y의 차체를 키운 6인승 스포트유틸리티차량(SUV) ‘모델Y L’을 중국 시장에 인도하기 시작했지만 반전 효과는 없었다. 로이터통신은 테슬라의 판매량이 10월 북유럽 주요 국가와 스페인, 네덜란드 등에서도 크게 줄었다고 부연했다.

여기에 머스크 CEO가 올 1~5월 정부효율부(DOGE) 수장으로 정치 외유를 떠났던 점도 테슬라의 글로벌 이미지에 여전히 악영향을 주고 있다. 지난달 18일 AFP통신에 따르면 전기차 운전자 단체들의 국제 네트워크인 ‘글로벌 전기차 연합’이 전 세계 30개국, 2만 6000여 명을 대상으로 설문을 돌린 결과 정치적인 이유로 특정 브랜드나 생산국을 전기차 구매 대상에서 제외할 것이라고 응답한 사람은 전체의 53%에 달했다. 특히 전체 응답자 가운데 41%는 기피 브랜드로 테슬라를 꼽았다. 브랜드 거부 수치가 중국(12%), 미국(5%) 같은 국가 브랜드에 비해서도 훨씬 더 높게 나왔다.

테슬라에 대한 거부 반응이 특히 강하게 나타난 국가는 미국(52%), 독일(51%), 호주·뉴질랜드(45%), 노르웨이(43%) 등이었다. 이들은 모두 테슬라의 주요 시장인 고소득 국가였다. 고가 브랜드 구매량이 적은 저소득 국가 인도에서만 테슬라에 대한 부정 응답 비율이 2%로 낮게 나왔다. AFP통신은 이를 두고 머스크 CEO가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으로 정부 활동을 하면서 유럽의 극우 진영을 지지한 것과 관련이 커 보인다고 분석했다.

테슬라는 2003년 마틴 에버하드, 마크 타페닝이 실리콘밸리에 세운 고성능 전기 스포츠카 제조 업체 ‘테슬라 모터스’를 모태로 하는 기업이다. 회사 이름은 교류(AC) 전력 시스템의 창시자이자 위대한 발명가인 니콜라 테슬라의 이름에서 땄다. 머스크 CEO는 1년 뒤인 2004년 최대 지분을 투자하고 이사회 의장이 되는 식으로 테슬라에 합류했다. 머스크 CEO는 이후 사실상 창업자처럼 테슬라를 지휘했고, 회사는 그의 지휘 아래 2010년 나스닥에 상장했다. 테슬라는 나아가 ‘모델S’ ‘모델X’와 모델3, 모델Y를 잇따라 히트시키면서 전기차 시장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확장시켰다. 중국의 굴기가 있기 전까지 테슬라는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사실상 독보적인 회사로 대접받았다.

지난달 6일 테슬라 연례 주주총회에서 승인된 보상안에 따르면 이 회사는 머스크 CEO가 앞으로 전기차 2000만 대 인도, 자율주행(FSD) 소프트웨어 구독 1000만 건, 상각전 영업이익(EBITDA) 4000억 달러, 시가총액 8조 5000억 달러 등의 실적을 달성할 경우 총 1조 달러 상당의 주식을 그에게 주기로 했다. 이달 5일 기준으로 테슬라의 주가는 455.00달러, 시총은 1조 5117억 달러다. 테슬라의 주가는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승리 직후 정책 수혜 기대에 힘입어 지난해 12월 17일 최고가인 479.86달러까지 치솟았다가 정작 올 들어서는 이 주가 수준을 한 번도 넘지 못했다.

BYD·샤오미 등으로 재편되는 시장…일본차도 개도국 점유율 급락


스티브 창 BYD 남아프리카공화국 지사장이 지난 4일(현지 시간) 남아공 멀더스드리프트에서 열린 행사에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SUV인 ‘씨라이언 5’를 소개하고 있다.


테슬라가 부진의 늪에 빠진 사이 전 세계 전기차 시장은 중국 기업들을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시장조사 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BYD는 지난해 세계 시장에서 413만 7000대의 전기차(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차량 포함)를 팔아 178만 9000대를 판매한 테슬라를 이미 크게 앞질렀다. BYD의 판매량은 2023년보다 43.4%나 늘어난 반면 테슬라는 1.1% 줄었다. 올 들어서도 두 회사 간 판매량 격차는 갈수록 벌어지는 추세다. BYD는 가격 경쟁력뿐만 아니라 고성능 배터리 시스템, 자율주행, 인공지능(AI) 등 최첨단 기술력에서도 테슬라에 전혀 밀리지 않는 수준에 도달했다.

