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은행(WB) 최초의 디지털 분야 지식센터인 ‘글로벌 지식센터’가 이르면 다음 달 인천 송도국제도시에 개소한다. 이를 통해 WB는 한국의 인공지능(AI)·디지털 경험과 기술을 개발도상국에 전수한다는 목표다.
WB에서 한국인으로서는 최고위직에 오른 김상부 디지털 전환 부총재는 지난달 28일(현지 시간) 워싱턴DC WB 본부에서 특파원단과 인터뷰를 갖고 “한국은 선진 기술과 시스템, 정책의 삼박자를 갖춘 곳”이라며 WB 글로벌 지식센터 설립 계획을 전했다. 김 부총재는 “급격히 경제성장을 이루고 디지털을 통해 완전히 선진국으로 올라선 한국의 경험은 저개발국 입장에서는 중진국으로 올라갈 희망을, 중진국에도 선진국으로 도약할 기회가 디지털로 올 수 있겠다는 희망을 갖게 한다”고 강조했다.
김 부총재는 지난해 9월 4년 임기의 WB 디지털 전환 부총재로 취임했다. 행정고시 40회 출신으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방송통신위원회 등에서 근무한 김 부총재는 LG유플러스와 구글 등 국내외 민간기업에서도 활동했다.
WB 차원에서 세계 각국에 지식센터를 설립한 적은 있지만 디지털 분야 관련 지식센터를 설립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에 설립될 센터는 한국 정부 정책과 기업 등 여러 디지털·AI 경험 사례를 모아 분석해 개도국에 적용하는 방안을 연구한다. WB 직원이 송도에 파견되고 한국에서도 직원을 채용해 운영된다.
김 부총재는 AI에 대한 선진국과 개도국 간의 격차가 크다고 진단했다. 그는 “AI가 급격히 성장하면서 (국가별로) AI로 인한 격차가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크고 앞으로도 확대될 가능성이 아주 크다”며 “이를 그대로 두기보다는 초기부터 개도국이 AI에 대한 준비를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게 WB의 임무”라고 소개했다. 그는 “연구 결과에 따르면 데이터센터의 90%가 선진국에 있고 저개발국들은 생성형 AI를 쓰는 비중이 1% 미만”이라고 지적했다.
김 부총재는 개도국 AI 발전 방안과 관련해 거창한 것보다는 손에 잡히는 작은 것부터 접근하려 한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선진국 중심의 ‘빅 AI’를 따라가려면 대규모 통신설비, 데이터센터, 컴퓨팅 파워가 있어야 하고 인재 확보, 엄청난 양의 데이터 수집·가공이 있어야 하는데 그러려면 굉장히 많은 재원과 시간이 소요된다”며 “개도국들이 바로 AI의 혜택을 볼 수 있는 분야를 발굴해 적용하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가령 농부가 병충해가 든 작물 사진을 찍어 AI에 질문하면 어떤 살충제를 쓰면 될지 해답을 주는 이른바 ‘스몰 AI’를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AI의 핵심인 전력과 관련해 김 부총재는 원자력 발전을 개도국에도 도입할 수 있을지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협의를 시작하는 단계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개도국은 내전이 많고 안보가 취약해 원전의 안전성 확보가 쉽지 않다”며 “그래서 굉장히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데이터센터는 많은 전력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환경을 크게 해치지 않는 최적의 에너지원이 무엇인지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다”며 “석탄·원전·재생에너지 등 어떤 조합이 해당 국가에 최적화된 조합일지는 개별적으로 찾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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