지난달 18일 블룸버그·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올 2분기 3억 위안(약 618억 원) 적자를 기록했던 샤오미의 전기차 부문도 3분기에 7억 위안(약 1442억 원) 흑자로 돌아섰다. 휴대전화와 가전제품으로만 유명했던 회사가 지난해 3월 ‘SU7’ 시리즈로 전기차 시장에 뛰어든 지 불과 1년 남짓한 기간 만에 돈을 벌기 시작한 것이다. 올 6월에는 첫 전기차 SUV인 ‘YU7’을 출시해 3분 만에 20만 대를 팔아치우는 돌풍을 일으켰다. YU7은 한 번 충전으로 테슬라 모델Y의 주행거리(719㎞)보다 긴 760㎞를 달릴 수 있다. 시속 100㎞까지 속도를 올리는 데 고작 3.23초밖에 걸리지 않는다. 모든 차량에 주행 보조 기술과 고속 충전을 위한 800V(볼트) 시스템도 탑재했다. 샤오미는 올해에만 전기차 35만 대를 인도하고 세계 5대 업체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2027년에는 유럽 시장에도 진출하기로 했다.

지난달 23일 중국중앙TV(CCTV)에 따르면 중국 국유기업 광저우자동차(GAC)는 ‘꿈의 배터리’로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까지 소량으로 시험 생산하기 시작했다. 전고체 배터리는 액체 전해질 대신 고체 물질을 사용하는 만큼 안전성과 에너지 밀도 면에서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보다 월등히 우수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광저우자동차는 이 배터리를 2027~2030년 점진적으로 양산할 계획이다.

중국 전기차가 본토는 물론 개발도상국까지 휩쓸면서 일본 자동차들도 심각한 타격을 입고 있다. 이달 4일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올 1∼10월 일본계 자동차 9개 사의 태국 판매 점유율은 69.8%로 지난해 동기보다 6.6%포인트나 떨어졌다. 2010년대 80∼90%에 달했던 일본 자동차의 태국 판매 점유율은 중국산 전기차 공세로 최근 2~3년 사이 급락하는 추세다. 일본 자동차의 판매 점유율은 인도네시아 시장에서도 지난해를 기점으로 90% 밑으로 내려갔다. 올 1∼10월 점유율은 82.9%에 불과하다. 지난달 18일 AFP통신이 보도한 글로벌 전기차 연합 설문에서도 이탈리아와 폴란드에서 중국산 전기차를 기피한다는 응답은 2%에 그쳤다.

‘캐즘’에 시장 미래는 불확실…현대차는 ‘전략적 모호성’으로 선방


정의선(왼쪽) 현대차그룹 회장이 지난 3월 24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켜보는 가운데 31조 원가량의 대미 투자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다만 전기차 자체가 유망한 미래 산업인가에 대해서는 월가에서도 시각이 엇갈리고 있다. 미국 시장을 내연기관차 중심으로 재구축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이 자동차 업계에 손해가 될지, 이익이 될지는 아직 누구도 모른다는 뜻이다. 테슬라의 경우도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이 있기 1~2년 전부터 이미 전기차 수요 정체(캐즘)로 실적 증가 속도가 둔화되기 시작했다.

시장 불확실성에 허덕이는 것은 중국 업체들도 마찬가지다. 지난달 28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중국 정부도 전기차 지원 정책을 내년까지 유지할지 여부를 아직 확정하지 않았다. 중국 정부는 현재 내수 진작을 위한 ‘이구환신(낡은 제품을 새것으로 교체하도록 지원)’ 정책의 일환으로 전기차에는 2만 위안(약 402만 원), 내연차에는 1만 5000위안(약 301만 원)의 구매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전기차나 하이브리드 차량 등을 구매하는 사람에게는 세제 혜택도 준다.

2차전지의 비용이 상승하고 업체 간 할인 경쟁이 치열해진 점도 중국 전기차 업체에 부담이 되고 있다. BYD는 10월 30일 3분기 순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 이상 감소했다고 밝혔다. 샤오펑도 3분기에 순손실을 이어갔고, 링파오 역시 이 기간 시장 예상치를 크게 밑도는 수익을 냈다. 리오토와 니오 또한 시장 기대에 못 미치는 4분기 매출과 차량 인도 전망을 제시했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는 중국의 신에너지 자동차의 성장률이 올해 27%에서 내년 13%로 낮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에드몽 드 로스차일드 자산운용의 빙위안 펀드매니저도 중국 전기차 시장과 관련해 “내년 1분기 수요 환경이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현대차는 내연기관차와 전기차 간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한 덕분에 그나마 선방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현대차와 기아(000270)가 탄탄한 하이브리드 차량 제품군을 바탕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연비 규제 완화의 반사 이익을 얻을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앞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지난 3월 24일 직접 워싱턴DC 백악관을 찾아가 4년 간 210억 달러(약 31조 원)에 달하는 현지 투자를 트럼프 대통령 앞에서 약속하기도 했다.

한때 내연기관차를 순식간에 대체할 것으로 예상됐던 전기차 산업계가 어려움에 빠지면서 주요 완성차 업체들의 셈법도 당분간 더 복잡해질 것으로 보인다. 22년 동안 이어진 테슬라의 성공 신화가 앞으로 얼마나 더 흔들릴지, 머스크 CEO가 이를 타개할 묘책을 찾을지 여부도 시장 참여자들이 눈여겨볼 대목이다.



※'트럼프 스톡커(Stocker)'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시대에 투자에 도움이 될 만한 미국의 시장·기업·정책·정치·외교 관련 현장 이야기와 현안 분석을 전달하는 코너입니다. 구독하시면 유익한 미국 소식을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